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READY!!
딱딱한 편의점 바닥에서 제일 먼저 잠을 깬 건 한이였다. 좀비로 인한 불안함에, 그는 밤새 잠을 설친 것 같아 보였다.
한이는 일어나자마자 폰으로 뉴스를 검색해보았다.
하룻밤 사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뉴스의 양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좀비 사진으로 도배된 기사의 내용은 거의 비슷한 것들뿐이었다.
충격보도 영화가 현실로!, 최초 좀비는 호텔지배인?, 좀비 안전 수칙 10계명 등의 어이없는 기사들뿐이었다.
한이는 착잡한 표정으로 통유리창 틈새로 바깥을 유심히 살펴봤다.
‘하나, 둘, 셋… 많다, 너무 많아.’
여전히 편의점 주변엔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누군가 도와주러 온다고 믿기엔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다.
잠시 후, 소희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 먼저 일어나 계셨네요.”
“네, 소희 씨. 불안해서 밤새 잠을 설쳤어요.”
“저도 깊게 잠들 진 못한 거 같아요.”
말을 마치고 큰 하품을 하는 소희의 뒤에서 정배도 일어났다.
“형, 누나 경찰 아저씨는요?”
한이와 소희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소희가 대답을 했다.
“어, 정배야. 아직 안 왔어. 좀 더 있으면 올 거야.”
“네.”
정배는 대답을 하고 눈을 비비며, 과자 한 봉지를 먹기 시작했다.
소희는 그런 정배가 안쓰러운 듯, 착잡한 표정으로 정배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한이는 몸이 뻐근한지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했고, 끝으로 진모가 눈을 뜨며 네 사람의 하루가 시작됐다.
소희는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사무실에 딸린 간이 세면대에서 간단한 세안을 했고, 진모는 어제 밤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딸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보고 있었다.
어두운 표정의 진모에게, 옆에 있던 한이가 슬며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진모 아저씨. 별일 없을 거예요. 댁이 어디신데요?”
“그래요. 신림동에 사는데, 우리 예지 잘 있겠죠. 한 군은 집에 전화 해봤어요?”
“네, 어제 새벽에 잠시 통화 했는데, 목동은 아직 크게 위험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저씨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얼마나 더 같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진모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군. 소희 양도 잘 부탁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희도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진모 아저씨!”
진모는 잠시 유리창 틈새로 바깥을 보다가, 뭔가 떠오른 듯 한이를 보며 말했다.
“근데 뭐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무기 같은 게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침 한이의 생각도 진모와 일치한 듯 보였다.
“안 그래도 만약의 사태엔 우리 스스로 보호할 무기가 필요하긴 할 거 같아요. 언제 우릴 구하러 경찰들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그래 미리 준비해 두자고, 내 가게가 근처 을지로 공구상가에 있는데, 거기 가면 내가 이거저거 만들어 논게 있어, 가서 날카롭게 다듬기만 하면 될 거 같은데.”
“네, 위험할 수도 있지만, 무기 정도는 갖고 있는 게 더 안전할 거 같아요. 그럼 상황 봐서 저랑 갔다 오시죠.”
한이는 진모에게 대략적인 가게 위치를 설명 들으며 주변의 좀비들이 적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 무렵 강력계 사무실 밖으로 나온 성배는 빈 복도를 걷고 있었다.
경찰서의 복도는 너무 고요했다. 거의 모든 경찰들이 좀비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돌아오질 않았고, 윗선들은 아무래도 피신한 것 같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는 투덜대며 남대문 경찰서를 완전히 빠져 나왔다.
경찰서 앞 차도엔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무질서하게 서있었다.
그 차들은 유리가 깨져있거나, 피범벅이 돼 있었고, 사람들은 보이질 않았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의미 없어진 거리를 성배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몇몇 건물의 창문으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긴 했지만, 성배는 의식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조용한 서울 시내의 거리를, 몇 분 동안 천천히 홀로 걸었다.
잠시 멍하니 걷던 성배는, 갑자기 멈춰 섰다. 어제 저녁부터 굶은 그는 배고픔을 느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마침 바로 길 건너편에 제과점이 보였다.
그는 지체 없이 길을 건너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눈앞엔 곰보빵, 피자빵, 식빵, 도넛, 고로케 등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성배는 그 자리에 선채로 허겁지겁 빵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빵을 배불리 먹은 성배는 봉지 하나에 빵을 몇 개 주워 담고, 계산대로 가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제과점을 나왔다.
그리고 근처 버스 정거장으로 가서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5분, 10분, 15분 버스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았다.
그는 허탈한 듯 콧방귀를 뀌며 일어났다.
“씨이발, 그럼 그렇지, 버스가 올 리가 있나.”
그는 다시 차도로 걸어 들어가서, 여기저기 서있는 차에 다가가서 시동을 걸어봤다.
그리 어렵지 않게 차를 구했지만, 차도는 이미 다른 차들로 막혀있었고, 인도까지도 차들은 무질서하게 서있었기 때문에 성배는 얼마 못가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 참! 진짜 어떻게 하루 만에 도시가 이 모양이 됐냐.”
성배는 투덜대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의 목적지는 근처에 있는 남대문 시장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국밥집을 하시는 그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대문시장에 다가갈수록 어머니가 살아있을 거란 희망은 사라지고 있었다.
성배 역시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남대문 시장을 꼭 가야만 했다.
시장 쪽으로 이동할수록 거리엔 하얀 뼈가 드러난 시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경찰서 주변에선 보이지 않던 좀비도 갈수록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성배는 좀비가 때로 몰려있는 곳은 조용히 돌아갔지만, 한, 두 마리가 돌아다니는 곳에선 크게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좀비에게 시비를 걸듯 일부러 다가갔다.
무작정 좀비에게 가서 발로 좀비의 복부를 냅다 걷어차면, 좀비는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는 오는 길에 운동기구 매장에서 돈을 내고 가져온 알루미늄 배트로 사정없이 좀비의 머리통을 갈겨 버렸다.
오히려 좀비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성배는 잔인했다.
그렇게 한 마리씩 좀비를 죽여가면서 시장 쪽으로 이동했다.
성배는 시장에 가까워져 갈수록 좀비에 대한 분노가 커져가는 듯 보였다.
그의 분노가 커지는 만큼 눈에 띄게 좀비의 숫자도 늘어만 갔다.
마음 같아선 다 박살내고 싶었지만, 아무리 강한 성배라도 혼자 처리하기엔 좀비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점점 늘어난 좀비를 피해 성배는 작은 골목길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 이 땅의 주인이 좀비구만 빌어먹을….’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서, 남대문 시장 근처까지 좀비에게 들키지 않고 제법 잘 왔지만 결국 그는 큰 난관에 봉착했다.
길 건너편에 시장이 보였지만 도저히 그곳은 갈 수가 없었다.
평소에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인구가 밀집한 곳이 남대문 시장인 만큼 그곳은 좀비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그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뛰는 좀비를 시장 쪽에서 처음으로 보게 됐다.
성배는 골목에 숨어 길 건너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시장만 바라보던 성배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우리 노친네, 내가 평생 효도 한번 못했는데…, 시신이라도 내가 거둬야지.”
그리고는 왼손에 쥔 빵 봉투를 바닥에 버리고, 오른손에 쥔 알루미늄 배트를 양손으로 꽉 움켜쥔 뒤, 터벅터벅 골목을 빠져나와 차도로 걸어갔다.
성배가 결연한 표정으로 막 차도를 건너가려는데 등 뒤에서 무언가 성배의 어깨를 잡아챘다.
“한 군, 좀비가 많이 이동한 것 같은데.”
통유리창 틈새로 바깥을 보던 진모가 한이에게 말하자, 한이도 그 틈새로 바깥을 살폈다.
“그러네요, 지금이 기회인거 같아요.”
“그래, 그럼 일단 이걸로 도착하기 전까지 무기로 쓰자고.”
진모는 대걸레 자루를 반으로 쪼개서, 뭉뚝한 쪽에 테이프를 감아 만들어 두었던, 대걸레 창을 한이에게 내밀었다.
한이는 잠시 망설이다 그것을 받아들었다.
“하아, 이걸 또 쓰게 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어저께 좀비 한 마리를 찔러 죽였는데… 영 찝찝해요.”
진모도 자신의 손에 들린 대걸레 창을 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기왕이면 좀비를 안 마주쳤으면 하는데, 그래도 마음은 단단히 먹어야지.”
소희는 자신의 백 팩에 물과 빵 등을 넣어서 한이에게 내밀었다.
“혹시 몰라서요. 이거 가져가세요.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 꼭 주세요.”
“네, 아직 전화가 되는 게 천만 다행이네요.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할게요.”
소희와 정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이와 진모를 바라보았고, 한이와 진모는 서로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서로를 격려한 둘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나갈 준비를 끝냈다.
한이가 먼저 뒷문으로 가서, 조심스레 문을 조금 열어, 건물 복도를 확인했다.
한이가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내자, 뒤에서 진모가 소희의 손거울을 한이에게 넘겨줬다.
한이는 그 손거울을 문 밖으로 살짝 내밀어, 반대쪽 복도에 좀비 유무를 확인해 봤다.
다행히 복도 반대쪽에도 좀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이는 손거울을 백 팩에 넣고, 살며시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진모도 한이를 따라 복도로 나가자 소희는 조용히 뒷문을 잠갔다.
한이와 진모는 건물을 나와 곧장 큰길가로 갔다. 그들은 전후좌우를 쉴 새 없이 살피며, 을지로 공구상가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 근방의 지형은 다차선 도로와 비교적 넓은 인도가 쭉 뻗어있었고, 그 바깥쪽엔 좁은 골목길이 아주 많이 갈라져 있었다.
편의점에서 출발해 을지로 입구를 지나 쭉 직진만 하면 되는 간단한 길이었지만, 아무래도 인구가 워낙 밀집된 지역에 고층빌딩까지 있어서 좀비의 숫자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진모가 알려준 길을, 한이가 어느 정도 먼저 가서 안전을 확인하면, 다시 진모가 잽싸게 따라붙는 식으로 이동이 이루어졌다.
빠르게 이동하던 그 둘은, 갑자기 멈춰 서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이는 골목 안에서 자세를 낮추고, 을지로 입구 역 주변을 배회하는 좀비들을 유심히 쳐다봤다.
진모도 역시, 을지로 입구 역 주변에 좀비의 숫자가 좀 많다고 생각하고, 잠시 망설이고 있었다.
“한 군, 아무래도 직진하기는 좀 위험해 보이는데.”
“네, 저도 지금 생각 중이에요. 청계천 쪽은 오히려 더 위험할거 같고, 일단 역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진모가 역을 한 번 보더니,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크게 오른쪽으로 반원을 그리는 행동을 한다.
“역도 위험하지 않을까? 차라리 좀 멀어도,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네, 아저씨 그럼 일단 길을 건너죠.”
진모의 말대로 최대한 좀비가 안 보이는 곳으로 길을 건너 오른쪽 방향으로 크게 돌아가기로 했다.
한이가 먼저 자세를 낮추고,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가서 주변을 살피고, 진모에게 건너오라는 손짓을 했다.
진모는 한이의 손짓을 보고, 역시나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차도를 건너갔다.
차도를 거의 다 건너온 진모는, 뒤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고 뛰다가, 실수로 길바닥에 있던 양동이를 걷어차고 말았다.
텅! 텅텅!
양동이가 발에 제대로 맞으면서, 꽤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조용한 거리에 생각보다 크게 울려 퍼졌다.
한이와 진모는 서로 놀라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역 근처 좀비들은 소리를 듣지 못한 듯 했고, 진모는 난감한 표정으로 한이 옆으로 뛰어왔다.
“미안해 한 군.”
“괜찮아요. 다행히 근처에 좀비가 없네요.”
한이는 진모를 안심 시킨 뒤, 다시 길을 가려고 바로 앞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크으으으으”
꺾어진 도로에 있어서 안보이던 좀비들이, 그들의 눈앞에서 피 묻은 입을 쩍 벌리고 서있었다.
그것들은 어림잡아도 열 마리는 족히 돼 보였다.
한이는 순간적으로 오른손에 쥐고 있던 대걸레 창을 꽉 움켜쥐고, 좀비에게 덤비려고 했다.
하지만 진모의 생각은 달랐다.
진모는 한이의 팔을 잡아끌며 외쳤다.
“한 군! 일단 뛰어. 숫자가 너무 많아!”
한이도 진모의 말에 아차 싶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진모와 함께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이쪽이야! 이쪽!”
이 동네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진모는 최대한 좁은 골목길로만 도망갔고, 덕분에 좀비들은 서로 몸이 얽혀서 일행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네!”
“크으으으악”
진모의 말대로 한이는 왼쪽 골목길로 방향을 틀어서 진모의 뒤를 바짝 쫓았다.
진모는 셔터가 반쯤 내려간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한이에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고, 한이는 뒤를 한번 확인한 후 식당으로 들어갔다.
진모는 한이가 들어오자 잽싸게 식당 셔터를 내려 버렸다.
촤르르륵!
셔터가 닫힌 식당 안은 칠흑 같은 어둠 뿐 이었고, 둘은 잔뜩 긴장한 채 숨죽여 바깥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크으으으”
“크으으으으악”
좀비 십여 마리가 골목으로 들어와서 어슬렁거리며 골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딱! 딱! 딱!
이빨을 부딪쳐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좀비들은 좀처럼 이곳을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모는 잠시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듣다가, 식당 안쪽으로 조심조심 걸어 들어갔다.
한이도 최대한 조용히 진모의 뒤를 따라 식당 안쪽으로 들어갔다.
진모는 폰을 켜서 폰의 불빛으로 식당 조명의 스위치를 찾았다.
스위치를 켜자 식당에 형광등이 켜지면서, 어두웠던 식당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식당은 꽤 긴 구조로 돼 있었고, 식당 안쪽엔 주방이, 주방 가장 왼쪽 끝엔 조그마한 뒷문이 있었다.
한이는 식당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조용히 진모에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알았어요?”
“얼마 전부터 비어있는 곳이야, 예전에 가끔 이용하던 곳인데 장사가 안돼서 주인이 집세 안 내고 도망갔어.”
“그렇군요. 그나저나 저 밖에 있는 놈들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 같진 않은데 조금만 쉬다 뒷문으로 나가죠.”
“그래야겠지. 일단 무기로 쓸 만한 것 좀 챙기자고.”
진모는 주방 이곳저곳을 뒤졌다.
서랍에서 식칼 몇 개가 나왔고, 생선이나 돼지고기 등을 조리할 때 쓰는 날이 두개만 서있는 요리 포크가 나왔다.
한이는 식칼 몇 개를 가방에 챙겨 넣고, 왼손엔 식칼을 오른손엔 대걸레 창을 들었다.
진모는 왼손엔 프라이팬, 오른손은 요리 포크로 바꿔 들었다.
아직 바깥에 좀비가 많아, 둘은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여기라도 좀 앉지 한 군.”
“네, 아저씨. 이것 좀 드세요.”
한이는 소희가 싸준 물과 빵을 가방에서 꺼내 진모에게 내밀었다.
진모는 빵은 괜찮다며 사양하고, 물만 받아서 쉬지 않고 벌컥벌컥 한숨에 들이켰다.
아무래도 쉰을 넘긴 나이에, 잠깐이지만 전력질주를 한 탓에 체력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
한이는 빵을 먹으며 진모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폰을 꺼내 소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소희 씨, 지금 진모 아저씨랑 좀비를 피해 식당에 숨어 있어요. 늦어도 저녁때까진 돌아갈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문자를 보내고 잠시 후, 소희로부터 답장이 왔다.
‘네, 조심하세요. 제가 도울 게 없어서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정배를 잘 돌봐 주세요.’
한이는 문자를 확인한 후, 남은 빵을 다 먹고 일어나서 진모에게 말한다.
“아저씨, 잠깐 뒤쪽 좀 확인하고 올게요.”
“그래 문이 낡았으니깐 조심해서 열어야 할 거야.”
“네.”
한이는 조용한 걸음으로 뒷문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조금 열었다.
끼이익
조금만 열어도 문에선 상당한 소음이 났다.
‘이런….’
한이는 잠시 뒷문 바깥쪽 골목을 살펴보고, 좀비가 안보이자 챙겨온 소희의 손거울로 골목 뒤쪽을 살폈다.
뒤쪽 길도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한이는 더 망설일 것 없이, 진모를 조용히 불렀다.
“아저씨, 뒤쪽은 안전해요. 이쪽으로 가시죠.”
진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에 무기를 꽉 쥐고, 한이를 따라 뒷문으로 나갔다.
잠시나마 먼지가 날리던 어두운 식당은, 다시 조용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