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로 뒤덮인 세상-13화 (13/36)

13화 - 뒤늦은 후회

성배가 악몽을 꾸며 책상에서 떨어지던 그때, 편의점 안에 있던 네 사람은 갑자기 울린 사이렌 소리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일단 진모가 통유리창 틈새로 바깥 상황을 살폈다.

길 건너편에는 새벽에 왔던 그 남자가 왼손을 높이든 채, 확성기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서있었다.

“한 군, 어제 그 사람이야. 하, 어째 찝찝하다 했더니, 우리 죽이려고 작정 했나본데.”

“진모 아저씨, 잠시 만요. 저도 좀 볼게요.”

이번엔 진모와 자리를 바꿔 한이가 바깥을 살폈다. 남자는 좀비들이 몰려들자, 편의점으로 곧장 뛰어오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벽돌을 있는 힘껏 편의점 문을 향해 던졌다.

쾅!

두터운 통유리 문에 부딪힌 벽돌은 반으로 부서졌고, 문은 약간의 금만 생겼다.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남자는, 한이와 눈이 마주치자 보란 듯이 확성기를 편의점 문 앞에 두고 냅다 도망쳐 버렸다.

한이는 다급하게 편의점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그 자식이 확성기를 켜둔 채 문 앞에 두고 도망갔어요. 곧, 좀비들이 몰려와서 위험할거 같아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편의점 앞문으로 수많은 좀비들이 괴성을 내며 몰려들었다.

“크아아! 크으윽! 크으으으! 크아아아아악!”

소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생수와 빵, 약 등을 백 팩에 챙겨 넣었고, 진모는 RC카를 꺼내서 언제라도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한 군, 일단 무기는 최소한으로 가져가자. 다 가져가기엔 너무 무거워."

“네, 칼과 창 세 개씩만 챙겼어요.”

한이는 무기 가방을 어깨에 메고, 왼손엔 창을 다른 손엔 칼을 하나 쥐었다.

소희는 백 팩을 메고 창을 하나 들었으며, 다른 손으로는 정배의 손을 꼭 잡았다.

모두가 나갈 준비를 마치자, 진모가 먼저 뒷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다.

“크으으으으”

복도엔 좀비가 보이지 않았지만, 건물 입구로 많은 좀비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아직 아냐. 밖에 나갈 수가 없어.”

진모의 말을 들은 한이가 편의점 앞문을 보며 다급하게 말한다.

“좀비들이 편의점 앞문에 엄청 몰려있어요. 문도 조금 금이 간 상태라 얼마 못 버틸 거 같아요.”

그때 소희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모두에게 말했다.

“이 건물 2층으로 우선 올라가요. 2층에서 창문으로 상황을 파악하면서 숨어있죠.”

소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 안에 있는 모두는 입구 쪽을 지나가는 좀비들의 수가 적어지기만을 기다렸다.

편의점 앞문으로 좀비가 몰리면서 확성기는 좀비들에 의해 밟혀 부서졌고, 소리가 멈추자 드디어 입구를 지나가는 좀비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편의점 앞문은 곧 부서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지금이야 한 군, 소희 양, 정배야 나부터 올라갈게 조용히 따라와.”

진모는 최대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 입구 반대쪽에 있는 계단으로 이동했다.

뒤이어 소희와 정배가 따라갔고, 끝으로 한이가 뒷문을 살며시 닫아 놓고 계단으로 향했다.

상가 2층으로 올라간 그들은 바로 앞에 보이는 당구장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의자를 손잡이 밑에 받혀 방어를 단단히 했다.

한이는 당구장 창문 하나를 소리 나지 않게 살짝 열고, 아래쪽을 내려다 봤다.

아침까지만 해도 근처에 좀비가 많이 보이진 않았는데, 사이렌 소리에 몰려든 좀비의 숫자는 못해도 백 마리는 족히 넘어 보였다.

창밖을 보던 한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돌아서며 화를 냈다.

“그 빌어먹을 새끼 만나기만 해봐.”

조금 거칠어진 한이의 말투에 정배가 놀란 듯, 소희의 뒤로 숨었다.

평소의 한이라면 얼른 정배를 달래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다.

한동안 당구장 안을 서성이며, 생각에 잠겨있던 진모가 소희에게 묻는다.

“소희 양, 혹시 이 건물 옥상까지 올라 갈수 있어?”

“네, 3층이 옥상인데 언제나 열려 있어요. 근데 올라가도 다른 출구가 없어서….”

“아, 괜찮아. 이놈은 꽤 멀리서도 조종이 가능해. 당구장에선 시야가 불편해서 조종할 수가 없어서 옥상에서 조종해서 저 좀비들을 유인하자고.”

진모의 말에 모두가 좋은 생각이라며, 그들은 당구장을 나가서 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이곳저곳에서 아래쪽을 내려다 본 후, 진모는 미리 챙겨 온 빨랫줄을 공간이 넓게 묶어서 RC카를 그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우선은 여기서 RC카를 내리면 아무리 음악소리가 커도, 좀비들은 자기들 울음소리 때문에 당장은 이쪽으론 안 올 거야. 그럼 여기서 부터 조종해서 편의점 앞쪽으로 지나가게 하는 거지.”

나머지 세 사람은 진모의 작전에 기뻐하며, 부디 작전이 제대로 실행되기만을 바랬다.

진모는 RC카에 부착한 음악 재생 장치의 스위치를 켰다. 다시 한 번 에델바이스가 그들의 귀로 흘러 들어왔지만, 아까와는 달리 지금의 에델바이스는 그리 아름답게 들리지 않았다.

RC카를 감은 빨랫줄을 천천히 풀며, 지상으로 조금씩 RC카를 내려 보냈다.

진모의 예상대로 편의점 앞에 모인 좀비들은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듯, 여전히 편의점 앞에서 서로 부딪히며 넘어지고 밟히기도 하는 등 미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덧 RC카는 지상으로 내려갔고, RC카를 묶을 때 몸체에 매듭을 지은 게 아니라, 여러 가닥을 뭉쳐서 헐겁게 감싸서 내려 보냈기 때문에 RC카는 특별히 빨랫줄에 지장 없이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진모는 RC카를 천천히 조종해서 편의점 쪽으로 이동시켰다.

주변에 어슬렁거리던 좀비 몇 마리가 RC카의 에델바이스에 반응해서 RC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오케이! 효과 있어.”

진모의 작전이 성공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소희가 진모를 더욱 격려했다.

“진모 아저씨, 진짜 대단하세요.”

정배는 키가 작아서 아래가 보이지 않아 궁금해 하자, 한이가 자신의 가슴 높이까지 들어서 아래의 상황을 보여주었다.

RC카는 편의점 앞쪽을 천천히 가로질러 갔고, 수많은 좀비들은 RC카에서 나는 음악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좀비들이 RC카로 몰려들자 진모는 RC카의 속도를 높였다.

브아아아앙!

“크으으으으”

RC카는 곧장 편의점 앞을 떠나지 않고 주위를 크게 두 바퀴 돌며 대부분의 좀비들을 자극시켰다.

진모는 좀비들이 RC카를 놓치지 않도록 속도를 맞춰가며, 좀비들을 최대한 멀리 유인했다.

진모의 말대로 RC카는 상당히 먼 거리 까지 이동했지만, 결국 조종기의 전파 수신거리가 끝이 나자 RC카는 멈춰버렸다.

“됐어, 저 정도면 다시 이쪽으로 돌아 올 리도 없고, 우린 반대쪽으로 도망가면 돼!”

진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네 사람은 재빨리 편의점 건물을 빠져 나갔다.

주변엔 몇몇 좀비가 남아 있었고, 소희가 정배를 잘 보호하는 사이에 진모와 한이가 좀비들을 처리하며, 편의점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칠 수 있었다.

쉬지 않고 한참을 달려 체력이 소진된 일행은, 우선 근처 로또방으로 들어갔다. 로또방은 대부분 사방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소리만 내지 않으면 좀비들에게 걸릴 일은 없는 장소였다.

로또방에 들어서자마자 진모는 체력이 많이 빠진 듯,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물을 급하게 들이켰다.

어린 정배와 연약한 소희도 많이 힘든 듯, 의자에 앉아 긴 탁자에 몸을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과거 단거리 선수였던 한이는 그들과 달리 아직은 쌩쌩한 듯 보였으며, 앉아서 쉬지 않고 문틈으로 바깥을 살피며 주변을 경계했다.

“진모 아저씨, 혹시 운전할 줄 아세요?”

한이의 질문에 진모는 약간 머뭇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게 일단 면허는 딴 지 꽤 됐는데, 차를 몰아 본적은 없어….”

한이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찰나에 탁자에 엎어져 있던 소희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저 운전 잘해요!”

진모와 한이는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동시에 소희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이렇게 하죠. 일단 시내를 좀 벗어나야 될 것 같아요. 어차피 신림동까지 가려면 걸어가는 건 무리고, 도로가 좀 한적한 곳까지 걸어서 이동한 다음에, 차로 진모 아저씨 집까지 가는 걸로 해요.”

“네, 그렇게 해요. 제가 1종 보통이라서 아무거나 다 몰수 있어요.”

소희의 말에 한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1종 보통….”

한이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바깥을 살폈고, 진모는 그대로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몇 분이 흐른 후,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진모가 일어났고 소희와 정배도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한이는 일행들의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로또방을 나섰다.

일단 그들은 좀비들이 많이 몰려있는 명동거리를 우회하기로 했다. 거리상으론 신림동에서 멀어지더라도 안전하게 중심가를 빠져나가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일행이 좀비가 없는 길로만 빨리 이동하던 그때, 그들로부터 꽤 떨어진 곳에 어떤 남자 한 명이 좀비들로 부터 쫓겨 오는 것이 보였다.

일단 한이와 세 사람은 골목으로 몸을 숨겨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좀비로부터 쫓기던 그 남자가 꽤 가까이 왔을 때, 한이는 그 남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저 새끼 아까 그놈이네요. 꼴좋다, 너도 어디 당해봐라.”

한이의 말을 들은 소희와 진모도 남자를 도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정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진모 아저씨, 그냥 도와주면 안돼요? 저도 한이 형이 도와줘서 살았고, 진모 아저씨도 한이 형이 살려줬잖아요. 누나도 저 아프다고 약국까지 갔잖아요. 다들 착한 사람이잖아요.”

지난 3일간 좀비로부터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온 신경이 곤두 서있던 그들은 정배의 말 한마디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하늘을 바라보던 진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아까 새벽에 소희 양 말대로 문을 여는 게 옳았어.”

평소와 다르게 분노를 내보였던 한이도 자신의 행동이 한심하다고 느꼈는지 자기 자신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

“맞다, 정배야 네 말이 맞아. 우리가 너무 이기적으로 굴었네. 그냥 문 열어 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소희가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는 진모와 한이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다독였다.

“지금이라도 가서 구해주면 되죠. 빨리 가서 구해줘요, 우리.”

진모와 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남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얼마 안 가서 좀비들이 보였고, 한이는 우선 남자에게 좀비들을 떼놓기 위해 가지고 있던 칼로 옆에 있던 가게의 셔터를 때렸다.

촹! 촹!

좀비들은 남자를 구석에 몰아가다가 큰 굉음이 울리자 뒤로 돌아 보며 한이 일행을 발견했고, 두 마리는 계속 남자를 몰아갔고 나머지 세 마리는 한이 일행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크아아악!”

앞서 달려오는 좀비를 한이의 날카로운 칼이 목을 날려 버렸고, 뒤이어 진모의 창이 뒤따르던 좀비의 얼굴 정중앙에 박혔다.

남은 좀비 한 마리는 정면이 아닌 자동차들을 끼고 돌아오다가 뒤따라오던 소희와 정배를 발견하고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꺄아아악!”

정배를 재빨리 자신의 뒤로 숨긴 소희는, 무서운 나머지 고개를 뒤로 돌리며, 무의식중에 들고 있던 창을 양손으로 꽉 잡고 앞쪽으로 내질렀다.

푸욱!

“크으으”

소희가 내지른 창은 좀비의 목을 관통했고, 소희는 얼굴을 뒤로 돌린 채 계속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버티고 있었다.

좀비는 목이 관통 당한 채로 계속 소희 쪽으로 한걸음씩 전진했다.

이빨을 부딪쳐 딱딱 소리를 내며 좀비는 소희 바로 앞까지 다가왔고, 창을 잡은 소희의 손에 좀비의 목이 닿았다. 소희는 그 촉감이 너무 싫었는지 시선은 계속 뒤를 보면서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흐으으.”

슈욱! 퍽!

뒤늦게 달려온 한이의 칼이 좀비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렸고, 그제야 소희는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한이는 정배에게 소희를 맡긴 후, 바로 남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먼저 달려간 진모는 좀비에게 창을 잡혀 위급한 상황이었고, 남자는 노래방 간판을 들어 좀비와 대치 중이었다.

“야이, 씹새끼들아 도와줄 거면 이것부터 조져!”

한이는 먼저 진모를 위협하고 있는 좀비의 팔을 잘라 버렸다. 잘린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진모를 흠뻑 적셨고, 진모는 좀비의 손이 달려 있는 창을 그대로 좀비의 관자놀이에 쑤셔 박았다.

한이는 곧바로 남자를 잡아먹으려 애쓰는 좀비의 목을 날리며 상황을 종결시켰다.

한이도 진모도 그리고 소희와 정배까지 모두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이 빠질 정도로 위험한 순간 이었다.

소희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고, 진모는 바닥에 앉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몸에 묻은 피를 생수로 닦아 내고 있었다.

한이는 넘어져 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어제는 우리가 죄송했습니다. 그냥 문만 열어 드렸더라면 이런 상황까진 안 왔을 텐데 생각이 짧았어요.”

남자는 한이가 내민 손을 무시한 채로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 이제 와서 착한사람 코스프레냐?”

남자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한이에게 보여줬다. 남자의 손엔 선명하게 좀비의 이빨자국이 찍혀있었다.

한이는 남자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지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되길 원한 건 아니었는데….”

“죄송하면 다야? 죄송하면 다냐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아, 어제 문만 열어 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난 살 수 있었을 텐데….”

남자는 진모를 지나 소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왜 씨발 세상은 나를 배척하는 거야!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마저 결말이 이렇게 좆 같아도 되는 거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모든 걸 포기한 듯 보였던 남자는, 갑자기 폭발하며 소희의 멱살을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이 씨이이바아아알! 너라도 같이 죽자.”

남자는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듯 소희의 목을 조르며, 모든 분노를 그녀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놀란 한이와 진모가 달려와, 남자를 소희로 부터 떼어 놓으려고 애썼지만, 이성을 잃은 남자의 손은 좀처럼 소희의 목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푸욱!

“커억!”

남자의 배를 소희가 온 힘을 다해 창으로 찔렀고, 남자는 소희를 거세게 밀어버렸다.

소희는 뒤로 넘어져 자동차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며 기절했다. 그녀의 머리에선 피가 나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의 경보기마저 울리며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어갔다.

남자는 피를 흘리면서도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한이와 사람들을 쳐다봤다.

한이는 그런 남자에게 굳은 표정으로 다가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계속 내가 주도해서 널 배척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 개새끼야! 어차피 난 좀비야 이제. 하하하!”

“좀비가 되면 고통을 모를 거야. 내가 많이 죽여 봐서 알아. 그것들은 머리에 칼이 박혀도 표정이 안 변하더라고.”

남자는 소희가 자신을 찔렀던 창을 주워들어 한이에게 들이대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어쩌라고 이 씹자식아! 뭐, 어차피 저년 저거 먹을라고 데리고 다니는 거 아냐? 하하하 왜? 얼굴 반반한 년  뒤질 거 같으니깐 갑자기 외로워?”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는 남자에게, 한이는 어금니를 꽈악 물고 칼을 더욱 꽉 쥐며 계속 다가갔다.

“어제 널 도와주자고 유일하게 말했던 것도 소희 씨고, 아까도 망설이던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 것도 소희 씨야.”

남자는 이제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공간이 없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한이를 향해 창으로 몇 번 위협을 하더니, 남은 힘을 짜내서 한이를 창으로 찌르려고 달려들었다.

한이는 쥐고 있던 칼로 창을 쳐낸 후, 남자를 힘으로 제압해서 뒤에서 팔로 목을 졸랐다.

“널 어떻게 할까 망설이던 중이었는데, 쉽게 결정하게 해줘서 고맙다.”

남자는 숨이 막히자 태도가 돌변하며 한이에게 빌기 시작했다.

“커억 컥, 살려줘. 다 니들 때문이잖아. 미안해 씨발 좀비로 변하기 전까지 만이라도 좀 살자.”

한이의 표정은 더더욱 굳어만 갔다.

“살고 싶었으면, 적어도 소희 씨한테 저러면 안 됐어. 어제는 미안했다. 그런데 지금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미안한 마음이 안 생길 거 같다.”

한이는 손으로 남자의 입을 틀어막고, 칼을 들어 남자의 목을 그었다. 아주 천천히.

남자는 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도 발버둥을 치다가 곧 미동도 없이 축 늘어졌고, 한이는 그냥 바닥에 팽개치듯 남자를 버려두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진모가 생수를 소희의 머리에 뿌려가며 상처 부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한 군, 잘은 모르겠는데, 기절했으니까 일단 여길 피해야 될 거 같아. 곧 좀비들이 몰려 올 거야.”

“네, 아저씨 정배 좀 챙겨 주세요. 소희 씨는 제가 안을게요.”

“어 그래, 한 군, 힘 좀 내줘. 정배는 내가 챙길게.”

한이는 소희를 들어서 안고, 좁은 골목길로 달려갔고, 바로 진모가 정배의 손을 잡고 한이를 뒤 따라 가기 시작했다.

어디가 어디로 통하는 길인지도 모른 채, 한이 일행은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자동차 경보기에 자극받아 모여들던 좀비들이, 급하게 달려가는 한이 일행을 발견하고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한이는 뒤에서 들려오는 좀비의 괴성이 점점 가까워 올수록 왠지 모르게 소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강한. 8년간 받았던 훈련이 헛된 게 아니란 걸 이렇게라도 증명하자.’

뒤를 쫓아오던 진모와 정배도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들을 멀리 보이는 건물의 창문에서 바라보던 성배는, 한동안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성배의 시선은 다시 소파에 누워있는 나라를 향했고, 잠시 망설이던 그는 창문의 블라인드를 닫아 버렸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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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마지막화 - 새로운 가족

소파에 누워있던 나라는, 밖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몸을 일으켜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성배는 그런 나라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별거 아냐. 그냥 누워서 쉬어. 내가 땅에 발 디디지 말랬잖아.”

“아니, 밖이 시끄러운데 좀비들한테 쫓기는 사람 있으면 도와야죠.”

“아, 이 자식 하여간….”

나라는 블라인드를 살짝 열고 창밖의 거리를 내다봤다.

뛰다 지친 한이 일행이 근처에 세워져있던 트럭 적재함에 올라가 있었고, 좀비들은 트럭 주변에 몰려들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트럭의 내구력이야 워낙 튼튼해서 당장은 문제가 없었지만, 다친 소희를 데리고 있기에는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나라는 창밖을 유심히 보다가 다시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탄창을 몇 개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성배가 나라에게 버럭 화를 냈다.

“뭐할라고? 나가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돕다가 같이 뒤지게?”

나라는 성배의 말을 못 들은 채 하며, 묵묵히 탄창을 챙겨 일어났다.

기관단총을 들어 탄창을 확인 후, 다 쓴 탄창은 빼버리고 새 탄창으로 갈아 끼운 뒤, 총을 장전하며 나라는 성배를 빤히 바라봤다.

“짧은 시간이지만 성배 씨랑 같이 다니면서, 역시 사람은 몇 가지 잘못한 일과 겉모습 만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성배는 인상을 구기며, 긴 한숨을 쉬었다.

“나라야, 넌 어벤져스에 나오는 블랙 위도우가 아냐.”

“그렇다고 저들을 죽게 놔둘 순 없어요.”

“하, 나 진짜… 나라야. 그냥 한 번만 모른 척 하자. 아니면 몇 시간만이라도 모른 척 하자. 또 누가 알아? 아까 그 또라이들이 지나가다 구해줄지?”

나라는 기가 차다는 듯 성배를 향해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우리가 위험할까 봐 피한 그 또라이들이요? 기관단총 양손에 든 엘리트 경찰과 싸움 꽤나 하시는 용감무쌍한 분이 산탄총까지 들고도 피한 그 또라이들이요?”

“스읍…, 하, 나도 모르겠다. 저기 좀비 한, 두 마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 수십 마린데, 우리가 돕는다고 해피하게 끝날 상황이 아냐.”

나라는 성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양손에 기관단총을 쥐었다.

“아무리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같이 다녔지만, 그동안 은근히 정이 들더군요. 근데 정떨어지게 해줘서 고맙네요. 내가 저것들한테 물려서 좀비가 되면 다시 찾아올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성배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나라는 문을 열고 나가 버렸고, 그걸 본 성배는 화를 내며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아, 씨발! 내가 어쩌다 아오, 젠장!”

성배는 산탄총과 총알을 챙겨 허겁지겁 나라를 뒤따라 나갔다.

“하여간 저 인간들 구한 다음에 보자.”

성배는 나라가 위험해질까 봐 전속력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뭐야, 바로 쫓아 나왔구만, 벌써 나간거야?’

1층까지 순식간에 내려와서 바로 건물 밖으로 나간 성배는 주변을 둘러보며 나라를 찾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나라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성배는 십여 미터쯤 떨어진 트럭 쪽을 살피며 우선 자동차들 뒤로 몸을 숨겼다. 주변엔 트럭 몇 대가 더 세워져있었다.

‘뭐야, 권나라 아무데도 없잖아.’

성배는 당황한 듯 애꿎은 산탄총만 손에 땀이 나도록 만지작거렸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트럭 위에 있던 한이 일행은 마음속으론 계속 소희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면서 몸으론 좀비의 공격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었다.

진모는 위협적으로 손을 뻗는 좀비들만 골라, 좀비의 손에 창이 잡히지 않도록 주의하며, 최대한 머리에만 창을 찔러 넣었다.

진모의 창이 간혹 좀비에게 잡히면, 옆에서 한이가 바로 좀비의 팔을 잘라버리는 식으로 버티는 중이었다.

“진모 아저씨, 이대론 무리에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글쎄, 이건 뭐 좀비의 숫자도 숫자지만, 소희 양이 다쳐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고, 일단은 버티는 수밖에 없겠어.”

정배는 계속해서 소희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소희가 일어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크으으으악”

“조심해. 정배야!”

진모의 외침에 정배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좀비 한 마리의 팔이 정배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정배는 비명을 지르며, 좀비 쪽으로 빠르게 끌려갔다.

“아!”

한이가 잽싸게 달려가 좀비의 팔을 자르고, 곧바로 그 좀비의 정수리 부분을 칼로 내리 그었다.

좀비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주변에 피를 뿜어대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정배는 심하게 놀란 듯, 울먹이며 소희의 옆에 붙어있었다.

진모와 한이는 벌써 20여 마리의 좀비를 처리했지만, 아직도 주변에 좀비는 많았다. 진모는 이제 제대로 창을 내지를 기운도 없어 보였고, 한이도 이젠 체력이 다한 듯 보였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트럭의 중앙에서 좀비들이 뻗는 손만 간신히 피하고 있었다.

“안 죽는다! 이 양반들아, 얼굴 좀 펴라!”

성배였다.

펑! 철컥 펑! 철컥

산탄총의 큰 총소리와 함께, 트럭 주변에 좀비들이 한 마리씩 나가 떨어졌다.

“크으으으으”

트럭 주변에서 자신을 보고 달려드는 좀비에게, 성배는 다시 한 번 총알을 선사했다.

펑! 철컥 펑!

성배는 좀비들이 자신을 둘러싸려고 하자 곧장 반대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조금 달리던 그는 근처에 트럭 위로 올라가버렸다. 트럭 위에는 쇠로된 파이프들이 잔뜩 실려 있었다.

“이 좀비 새끼들이 팔도 안 닿으면서 어디서 덤벼.”

철컥 펑!

성배는 한동안 신나게 좀비들을 쏴 죽였다. 꽤 많은 좀비들을 처리하고 이제 스무 마리 정도 남았을 때, 성배의 산탄총에 총알이 떨어졌다.

“씨발! 한참 신났는데 총알이 없네. 아, 그나저나 나라 이 자식은 어디 간 거야?”

성격이 급한 성배는 나라를 기다리지 않고, 트럭에 실려 있던 파이프를 집어 앞에 있던 좀비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한이와 진모는 성배의 도움이 고마우면서도 당장은 성배를 도울 체력이 없었다. 그저 소희와 성배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성배 역시 파이프로 좀비 몇 마리를 때려잡았지만, 근처에 있던 좀비들이 더 몰려오면서 이제는 힘이 많이 빠진 듯 보였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숨어있던 건물로 다시 돌아가 총알을 보충하고 다시 싸울 생각을 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트럭과 차들이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땅에 내려가지 않고도 충분히 자신이 머물던 건물 바로 앞까지 갈수가 있었다.

상황 파악이 끝나자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근처에 있던 자동차 지붕 위로 힘껏 뛰었다.

“크으으악”

좀비들의 괴성과 위태롭게 뻗어오는 손길이 무서웠지만, 성배는 특유의 방법으로 두려움을 쫓아내고 있었다.

“좋아. 니들은 조금만 기다려라, 형이 총알만 챙기고 니들 면상에 총알 택배를 보내줄 테니깐.”

자신을 위협하는 좀비들의 팔을, 성배는 파이프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파이프에 얻어맞은 좀비의 팔은 뼈가 부러진 듯 흐느적거리면서도 기어코 성배의 다리를 잡으려고 다가왔다. 그러나 흐느적거리는 팔로는 성배의 다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성배는 몇 번 자신의 다리를 붙잡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좀비들의 팔을 보자, 두려움 보다 좀비들을 깔보는 마음이 더 커졌다.

“크하하, 이 새끼들 좆나게 허약하네. 씨발! 니들은 총이고 뭐고 파이프로 다 쳐 죽여주마!”

성배는 건물 근처에 있던 승합차 지붕 위까지 이동한 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좀비들의 팔만 골라서 가격하며, 좀비들의 약해지는 모습에 즐거워했다.

하지만 상대를 깔보는 마음이 더 커지면,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흐느적거리는 팔이 또다시 성배의 다리를 잡기 위해 다가오자, 그는 파이프로 쳐내지 않고 그냥 발길질로 그 팔을 차버렸다.

“크아아아악”

“뭐야!”

흐느적거리던 팔들 사이로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두텁고, 건장한 좀비의 팔이 불쑥 튀어나오며, 성배의 다리를 낚아챘다. 성배는 자동차의 지붕 위에서 그대로 넘어졌다.

쾅!

“아, 씨발. 넌 뒤졌어.”

곧바로 일어나려던 성배는, 좌우에서 달려든 좀비들에게 다리와 팔을 잡혔다. 성배는 있는 힘을 다해 파이프를 휘두르며, 간신히 좀비들에게 잡힌 팔과 다리를 빼냈다.

좀비들에게 한번 밀린 성배는 갑자기 두려움이 커져서, 싸우려는 마음 보다는 우선 도망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성배는 바로 옆에 있던 건물 입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좀비들을 밀치고 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갔다.

가까스로 좀비들을 피한 성배의 손이 드디어 건물 현관문을 잡았지만, 동시에 그는 뒷덜미를 좀비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여기까진가….’

성배가 끝이라 생각하고 조용히 눈을 감으려던 그때, 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엎드려!"

현관문이 열리며, 나라가 양손에 기관단총을 든 채, 모습을 드러냈고 성배는 죽을힘을 다해, 상의를 벗어 좀비들의 손에서 벗어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엎드렸다.

타다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다당!

양손에 든 기관단총에서 연사로 발사되는 총알은, 성배를 쫓아오던 좀비들의 몸뚱이를 차례로 관통하며 쓰러뜨렸다.

정확한 자세로 머리를 맞추진 못했지만, 대신 화력으로 좀비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수십 발의 총성이 단 몇 초 만에 멈췄고, 나라의 앞에 서 있던 좀비들은 찐득한 피를 흘리며 모조리 쓰러졌다.

한이와 진모 그리고 정배도 그 광경을 넋 놓고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소희를 데리고 트럭에서 내려왔다.

성배는 한동안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순식간에 일어나서 나라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권나라! 너 뭐야 이 자식아. 정의로운 척은 지 혼자 다하더니, 어디 짱박혀있다 이제 겨 나와!”

나라는 얼굴은 정면을 주시한 채 눈동자만 돌려 성배를 바라보며, 미안한 듯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 그게 갑자기 흥분해서 그런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좀 다녀왔어요. 전 성배 씨가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죠.”

미안한 표정으로 살며시 웃고 있는 나라를 보자, 성배는 더 이상 큰 화를 내진 못하고 긴 한숨으로 그의 마음을 표현했다.

“후우우우우 그래, 어련 하시겄어. 너 내가 저번에 한 말 취소다.”

“네, 무슨 말이요?”

“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뿐, 허점이 많거나 우유부단한 게 아니라고 했던 말.”

“아, 그건 그렇고 저분들한테 가보죠.”

자신의 말을 못 들은 척 가버리는 나라의 뒷모습을 보며, 성배는 다시 한 번 긴 한숨과 함께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리고 투덜대며 한이 일행 곁으로 다가갔다.

나라가 다가오자, 진모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의 표현을 했다.

“진짜 고맙습니다. 저 남자분과 아가씨께서 도와주지 않으셨으면, 저흰 아마 죽었을 겁니다.”

나라도 같이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예의를 갖춘다.

“아닙니다, 전 경찰이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예요.”

한이도 나라에게 악수를 청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근데 혹시 저 분 상태 좀 봐주실 수 있나요?”

나라는 소희 곁으로 다가가 머리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성배가 한이, 진모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어느새 나라 곁으로 다가가며 한소리 했다.

“네가 보면 뭘 알어?”

“잘은 몰라도 최소한의 응급조치 정도는 배웠죠.”

“비켜봐, 내가 좀 보자.”

성배는 나라를 옆으로 밀쳐내며, 소희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한동안 유심히 머리의 상처를 보던 성배는, 갑자가 소희의 뺨을 한대 갈겼다.

철썩!

성배의 행동에 놀란 한이가 성배에게 따지고 들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성배는 아랑곳 않고 다시 한 번 소희의 뺨을 때렸다.

철썩!

옆에 있던 정배는, 가뜩이나 험상궂은 얼굴에 온몸은 문신투성이인 성배의 과격한 행동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진모와 한이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성배를 잡아 일으켰다.

“이봐요,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소희양은 지금 뇌진탕일수도 있다고요.”

성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혀를 차며 한이와 진모의 손을 뿌리쳤다.

“아저씨, 머리 조금 까졌다고 안 뒤집니다. 기절한 거야 순간적으로 뇌에 충격 받아서 그런 거 같고.”

한이는 무례한 성배의 태도에 화가 난 듯, 성배에게 다가서려 했지만 옆에서 나라가 침착하게 한이를 말렸다.

“저기 참으세요. 원래 겉으로만 저렇지, 속은 착한 사람이에요.”

성배는 자신에게 덤비려는 한이가 우스운 듯, 실실 쪼개며 비아냥거렸다.

“아주 곧 뒤질 것들 살려놨더니, 오히려 날 죽이겠네, 그냥.”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해졌고, 정배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다.

한이와 성배의 중간에 서있던 나라는, 진모에게 둘을 맡기고 정배에게 다가가서 달래주었다.

“꼬마야, 괜찮아. 우리 나쁜 사람 아니야. 난 경찰이고, 저 아저씨는….”

나라가 말을 잇지 못하자, 성배가 대신 얘기한다.

“이 아저씨는 헐크란다. 저기 블랙위도우 아줌마가 사고 치면 수습은 내가 하지.”

성배가 자신을 헐크라고하자, 정배는 씩씩대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거짓말! 헐크는 착해요.”

정배가 소리 지르자 성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툴툴거렸다.

“이 양반들도 괴집단이구만. 이젠 애새끼까지 덤비네. 아오! 차성배 성질 많이 죽었다.”

짜증이 난 성배는 일행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담배를 꼬나물었다.

그때 모두가 기다리던 일이 일어났다.

“아…, 으…. 어지러워.”

한이가 젤 먼저 달려가서 소희에게 말을 걸었다.

“소희 씨, 괜찮아요? 물 좀 드세요.”

“네, 저… 좀 어지러운 거 빼고 괜찮아요.”

정배와 진모도 소희 곁으로 모여서 계속 소희의 안부를 물었다.

이 모습을 본 나라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성배 옆으로 다가갔다.

“보기 좋은 집단인데요. 성배 씨는 제가 다치면 저렇게 걱정 해주실 건가요?”

성배는 꽁초를 공중으로 튕기며 콧방귀를 꼈다.

“걱정은 개뿔. 너 하는 거 봐서 생각은 한번 해주지.”

소희는 잠시 일행과 얘기를 나누다, 나라와 성배를 보며 누군지 궁금해 했다.

그 모습을 본 성배가 큰 소리로 소희에게 말했다.

“이쪽은 권나라고, 난 차성배입니다. 내가 아가씨를 살렸어요. 저 두 남자들은 겁나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고.”

한이는 성배의 껄렁한 태도가 맘에 안 들었지만, 성배가 소희의 뺨을 때린 이후 소희가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성배에게 아까의 일을 사과했다.

“저, 아깐 흥분해서 죄송했습니다. 그냥 다짜고짜 때리시길래.”

한이가 사과를 해오자, 성배도 못이기는 척 사과를 받아준다.

“내가 우리 애들 대가리 깨진 거 많이 봐서 잘 알지. 사람 머리가 얼마가 단단한데, 까져서 피 좀 난다고 뒤지진 않거든.”

소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그마한 두 손으로 성배의 거대한 손을 덥석 잡았다.

“진짜 고마워요. 어떻게 살려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신 차리게 해줘서 진짜 고맙습니다.”

아직 자신이 뺨을 때려서 깨웠다는 걸 모르는 소희의 적극적인 감사표현에, 평소 무뚝뚝하고 껄렁한 성배의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 뭐 이렇게까지 고마워 할 건 아닌데.”

부끄러워하는 성배를 뒤로 하고, 나라에게 가서 마찬가지로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소희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나라 씨도 고마워요. 저분하고 같이 저 살려 주신 거죠.”

“네,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아직은 좀 누워서 안정을 취하셔야 돼요. 일단 우리가 있던 곳으로 올라가죠.”

그렇게 여섯 사람은 나라와 성배가 머물던 곳으로 올라갔고, 한이와 성배가 근처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잔뜩 가져와서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고, 맘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완전히 기력을 회복한 소희를 비롯한 6명은, 최초 좀비가 발생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성배가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온 할루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나라를 제외한 모두가 많이 놀랐지만, 그들 역시 성배를 탓하기 보다는 앞으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그리고 진모는 자신의 딸을 구하러 갈 계획을 이야기 했다.

“일단은 제 딸이 혼자 숨어있을 저희 집으로 가기로 했어요.”

나라는 궁금한 게 있는 듯 진모에게 물었다.

“근데 따님은 확실히 살아 계신건가요?”

“솔직히 말하면, 전화를 계속 안 받고 있어서 불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 가볼 수도 없네요.”

성배도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터라, 진모에게는 그런 일이 안 생기길 바라는 심정으로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아저씨, 딸내미 옷장 속에 잘 숨어 있을 겁니다. 전화벨이 울려도 무서워서 못 나온 걸 수도 있어요.”

“그래요, 제발 살아있기만을 바랍니다.”

이번엔 한이가 성배를 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근데 두 분은 앞으로 어디로 가실 건가요?”

성배는 나라를 잠시 바라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우린 뭐, 그냥 같이 살아남자고 뭉쳐 다니는 중인데, 어디가 됐던 안전한 곳으로 가겠지.”

나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에 뜬 환한 보름달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 모든 게….”

소희도 일어나서 유난히 밝은 달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달처럼 우리 앞길이 밝았으면 좋겠어요.”

한이는 많이 피곤한지 하품을 크게 하며, 반쯤 감긴 눈으로 중얼거렸다.

“하암, 일단 앞으로 일어날 일은 내일 생각하고, 우리 좀 자죠.”

진모가 일어나 한이를 데리고 가서, 여려 겹 겹쳐서 깔은 박스 위에 눕혔다.

“한 군, 오늘 진짜 고생 많았어. 푹 자.”

그 옆에는 이미 곯아떨어진 정배가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아저씬 헐크 아냐….”

끝으로 성배가 일어나 담배를 한대 물고, 창밖을 보는 나라와 소희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까 뺨 때려서 미안하다.”

소희는 성배를 바라보며, 자신의 볼을 살짝 만져봤다.

“아, 저 뺨 때려서 깨운 거였어요? 어쩐지 계속 얼얼하길래, 왜 그러나 했는데….”

그런 소희가 귀여운 듯, 옆에서 나라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희 씨는 정말 아이 같아요. 이렇게 귀엽고 이쁘니깐 한이 씨가 그렇게 걱정을 하죠.”

“아니에요, 편의점에 있을 때 저 때문에 한이 씨랑 진모 아저씨가 고생이 많았어요.”

그 말을 끝으로 소희도 피곤한지 소파로 가서 누웠다.

나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성배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저기, 성배 씨.”

“왜?”

“아…, 아니에요. 언제 잘 거예요?”

성배는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우며, 나라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후우, 이 차성배가 진짜 마음이 이리 약했나…. 그래 알았다, 알았어. 내일 같이 가자.”

나라는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성배가 많이 고마우면서도, 지금 상황에 너무 이기적인가 싶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전 그 얘기가 아니었는데.”

성배는 미안한 마음에 발뺌하는 나라를 보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흐흐, 나라야 나라야, 네 얼굴에 쓰여 있다. 저 사람들 돕고 싶다고.”

그제야 나라도 흐뭇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돕고 싶어요. 예지라는 아이도 보고 싶고요.”

“그래 그러자, 어차피 우리가 어디 갈 때나 있냐. 근데 너희 아버지는 잘 계신 거냐?”

아버지 얘기에 나라의 눈동자가 잠시 방황했지만, 나라는 곧 옅은 미소를 띠며 다시 달을 쳐다보았다.

“지금 아버지도 저 달을 보고 계실 거예요. 당장이라도 가서 만나고 싶지만, 아버진 아버지대로 열심히 살아남아 계시니까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살아계실 거고요. 아마 아버지도 저랑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분들을 도왔을 것 같아요.”

성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라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린 후 잠자리로 가서 누웠다.

나라는 그 후로도 한동안 환하게 자신을 비추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다음날이 밝았다.

소희는 늘 그렇듯 물 한 모금 마시고 세수를 했고, 한이는 스트레칭을 한 후 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뉴스의 양은 더욱 줄어들었고, 간간이 새로운 지역에 좀비가 발생했다는 뉴스와 2,30대 남자들로 구성된 괴집단들이 총기를 약탈해서 군경과 총격전을 벌였다는 뉴스가 있었다.

진모는 딸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 모습이었고, 정배와 성배는 그새 친해져서 헐크에 대해 아침부터 심각하게 토론을 하고 있었다.

“아, 글쎄 토르가 이긴다니깐, 그때 토르는 그냥 헐크를 진정시키려고 전력을 다하지 않은 거지.”

“아니에요! 헐크가 무의식중에 동료라는 걸 알고 토르를 살려준 거예요!”

그리고 어제 늦게까지 보름달을 바라보던 나라는 아직 자고 있었다. 그런 나라에게 성배가 실실 쪼개며 다가가서, 귀에 대고 크게 말했다.

“좀비다! 나라야 좀비야!”

나라는 반사적으로 머리맡에 두었던 기관단총을 잡고 일어나서, 총구를 이리저리 겨냥했다.

“어어! 왜 저래!”

놀란 사람들은 모두 엎드렸고, 성배는 크게 웃으며 총을 들고 있는 나라를 놀렸다.

“걱정들 마세요. 경찰 대학 수석 졸업한 엘리트 출신이라 반사 신경이 남달라서 저러는 거니깐.”

나라는 반쯤 감긴 눈으로 엎드려 있던 사람들을 보고, 민망한 듯 배시시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아, 미안해요. 제가 늦잠을 잤네요.”

어수선한 아침이 그렇게 지나갔고, 6명은 떠날 채비를 꾸렸다.

나라와 성배의 합류 소식에 모두들 크게 기뻐했고, 그들은 예정대로 중심가를 벗어나서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둘만 다니던 성배와 나라, 넷이 다니던 한이와 소희, 진모와 정배는 여섯으로 늘어난 새로운 가족이 아주 든든하게 느껴졌다.

성배와 한이가 앞서 걸으며 새 가족을 보호했고, 진모는 정배의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랐다. 끝으로 나라와 소희가 따라가며, 그들은 중심가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차도가 한적한 곳까지 도착한 그들은 근처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아주 튼튼해 보이는 밴을 발견했다.

성배가 손쉽게 문을 열고, 내부를 이리저리 뒤지더니 보조석 선바이저 안에 있던 보조키를 찾아냈다.

“잘 쓰고 돌려놓겠습니다.”

성배는 누군지 모를 차의 주인에게 맹세를 한 뒤, 운전석에 앉았다. 정배와 진모는 차에 올라탔고, 소희는 차에 타지 않고 성배 옆으로 다가갔다.

“성배 아저씨, 제가 운전 할게요.”

“뭐, 네가 한다고? 그래 그럼.”

“제가 밴을 정말 몰아보고 싶었어요.”

“근데 왜 내가 아저씨야! 한이한테는 한이 씨라고 하더니, 나한테도 성배 씨라 그래.”

“그럼 그냥 성배 오빠라고 할게요. 괜찮죠? 성배 오빠.”

“그… 그래 아저씨는 진모 아저씨가 계시니깐 뭐.”

성배가 운전석에서 내려서, 뒷좌석으로 가서 나라의 옆에 앉으며 한마디 한다.

“방금 들었지. 소희 말이야, 나한테 오빠라고 한다잖아. 얼마나 착하냐? 응? 넌 뭐 어쩔 건데.”

나라는 콧방귀를 뀌며, 성배의 말에 차분하게 응수한다.

“네, 성배 씨 들었어요. 전 그냥 하던 대로 해야죠 뭐.”

성배는 왠지 민망한 듯 일부러 큰소리를 쳤다.

“그래! 우리 나라는 그게 어울리지.”

둘의 대화를 차 밖에서 듣던 한이가, 그들의 대화가 재밌는 듯 웃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차에 올라탔다.

소희는 어깨와 목 스트레칭을 한번 한 후, 뒤로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제 갑니다, 한번 출발하면 아무도 못 내려요.”

그렇게 그들을 실은 밴은 천천히 출발했다.

중심가와 달리 차도는 어느 정도 뚫려있었지만, 그렇다고 속력을 높일 정도는 아니었다. 간혹 지나가는 차도 보이고,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지만, 불과 4일 만에 서울은 많이 변해 있었다.

조용히 운전을 하던 소희가 한이에게 말을 걸었다.

“우린 계속 갈수 있겠죠?”

한이는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

“뭐든 노력 해야죠. 예지도 구하고, 더 안전한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고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룸미러로 뒤를 확인했다.

나라와 성배는 어느새 곯아떨어졌고, 정배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진모는 지갑 속에 있는 예지 사진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나자 차안은 다시 정적으로 가득 찼고, 더 이상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을 실은 밴은 그렇게 아주 조용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신림동을 향해 나아갔다.

- 좀비로 뒤덮인 세상 시즌1 완결 -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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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로 시즌 1 후기 입니다.

안녕 하세요~~ 우선 후기까지 눌러서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좀비로 뒤덮인 세상' 줄여서 '좀비로'의 작가 스릴피자 입니다.

몇 분 안 되시지만, 저에겐 가장 소중한 독자 분들을 위해 조촐하게 후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가장 궁금해 하실 사항부터 전혀 안 궁금해 하실 사항까지 적으며 내려가겠습니다.

일단 시즌 2는 반드시 나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처음에 제가 좀비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기존의 좀비물들과는 달리 한국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 차분하지만 자극적인 한국형 좀비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좀비들과 맞서며 살아가는 불안 불안한 그들의 삶을 회색 톤으로 꾸준히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시즌 2가 바로 진행 된다면, 비슷한 분위기의 반복으로 인해 읽어 주시는 분들이 지루해 하진 않으실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후반부에 성배와 나라에게 나름대로 유머 코드를 집어넣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좀비로 뒤덮인 세상은 한 남자가 면접장에서 면접을 보다가 좀비가 들이닥친다는 상상 하나로 시작한 소설입니다.

소설을 구상할 당시에 플롯을 세워두긴 했습니다만, 제 능력이 모자란 것인지, 아니면 소설을 써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애초에 세워두었던 플롯 중에 큰 흐름은 예정대로 갔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은 거의 써먹지도 못하고,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면서 새롭게 나온 것이었습니다.

소설 막바지에 도움을 준 친한 동생은 오히려 이렇게 즉흥적으로 이끌어 간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얘기했지만, 이런 방식으론 한계가 빨리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즌 2를 당장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꿈꾸는 궁극의 목적인 자극적인 한국형 좀비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선, 더더욱 탄탄한 플롯을 미리 세워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소설은 계속 써나갈 예정입니다만, 이 좀비로 뒤덮인 세상은 아무 생각 없이 살던 좀비 같던 저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준 작품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애착이 가고 진짜로 잘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 만할 준비가 되면 더 재밌고, 더 자극적인 좀비로 시즌 2로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이제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작품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소설 쓰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빨리 돌아오고 싶지만, 일단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아무튼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좀비로 뒤덮인 세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댓글 달아 주신 분들이 정말로 큰 힘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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