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알라의 검 (7)
나는 군정청의 행정력을 확보하는 데 유엔의 자원도 끌어다 썼다. 02년도부터 이미 존재해왔던 「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 임무(유나마/UNAMA)」의 전문 인력들을 비공식적으로 군정청에 합류시키고 조직체계를 흡수한 것이다.
합류와 흡수가 공식적일 수 없는 이유는 당연히 중국이었다.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유엔이 테러리스트와 공식적인 교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유엔 지원 임무 측은 입장을 발표할 때 애매한 표현을 써가며 발뺌을 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현지안정화를 위한 현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도울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비공인 무장단체와 실무적인 차원의 협조가 진행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는 결코 공식적인 협력관계가 아니며, 우리 UNAMA이 해당 무장단체를 공인한다는 의미가 되지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예전부터 해왔던 업무의 연장선에 불과하니 섣부른 억측은 자제하여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본디 UNAMA의 운영을 가능케 하는 안보리 결의 1401호의 효력은 22년 3월 17일부로 종료되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주장과 이슬람 국가들의 열렬한 지지, 그리고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조용한 동의 내지 침묵 속에서 결의안의 효력을 10년 더 연장하는 안이 안보리와 유엔 총회를 통과했다.
물론 중국은 이를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새로운 결의안을 의결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결의안의 효력을 연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가진 거부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외교적 따돌림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하! 여러 번 말했지만, 진정한 평화는 이렇게 달성하는 것이다. 내 전임자들처럼 무식한 무력행사와 돈 낭비로 삽질을 하는 게 아니라, 나처럼 탁월한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최근 다 체념한 자세를 보이던 주미 중국대사는 오랜만에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항의했다. 중국의 영토를 침략하려는 야욕으로 가득한 테러리스트 집단이 무럭무럭 세를 불리고 있는데, 진정한 평화가 대체 어디에 있느냐며.
「세계는 고조되고 있는 전운이 보이지 않는가?! 조만간 중국이 침략을 받는다면 세계 모두가 침략을 방조한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제발! 테러리스트가 말하는 평화에 속지 말라! 오직 우리 중국만이 어리석은 자들의 환호 속에 범람하는 악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다!」
샤히디의 중국 본토 침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위기감은, 어떤 항의도 도통 통하질 않는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무력감에 젖어있던 주미 중국대사가 생의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늙은 개처럼 짖게 만들었다.
반대로 이슬람 국가들은 미국 대통령을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빈말로도 관계가 좋다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거의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가까웠다.
시선의 색채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계기는 샤히디의 예루살렘 성전이었다. 지하드가 진행되는 내내 미국 대통령이 보여준 샤히디 친화적 언행이 이슬람 국가들의 해묵은 감정들을 크게 희석시킨 것이다.
대통령이 국내의 유대자본과 유대계 유권자들을 고려하여 다소 의뭉을 떨긴 했으나, 그 진의를 꿰뚫어보지 못할 만큼 안목이 없는 이슬람 국가수반은 없었다.
오죽하면 사우디 왕세자가 대주주로 있는 범 아랍 신문에서 이런 만평을 수록할 정도였다.
「저 새끼 저거…… 사실은 좀 괜찮은 새끼였을지도?」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미국 대통령을 보며, 터번을 쓴 무슬림들이 하나의 말풍선으로 속삭이는 말.
이런 과정을 거쳐 내가 흡수한 UNAMA는 회원국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인적·물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 지분을 확보하고 싶은 국가들이 점잖게 숟가락을 올리는 방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메리옘이 통합 위구르 망명정부의 수반으로서 발표한 세 개의 대동맥 계획의 수혜국이다. 두 번째 대동맥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동시에, 세 번째 대동맥이 직접적으로 통과하기까지 할 예정이다.
‘알라의 검이 평정에 나섰으니 이 험난한 땅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지분을 확보해놓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게 UNAMA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회원국들의 속내였다.
극도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지역적 접근성 때문에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으나, 아프가니스탄은 지하자원 매장량이 극도로 풍부한 땅이었다.
특히 리튬 매장량은 기존에 세계 매장량의 절반이 몰려있다고 알려져 있던 볼리비아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볼리비아의 매장량이 그러하듯 아프간의 매장량도 거의 대부분 소금호수와 소금사막에 녹아있는 것이어서, 채취와 정제가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각성능력자들의 등장에 따른 에너지 혁명으로 말미암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폭증한 탓에, 고성능 배터리의 주재료인 리튬의 가격은 매 분기마다 고점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아프간의 평화를 확정된 미래로 보는 국가들이 투자를 못 해 안달이 날 수밖에.
한국에서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강중성이가 이 사안과 관련하여 경제인 연합회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았을 정도다.
「현 정부는 기업인들의 발목만 잡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외교가 불가능해서 지분도 못 챙기겠다고 하는데, 이건 누가 봐도 변명 아닙니까? 다른 나라들은 다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요……. 당신께서 대통령이 되시거든 서둘러 행동에 나서주십시오. 현기증 난단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강중성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놓았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UNAMA의 활동을 보조하며 샤히디의 군정청과 거래를 할 민간 인력들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말이 선물이지, 사실상 내가 이익을 챙기는 일인 셈이었다.
여하간, 이런저런 준비들을 잘해놓은 덕분에, 쿤두즈 주의 군정에선 통치권력 교체 초기의 혼란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군(軍)과 정(政) 양면에서 현지 사정에 익숙한 인력들이 넘쳐나고, 그 인력들이 알라의 검의 명성에 힘입어 현지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고 있기까지 하니 혼란이 커질 리가 있나.
「쒜에에에엑-」
쿤두즈 공항 활주로엔 쉴 새 없이 대형 수송기가 착륙했다. 다양한 국적의 수송기들이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쏟아내는 화물들은 대부분이 식량과 의약품, 생활필수품들이었으되, 1할 정도는 누가 봐도 인도적 지원이 아닌 군수물자들이었다.
고질적인 농업용수 부족으로 놀려두고 있었던 공항 인근의 휴경지에선 시시각각 새로운 막사들이 증식했다.
미국을 비롯해 온갖 나라의 군용 마크가 찍힌 가설 막사들은 1차적으로는 지하드 전사들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2차적으로는 아프간에 넘쳐흐르는 굶주린 청소년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마무르와 메리옘은 아프간의 배고픈 소년소녀들을 잘만 활용하면 지역장악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애새끼들의 행동력엔 빠꾸가 없어요. 성전연합 동아시아 지부의 수장으로서, 나는 내가 담당했던 지역의 사회와 역사로부터 참고할 만한 사례들을 면밀하게 학습하였다.」
마무르는 말했다.
「우리는 한국의 촉법소년들과 일본의 한구레(半グレ)들의 존재가 증명하는 십 대 특유의 거침없는 폭력성과 야만성에 주목해야 한다. 불만이 많은 십대들을 교육시키고 조직화하여 전위대로 활용하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역장악 효과는 매우 우수할 것이에요.」
「일찍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던 홍위병의 주력부터가 고도비만 매몰 고추 빨갱이에게 세뇌당했던 십 대 청소년들이지 않았습니까? 자기를 낳아준 부모조차도 혁명의 적으로 고발하고 매달아 대며 자긍심에 도취되었던, 그 문자 그대로의 애미애비 없는 맹목성!」
「이게 비록 저주받을 무신론자의 지혜라고는 해도,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달라지는 법입니다. 옳게 된 지하드의 전위와 그릇된 정치깡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공적인 적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쳐 날뛰는 호르몬에 지배당하며, 충동적이고 판단력이 미숙한 십 대는 다른 어느 세대보다도 더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비인간적으로 잔인해질 수 있는 폭발적인 인구집단이다.」
「오랜 굶주림으로 현실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아프가니스탄의 촉법소년들은 불씨를 기다리는 마른 숲과도 같다!」
「자, 이제부터 우리 싸장님은 아프가니스탄의 촉법소년들에게 분노의 표출을 정당화할 정의의 이데올로기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싸장님이 키운 탑 알림 샤히디에게 구원받은 소년 소녀들을 정치적 올바름 +21 알라후 아크바르로 사상무장시켜 내부의 반동세력들과 지하드의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합시다!」
「서구세계에 대해 프로파간다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좋으나 싫으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구호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보다 도움이 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싸장님은 결심하십시오. 이 언어의 천재 마무르가 싸장님을 돕겠습니다!」
이 제안을 접한 경태는 “이거 완전 샤히디 유겐트…….”라는 소감을 남겼다. 홍위병과 히틀러 유겐트 사이엔 적잖은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었다.
소년소녀들의 사상교육 자료는 내가 샤히디를 조종하여 내보이는 언행이면 충분했다. 현시점에서 샤히디의 어록을 정리한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어있을 정도니까. 개정증보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데도 신판이 나오는 족족 매진 행렬이라는 게 웃기는 부분이었다.
이곳 쿤두즈 거점으로 유입되는 아이들은 드문드문 샤히디의 얼굴이 프린트된 옷가지를 입고 있었으며, 기부물품으로 들어오는 의복들 및 생필품들 사이에도 이른바 ‘샤히디 굿즈’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상교육에 효과적인 토양이 이미 조성되어있는 셈이다.
내 꼭두각시는 문화적인 면에서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중이었으며, 아랍 금융권에서의 세탁을 거쳐 꼭두각시의 차명계좌로 들어오는 로열티 수입은 로열티 괴물이라 불리는 디즈니가 부럽지 않을 지경이었다.
로열티 수입이 폭증한 배경엔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정책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세계 이슬람 협력기구의 가맹국들은 바위의 돔의 수호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구매를 자카트로 인정하기로 결의하였다. 그의 투쟁은 고통받는 약자들을 구제하고 억울한 자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시행규칙은 각국의 법령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개인·기업·법인의 유형에 따라 한도를 정하여 소득공제를 받도록 하거나 의무적인 기부 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다. 믿음으로 하나 된 형제자매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자카트(زكاة)는 무슬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부의 의무다. 법적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많지 않지만, 매년 자카트로 영혼을 씻어내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게 이슬람의 교리인 관계로, 대부분의 무슬림은 이 의무를 어떻게든 준수하려고 애쓴다. 남는 재산이 없는 가난한 자들만이 이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전 세계의 무슬림들이 행하는 자카트의 총액은 해마다 최소 2천억 달러를 넘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추정치는 1조 달러 이상이었다.
이러한 배경을 모르는 자들은, 내 꼭두각시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구매를 자카트로 인정하는 결의가 얼마나 강력한 지원정책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 가장 큰 피해국이 될 중국부터가, 해당 결의가 이루어질 당시엔 그 중대함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여 이제 와서 뒤늦은 대응에 나서고 있는 마당이었다.
급증하는 로열티 수익은 샤히디에 대한 우상화가 얼마나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지표였다.
마무르가 표적 집단으로 설정한 청소년들은 그러한 우상화에 가장 취약한 인구집단이다.
청소년 수용시설은 명목상 마드라사(مدرسة/이슬람 학교)의 형식을 취했다. 보육원이 아니라 기숙학교라는 명목으로 청소년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은 ‘선량한 지도자’ 샤히디가 원정 초기부터 굶주린 아이들을 구호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를 내보냈다. 이 정도면 미리 준비를 해온 게 분명하다고.
여성 전용 마드라사 구역의 울타리 출입구엔 마무르가 직접 정했다는 영어-아랍어 병기 표어가 현수막에 적혀 걸려있었다.
「Girls can do anything」
「يمكن للفتيات فعل أي شيء」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외신기자들은 이 현수막에 관심이 아주 많아 보였다.
마드라사 입교 신청을 받는 개방형 천막 앞엔 벌써부터 킬로미터 단위의 긴 줄이 늘어섰다.
우리가 아무리 식량을 나눠준다고 해도, 고질적인 식량난을 완전히 해소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끝없는 아사의 연쇄를 끊어놓는 정도가 한계일 따름.
하여 집에서 하나라도 먹는 입을 줄이고 싶은 부모들이, 그렇잖아도 팔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자식들의 손을 잡고 나와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알라의 검에게 애를 맡기면 적어도 양심의 가책은 줄일 수 있으니까.
끌려나온 아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 병색이 완연했다. 거의 모두가 신장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버리는 아이들이로군. 여자아이들의 비율도 과하게 높고. 성비를 맞춰서 14세 이상만 골라 받았으면 좋겠는데.’
히틀러 유겐트만 하더라도 14세 이상부터 전력화가 이루어졌고, 마오쩌둥의 홍위병 역시 중학생들부터 전력으로 활용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내 꼭두각시의 이미지를 고려하면 샤히디의 청소년 전위대에 다소의 군입을 추가로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드라사의 입학연령 규정으로 군입의 숫자에 제한을 거는 정도가 현실적인 최선이다.
아프가니스탄엔 한 가정에 평균적으로 7~8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다.
그동안 아프간의 부모들은 노동력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순서를 매겨, 노동력이 없거나 낮은 아이들의 신장부터 떼어 파는 식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탈레반 치하의 기아가 오죽이나 극심했던가. 대부분의 가정에선 가장과 장남 정도나 신장 두 짝을 다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었고, 아예 가족 구성원 전체가 신장을 팔아치운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입교 지원을 돕는 UNAMA의 직원들은 대기열에 있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다녔다. 92그램에 500kcal의 열량이 든 땅콩버터 가공 제품(Plumpy'Nut)으로, 내가 대량조달을 지시한 영양실조 치료용 식품(RUTF)들 가운데 하나였다.
기왕 받기로 한 아이들이니 굶길 생각은 없다.
내가 명목상으로라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는 누군가가 밥을 못 먹는 것은 내게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비록 영양실조 상태에서 장기를 떼어내는 바람에 몸도 가누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긴 하지만, 잘 먹이고 운동을 시키기만 하면 단시일 내에 샤히디 유겐트로 활동하기 위한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메리옘은 마무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각에서 이 아이들의 가치를 평가했다.
「저와 제 동생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아사 직전의 굶주림을 견디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은 분명 거짓된 신에게 간절히 기도해왔겠지요. 이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주를 배알하기 전의 저희가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기도에 응하는 것은 신의 역할이며, 아이들의 굳지 않은 정신은 새로운 가르침으로 물들이기에 좋습니다. 올바른 인도가 함께한다면, 주께서는 굶주린 아이들을 먹이시고 또 보살피시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거짓된 신의 위상을 조금씩 대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여.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또 위대하시며,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이 몸과 마음과 영혼을 바쳐 복종해야 할 유일한 분이시여. 청컨대 이 미천한 종에게 소임을 내려주십시오. 저와 제 동생들에겐 그간 갈고 닦아온 믿음과 교리로 아이들을 잘 인도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마드라사의 교육과정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우수한 소년소녀들을 선별하여, 그들에게 당신의 빛을 접할 영광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요컨대 나를 메시아로 여기는 광신도를 더 늘리도록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본디 자질이 훌륭하거나 모범이 되는 샤히디 유겐트 대원들에겐 샤히디 때처럼 ‘할랄 영약’을 먹일 계획이었다. 약을 먹여 애들을 재워놓고, 회로를 가공하거나 신장 기능을 강화해주거나 하는 것이다. 할랄 영약의 수혜자들이 활기와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본 나머지 아이들은, 부러워하는 마음속에서 더욱 열심히 유겐트 활동에 몰두하겠지.
아예 사라진 신장을 복원해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신장 한 짝을 키워 정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능을 강화하는 건 허용범위 이내에 있는 일이었다.
이 처치와 함께 메리옘의 교리로 세뇌를 병행한다면, 메리옘의 말처럼 대량의 광신도를 손쉽게 양산할 수 있겠지.
메리옘 그룹을 휘하에 두고 운영해온 바, 별도의 조직으로 편성된 광신도들은 조직문화의 건전성에 별다른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나는 나를 신으로 섬기는 광신도들이 지금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았다.
내게는 여전히 자기만족의 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