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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일상
좀비와의 술래잡기를 끝낸 그는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티셔츠로 거칠게 닦아 냈다.
하지만 티셔츠도 이미 한계의 땀을 머금은 탓에 땀을 닦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땀으로 축축해진 셔츠를 거칠게 벗어낸 뒤 걸레를 짜듯 티셔츠를 꽈악 하고 짜냈다.
얼마나 많은 땀을 머금은 것인지 물먹은 걸레와 같이 다량의 땀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며 갈라진 아스팔트의 틈에 고였다.
그리고 그는 그 틈에 고인 자신의 땀을 손가락을 찍은 뒤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고는 혓바닥을 핥았다.
“짜!”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즐거운 듯 웃었다.
옆에서 보자면 미쳐버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의 기묘한 행동과 기묘한 모습이었다.
실제로도 그는 기억을 잃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수십수백의 이상 행동을 벌여왔다.
그중 가장 위험하고 이상한 행동을 뽑자면 단연코 23층의 아파트를 맨몸으로 오른 일일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아파트의 베란다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행동을 했다.
어떤 안정장비도 없이 그는 양 팔만을 이용해 며칠에 걸쳐 23층의 베란다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한 행동은 ‘야호!’ 라고 외치는 일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파트 단지 내에 울려 퍼지자 그는 만족한 듯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리고는 다시 맨몸으로 며칠에 걸쳐 자신의 보금자리로 쓰는 1층의 베란다까지 내려온다는 기행을 저질렀다.
그 이후 며칠 동안 심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계속 웃고 있었다.
5개월 동안의 고독한 생활로 인해 미쳐버린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기억을 잃고 난 후부터도 계속 저런 상태였다.
기억을 잃은 채 이 절망적인 세계에 던져져 고독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그가 미치지 않은 이유는 애초 부터 미쳐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땀을 짜낸 자신의 티셔츠로 자신의 땀투성이 얼굴을 적당하게 닦아 내고는 그것을 길게 펼쳐 자신의 목에 두른 뒤 바지를 벗어던졌다.
속옷을 입지 않았던 탓에 성기가 외부로 노출됐지만 한 조각의 수치심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으로 바지를 지면에 버린 채 당당하게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하반신에 달린 그것이 덜렁덜렁 거리며 움직였다.
“히히히힛”
그것이 즐거운 것인지 자신의 그것을 격하게 흔들며 아파트 단지 내를 걸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가 이곳으로 들어간 이유는 식량의 조달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은 주차장 이외에도 긴급 시에 피난장소로 사용되는 장소였다.
그렇기에 피난 구역으로 사용되는 이곳에는 긴급 시에 사용될 식수와 식량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아파트 세대수 1200명이 약 1개월간 버틸 수 있는 분량으로 그가 하루에 3끼씩 먹는다고 쳐도 약 32년을 넘게 먹을 수 있는 분량이었다.
물론 유통기한의 사정으로 기껏해야 3~5년 정도 밖에는 가지 않겠지만 식량 생산이 중단된 이 세계에서 음식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축복받은 환경이었다.
물론 식량이 쌓인 그 황금구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수백 마리의 좀비를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보통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림의 떡 같은 곳이었지만 좀비 몇백 마리가 우글거리는 피난구역을 알몸으로 무사하게 지나갈 수 있는 그에게는 편의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글 거리던 좀비 무리는 그의 등장과 함께 모세의 기적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우르르 흩어진 사이를 거리낌 없이 지나 식량들이 쌓여 있는 창고로 향했다.
차곡차곡하게 쌓여진 박스들의 앞에 멈춰 선 그는 팔짱을 낀 채 박스 앞에 붙여진 종이를 차례대로 둘러보며 고민했다.
해물 비빔밥, 쇠고기 비빔밥, 김치볶음밥, 카레밥, 짜장밥 이라고 써진 종이였다.
즉 그가 고민하는 것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박스 앞을 왔다 갔다 하며 고민하던 그는 이번에는 바닥을 데굴 데굴 굴러다니며 고민의 신음을 흘렸고 이내 물구나무를 선채로 박스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묘기까지 부리며 고민했다.
얼마 동안 그런 기행을 부리던 그는 드디어 메뉴가 정해진 것인지 물구나무를 멈추고 똑바로 서서 박스를 뒤졌다.
그가 선택한 메뉴는 해물비빔밥
그리고 쇠고기 비빔밥 김치볶음밥 카레밥 짜장밥이었다.
즉 결국 그는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고 전부를 선택하는.. 고민한 것이 어이가 없을 정도의 선택이었다.
그는 각각의 상자에서 다른 맛의 전투식량을 꺼내 바닥에 쌓아 두고는 자신의 목에 두른 티셔츠를 풀고 그것을 넓게 펼치고는 그 위에 전투식량을 올려 두고 그대로 감싸 보자기 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히히히!”
티셔츠로 만든 보자기가 튼튼한 것을 확인한 그는 만족한 듯 웃음소리를 흘리며 전투식량이든 보자기를 든 채 몸을 들썩 거리며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그 장소를 떠났다.
떠날 때도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갈라진 좀비의 바다를 지나 지상으로 돌아온 그가 발걸음을 향한 것은 자신의 ‘정원’ 이었다.
정원이라는 거창한 말이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그가 보금자리로 사용하고 있는 1층 베란다 밑에 있는 나무나 잔디가 깔려진 공용 공간을 부르는 말이었다.
식량을 챙겨 정원으로 돌아온 그 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석에 박혀있는 철제의 상자 그가 아이템박스 라고 이름 붙인 여러 도구들이 든 상자에서 휴대용 버너 3대를 꺼내 바닥에 두는 일이었다.
그 이후에는 똑같이 냄비 3개를 꺼내 그것을 휴대용 버너에 각각 올려 뒀다.
그 후 철제 상자 옆쪽 땅속에 반쯤 묻혀 있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생수 3통을 꺼내 마찬가지로 각각의 냄비에 그것을 가득 붙고는 가져온 전투식량을 한 냄비에 2개씩 넣은 뒤 불을 켰다.
그는 쪼그려 앉은 채로 남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물이 끓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나 휴대용 버너의 화력이 약한 탓인지 좀처럼 물이 끓지 않았다.
결국 인내의 한계를 느낀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살폈다.
밥이 되는 시간 동안 지루함을 날려줄 것을 찾기 위함 이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지루함을 달래줄 물건을 찾았고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쪽을 향해 달렸다.
그가 향한 것은 중앙에 기다랗게 금이 간 전신 거울이었다.
비록 금이 가기는 했지만 아직 거울로서의 기능은 건재했다.
허리춤에 손을 댄 채 당당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선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적당하게 긴 부스스한 검은 머리카락과 그다지 큰 특징이 없는 얼굴
평범한 세계였다면 비슷한 인간이 몇 명이나 있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나마 특징을 뽑자면 조금 큰 눈이나.. 10대의 후반인지 20대의 초반인지 나이를 가늠할 수없는 청년같기도 소년 같기도 한 애매함 정도였다.
그러나 개성 없는 평범한 얼굴과는 다르게 얼굴 밑의 육체는 얼굴과 비교해 제법 훌륭했다.
정상적인 운동은 아니었지만 좀비와의 술래잡기나 맨몸으로 아파트를 오르는 것 같은 수많은 기행을 한 탓인지 그의 말라 보이는 몸 곳곳에는 탄탄해 보이는 근육들이자리 잡고 있었고 하반신에 달랑 거리는 그것도 일반인에 비하면 몹시 훌륭해 보이는 물건을 달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훌륭한 몸뚱아리 외에는 별달리 특출날 것 없는 남자였다.
그는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표정을 만들어 냈다.
웃는 표정에서부터 화난 표정 심지어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못생긴 표정까지해서 자신의 얼굴로 할 수 있는 표정이란 표정은 전부 거울 앞에서 취해 보이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가 부글부글 끓는 물 소리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보며 웃고는 등을 돌려 버너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버너의 불을 끈 뒤 아이템 박스에서 그의 식사 세트인 식판과 수저 그리고 작은 목재의 테이블을 꺼내 버너 앞에다가 세팅했다.
“아뜨뜨!?”
뜨거운 물에 넣어져 있던 전투식량을 맨손으로 꺼내려다가 딘 그는 자신의 손을 호호 불며 조심스럽게 전투식량을 꺼내 식판 위에 던지다 싶이 내려놨다.
자신의 손을 입으로 불며 어느 정도 식힌 그는 심호흡과 함께 전투식량의 봉지를 맨손으로 거칠게 뜯어냈다.
“뜨뜨!?”
역시나 손을 대인 그였지만 봉지를 뜯는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는 전투식량의 끝부분을 살짝 잡고 안의 내용물을 식판에 전부 털어 놓았다.
김과 함께 노란색 액체와 흰쌀이 식판 위에 쏟아지며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퍼졌다.
아무래도 가장 처음 먹으려는 것은 카레밥인 모양이었다.
“꿀꺽!”
그의 공복과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에 그는 넘어노는 침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스푼을 들어 카레와 밥을 한 번에 퍼 입가에 가져가려 했다.
그러나 그때 그의 귀에 자극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수저를 거칠게 식판 위에 내버려 두고는 몸을 일으켜 아이템박스에서 무기를 꺼내 양손에 들었다.
오른손에는 사시미칼 이라고 불리는 일식 용의 날카롭고 기다란 칼
왼손에는 고기를 두드릴 때 쓰는 주먹만 한 크기의 쇳덩이가 달린 조리용 망치
조리 용이지만 두 개다 무기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는 것들이었다.
2개의 무기를 양손에 든 그는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소리가 울리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이 종소리의 정체는 누군가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왔을 시에 알 수 있게 그가 설치해둔 트랩이었다.
그는 트랩을 설치해둔 곳이 가까워 지자 움직임을 멈추고 벽에 등을 바짝 붙인 채 살금살금 움직여 목적의 장소에 향했다.
코너를 돌면 바로 목적의 그 장소였기에 그는 더욱더 조심하며 걸음을 옮겼다.
코너의 끝까지 온 그는 침입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행동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다리에 무엇인가 걸리적거렸기에 그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별다른 특색 없는 검은색의 배낭 그리고 그것이 코너의 끝자락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는 그 배낭을 확인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안을 열어보려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때..
“무기 버려”
배낭을 열어보려던 그의 손은 여자의 날카로운 소리와 후두부에 닿는 딱딱한 무엇인가에 의해 그 움직임을 멈췄고 조용히 바닥에 무기를 내려놨다.
“더 멀리 버려”
그 말대로 그는 무기를 바닥에 미끄러지게 하여 더욱 멀리 보냈다.
그러자 그가 있던 반대편의 코너에서 청바지를 입은 다리가 나타났다.
아마도 코너에 숨어있다가 배낭을 집으려는 순간을 노리고 들어온 듯 보였다.
“이래뵈도 검도 3단이니까.. 허튼짓 하면 머리통을 날려버릴 줄 알아! “
그녀는 협박과 함께 그의 후두부를 살짝 두드리며 위협했다.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흔들며 그는 긍정의 표시를 그녀에게 전했다.
“배낭을 열어서 확인해봐”
그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배낭의 지퍼를 열었다.
배낭의 안에는 붕대나 반창고 연고 소독약 등의 상비약들이 들어있었다.
“그 안에 있는 물건과 식량을 교환하고 싶어.”
솔직히 말하면 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정확히는 썩어 날 만큼 많은 물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식량도 썩어 날 만큼 많기도 했고..
목소리의 주인이 여태껏 자기가 만난 사람들이랑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는 거래에 응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진짜로!? 흡!”
그가 순순히 거래에 응해주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는지 급하게 틀어먹었다.
“흠! 흠! 좋아.. 그럼 안내해줘.”
그의 후두부를 살짝 밀며 말했다.
“그럼 좀 일어나도 될까?”
“아,안돼! 기다려!”
그가 일어나려고 하자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후두부를 꽈악 눌렀다.
“그럼 어떻게 안내해?”
“그,그건..”
그녀는 거기까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인지 우물쭈물 거리며 말을 잊지 못 했다.
거래는 하고 싶지만 자신의 보신을 위해 이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에 빠진 듯 보였다.
“음.. 그냥 기어가지 뭐!”
그 말과 함께 그는 진심으로 기어갈 생각인 듯 포복 자세를 취하려고 했다.
“뭐!? 아니 됐어! 알았다고!”
설마라고 싶었던 그녀도 진짜로 포복자세를 취하기 위해 엎드리려고 하는 그를 말렸다.
“대신 양손은 머리 뒤로 가져가고.. 천천히.. 천천히 일어나 허튼짓은 하지말고..”
그녀는 그에게 신중하게 움직이기를 명령했고 그 명령에 따라 그도 양손을 머리 뒤로 돌린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기에 다리밖에 보이지 않던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
“끼아아아아아악!!!!”
퍽!
그는 자신의 머리에 강렬한 충격과 고통을 맛보며 시야가 검게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이성의 끈이 느슨해지는 상태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당황하는 모습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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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