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로 뒤덮인 세상-6화 (6/36)

6화 - 차성배 VS 좀비

“어이 어이, 경찰 나으리들. 뉴스 봐 바. 좀비라잖아 좀비! 이거 풀어줘! 나도 도망가게.”

남대문 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안에 있는 유치장에 갇혀있던 차성배가, 강력계 사무실 한편에 있던 작은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다.

‘독일 놈들 말이 맞았네. 진짜 좀비야. 그럼 내가 전국에 퍼뜨린 거야….’

성배의 고함소리에 형사 하나가 소리쳤다.

“도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야, 인마! 좀 조용히 좀 해라. 네 똘마니들 다 구치소로 건너갔어. 넌 추가 조사할게 있으니깐. 내일 보내줄게.”

성배는 계속 흥분한 상태로 소릴 질렀다.

“아이 썅. 우리 노친네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한단 말이야! 자식이라곤 나 하난데 나라도 가서 지켜야 할 거 아냐!”

“그래그래, 우리 착한 성배. 그렇게 어머니 귀한 줄 알면 새끼야. 왜 그따구로 인생을 살아서 여기 잡혀 오냐 쯧쯧.”

차성배가 유치장 안에서 흥분한 상태로 열을 내고 있는 사이에, 강력계 사무실로 늘씬한 키에 20대 중후반으로 보이고, 경찰 정복을 갖춰 입은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의 어깨엔 경위 계급장이 달려있었다.

주변에 형사들이 모두 그녀를 보며 조용한 소리로 한마디씩 한다.

“저거 권나라 아냐? 경찰청장 딸.”

“저 여자가 작년에 경찰대학 수석 졸업했다는 그 엘리트?”

“근데 여긴 뭔 일이래.”

“팀장님이 그러는데 차성배가 좀비 얘길 꺼냈데, 그게 윗선으로 타고 간 거지…. 지금 서울 시내가 난리가 났는데, 유일한 단서가 할루신이잖아.”

그때 최필승 형사가 사무실로 들어오며 외친다.

“자, 다들 출동이다. 명동, 종로, 시청, 을지로 오늘 안으로 못 막으면 진짜 큰일이다. 총 챙기고, 총알 들고 갈수 있는 거 다 들고 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즉각 발포하라는 상부 명령이야!”

형사 한 명이 의아한 듯 최 형사에게 질문한다.

“아니, 아무리 사태가 심각해도 벌써 즉각 발포 명령까지 떨어졌습니까?”

“야 인마, 여기가 보통 지역이냐. 청와대가 코앞인데…, 좀비들이 벌써 수백 마리로 늘었어.”

“알겠습니다. 일단 현장으로 출동하겠습니다.”

사무실 안에 있던 형사들이 전부 출동하고, 사무실엔 최 형사와 권나라 경위, 그리고 차성배만이 남았다.

나라는 최 형사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남대문 경찰서 강력계 강력1팀 최필승 팀장님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최 형사라고 불러 주십쇼. 팀장은 무슨… 그나저나 방금 서장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네, 최 형사님. 저분이 차성배 씨인가요?”

“네, 맞습니다. 어이, 차성배, 얌전히 이분이 물어보시는 거에 대답 잘해라.”

성배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유치장 앞쪽으로 걸어 나온다.

나라는 그런 성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성배 씨도 대충 지금 상황아시죠?”

성배가 고개를 삐딱하게 꺾으며 불량한 투로 말한다.

“알지.”

그 모습에 옆에서 최 형사가 껴든다.

“이 새끼가 장난하나. 나랑 대화 할 때처럼 공손히 못해!”

“아니이이, 최 형사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시고, 이 아가씬 딱 봐도 야들야들한 게 내 막내 동생뻘 밖에 안돼 보이는데, 내가 무슨 형사도 아니고 공손하게 대화해야 합니까?”

최 형사가 화를 내려고 하자, 나라가 최 형사를 막는다.

“최 형사님 괜찮습니다.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그럼 그럼, 이 아가씨가 뭘 좀 아네.”

나라는 자신에게 껄렁한 태도로 일관하는 성배를 보고, 옅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성배 씨, 편하신 대로 말씀하세요. 전 정보만 얻으면 되니까요.”

그녀의 미소에 성배도 조금은 삐딱함을 누른다.

그리고 나라는 말을 이어갔다.

“할루신에 대해서 조사 받을 때 말씀하신 거 외에, 더 알고 계신 게 있으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씀해주세요.”

“저는 아는 게 그거 밖에 없습니다. 다 말씀 드렸잖아요.”

“그럼 전국 각 지역으로 팔아넘긴 할루신도 전부 같은 종류 인가요?”

“그렇지요. 근데 정말 할루신 때문에 좀비가 되는 거예요?”

“그건 성배 씨가 더 잘 아시잖아요.”

“그럼 지금 독일도 상황이 이렇다는 건가요?”

“독일뿐만 아닙니다. 엄청난 양의 할루신이 전 세계로 팔려 나갔다는 인터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나라의 눈에, 점점 굳어지는 성배의 표정이 들어온다.

성배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죄송한데, 내가 아는 게 없습니다. 그냥 싸게 주길래 아무 생각 없이 가져다 팔았습니다.”

나라는 뭔가 더 물어보려다, 긴 한숨을 쉬며 돌아선다.

“최 형사님, 저는 서장님 좀 뵈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예, 그러시죠.”

최 형사가 앞장서고 나라가 뒤를 따라서, 그들은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유치장에 홀로 남겨진 성배는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좆까 씨발. 내가 뭔 죄야. 난 죄 없어. 난 그냥 그걸 원하는 놈들한테 판 것뿐이야….’

성배의 눈에 보이는 회색 페인트로 대충 칠해진 천장이, 마치 성배의 복잡한 심경을 연상케 했다.

그 시각 편의점에 네 사람은, 한데 모여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급하게 손질한 티가 팍팍 나는 헤어스타일의 남자 아나운서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금 서울 중구 일대에서 좀비로 추정되는 존재들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서 기자 불러보겠습니다.”

“네, 서아라 기자입니다.”

“지금 그곳 상황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죠.”

“네, 저는 지금 종로 3가 역 앞입니다. 이 앞은 바리케이드를 쳐서 이동이 통제 됐습니다. 좀비가 아닌 사람들도 바리케이드 안에 갇혀있습니다.”

“좀비가 아닌 사람들도 갇혀있다면, 그들을 구조하러 경찰이나 군인이 출동했나요?”

“일단 좀비에게 물리면 물린 사람도 최소 수분에서 수십 분 사이에 좀비가 되기 때문에, 이 좀비들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구출 보다는 외곽 지역으로 아무도 못나오게 방어만 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서울 광장이나 덕수궁, 청계천 일대는 전부 통제되고 있다는 말씀인데, 오늘 페스티벌이 열리는 관계로 인파가 엄청 몰려있었을 텐데요. 그 많은 사람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겁니까?”

“네, 지금 이런 상황이 다들 처음 겪는 상황이라서 경찰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그럼 바리케이드 바깥 지역은 확실히 안전한 건가요? 정말 좀비가 한 마리도 없습니까?”

“그건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 출동한 인근 지역 대부분 경찰서의 병력이, 이 지역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아직 확언 할 순 없는 상황이군요. 네, 서 기자 잘 알겠습니다.”

“두 번째 소식입니다. 독일에서는 이미 2주 전쯤, 좀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철저하게 비밀에 붙였다가, 몇 일전 동영상 사이트에 'GERMAN ZOMBIE' 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올라오는 바람에, 독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좀비가 맞는 거 같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지금 서울 시내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좀비와 비슷하게 생긴 좀비들이,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장면이 찍혀 있습니다.”

잠시 'GERMAN ZOMBIE' 영상을 보며 진행을 하던 앵커가, 다시 정면을 보며 방송을 진행하려는데, 스텝 한명이 카메라를 가로질러 앵커에게 가서 긴급히 무언가를 말한다.

앵커는 난색을 표하며,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지금 대구와 목포에서도 좀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다수 발견 됐다는 소식입니다.”

앵커는 넥타이를 살짝 만지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일단, 대구 지역부터 연결해 보겠습니다.”

“네, 대구 동성로에 나와 있는 장명석 기자입니다.”

“대구에도 좀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방금 접했는데 어떻게 된 상황이죠?”

“네, 오늘 새벽 4시쯤, 앞에 보이시는 동성로의 한 술집에서 모기업 회장의 아들 이모 씨가 술을 마시던 도중, 술집 여종업원과 웨이터를 물고, 지배인과 몸싸움 도중 둔기로 머리를 맞아 사망한 사건입니다. 그 뒤로 물린 여종업원과 웨이터는 병원으로 이송 됐는데요, 병원에서 그 두 명이 좀비로 변해서 병원에 수많은 사람들을 물어 죽이고 출동한 경찰들도 당한 걸로 보입니다.”

“서울만큼 그곳도 사태가 심각한 거 같은데요. 그럼 지금 그 병원 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단 병원 인근을 바리케이드로 봉쇄 해놨지만, 이미 병원을 빠져나간 좀비들이 많이 있어서 지역 봉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앵커가 다시 한 번 넥타이를 만지며 마른침을 삼킨다.

“아, 그렇군요. 부디 더 이상 좀비가 생기지 않길 바라면서, 대구 지역에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또 연결 하겠습니다.”

“이번엔 목포 소식 듣겠습니다.”

소희가 더는 보지 못하겠다는 듯 폰을 꺼버렸다.

네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누구도 섣불리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린 정배도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는지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잠깐의 고요함을 깨고, 진모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좀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분명히 여기 있는 사람들 구출하러 올 거예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의 소희가 애써 담담한척 입을 연다.

“그… 그래요. 진모 아저씨 말대로 지금은 좀비가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지만, 경찰하고 군인들이 금방 처리 하겠죠.”

한이도 한마디 거든다.

“당연하죠. 우리나라가 국방비로 1년에 얼마를 쏟아붓는데요. 좀비 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그때 정배가 조용히 질문을 한다.

“우리 정말 살 수 있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세 명은 다시 긴 침묵에 빠졌다.

소희는 박스 조각들로 붙여진 통유리창의 작은 틈새로 슬며시 바깥을 살폈다.

편의점 주변엔 아직도 많은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깥은 마치 스페인에서 토마토 축제가 막 끝난 것처럼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경찰이나 군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층 빌딩 몇몇 층에선 사람들이 흰 수건을 걸어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도 그리 안전해 보이진 않았다.

좀비는 눈에 보이면 끝까지 쫓아가서 결국 사람을 뜯어 먹었다.

다행히 편의점은 종이박스 조각들로 막아놔서 좀비들의 눈에 잘 띄진 않았다.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어둠이 깔리자 좀비들은 더욱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종로구와 중구 일대는 좀비의 숫자가 수천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인근 지역 경찰서의 경찰들과 군인들까지 동원 됐지만, 도저히 좀비들을 막을 순 없었다.

시민과 좀비가 뒤섞여 있는 곳에 총을 난사 할 수도 없었고, 덤벼드는 좀비들만 죽이는 걸로는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삽시간에 좀비들은 엄청 늘어나서, 출동했던 경찰과 군인들마저 대부분 물어 뜯겨 먹히거나 좀비가 됐다.

불과 수 시간 만에, 서울 중심부 일대가 좀비로 뒤덮이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편의점의 네 사람은 그저 이 상황이 꿈이길 바라면서, 불안한 상태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지옥 같은 그날의 밤이 서서히 물러가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남대문 경찰서의 강력계 사무실에도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빛이 들어왔다.

성배는 선풍기조차 틀어져있지 않은 유치장에서, 후덥지근하고 불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었고, 밤새 복귀한 형사는 아무도 없었다.

“어이, 씨발 나 탈출한다! 아무도 없냐!”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인기척은 없었다.

“아놔, 진짜 내가 어제 풀어 달랬잖아. 이 머저리 같은 짭새 새끼들아!”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유치장 창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물건이나 볼펜 등이 너저분하게 널린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그중 한 책상위에 열쇠 꾸러미가 보였다.

성배는 열쇠가 눈앞에 있다는 것에 그나마 안도했지만, 문제는 그곳까지 팔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벨트를 풀어 허리띠 끝부분을 잡고, 아무리 던져 봐도 근처까지 가지도 못하고 떨어졌다.

그는 한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가 힘이 빠진 듯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니미럴 꼼짝없이 유치장에서 뒤지게 생겼네. 나 참.”

갖은 인상을 다 쓰고 앉아서 한참동안 욕을 하고 있는데, 경찰서 복도에서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딸그랑 딸그랑

그는 조용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딸그랑 딸그랑

그 소리는 점점 강력계 사무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뭐여 씨발. 이제 복귀하는 건가.’

누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성배는, 내심 반가운 마음으로 그 소리의 정체가 어서 사무실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성배의 기대완 달리, 사무실로 들어 온 것은 좀비였다.

그 좀비는 경찰복을 입고 있었고, 한쪽 팔이 심하게 뜯겨나간 상태였다.

딸그랑 소리는 좀비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열쇠 꾸러미에서 나는 소리였던 것이다.

좀비를 처음 본 성배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이게 좀비구나. 차암, 아름답게 생겼다.”

좀비는 조용히 유치장 쪽으로 다가와 성배를 한참 바라보더니, 이내 이빨을 강하게 부딪치며 딱딱 소리를 냈다.

그는 그런 좀비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허리춤에 달린 열쇠 꾸러미를 발견하고 환하게 잇몸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어이구야, 너 좀비가 돼서 네가 일하던 곳으로 돌아온 거냐. 하늘이 날 돕는 구나!”

그는 좀 전까지의 두려움도 잊은 채 어슬렁대며 좀비에게 다가갔다.

“어디보자, 요놈을 어떻게 해야 서로 기분 좋게 열쇠를 뺏을 수 있을까나?”

성배의 손이 살짝 좀비의 허리춤으로 다가갔지만, 좀비는 창살 안으로 팔을 길게 빼서 오히려 성배가 내민 손을 잡으려 했다.

성배는 놀라서 잽싸게 손을 뒤로 빼버렸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쉽게 해결되면 안 되지.”

그는 바닥에 있던 벨트를 집어, 좀비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창살에 버클을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깡! 깡! 깡!

날카로운 소리에 좀비가 그쪽을 쳐다보면서 다가왔다.

좀비가 벨트에 집중하며 다가오자 성배는 벨트의 버클을 좀비에게 내밀었다.

좀비는 벨트의 버클을 붙잡았고, 그 순간 성배는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춰 좀비의 허리춤에 달린 열쇠 꾸러미를 훔치는데 성공했다.

좀비는 뒤늦게 벨트를 버리고, 다시 성배를 노려보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성배는 열쇠 꾸러미를 바닥에 내려놓고, 벨트 끈을 두어 번 주먹에 감으며 말한다.

“형은 애고 어른이고 안 가려. 그리고 오늘부턴 좀비도 추가해야겠네.”

그는 벨트 끈을 감은 오른팔을 몸 뒤쪽으로 크게 회전시키며, 버클로 창살에 바짝 갖다 댄 좀비의 머리통을 가격하며 외친다.

“형 은”

“애 고”

“어 른 이 고”

“좀 비 고”

“다 안 가 려!”

한마디 할 때 마다 좀비의 머리통에 맞는 퍽 소리와, 창살에 빗맞아 깡 하는 소리가 섞여가며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수십 차례 좀비의 머리와 창살을 번갈아 가며 타격하던 성배의 팔이 멈췄고, 좀비는 머리통이 산산조각 난 채로 창살에 기대어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성배는 내려놨던 열쇠를 집어 유치장 입구로 와서, 열쇠를 하나씩 넣고 돌렸다.

철컥

드디어 유치장 문이 열리며 성배가 걸어 나왔다.

그는 곧바로 정수기 앞으로 가서 찬물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이제 좀 살겠네.”

그리고 좀비의 피가 질퍽하게 묻은 벨트를 물로 깨끗이 닦아낸 후 다시 허리에 찼다.

“자, 그럼 한번 나가볼까.”

성배는 사무실에 걸려있는 옷가지들을 뒤적이며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챙겼다.

그리고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본 후 복도로 나갔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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