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로 뒤덮인 세상-26화 (26/36)

13화 - 악마들

집으로 돌아온 나라와 소희는 모두에게 방금 전 겪은 일을 설명했다.

잠자코 듣던 한이가 기관단총을 들고 당장이라도 뛰어갈 기세로 흥분했다.

“아니, 뭔 그런 놈들이 다 있나요? 지금도 거기 있어요?”

“아뇨 한이 씨, 괜찮아요. 뭐 어찌됐건 별다른 피해는 없었으니까요.”

한참을 고개를 들고 생각에 잠겨있던 진모가 자신의 턱을 긁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오늘 야간엔 쉬고, 내일부턴 주간에만 우리가 나가 있을게. 아무래도 그놈들 영 께름칙해.”

“그래요 아저씨, 아무래도 성배 오빠가 돌아와도 낮에 올 확률이 더 높으니까, 그 편이 낫겠어요.”

진모의 말에 소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 같이 둘러 앉아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나라는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

집 근처를 잠시 거닐며, 마음을 달래던 그녀의 뒤로 어느 틈엔가 한이가 다가왔다.

“나라 씨,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낮에 그놈들 만나면 다시는 시비 걸지 못하게 해둘게요.”

“괜찮아요. 뭐, 힘 꽤나 쓰는 남자들이 운이 좋아 살아남은 거 같던데요. 아마 다시 안 올 거예요.”

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큰 한숨을 쉬었다.

나라는 그 한숨의 의미를 단 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한이 씨도 성배 씨가 많이 보고 싶죠.”

한이는 허탈한 감정의 헛웃음을 지었다.

“제가 그때 먼저 간다고 까불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까지는 안 되는 거였는데.”

나라는 성배 얘기만 나오면 늘 죄인처럼 미안해하는 한이를 위로하며 모든 게 잘 해결될 거라 말했다.

어느덧 밤이 찾아왔고, 그들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들어온 진모를 끝으로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곤 그들의 집이 유일했기 때문에, 그들이 잠자리에 들면 주변은 바람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해진다.

간혹 주변을 지나가는 좀비의 소리가 들려도 이제 그들에게 좀비 한 마리의 이동은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언니, 자요?”

소희는 나라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라는 피곤했는지 말이 없었다.

이상하게 소희는 오늘따라 바깥에서 나는 소리가 거슬렸다.

보통 좀비들이 집 앞을 지나가면 꽤 오랫동안 희미한 괴성이 들리거나, 혹은 벽에 부딪치거나 하는 등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오늘은 좀비가 집 앞을 지나가는 소리가 너무 짧았다. 마치 음악을 듣는 도중 누군가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인위적이었다.

소희는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물을 한 컵 마신 후, 거실 한편에 서서 조용히 바깥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너무 예민했나?’

쥐 죽은 듯이 고요하자, 소희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고 억지로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불안한 상상들이 소희의 머릿속에서 잠시 떠다니다가 막 사라지려던 찰나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희는 짧은 순간 ‘아무 것도 아니겠지’ 라고 무시하고 잠이 들려다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언니, 일어나 봐요.”

소희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라를 흔들어 깨웠다.

나라는 영문도 모른 채 살며시 눈을 떴다.

“응, 왜? 좀비가 문이라도 두드려?”

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나라에게 소희는 황급히 속삭인다.

“누가 들어온 것 같아요.”

“뭔, 소리야? 누가 들어와 여길?”

나라는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다.

그 순간, 방문 앞에서 선명한 발자국 소리가 그녀들에게 들렸다.

나라는 반사적으로 머리맡에 두었던 기관단총을 집어 들었다.

“설마….”

나라는 조용히 일어나 방문에 귀를 갖다 댔다.

소희도, 진모가 새롭게 만들어준 자신의 무기인 창을 들고 나라의 뒤에 서 있었다. 새로운 창은 기존의 단순한 창날을 톱날 형태로 깎았고, 작은 소희의 손에 잘 잡히도록 창의 끝 부분에 손잡이 형태로 깊게 자국을 넣어 더욱 날카롭고, 더욱 강력했다.

거실에서는 한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라는 소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다.

거실로 나가자마자 나라는 좌측으로 기관단총을 겨냥하며, 현관과 문 뒤의 안전을 동시에 확보했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나라와 소희가 거실에서 조심스레 상황을 파악하던 그 순간에 안방 문이 살며시 열렸다.

거실이 어두워서 그녀들은 상황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곧 침입자가 누군지 알게 됐다.

“반가워, 귀염둥이 그리고 섹시한 언니.”

가늘고도 야비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집 안에 불이 켜졌다.

나라와 소희의 눈앞에서 기천과 두 명의 사내가 진모와 예지를 붙잡아 놓고 있었다.

진모는 무릎을 꿇린 채, 기천이 발로 그의 등을 밟고 있었고, 예지는 그 옆에서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 집에 짱박혀 있었구나. 아무리 주변에 좀비가 없어도 너무 대놓고 불을 켜놓고 생활하면 안 되지. 우리 같은 인간들은 여기에 사람이 산다는 걸 쉽게 알아채잖아.”

“그 발 못 내려놔!”

나라는 기관단총을 들어 기천을 노리며 소리 질렀다.

소희도 겁은 났지만 용기를 내어 창을 앞으로 내밀며 공격적으로 잡아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가 아니었다.

그녀들의 등 뒤에 있던 현관문이 열리며, 영민과 사내 하나가 또 들어온 것이다.

“하여간 씨발놈들 담배 한 대 피고 같이 들어가자니깐.”

투덜대며 들어온 영민은 집 안의 상황을 보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뭐야, 기천이 너 또 여자애들한테 당한 거야?”

기천은 여유 있게 웃음 지으며, 대꾸한다.

“당하긴 뭘 당해. 안 그래 아저씨?”

기천이 발에 힘을 주어 누르자 진모는 더욱 굴욕적으로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예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지만, 크게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참으며 내는 울음소리는 나라와 소희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라와 소희를 중간에 두고 기천과 영민은 마치 먹잇감을 놓고 거리를 좁혀오는 하이에나들처럼 천천히 기세로 압박했다.

“자, 총 든 아가씨. 어쩔 거야? 그걸로 저 새끼 쏘면 넌 나한테 죽어. 반대로 뒤돌아서 나를 쏘면 저 꼬마랑 아저씨는 재한테 죽어.”

나라와 소희의 등 뒤에 서 있던 영민이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도 잔인한 말을 던지자, 그녀들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기를 내리기엔 결과가 너무 뻔해 보여, 하는 수 없이 의미 없는 버티기만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엔 기천이 집 안을 둘러보며 입을 연다.

“섹시한 언니, 근데 이 쓸모없는 아저씨랑 꼬마랑 거기 귀염둥이까지 네 명이 다야?”

나라는 기천의 눈을 똑바로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우리 넷밖에 없어. 원래는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은 지금 우리랑 떨어져 있어.”

기천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성배를 비꼬았다.

“아, 그 오빠? 무슨 다 큰 새끼가 길을 잃어 버렸데, 다 큰 어른이 집도 못 찾아오고 말야. 여기 있었어봤자 니들한테 짐만 됐겠네. 그치?”

성배를 비웃는 기천을 나라는 지금 당장이라도 쏘고 싶었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영민과 다른 사내들이 소희나 진모를 해치는 걸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나라와 소희의 머릿속에 유일한 희망은 강한뿐이었다.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집 안 한번 뒤져봐라.”

기천의 지시에 사내들은 흩어져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중 가장 구석진 방문을 열고 들어간 사내가 두 손을 들고 뒷걸음질 치며 걸어 나왔다.

그 뒤로 방 안에서 상황을 엿듣고 있던 한이가 기관단총을 들고 그 사내를 위협하며 따라 나왔다.

정배도 조심스레 한이를 따라 나왔다.

대충 거실을 보며 상황을 파악한 한이는 그 사내들에게 협박을 시도 한다.

“좋아, 니들이 뭣 때문에 이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우린 총이 두 자루야. 여차하면 다 긁어버릴 수도 있어.”

기천이 손짓을 하자 구석에서 울고 있던 예지를, 사내 하나가 번쩍 들었다.

“니들이 어디서 총을 구해서 이렇게 무장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린 우리 자체가 무기야. 왜냐고? 우린 이 꼬마애도 당장 바닥에 던져 버릴 수가 있거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말야.”

한이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더욱 목소릴 높였다.

“예지 바닥에 던지는 순간 네놈 대가리부터 구멍내줄게 한 번 해봐 이 새끼야!”

기천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느긋하게 말한다.

“아무리 총을 들었어도 들고 있는 놈이 병신이면 그 총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우리처럼 총이 없어도 인간이 사악하면 그 자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기야. 총 쏠 마음도 없는 새끼가 어디서 야부리를 까!”

한이는 정곡을 찔렸다. 그는 저 악마 같은 사내들이 예지를 해하게끔 절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이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총을 서서히 내렸다.

그때 영민이 한이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그래도 씨발, 쓸 만한 남자라곤 지 하나라고 꽤나 폼 잡네. 그럼 내가 기회를 한 번 줄게. 너랑 나랑, 주먹 대 주먹으로 붙어서 날 이기면 우린 그냥 간다.”

영민의 말을 듣고 나라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음을 느꼈다. 계속해서 나빠지는 상황 속에 나라는 결단을 내린다.

“제가 갈게요. 이 사람들 여자가 필요해서 온 거예요. 저만 가면 아무도 안 다쳐요.”

나라가 총을 소희에게 건네며, 상황을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영민은 한이에게 흥미가 생긴 듯 계속해서 한이를 도발했다.

“야, 씨발 여자가 스스로 끌려간다는데, 남자란 새끼가 둘이나 있으면서 아무도 나서질 않네.”

나라는 그 말에 격분해 영민을 보며 소리쳤다.

“너야말로 떼거지로 몰려와서 여자아이 인질로 잡고 뭐하는 짓이야! 이게 남자가 할 짓이냐!”

영민은 듣기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후볐다.

“그래서 기회를 준다잖아. 남자 대 남자로 붙자고.”

영민은 다시 기천을 보며 말한다.

“야! 권기천, 내가 저놈이랑 붙어서 털리면 아무소리 하지 않고 그냥 가는 거다. 알았지!”

기천은 야비하게 웃으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한이도 슬쩍 미소를 지으며 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거실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나라와 소희는 한이에게 싸우지 말라고 말했지만, 한이는 자신이 지면 나라가 끌려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싸워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진모와 예지의 주변을 둘러싼 기천과 사내들의 반대편에, 나라와 소희, 정배가 불안한 모습을 하고 서 있었다.

영민이 목을 몇 번 스트레칭 하더니 거실 중앙으로 걸어 나오며 말한다.

“뭐 체급도 내가 더 크고, 보아하니 비리비리해 보이는데, 두 방 맞아줄게. 어디 한 번 쳐봐.”

“넌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영민에 비하면 한이가 왜소해 보였지만, 그도 180cm가 조금 넘었고, 잔잔한 근육들을 갖고 있었다.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은 영민을 능가했다. 하지만 싸움은 스포츠가 아니라 실전이었다.

느긋한 표정으로 서 있는 영민의 눈을 노려보며, 한이는 굳게 말아 쥔 주먹을 가차 없이 날린다.

한이의 주먹은 정확히 영민의 오른쪽 턱을 가격했고, 영민의 고개는 왼쪽으로 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영민은 스스로 머리를 좌우로 잠시 흔들더니 여전히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맘에 들어. 한 번 더.”

영민의 도발에 한이는 영민과 거리를 조금 벌리더니 발을 높게 들어 영민의 가슴을 거세게 차버렸다.

가슴 정중앙을 맞은 영민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사내들이 놀라서 영민을 쳐다봤다.

“아이 새끼들, 왜 이리 오버야.”

사내들의 놀람과는 달리 기천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심코 말을 던졌다.

“야, 생각보다 꽤 하는데.”

영민은 오른손으로 가슴을 털며 일어났다.

그는 기천과 눈을 맞추며 코웃음을 한 번 치더니, 그대로 한이에게 달려들었다.

한이는 아슬아슬하게 영민을 피한 뒤, 영민의 등을 발로 걷어찼다.

영민은 등을 차여 비틀거렸지만, 넘어지지 않고 한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한이는 빠른 다리의 움직임을 무기삼아 영민의 주먹을 몇 번 피하며 간간히 주먹을 날려 영민에게 가볍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지켜보던 나라와 일행 모두는 한이가 이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점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맞아도 표정에 변화가 거의 없던 영민은, 그냥 오랜만에 나타난 사냥감을 데리고 논 것이다.

“영민아, 가자 이제. 잠은 자야지.”

기천의 말을 들은 영민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하더니 곧바로 한이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한이가 잽싸게 좌측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영민은 곧바로 따라붙으며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내질렀다.

한이는 곧바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방어했지만, 영민은 두 번 정도 자신의 주먹이 막히자, 한이의 머리채를 잡고 무릎으로 가차 없이 얼굴을 찍어 버렸다.

몇 번이나 무릎에 얼굴이 찍히자 한이의 얼굴 곳곳에서 피가 터졌고, 영민의 바지와 거실 바닥에 한이의 피가 처절하게 뿌려졌다.

“제발, 그만!”

나라는 더 이상 한이가 다치는 걸 볼 수 없어서, 소리쳤지만 영민의 주먹은 자비가 없었다.

한이가 가까스로 다시 자세를 잡고 영민의 종아릴 걷어찼지만, 그와 동시에 영민의 주먹은 한이의 관자놀이를 타격했다.

진모는 일행 중에서도 가장 듬직했던 한이의 맞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눈을 감아 버렸고, 소희는 이미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정배와 예지는 각각의 자리에서 울고불고 그만 하라고 외쳤지만, 그 악마들은 그럴수록 더욱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제발, 그만…. 내가 갈게요. 한이 씨, 그만 해요.”

결국 나라가 영민과 한이의 중간에 뛰어들어 싸움을 말렸고, 기천과 사내들은 한이를 크게 비웃으며 조롱했다.

하지만 영민은 친구인 기천을 제외한 다른 사내들에게 강렬한 눈빛을 보내며 호통을 쳤다.

“뭘, 웃어 이 양아치 새끼들아. 니들은 나랑 이렇게 뜰 수 있어!”

영민의 한 마디에 사내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고, 기천과 사내들이 진모와 예지를 놔주며 집 안의 험악했던 분위기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자, 이제 가야지 섹시한 언니. 귀염둥이는 여기서 저 오빠 치료 잘 해주고, 많이 다쳤을 텐데.”

기천이 나라를 잡아끌며 말하자, 그간 참았던 진모도 억울함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행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그는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

소희는 한이의 다친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면서도 나라를 계속 바라봤고, 아이들도 대성통곡하며, 끌려가는 나라만 보고 있었다.

나라는 순순히 끌려가는가 싶더니, 잠시 멈춰 자신을 끌고 가려는 기천과 영민의 무리들을 보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우리 일행 중에 사자 같은 남자가 있어. 그 남자는 분명히 내가 납치된 걸 알면 구하러 올 거야. 그 남자가 오면 너희 같은 하이에나들은 반드시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깐 지금이라도 날 놔줘. 이건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야."

가만히 나라의 말을 듣던 영민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야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한번 기다려보지. 이 하이에나님께서, 그 맹수의 왕 사자를 말야. 그리고 그 사자가 오기 전까진 누구도 널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영민은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한이 일행 쪽으로 돌렸다.

“근데 아마 빨리 와야 될 거야. 기천이랑 내가 얘한테 아주 푹 빠졌거든.”

기천은 기분 나쁘게 실실 쪼개며, 나라를 끌고 나갔다.

영민은 자신들을 만나려면 강덕 고등학교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집을 나갔다.

그 악마들이 나가고도 한동안은 집 안의 분위기에 변화가 없었다.

진모는 억울함의, 소희는 시련의, 아이들은 두려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이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만이 하염없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그날 밤, 그들은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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