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548화 (548/561)

#53. 알라의 검 (11)

탈레반이 전개하는 대(對) 북부동맹 총공세의 중심엔 카불 군단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313 중앙군단이 있었다. 구 공화국이 멸망하던 날, 「카불의 정복자」 마울비 함둘라 무크힐리스의 지휘하에 수도 카불을 점령했던 탈레반의 최정예 군단이다.

종교적 경칭과 계급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탈레반의 군대에서, 군단장과 참모장뿐만 아니라 그보다 급수가 낮은 부(副) 군단장까지도 마울비(법학자에 대한 존칭) 칭호를 사용하는 군단은 313 중앙군단이 유일하다. 마울비가 없거나 있어봐야 한 명 정도인 다른 군단과는 기본적으로 위상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 군단의 기반은 파슈툰족의 족벌주의와 특정 마드라사(이슬람 학교) 출신 무자헤딘들의 학연(學緣)에 뿌리를 둔 「하카니 네트워크」의 전투단이었다.

파슈툰족이라는 커다란 민족범주 내에 「자드란」이라는 부족집단이 있고, 그 부족집단의 계보에서 다시 「메지」라는 일족이 갈라져 나오며, 그 「메지」 내에서 또다시 계보가 갈라지는 여러 혈족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하카니」다.

일찍이 경태는 이러한 파슈툰족 내 제(諸) 부족들의 구분과 세력관계를 대강이라도 파악해보려고 애쓰다가 진절머리를 낸 전적이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김해 김씨 안에 금녕군파(金寧君派)랑 감무공파(監務公派)랑 판도판서공파(版圖判書公派)가 있고, 각 파 안에 또 참판공파니 호참공파니 밀직사공파니 하는 것들이 저마다 다른 봉건영지를 관리하면서 제각각 무장집단을 만들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꼴인데……. 어휴. 이걸 외부인이 무슨 수로 다 파악한담. 미군이 민사작전에서 죽을 쑨 게 당연하지.”

이러면서 경태는 미군이 족보학에 밝은 한국의 ‘유교 꼰대들’을 데려다놓고 자문을 구했다면 점령지 행정에 제법 유용했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대부분이 ‘족보도 없는 상놈들’인 미국인들에게는 이렇게까지 편집증적인 족벌주의가 거의 외계인의 생태처럼 느껴졌으리라는 말이었다.

경태 녀석은 반쯤 농담으로 한 소리긴 하지만, 현지인들의 족벌주의 전통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탈레반을 해체하기가 훨씬 더 쉬워지는 게 사실이었다. 이게 내가 알 까심의 교활한 늙은이에게 부분적으로 외주를 맡긴 업무이기도 하고.

미국의 경우엔 오로지 피상적인 이해만 가지고서 탈레반 전체를 한 덩어리로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고생을 자초한 측면이 있었다.

일선 실무자들이 공들여 외계인들의 생태를 이해·분석하더라도, 정작 정책결정권을 가진 높으신 분들이 얄팍한 이해를 토대로 그릇된 대전략을 채택하는 일이 잦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탈레반이 총공세를 개시하기 나흘 전, 내게 외주를 받은 파슈툰 늙은이 아부 알 까심은 하카니족의 주요 군사지도자들 여럿이 자신의 진영에 가담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기뻐하시오, 나의 친구 오마르 알 바시르. 이제 하카니의 바드리(بدري) 전사들은 과반수가 성지의 수호자의 명령을 따를 거요.」

바드리는 하카니 일족이 전통적으로 자신들의 정예부대에 붙여온 칭호다.

313 중앙군단 아래에는 정예 중의 정예로 알려진 「바드리 313 대대」가 존재한다. 지금은 다중각성능력자들로만 편성되어 있다는 전투부대였다.

외부세계는 이 바드리 313만이 바드리 전사들인 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313 중앙군단의 근간을 이루는 게 바로 바드리 전사들이었다. 절대다수까지는 아닐지언정, 군단 내에서 다른 어떤 부족의 전사들보다도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하급전사가 아니라 부사관이나 장교단으로 올라가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바드리 313은 개중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들을 따로 모아놓은 특수부대일 따름.

파슈툰의 모든 부족들이 다 그러하듯, 하카니 부족이라고 하여 하나의 세력으로 확실하게 통합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안에서조차 지도자 하나를 구심점 삼아 다수의 봉건 혈족세력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데 하카니 부족의 근거지는 교활한 늙은이의 근거지인 다라-아담-켈과 지리적으로 매우 인접해있다. 양쪽 세력이 방계의 혈연으로 이어져있기까지 하다.

주요 군사지도자들이 별도의 진영에 몸담기로 했다는 아부 알 까심의 전언은 이런 배경을 알아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탈레반 판지시르 방면군 사령관 물라 아쿤드는 내 꼭두각시에게 협조하는 카타르 국왕에 의해 회유되었고, 그에게 지휘를 받는 최정예 군단의 핵심적인 지휘관들은 아부 알 까심의 유혹을 받아들여 배를 갈아탄 상황.

최고지도자 아훈드자다가 던진 최후의 승부수는 처음부터 온전히 그가 소유한 패가 아니었다.

내가 파견한 샤히디 성전군 공수부대는 전장의 핵심 길목을 차단했다. 길목을 지키던 바드리 전사들은 무저항으로 거점을 내주었다.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평화가 있기를! 진정한 신자들의 총사령관 알림 샤히디의 전사들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순간 이후로 이곳 쿠탈리 살랑(كتل سالنگ)은 여러분의 통제하에 있으며, 높으신 하느님의 인도 아래 우리 명예로운 바드리 313 제4중대는 아미르 알림 샤히디에게 투항하는 바입니다.」

바드리 313의 장비와 무장은 몹시 부조화스러웠다.

기본적인 장구류나 차량은 미군이 버리고 간 것들을 사용했다.

험비를 대체하는 차세대 전술차량(L-ATV)을 비롯해서 맥스프로 지뢰방호차량(MRAP)에다가 가디언 장갑차(M1117)를 굴리는 꼴을 보면 미군이 얼마나 후하게 기부를 해주고 떠났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정비 상태가 불량하긴 하나 어쨌든 굴러가기는 하는 차량들이었다.

여기에 위장복과 야시경, 군화, 총기 액세서리까지 미군 표준으로 갖추었다.

그런데 개인화기는 제조사를 알 수 없는 투박한 생김새의 각성능력자용 대구경 화기들을 주로 썼고, 제트 바이크를 위시한 비행체계 역시 어디 동네 기술자들이 수제로 만들었을 법한 기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주술사 왕의 동군연합에서 생산된 물건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일견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부조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313 중앙군단의 최정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내 부하들의 감독하에 성전군 공수부대가 접수한 현장엔 곳곳에 갓 생긴 교전 흔적들이 남아있었으며, 함께 길목을 지키던 아훈드자다 충성파는 배신자들의 손에 죽거나 포로로 잡힌 상태였다.

아무리 기습이었다지만, 바드리 313 제4중대는 자신들보다 세 배 가량이나 많은 탈레반 무자헤딘들을 별다른 피해 없이 제압해 놓았다.

내가 파견한 성전군 공수부대는 탈레반이 만들어놓은 축성진지를 점령한 후 성전가(聖戰歌)를 부르며 깃발을 바꿔 달았다. 이 과정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칼이 부딪히는 소리는 저항의 성전가. 싸움의 발자취는 삶의 길.」

「공격의 가운데에서 압제가 무너지고, 목소리를 숨기니 메아리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이로써 믿음이 영광스러워지고 압제는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

「그러니 오, 나의 사람들이여. 용기의 길 위에서 깨어나라.」

「살면 지도자들을 기쁘게 할 수 있고, 죽으면 적에게 고통을 줄 수 있음이라.」

샤히디의 깃발이 게양된 축성진지는 쿠탈리 살랑이라는 이름의 요충지 북쪽을 지키기 위한 거점이었다. 영어권에선 살랑 패스(Salang Pass)라고도 부르는 이 요충지엔 구 소련이 건설해놓은 터널이 존재했다.

이 터널은 전장에 나가있는 탈레반 군대의 급소였다.

현재 카불 군단을 포함한 탈레반 군대의 주력은 단 하나의 산악도로에 의지해 공격을 전개하는 중이고, 살랑 터널은 해당 산악도로의 가장 중요한 길목이다.

도로의 나머지 부분은 주변이 트여있어 빼앗겨도 탈환하기가 용이하지만,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를 길게 관통하는 터널은 한번 빼앗기면 수십 배의 병력을 쏟아부어도 단시간에 되찾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또한 험준한 산악지대에선 교통망이 곧 통신망이어서, 정해진 교통로를 중심으로 기동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통신능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요컨대 나는 시작부터 카불과 전장 사이를 오가는 통신을 자유롭게 차단하거나 납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셈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탈레반 군단들과 카불의 완전한 통신 두절을 야기하지 못한다.

IS 잔당들조차 휴대용 레이더 같은 고급 장비를 쓰는 세상인데, 탈레반에게 흔한 위성통신 장비가 없을 리 있나.

그래서 나는 CIA의 연줄을 활용했다. 미국에게 위성통신 방해를 외주로 줘버린 것이다.

백악관 미치광이는 이 보이지 않는 개입을 기꺼이 승인해주었다.

CIA 시니어 매니저 맥팔란드는 대통령을 설득하기 쉬웠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올려놓은 군사위성을 활용하는 건 딱히 돈이 들지 않는 일이니까요. 회장님께서 요구하신 비공식적인 계약금의 일부를 위성이용료 명목으로 상계처리하기로 했다고 보고하니 곧바로 승인이 떨어지더군요.」

「제 상급자가 국장님께 직접 듣기를, 국가안보회의에서 합리적인 예산절감의 모범적인 사례라는 칭찬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비즈니스’에 힘쓰라는 격려와 함께 말이죠. 아, 물론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거지요.」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신의 직무수행평가 기준에 이런 유형의 판촉활동이 포함되었으니 그 점을 고려해달라는 푸념 섞인 부탁에 가까웠다.

CIA 요원들도 실적 압박을 받는 직장인들의 고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비밀스러운 업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에겐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 전장엔 직장인들이 반길 만한 사냥감들이 많았다.

미국의 통신방해는 우리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방해를 상쇄해주는 코드를 받아놨기 때문. 각지에서 들어오는 보고들을 취합하며 전술 데이터링크 GUI를 들여다보던 경태가 문득 기뻐하는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오, 레어 포○몬 발견!”

“레어 포○몬?”

“라쉬카르 알 질(그림자 군대) 산하 055여단의 소재를 파악했답니다. 이야, 빈 라덴의 진짜 직계 후손들과 전장에서 마주치게 될 줄이야. T-34가 현역으로 굴러다닌다는 카자흐스탄의 전장이 이런 느낌일까 싶지 말입니다.”

055여단은 9.11 테러의 주역이자 한때 이 세상 모든 지하디스트들의 우상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이 직접 창설했던 친위부대다.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망명했을 때 탈레반에 흡수·통합되었다가, 탈레반이 「그림자 군대」라는 다국적 전투조직을 창설할 때 다시 부활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CIA와 미국이 좋아할 모가지들이로군. 가능하면 잘 잡아서 모아두도록. 나중에 칼리드 바타르피와 함께 넘겨야겠다.”

예멘에서 붙잡은 알 카에다 지도자 칼리드 바타르피의 신병은 아직 내 관리하에 남아있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샤히디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확보했을 때, 미국의 「정의를 위한 보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내 꼭두각시에게 여느 테러리스트 단체들과는 다른 외교적 지위를 부여할 재료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055여단의 간부들을 추가하면 성공 확률이 더욱 높아지겠지.

알 카에다와의 악연이 깊은 미국에게 빈 라덴과 연이 있는 지하디스트들의 수급은 매력적인 선물일 테니까.

나는 수천 킬로미터 바깥에서 전해져오는 감각에 눈을 찌푸렸다. 통신기에 대고 명령을 쏟아내던 경태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키요우타마히코가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아.”

페르 아스페라는 현재 아라비아 해로 위치를 옮겨놓은 상태였다. 회로의 처리능력 낭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장거리 항해의 와중에도 고래들과의 교류를 그치지 않았으므로, 혹등고래들은 페르 아스페라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혹등고래들의 서식 범위는 극지 해역 일부를 제외한 지구상의 바다 전역이었기에, 키요우타마히코는 수시로 페르 아스페라를 찾아와 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키요우타마히코는 동행한 다른 고래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얘는 나랑 가장 친해.」

그러고는 내게 물의 흐름으로 가둬온 고등어들을 한 무더기 선물해주었다. 이 고래는 별다른 일이 없을 땐 나를 배려하듯 쉬운 낱말과 단문 위주로 대화를 시도했으므로, 하루가 다르게 데이터 축적량이 늘어나는 번역기는 윤문이 까다롭지 않은 문장들을 뱉어냈다.

「얘, 밥 먹으렴.」

「땅 위엔 이런 거 없지? 요즘 남쪽 고등어가 맛있단다.」

고래의 미각 수용기엔 오직 짠맛을 느끼는 감각만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에겐 먹이에 대한 호오가 존재했다. 인간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이 호오는 편의상 맛의 있고 없음으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키요우타마히코와의 관계에선 하나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 성과란, 서로의 적에 대하여 서로를 지켜준다는 명시적인 약속이었다. 고래는 내 제안을 기껍게 받아들였다. 「그래. 너는 나를 지켜줘. 나는 너를 지켜줄게. 우리는 언제나 친구야.」라면서. 나는 이를 내가 인간 이외의 종과 체결한 최초의 군사동맹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부하들이 보고하기로, 마츠오는 이 동맹의 성립을 확인한 직후 감격에 젖어 울부짖다가 실신했다고 한다.

나는 키요우타마히코가 가져다준 고등어를 조립식 아기들의 이유식으로 만들면서 전장 통제를 병행했다.

모든 전장을 총괄하던 카불군단의 사령부는 배신자들의 활약으로 완전히 전복되었다. 일체의 유기성과 합동작전능력을 상실한 탈레반의 일선 전투부대들은, 그저 숫자만 징그럽게 많을 뿐 길고 넓은 전선에 흩어져있는 파편화된 표적들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표적들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내 부하들과 내 부하들이 이끄는 성전군 지하디스트들이 단위 전투력과 정보력의 압도적인 우세로 찍어 누르기 좋은 사냥감들이었다.

경태의 총괄 지휘 아래에서 2차 대전기 독일군의 ‘6주’를 능가하는 기세로 전과확대가 이루어지는 와중에, 수도 카불에서는 이제껏 탈레반에게 눌려있던 시민들이 새로운 질서를 열망하는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카불 현지의 상황은 카불에 주재하던 외신기자들에 의해 고스란히 송출되었다.

「이곳 카불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우리는 샤히디의 정복을 환영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습니다.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들의 규모는 대략적인 추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강경진압으로 일관해온 탈레반 치안 당국은 현재 어떠한 진압행동도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다만 대통령궁의 경비를 강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놀라운 것은 시위대의 구성입니다. 구 공화국을 그리워하는 진보파 시민들과 탈레반을 지지했던 보수적 단체들이 하나의 대오를 이루며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실감이 안 나네요. 여러분께서는 위대한 영웅 알림 샤히디가 다시 한 번 세상을 바꿔놓는 현장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아훈드자다는 자신이 이미 교전 중단 포고령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시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 다음 조치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만, 기세가 오른 시민들은 와지르 아크바르 칸 대로와 비비 마흐루 대로를 가득 메운 채 해산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교차로에 있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초상 앞엔 끝없이 헌화가 이어지는 중이며-」

이제 이 동네에서의 일은 거의 다 끝났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 얼마나 많은 지하드 전사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미국이 20년에 걸쳐 정성껏 건설해놓은 군사 인프라는 내가 아프가니스탄 출장을 결심한 주요 동기들 가운데 하나였다.

한때 11만의 미군이 생활했던 시설들은 편의성과 확장성도 우수하여, 조금만 공사를 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15만까지도 수용 가능한 규모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여기에 러시아로부터 강탈한 집단안보조약기구의 유산을 더할 경우 최대 25만 안팎의 병력을 유지할 기반이 마련된다.

카레아덱 조약기구 가맹국들의 추가적인 기여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시일이 필요할 터라, 지금으로선 이렇게 당장 활용 가능한 병력수용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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