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로 뒤덮인 세상-22화 (22/36)

9화 - 그들 vs 좀비군단 (3부. 전쟁)

소희는 도로에 널브러진 자동차와 쓰레기 등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무섭게 전진하는 좀비군단 속을 밴으로 뚫고 들어갔다.

밴에 처음으로 부딪친 좀비 두 마리가 앞 유리에 매달려 소희의 시야를 가렸지만, 소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핸들을 좌우로 크게 꺾어 좀비 들을 떨어뜨렸다.

좀비 들이 앞 유리에서 떨어지자마자 소희는 황급히 밴을 세웠다.

앞 유리에 붙은 좀비들을 신경 쓰느라 하마터면 전봇대에 부딪칠 뻔한 상황을 소희가 용케 급브레이크를 밟아 위기를 모면한 것이었다.

소희는 재빨리 밴을 후진시켰다가 다시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한이는 창문을 조금 열고 칼로 좀비들을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

좀비들이 밴에 부딪치고 튕겨나가는 소리가 정배는 무서웠지만, 그도 오늘 만큼은 아이가 아닌 사람으로서 좀비와 맞서기로 다짐을 해서 그런지 좀비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좀비들이 노려보면 정배도 좀비들을 노려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진모는 적당한 때를 기다리다가 좀비가 밴에 들러붙지 않는 순간을 이용해 문을 열고 가스폭탄을 한, 두 개씩 바닥에 떨궈 놓았다.

“꽉 잡아요, 다들!”

소희의 외침에 모두가 손잡이를 잡았고, 소희는 밴의 핸들을 좌측으로 최대한 꺾어 밴을 비교적 넓은 도로 한 가운데서 계속 왼쪽으로 회전시켰다.

끼이이 끼이이이 끼이이익!

밴은 아주 시끄러운 타이어 마찰음을 쏟아내며 도로 한가운데에 선명한 타이어 자국을 그렸다.

좀비들은 그런 밴의 위협을 감지하지 못하고,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밴에게 달려들었다.

밴에 부딪친 좀비들은 팔, 다리가 찢겨 나가거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심지어 겁 없이 빠른 속도로 밴에 뛰어든 좀비도 있었다. 그런 좀비들은 밴의 몸체에 강력하게 부딪쳐서 꽤 먼 거리를 날아가 거리 곳곳에 처박혔다. 그리고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자, 다시 갑니다!”

소희는 밴의 회전을 멈추고, 다시 병원 쪽으로 밴을 몰았다.

그때였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모두에게 전해졌다.

밴은 귀가 찢어질 듯한 타이어 마찰음을 내며 균형을 잃고 요동치다가 급기야 전봇대를 들이 받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그들 모두는 신체에 심한 충격을 받은 채로 정신마저 멍해졌다.

“으…, 뭐지?”

한이가 고개를 털며, 가장 먼저 주변을 살폈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여서 그런지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며 잠시 동안 어지러움을 느끼던 그는 자신의 뺨을 후려치며 모두를 불렀다.

“진모 아저씨! 소희 씨! 나라 씨! 정배야! 다들 정신 차려요!”

“크으으으악!”

좀비의 괴성과 함께 한이는 충돌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덩치가 어마어마한 좀비들이 떼거지로 나타나 밴과 충돌한 것이었다. 심지어 이 좀비들은 밴에 심하게 부딪쳤음에도 살아서 밴을 둘러싸고 있었다.

한이는 그 무지막지한 좀비들의 시선을 피하며, 진모를 흔들었다.

“아저씨! 아저씨!”

“아…, 한 군….”

일단 진모가 정신을 차렸다. 그 역시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이것들은 뭐지?”

덩치가 큰 좀비들을 보며 진모는 식은땀을 흘렸다. 간혹 보통의 좀비들보다 큰 좀비들은 봐왔지만 이정도로 덩치가 큰 좀비들은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소희와 나라, 정배가 깨어났다.

한이는 우선 모두의 의식을 확인한 후, 소희에게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려고 했다.

“저기, 소희 씨.”

그때,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한이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균형을 잃었다.

가까스로 의자를 잡고 버티며 서 있었지만, 덩치 좀비들은 계속해서 밴에 자신들의 몸을 거세게 부딪쳤다.

“아나, 이것들이 진짜! 저기, 소희 씨, 운전하실 수 있겠어요?”

소희는 한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저것들 때문에….”

운전은 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덩치 좀비들이 계속 밴을 밀어붙이고 있어서, 섣불리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간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소희가 망설이자 보조석에 앉아있던 나라가 밴의 뒤로 옮겨 타며 한이와 진모에게 말한다.

“창문 조금씩 내려요. 저 유도부 좀비인지 씨름부 좀비인지 대갈통을 구멍 내자고요!”

나라가 먼저 창문을 살짝 내리고 그 틈으로 총구를 내밀었다.

그 순간, 좀비의 손가락이 그 틈으로 들어와 창문을 마구 흔들었고, 그 충격으로 인해 밴이 좌우로 심하게 요동쳤다.

나라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균형을 잃고 반대쪽으로 굴렀지만, 다행히 진모가 나라를 잡아줘서 큰 부상은 없었다.

옆에 있던 한이가 잽싸게 칼로 좀비의 손가락을 썰어버렸고, 정배가 곧바로 창문을 올려서 더 이상의 추가피해는 막을 수가 있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더 위험해질 뻔 했네요.”

“아뇨, 어차피 나라 씨가 말한 방법 밖에 없어요.”

그때 운전석에서 고개를 돌려 뒤를 보던 소희가 외쳤다.

“플랜B, 플랜B!!”

모두의 시선이 소희에게 집중됐다.

소희의 손가락이 창문을 가리켰다.

“그냥 완전히 내려 버려요! 그럼 저것들이 머리부터 들이밀겠죠!”

소희의 말을 이제서야 이해한 진모가 산탄총을 장전했다.

“정배야! 창문 열고 옆으로 빠져!”

“네!”

정배가 밴의 뒷문에 달린 창문을 내리자마자 뒷자리로 피했고, 한이, 나라, 진모가 그쪽으로 총구를 겨눴다.

“크아아악! 크으으으 크으윽!”

예상대로 창문을 완전히 열자 그곳으로 좀비들은 머리부터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좀비를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몇 마리의 좀비가 힘없이 나가 떨어졌지만, 주변에 좀비의 숫자는 많았다.

지금 중요한 건 보통 좀비의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덩치 좀비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 밴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마침 덩치 좀비 하나가 깊숙이 머리를 집어넣어 가장 가까이 있던 한이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한이는 옆에 있던 창을 집어 좀비의 얼굴에 찌른 뒤, 창끝을 발로 차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창은 그대로 덩치 좀비의 뇌를 관통했고, 그 좀비는 창문에 상체를 걸친 채로 즉사해버렸다.

밴 안으로 넘어온 상체는 바닥으로 축 늘어졌고, 얼굴에 박힌 창을 타고 흐르는 피가 계속 밴 안을 적셨다. 이 덩치 좀비 때문에 사격이 가로 막히자 진모가 한이에게 손짓을 했다.

“한 군, 저놈 발로 밀어 버리자.”

“네!”

진모와 한이가 각자의 발에 힘을 주어 좀비를 밴의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 덩치 좀비의 무게는 0.1톤에 육박할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한이와 진모가 직접 좀비를 들고, 나라가 밀어버리기로 했다.

“하나, 둘, 셋!”

한이의 구령과 함께 덩치 좀비의 양쪽 어깨를 진모와 한이가 잡아 들어올렸다.

덩치 좀비의 상체가 창문과 수평상태를 이루자 나라가 양팔로 의자를 잡고 발에 온 힘을 줘서 그 좀비를 드디어 창밖으로 밀어냈다.

“크아아아!”

덩치 좀비가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지자마자 곧바로 다른 좀비가 손과 얼굴을 들이밀며 한이와 진모를 위협했다.

한이는 재빨리 정배가 있던 뒷자리로 몸을 날려 피했고, 진모는 보조석 의자를 잡아 끌어안으며 위기를 모면했다.

나라는 재빨리 기관단총을 잡아들고 좀비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한 뒤, 총을 난사했다.

다시 밴의 창문을 통한 사격이 시작됐고, 좀비들은 여전히 머리부터 집어넣으며 미개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하지만 모든 좀비가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소희와 자신의 사이에 있던 차를 감지하고 돌아갔던 좀비, 멀리서 그들을 보고 밴으로 뛰어 들었던 좀비들처럼 간혹 그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좀비가 있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밴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 계속되던 사격이 멈췄다.

덩치 좀비중 하나가 밴의 뒤에서 다시 밴을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네 존재 좀 알아 달라 이거지!”

한이는 사격을 위해 내렸던 창문을 다시 올려버렸다. 이제 대부분의 덩치 좀비는 정리가 됐기 때문이었다.

“진모 아저씨, 뒤에 트렁크 문 열게요. 산탄총으로 저놈 날려버리세요!”

“좋아! 소희 양은 바로 달릴 준비해! 저놈만 처리하고 여길 벗어나자고.”

“오케이!”

한이는 두 개의 문으로 돼 있는 밴의 트렁크를 전부 열었다.

그리고 최대한 옆으로 붙어 진모에게 사격할 공간을 만들어줬다.

진모는 밴의 트렁크가 열리자, 무서운 기세로 밴을 향해 돌진하는 덩치 좀비를 향해 사정없이 산탄총을 갈겨댔다.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도, 오른쪽 어깨가 떨어져 나가도 기어코 밴으로 올라타려던 덩치 좀비는 나라가 쏜 정확한 한 발에 의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역시 좀비는 대갈통이죠.”

“그… 그렇지 나라 양….”

다시 한이가 트렁크 문을 닫고 출발이라고 외치자, 소희는 오랜 침묵을 깨고 밴을 전진시켰다.

밴은 다시 성난 엔진음을 뿜어대며 좀비군단 속으로 돌진했다.

그렇게 한동안 좀비군단 속을 누비던 밴은 우측으로 크게 회전하며 미끄러지면서 밴의 왼쪽 면으로 좀비들 다섯 마리를 받아버렸다.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좀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밴은 다시 우렁찬 소리를 내며 천천히 출발했다.

이때 좌우측 창문이 완전히 열리며 진모와 한이가 가스폭탄을 좀비들 사이로 던지기 시작했다.

가스통의 무게가 꽤 무겁기도 하고, 좀비들이 곳곳에 서 있어서 그런지 가스폭탄은 생각보다 멀리 가지 못했다.

“소희 씨, 밟아요! 우선 여긴 뿌려두고 나중에 다시 돌면서 터뜨려야겠어요.”

“네!”

한이가 신호를 주자 소희는 다시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밴은 다시 튀어 나가며 몇몇 좀비들을 들이 받았고, 다시 한이와 진모는 여기저기 가스폭탄을 던졌다.

밴은 병원 앞 도로 남쪽부터 출발해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병원 남쪽엔 7개의 가스폭탄이 뿌려졌고, 동쪽 지하 주차장 바리케이드 앞에서 밴은 잠시 멈췄다.

“뒤에 좀비 안 오지?”

“네, 없어요. 형!”

한이와 진모가 밴에서 가스폭탄 두 개씩을 들고 내렸다.

지하 주차장 입구 앞 쪽에는 아직 바리케이드 안에 갇힌 좀비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한이와 진모는 두 손으로 가스폭탄을 꽉 잡고 상체를 크게 회전시켜 좀비들 안으로 던져 넣었다.

좀비들로 꽉 찬 곳은 좀비들의 머리 위로, 조금의 공간이 있는 곳은 비좁은 공간으로 가스폭탄이 떨어졌다.

“이제, 내 차례구나.”

나라가 조수석에서 내리며 말하자, 한이가 손을 자신의 무릎에 대고 받혀주었다.

나라는 그의 손을 밟고 밴의 지붕위로 올라갔다.

나라는 밴의 지붕 위에 똑바로 서서 기관단총을 어깨에 단단히 견착시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읍, 후우우우우, 흡!”

온 신경을 가스폭탄에 집중하자 나라의 귀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고, 나라의 모든 감각이 차단되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밴 옆에 서서, 다가오는 좀비를 경계하던 한이와 진모도 덩달아 집중하며 마음을 졸였다.

타앙! 피융!

나라가 발사한 총알은 좀비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들어가 정확히 가스통 중앙을 뚫었다.

거대한 폭발음을 내며, 가스통이 폭발함과 동시에 연결돼있던 기름통에 불이 붙으며 좀비들의 사지는 산산조각남과 동시에 불타버렸다.

“워우! 아저씨 이거 생각보다 더 센데요!”

한 번에 십여 마리의 좀비가 터져버리자 한이가 흥분해서 외쳤다.

그때 엄청나게 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옆으로 튀었던 폭발의 잔해가 다른 가스폭탄에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폭발한 것이다.

나라가 방심하고 서 있던 순간에 터져버려서, 그녀는 크게 놀라며 몸을 수그렸다.

“나라 씨, 괜찮아요?”

나라는 아래에 있던 진모와 한이를 보고 안심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당당하게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남은 두 개의 가스폭탄을 차례로 명중시켰다.

후두두두둑!

잘게 조각난 좀비의 신체 덩어리들이 주변에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밴 근처까지도 날아와서 창문에 부딪쳤다.

폭발로 인해 바리케이드 곳곳이 붕괴됐고, 남쪽에서부터 밴을 쫓아온 좀비들이 몰려오자 모두는 다시 밴에 올라탔다.

“자! 다시 갑니다.”

소희는 다시 밴을 출발 시켰다.

이번엔 북쪽으로 이동하며 가스 폭탄을 곳곳에 던져 놓았다.

바리케이드 안에 좀비들은 자신들에게 던져지는 것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괴성을 질러댈 뿐이었다.

북쪽에 도착하자 소희는 우선 밴의 속도를 낮추며, 경적을 계속 울렸다.

자극적인 경적소리에 좀비들이 바리케이드 앞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밴은 멈추지 않고, 천천히 주변 좀비들을 계속해서 최대한 바리케이드 앞쪽으로 끌어냈다.

대부분의 좀비들이 바리케이드 쪽으로 몰려나오자 밴은 멈춰 섰다.

잠시 조용하던 밴에서 엄청난 총알들이 쏟아져 나갔다.

간혹 바리케이드가 뚫려 있는 틈새로 몇몇 좀비가 나와 곧장 밴으로 달려들었지만, 그런 좀비들은 진모가 산탄총으로 벌집을 만들었다.

한이와 나라는 바리케이드 앞쪽으로 몰린 좀비들을 처리했다.

한동안 바리케이드 쪽으로 집중사격을 하던 그들의 뒤쪽, 밴의 우측에서 좀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인근 좀비들이 몰려오네요.”

“소희야, 여기 정리 다 됐다. 재들 유인해서 정문 쪽으로 가자.”

“네! 다시 갑니다.”

밴은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천천히 출발했다.

많은 좀비들을 유인하며 좌회전을 하던 소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밴은 시끄러운 타이어 마찰음을 내며 급하게 멈춰 섰다.

큰 폭발음과 계속되는 총소리에 생각보다 멀리 있던 좀비들까지

몰려들어서, 병원 북쪽에서 정문 입구로 가는 도로가 거의 막혀있었다.

“다들 꽉 잡아요!”

소희는 황급히 밴을 후진 시켰다.

뒤쪽에서 따라오던 좀비 여러 마리를 들이받으며 밴은 병원 반대 방향으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밴의 뒤 범퍼에 무릎이 부딪친 좀비는 그대로 무릎 아래쪽이 뜯어져 나가며 상반신과 허벅지만 밴에 매달렸다.

뒤쪽 창을 통해 밴의 뒷자리에 앉은 정배를 보며, 좀비는 마치 입맛이라도 다시는 듯 딱딱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었다.

“뒤쪽도 좀비가 많아요! 소희 씨, 조심 하세요!”

“네!”

한이는 소희에게 주의를 준 후, 창을 조금 내려 뒤쪽의 좀비들에게 기관단총을 난사했다.

좀비들은 한이가 쏘는 기관단총에 팔, 다리를 잃으면서도 어떻게든 밴에 접근해서 한 번이라도 부딪치며 쓰러졌다.

소희는 좀비들에게 가려진 시야 때문에 애먹으면서도, 좀비들에게 둘러싸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침착하게 밴을 후진시키고 있었다.

그때 무언가가 부딪치며 덜커덩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뒤에서 따라오던 좀비들이 문제가 됐다.

몇몇 기는 좀비들이 바퀴 사이로 빨려 들어가 바퀴 안에서 휘감겨 버린 것이다.

“소희 양, 괜찮은 거야?”

“아뇨, 우리 큰일 난 거 같아요.”

소희의 말에 일행 모두는 창밖을 쳐다봤다.

“크으윽 크아아악 크으으으  크아아아아 크으으으악”

어느 새 좀비들은 그들이 가장 우려했던 형태로 밴을 둘러쌌다.

아직 태양이 밝은 빛을 내고 있었지만, 밴을 둘러싼 좀비들의 그림자들 때문에 그들은 마치 순간적으로 저녁이 다가온 것 같은 어둠과 서늘함을 느꼈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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