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반전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성배가 눈을 떴다. 몽롱한 정신을 잠시 가다듬은 뒤,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방문 틈새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 외에는 방 안은 까만 어둠뿐이었다.
성배는 우선 몸을 움직여본다. 그의 몸은 의자에 앉아있었으며, 팔은 허리 뒤로 돌려져 빨랫줄로 묶여 있었고, 다리는 의자 다리에 각각 따로 묶여있었다. 그의 바로 옆에 있는 침대를 제외하고는 그 방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바깥의 소리에 집중하던 성배는 이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릴 질렀다.
“야이, 개새끼들아! 이거 안 풀어!”
성배의 성난 목소리에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정도가 들어왔다. 그는 방에 불을 켜지 않고 성배의 주위를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돌았다.
성배의 시선도 정도를 따라 방 안을 돌았다.
정도는 자신을 따라 도는 성배의 매서운 눈빛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조폭새끼도 묶어두니깐 좆밥 이구만.”
“아이 개새끼 봐라. 묶여있는 사자 앞에서 개새끼가 센척하고 있네.”
정도는 계속 기분 나쁜 표정으로 실실 쪼개며, 성배를 쳐다본다.
성배는 몸을 강하게 움직여봤지만, 의자에서 일어날 수 없자 한숨을 크게 내쉬며 정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원한도 없는 사람을 데려다 수면제를 먹여서 의자에 묶어둔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겠지. 이유나 함 들어보자.”
“이유? 무슨 이유?”
성배는 얄밉게 대꾸하는 정도의 얼굴을 보며 끓어오르는 화를 목소리에 담아 내질렀다.
“그러니까, 이 개새끼야! 왜 날 이 좆같은 집으로 데려와서 이 좆같은 의자에 묶어놨냐고!”
정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성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짧게 대꾸한다.
“글쎄?”
성배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화제를 바꿔서 물었다.
“그럼 네가 좀비를 만든 새끼인 건 맞냐?”
“지연이가 그래? 뭐 적당히 둘러 대고 아무나 데려 오랬더니 내 능력을 말해버렸나 보네.”
“네 능력?”
정도는 한참을 서서 혼자 큭큭대며 즐거워했다.
“나는 좀비를 만들 수 있어. 그게 내 능력이지.”
성배는 정도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의 눈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적어도 정도는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을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지연과 혜정이 방으로 들어왔다.
“오빠, 조심해. 이 새끼 힘 장난 아냐. 수면제를 세 알이나 먹였는데도 어찌나 버티던지.”
성배는 지연과 혜정이 들어오자 더욱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어이 녹색 티. 네가 말한 좀비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떠든 미친놈이 이 새끼였냐?”
지연은 성배의 물음에 대답 대신 정도와 키스를 진하게 나눴다. 서로의 혀를 날름거리며, 둘은 혜정과 성배가 있다는 건 전혀 개의치 않고 잠시 동안 키스를 했다.
혜정은 애써 고개를 돌렸고, 성배는 코웃음을 치며 둘을 빤히 쳐다봤다.
“염병들 하고 자빠졌네.”
키스를 마친 지연은 성배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성배의 귀에 입을 가져가 속삭인다.
“많이 떠들어둬. 넌 이제 곧 좀비가 될 거니깐.”
성배는 곧바로 지연을 노려보며 쏘아 붙였다.
“이년이 어디서 주둥아릴 함부로 놀려!”
지연은 얄밉게 성배를 쳐다보다가 다시 정도의 옆으로 가면서 그에게 말했다.
“오빠, 이 새끼 보기엔 좆나 무시무시하잖아. 근데 사람 죽여 본적도 없데. 힘만 세지 은근히 샌님 인가봐.”
성배는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셋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니들 혹시 아까 내가 한말 기억하냐?”
지연이 팔짱을 낀 채, 성배를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꼈다.
“하도 잘난 척을 많이 해서 네가 한 말은 그냥 한귀로 듣고 다 흘려버려서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순간 성배의 한쪽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그래, 나중에 기억나게 해줄게.”
둘의 대화를 잠시 듣고 있던 정도가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성배에게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이게 뭔지 알어?”
성배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큭큭, 이게 할루신이란 거야. 할루신.”
할루신이란 말에 성배의 미간이 잠시 움찔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갖고 있냐?”
“뭐? 너 이거 알어?”
성배는 대답 대신 재차 질문을 던졌다.
“야이 새끼야, 네가 어떻게 갖고 있냐고?”
“하여간 곧 좀비로 변할 새끼가 뭐가 이렇게 당당해. 돈 주고 샀지 이 새끼야. 어디서 나긴 어디서 나.”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너 할루신에 대해서 뭘 알고 있는데?”
“큭큭, 그래 너도 뭔가 좀 아나본데. 이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핫한 마약이었거든. 그래서 아는 친구 통해서 좀 사봤지. 세상 참 좋아졌어, 예전엔 영화에서나 보던 마약을 이젠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더라고.”
정도는 지연을 바라보며 윙크를 한 뒤,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근데 좆나 웃긴 일이 벌어졌네. 종로에 좀비 사태가 터지던 그날, 홍대 클럽에서 이걸 맞은 새끼가 좀비가 된 거야.”
정도는 성배가 할루신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건 상상조차 못한 채 계속해서 설명했다.
“그래서 난 이걸 고이 모셔뒀지, 왜냐고? 이것만 있으면 내가 좀비를 만들 수 있으니깐. 분명히 써먹을 때가 있을 것 같았거든.”
“그래그래, 이 미친놈아. 그건 알겠는데, 날 여기다 묶어둔 이유가 뭐냐고?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정도는 성배의 질문에 짜증이 나는 듯 인상을 구겼다.
“이유 없다니깐! 그냥…, 그냥…, 그냥, 그냥!”
“하, 그냥? 이것들 완전히 미친놈들이네.”
정도는 성배의 황당해하는 표정을 보며 더욱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그래 그냥! 그냥이라고 씨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지 같은 인생에 어느 날 좀비가 나타났네? 처음엔 두려웠지. 종로에서 처음 발견 된지 수 시간 만에 한국 전역에 사람 많은 곳이나 번화가는 대부분 좀비가 나타났으니깐! 내 눈앞에서도 그렇고.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이게 내 인생을 바꿀 기회더라고.”
성배가 말을 자르고 들어갔다.
“기회? 좀비가 생긴 게 기회라고?”
“그래! 기회.”
정도는 두 팔을 벌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 집 얼마나 할 거 같아? 너 강제로 가기 싫은 군대 징병 당해서 좆뺑이치고, 제대 하고나서 대학 마치고, 20대 중반부터 좆 빠지게 일해서 월급 받으면 따박따박 은행에 처박아 가면서, 스테이크 대신 라면 끓여 먹으면서 한 30년 살면 이런 집 살 수 있을까?”
성배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못 사. 이 씨발 좆같은 나라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같은 서민들은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처럼 이런 집 못 산다고. 너도 알거 아냐 이 조폭새끼야. 그런데 기회가 온 거야! 세상에 좀비가 나타나서 나라가 개판이 된 거지. 마음만 먹으면 이틈에 뭐든 해도 될 것 같더란 말야. 유유상종이라고 지연이도 나랑 생각이 같더라고, 혜정이는 혼자 있기 무섭다니깐 같이 다니는 거고.”
정도는 지연과 혜정을 한 번씩 쳐다본다.
“그래서 젤 처음엔 좋은 집이 갖고 싶었지. 예전부터 이 근처에 지나다니면서 여기 사는 인간들이 부러웠거든. 근데 말야 이 집에 들어오긴 했는데 도저히 이 집 사람들을 못 죽이겠더라고. 그래서 할루신을 선물했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지 남자는 3방, 여자는 2방에 좀비로 변하더만.”
정도는 주사기로 찌르는 시늉을 한다.
성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정도는 개의치 않았다.
“좀비로 변하니깐 전혀 죄책감이 없더라고. 너처럼 산 사람을 의자에 묶어두고 할루신을 선물해서 좀비로 변하게 한 다음에 대가리를 식칼로 쑤시는 거지. 그럼 그들은 고통 없이 죽어서 좋고, 나는 이 집을 얻어서 좋고.”
“근데, 난 왜 데리고 온 건데에에? 이런 좋은 집에서 저 두 기집년들 돌려가며 따먹고 살면 해피엔딩 아냐?”
성배의 거친 말에 혜정이 움찔하는 듯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 정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집과 많은 음식. 한동안은 살만 하겠지. 근데 흘러가는 꼬라지가 결코 해피엔딩 분위기가 아니더라고. 허접한 군경은 파견되는 즉시 좀비한테 당해서 좀비 숫자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기적인 인간들은 지들만 살겠다고 마트에 백화점에 식료품은 싹쓸이해가고, 전부 자동차 끌고 나와서 도망가겠다고 설치다 도로는 개판이 됐고…. 이 집에서 좀 즐기다 음식 다 떨어지면 어차피 죽을 텐데, 허무하게 그냥 죽을 수야 있나.”
정도는 목을 한 바퀴 돌리고, 어깨를 몇 번 쭉 펴더니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성배를 노려보며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보다 사람 죽이는 게 재밌더라고. 아니지, 좀비를 죽이는 건가. 큭큭큭.”
잠자코 듣고만 있던 성배가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풀고 그거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라.”
“이런 개새끼가 입 아프게 한참 떠들었더니 또 말하게 하네. 네가 이제 곧 좀비가 될 거라고. 이 씨발놈아. 그리고 난 좀비로 변한 네 뒤통수를, 네가 갖고 온 저 샷건으로 산산조각 낼 거고!”
당당하게 떠들어 대던 정도를 보던 성배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방 안에 있던 나머지 세 사람은 당황한 듯 성배를 쳐다본다.
“어이 녹색 티, 너 아까 뭔가 이상한 거 못 느꼈냐? 나한테 도와달라고 말할 때.”
“이게 실성을 했나. 아까도 말했잖아! 네 잘난 척 듣기 싫어서 네 말 대충 흘려들었다고.”
“흐흐흐, 네가 나한테 좀비를 만든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내가 왜 그렇게 관심을 보였을지 생각 안 해봤어?”
지연은 잠시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없이 서있던 지연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그러고 보니깐 유독 좀비를 만든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같긴 했는데.”
성배의 어깨는 그의 터져 나오는 웃음으로 인해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크하하하! 이런 불쌍한 새끼들 이렇게 운이 없어서야.”
성배의 당당한 모습에 나머지 세 사람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혜정은 계속 아무 말이 없었고, 지연은 정도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도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성배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이 새끼들아, 내가 그 할루신을 만든 사람 중에 한명이고, 심지어 난 이미 몸속에 새로운 할루신과 동시에 좀비 억제제를 매일 맞고 있어 알아!”
“뭐? 새로운 할루신? 좀비 억제제는 또 뭐야?”
“내가 할루신을 만든 목적이 뭐겠어? 당연히 이 세상을 내 걸로 만들려고 만든 거지. 근데 내가 길바닥에 널려있는 좀비들하고 똑같이 되려고 내 몸에 그 딴 싸구려 할루신을 맞았겠냐?”
성배의 당당함에 기세는 역전됐다.
혜정과 지연은 정도의 뒤로 숨었고, 정도도 긴장이 극에 달한 채 머뭇거리다 성배의 눈치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뭔데? 넌 뭐가 다른 걸 맞았다는 거야?”
“그걸 나한테 맞혀봐. 직접 보여줄게.”
“개수작 부리지 말고, 빨리 말해! 이걸 맞으면 넌 어떻게 되냐고?”
성배가 씨익 웃으며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곧 좀비 억제제의 약효가 떨어질 때가 됐지. 그걸 맞으면 길바닥에 널려 있는 좀비보다 백배는 강해지지. 이깟 빨랫줄 정도는 그냥 뜯어내고 일어나서 너희 셋을 물어뜯을 거야.”
지연이 갑자기 끼어든다.
“말도 안 돼. 오빠 이 새끼 구라치는 거야. 그냥 주사 놔버려.”
“그래, 씨발 무슨 할루신을 지가 만들어 죽기 싫으니깐 개소리 하는 거지.”
정도는 성배에게 다가가 그의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성배는 순간 담담하게 웃으며 정도를 쳐다봤다.
“고맙다.”
나지막한 성배의 목소리는 정도로 하여금 짧은 시간동안 머릿속에 수 만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성배의 팔에 꽂았던 주사기를 빼버렸다.
“뭐야? 빨리 할루신을 나한테 선물하라고!”
성배는 끝까지 세 사람을 몰아붙였고, 정도는 지연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가 버렸다. 혼자 남겨진 혜정은 슬금슬금 방문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성배는 고개를 삐딱하게 우측으로 기울여 혼자 남은 혜정을 노려보았다.
“야, 흰 티, 너라도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이거 풀어라. 너 지금 그냥 나가면 내가 너부터 씹어 먹어 버린다.”
혜정은 차마 성배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황급히 방문을 열고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방 안에 다시 혼자 남게 된 성배는 일부러 밖에 있는 세 사람이 들리도록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니들은 이제 다 뒤졌어. 참 운도 없지 아무나 죽이고 싶어서 데려온 게 하필 이 차성배냐 하하!”
거실에 있던 세 사람은 성배의 당당함에 의구심을 드러내면서도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었다. 셋 중 가장 여우같은 지연이 정도를 계속 부추겼다.
“아, 오빠! 그냥 찔러 버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믿고 있어.”
정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한숨을 깊게 쉬었다.
“후우, 아냐. 저 새끼한테 할루신 줬다가 정말로 밖에 있는 좀비들보다 엄청나게 강한 좀비가 되면 어쩔래?”
“그걸 뭘 망설여. 우린 저기 샷건이 있잖아!”
지연은 소파위에 놓여있는 성배의 산탄총을 가리켰다. 이번에도 정도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지연아 그럼 우리가 힘들게 데려온 첫 사냥감을 너무 쉽게 죽이는 거잖아. 이래서 내가 두 명 이상 데리고 오랬더니….”
“아, 씨발! 그럼 오빠가 가서 데리고 오던가. 저 조폭이 지 혼자도 충분하다고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어떻게! 혜정이 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내가 다 했단 말이야.”
“저기 둘 다 그만 싸워. 그리고 저 사람이 지금 좀비들 보다 훨씬 강해지면 샷건으로 안 죽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깐 일단 좀비로 변하게 하진 말자.”
아주 오랜만에 말을 꺼낸 혜정이었지만, 정도와 지연은 듣는 시늉도 안 하고 정도는 방으로 들어갔고, 지연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혜정은 지연이 나간 현관을 잠시 쳐다보다가 정도가 들어간 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쓸쓸히 헛웃음을 지으며 소파로 가서 앉았다.
소파 위에 놓여있던 산탄총을, 오후에 정도와 지연이 자신만 남겨두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처럼 혜정은 다시 한 번 만지작거렸다.
방 안에 있던 성배는 일단 거짓말로 위기는 모면했지만, 아직 안심 할 수는 없었다.
언제라도 저 미친것들이 들어와 할루신을 주사하거나, 혹은 그냥 자신을 죽여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성배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오른쪽 다리를 움찔 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낚시칼 제발 주머니에 있어야 하는데.’
성배는 자신의 바지 오른쪽 건빵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스웨덴제 낚시칼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는 손이 묶여있어 만져서 확인할 수 없자 다리를 움직여 주머니 안에 아직 칼이 있는지 촉감으로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몇 번을 움직여 봐도 확실히 감이 오질 않자, 움직일 수 있는 두 발로 조금씩 의자의 방향을 틀어 옆에 있던 침대의 한쪽 면에 자신의 허벅지를 부딪치며 건빵 주머니 안에 낚시칼이 있는지를 느껴봤다.
‘오호라, 이것들이 날 묶으면서 몸수색을 따로 안 했나보네.’
자신의 건빵 주머니 안에 크기는 작지만 날이 시린 스웨덴제 낚시칼이 들어있다는 걸 파악한 성배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고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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