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534화 (534/561)

#52. 전쟁의 기반 (16)

카자흐스탄 민주정부가 샤히디의 진영에 가담하자, 중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차례차례 도미노처럼 넘어왔다.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입장을 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카자흐스탄이 최초의 회신을 보낸 시점부터 계산해서 고작 서른다섯 시간 남짓이었다.

종교적인 이유에서든, 정치·경제적인 기대에서든, 알라의 검을 지지하는 민중의 열망은 정치인들의 행동을 가속시키는 채찍질과도 같았다.

새로 출범할 조약기구의 명칭은 「카레아덱(CAREADEC)」으로 정해졌다. 중앙아시아 지역 경제·안보 협력 공동체의 영문 표기로부터 취한 약자였다.

이 명칭은 중앙아시아 지역 경제 협력 프로그램(카렉/CAREC)을 본뜬 것이었다.

회원국들을 확보하는 것과 협력기구의 실체를 갖추는 것은 서로 별개의 영역에 존재하는 일이다. 제로에서부터 협력기구의 시스템을 만들어내려면, 최종적인 출범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리는 게 정상.

내겐 그렇게 낭비할 여유가 없었고, 이에 따라 수연은 기존에 이미 운영되고 있었던 카렉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통째로 받아 삼킬 계획을 짰다.

카렉 프로그램의 주축은 미국과 일본이 동일한 지분으로 최대주주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아시아 개발은행이다. 중국이 명목상 2대 주주라고는 하나 보유 지분은 6.5%에 불과하여, 각기 15.5%씩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운영규칙에 따라 균등조정이 들어가는 의결권을 비교해도 여전히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 두 나라, 미국과 일본은 내 반대편에 설 수가 없다. 미국은 나와 이익을 공유하는 입장이고, 일본은 경제의 생명줄을 틀어쥔 주술사 왕의 의사를 존중해야만 하니까.

표면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은 미국이었다.

중국은 카렉 프로그램을 먹기 좋게 포장해서 알림 샤히디에게 넘겨주려는 미국의 시도에 게거품을 물고 반발했다.

「이것은 명백한 폭거다! 미국이 아무리 많은 표를 모았어도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국제적인 사안을 최소한의 논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결정하는 건 정관과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만행이다!」

그랬다. 미국의 행동은 문자 그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백악관의 주인이 미치광이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정신 나간 추진력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만큼은 중국의 주장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했다. 솔직히 계획을 꾸민 나 자신마저 이렇게까지 빠른 해결을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

만약 일본 정부가 중국에게 미리 귀띔을 해주지 않았다면, 중국은 제때 항의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임이사국 지위 획득과 관련하여 중국의 심기를 크게 건드릴 수 없는 일본은, 그레이스의 양해를 받아 중립적인 포지션을 설정했다.

중국에 이러이러한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경고를 해준 후, 주술사 왕의 압력과 중국 정부의 설득 사이에서 갈등하는 척하다가, 중국 정부에게 주술사 왕의 노여움을 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중립을 지키겠노라는 약속을 해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약속을 받고 일단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터. 외교관례를 준수하며 진행하는 의결절차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주 단위의 진행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 동안 일본을 더욱 설득하고, 지분을 지닌 다른 국가들을 중국의 편으로 끌어들이면 미국의 폭주를 견제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것이 중국의 기대였겠으나, 미치광이의 광기 어린 속도전은 중국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단 하루 만에 인도·대만·호주·캐나다·뉴질랜드가 보유한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였다. 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는 기권을 선언했고, 세 개의 대동맥 계획으로 직간접적인 이득을 보지만 중국의 앙심을 사기는 싫은 국가들 역시 줄줄이 기권을 선언했다.

수연은 회원국들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렇게 분석했다.

“회원국들은 판세가 이미 기울었다고 보고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른 걸 다 떠나, 이슬람 국가들이 반대표를 던질 리가 없으니까요. 기왕 기운 판세라면 빠른 결정으로 미국과 샤히디의 호의를 적립해두는 쪽이 이득이겠지요.”

수연의 말처럼, 애당초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회원국들은 감히 알라의 검에게 대적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간에 알려지면 폭도들이 관공서를 불태우고 위원들의 가택을 습격할 테니까.

가뜩이나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선 정부가 아예 전복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차피 알림 샤히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서의 성립 자체는 필연적으로 도래할 미래다. 그저 시기의 빠르고 늦음이 문제일 따름. 그렇다면 미리미리 줄을 잘 서두는 게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번 사태를 보도한 언론들의 카메라는 아시아 개발은행 이사회의 중국 대표가 총재를 성토하는 모습을 잡아냈다.

「총재! 총재는 대체 뭘 하고 있었습니까?! 정관을 위반한 긴급회의 개최와 의결을 왜 승인해줬냐는 말입니다!」

아시아 개발은행의 총재는 일본에서 배출하는 것이 관례였고, 이때의 총재직 또한 지난 아베 내각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냈던 인물이 맡고 있었다. 임기가 끝나면 정계로 복귀할 게 분명한 사실상의 일본 관료다.

그런즉 일본이 중립을 지키겠노라 했을 때, 중국은 당연히 총재가 규정을 빌미로 시간을 끌어 주리라 예상했을 터였다.

항의를 접수한 총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대응했다.

「저는 제가 총재로서 맡은 바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이에 부총재에게 역할과 권한을 이양하고 물러나기로 결정하였음을 밝힙니다.」

총재가 차기 총재 선출 이전까지 권한을 대행할 사람으로 지목한 부총재는 미국 정부에서 꽂아 넣은 인물이었다. 이사회는 이번에도 중국 대표의 반발을 묵살하면서 이 결정을 통과시켜버렸다.

중국은 이걸 가지고 다시 일본에 항의할 수도 없었다. 총재가 사퇴와 동시에 전 내각의 비리들을 폭로하고 미국으로의 망명을 감행한 탓이다.

총재가 달아나며 폭로한 비리들은 하나하나가 굵직한 것들이었고, 전 내각의 비리라고는 해도 당사자들이 여전히 정계에 남아있었으므로, 일본 정계는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발칵 뒤집어졌다.

여기에 망명한 총재가 미국의 회유와 함께 막대한 액수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마저 제기되자, 중국은 더 이상 일본 정부를 추궁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일본이 고의로 자기 집에 불을 질러 힐난을 회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야 있겠지만, 이게 심증만 가지고 추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일본이 겨우 이런 사안에 상임이사국 지위를 걸고 도박을 했다는 시나리오보다는, 백악관 미치광이가 동맹국인 일본을 상대로 미친 짓을 했다는 설명이 훨씬 더 현실적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번 일을 중국에게 미리 경고해준 유일한 국가였다.

중국 대표는 허망한 표정으로 탄식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세상에 이런 폭거가 어디에 있나? 온 사해가 중국의 적으로만 가득한 것 같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결과, 절차적 정당성에는 문제가 있을지언정, 유효표의 과반을 득한 결의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날치기 통과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사회가 꿈쩍도 하지 않자, 중국은 마지막 수단으로 배후자인 미국을 직접 비난하며 외교전을 벌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쪽은 더더욱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짓이 폭거라고?」

백악관 미치광이는 국제외교사에 전례가 없는 뻔뻔함과 역사에 기록될 수준의 폭언으로 중국의 항의에 대응했다.

「그래. 사실 폭거가 맞다.」

「그런데 내가 폭거를 저지르면 뭐 어쩔 건가? 지금의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대체 뭘 할 수 있지? 관세 폭탄을 터트리거나 전쟁위기를 고조시킬 건가? 아니면 핵미사일이라도 발사하나? 분통을 터트리며 비난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는데, 내가 혹시 현실을 잘못 파악하고 있나?」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비판은 틀렸다! 왜냐하면 미국이 곧 질서이기 때문이다!」

「보라! 힘은 국익을 창출한다! 그리고 나는 힘찬 기분이 든다! 나는 앞으로도 올바른 힘과 압도적인 리더십으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해나갈 것이다!」

주술사 왕의 재상이 발표한 아프리카 종단 철도 계획은 그렇잖아도 들떠있던 미국 대통령이 물 만난 고기처럼 미쳐 날뛰도록 만들었다. 미국 대통령이 느끼는 강렬한 기쁨은 SNS 계정의 메시지 갱신 빈도 증가와 그 내용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나는 내 인생 최고의 투자를 성공시켰다! 요즘 정무를 보는 게 너무나도 즐겁다! 나의 정부는 미국을 역사적인 위대함으로 이끌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쯤 되고 보면 나는 사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었을까? 신이시여, 계속해서 미국을 축복해주소서!」

미국 대통령 입장에선 자기가 투자한 스타트업 기업의 주가가 폭발적인 상승을 거듭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굳이 밀약을 체결하지 않았어도 미국 기업들은 세 개의 대동맥 프로젝트의 주요 수혜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기업들은 중국의 눈치가 보여서라도 사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슬람권에 속한 국가들은 기술 수준이 열악하여 기여 가능한 분야가 제한된다.

다만 미국 대통령은 더욱 크고 확실한 이익을 보장받는 한편, 자신과 커넥션이 있는 기업들에게 특혜를 줄 수단을 손에 넣었을 따름.

고로 미국 대통령과 체결한 밀약의 진정한 의의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보다는 대통령 개인의 이익에 있었다. 사업 수주권이 자신에게 달려있는 상황이니, 기업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경제적·정치적 지원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

터키의 독재자는 투라니아 벨트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이 프로젝트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물류의 흐름이 터키를 통과하는 것은 확정사항이다. 그러나 지분이 없거나 적으면 물류의 흐름에 관여할 권한도 없거나 적다.

터키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흑해 방면의 물류가 조지아 방면으로 다 흘러나가고, 지중해·대서양 방면의 물류는 시리아와 레바논, 나아가 이스라엘 방면으로 크게 분산되는 것.

시리아에서 오랜 내전을 벌여온 무장 세력들은 샤히디가 뭐라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알아서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도의적으로 작은 빌미라도 내줬다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혀 알라의 검에게 토벌당할 민감한 시기임을 깨달은 것이다.

여기엔 러시아·미국·터키와 같은 배후 지원국들이 힘을 잃거나 협상에 들어간 영향도 있었다.

세간에선 샤히디의 행보를 두고 “가는 곳마다 평화”를 넘어서서 “눈길만 닿아도 평화”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여하간, 카렉 프로그램은 조만간 온전히 내 수중에 들어온다.

다음은 카렉 프로그램의 행정력을 기반으로 삼아 러시아의 자산을 뜯어먹을 차례였다. 러시아-카자흐스탄 전쟁과 러시아의 약화로 형해화된 집단안보조약기구(ОДКБ)로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의 자산을 분리해 삼키면, 카레아덱이 실질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일은 더욱 줄어들 터였다.

나는 중앙아시아 단기출장에 앞서 페르 아스페라 원격 제어 실험에 돌입했다.

“잘 되어 가십니까?”

수연이 내 앞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묻는 말.

향을 맡아보니 예멘에서 나오는 품종의 원두였다. 예멘의 각 부족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샤히디에게 상징적인 공물을 바치는 중이었고, 거기엔 반드시 커피 원두가 포함되었다.

나는 잔을 들어 한 번 기울인 후에 답했다.

“아직까지는 이상 없다.”

페르 아스페라의 원격 제어는 전율하는 거인으로부터 획득한 「공간왜곡」 코드의 최적화와 개량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었다.

본래 내가 추구했던 목표는 보다 안정적인 장거리 공간도약이었다.

그러나 페르 아스페라의 체급으로는 코드를 아무리 최적화해도 도약 가능한 거리에 한계가 뚜렷했다. 지금으로서는 여전히 긴급 회피기동으로나 쓸모가 있는 수준이었다. 쓰려면 준비시간이 필요하며, 다른 모든 공격과 방어를 포기해야 하는 계륵 같은 회피기동 수단이다.

다만, 최적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극소(極小) 웜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은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처음엔 내가 만들어낸 게 웜홀인 줄도 몰랐다. 일반적인 관측수단으로는 포착조차 어려울 만큼 크기가 작았고, 황금기의 눈으로도 웜홀을 보는 건 처음이었던 까닭이다.

공간왜곡 술식의 작용이 집중되는 한 쌍의 작은 지점들이 서로 떨어진 공간을 잇는 통로로 기능한다는 사실은, 술식에 투입한 마력의 흐름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웜홀의 크기는 미세먼지와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로 작았으나, 이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마력은 각성체 실험용 쥐의 평균적인 힘만큼은 되었으니까.

나는 이 극소 웜홀을 조립식 아기들에 대한 원격접속의 수단으로 이용해보기로 했다.

내 능력이면 아주 미세한 접점을 통해서도 영적인 연결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연결을 완료한 다음에는 술식 유지에 따르는 부하를 대부분 페르 아스페라 쪽으로 넘겨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대마법사들은 흉내를 내기 어려울 짓이다.

난관은 신경신호의 전달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영적인 연결이 신경신호까지 전달해주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따라서 신경신호의 전달을 위해서는 별도의 술식을 추가로 적용해야 했다. 신경신호를 마법적인 파동으로 전환하여 전송한 후, 그것을 다시 신경신호로 전환해주는 술식을.

화면을 보던 경태는 감탄했다.

“설마 이런 일이 가능할 줄이야. 형님께서 영혼을 다루는 게 특기인 대마법사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나네요.”

“그런가?”

“예. 지금까지 보여주신 모습은 솔직히 「영혼을 다루는 마법의 거장」이라기보다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마법의 거장」이라는 느낌이었거든요.”

“…….”

“받아라, 유대나치들아! 155mm 착발신관 매직 미사일! 탄종, HE!”

“거기까지 해라.”

“옙.”

이번 실험의 첫 번째 목표는 원격제어가 가능한 한계거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내가 원격으로 제어 중인 페르 아스페라는 내 위치로부터 3천 7백 킬로미터 떨어진 심해(深海)를 막 통과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웜홀 유지에 할당한 내 마력회로의 처리능력은 대략 서너 푼 가량. 조립식 아기들이 지닌 확장회로의 처리능력은 1할을 조금 넘는 선에서 사용되고 있다. 거리에 비례하여 잡아먹는 리소스가 증가하고는 있으되, 연결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안정적이었다.

나는 전자지도상에서 깜박이는 페르 아스페라의 좌표를 보며 말했다.

“더 이상의 한계거리 실험은 불필요하겠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실험의 두 번째 목표는 수리가 완료된 레이저 포대들의 기능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지시가 떨어지자, 고래를 위시한 해양각성체 감시를 명분으로 먼바다 위의 하늘을 날던 부하들이 표적기 발사를 준비했다. 주변에 다른 배가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의 일이었다.

나는 환시장막을 전개하며 페르 아스페라를 수면으로 부상시켰다.

「솨아아아아아-」

2천 킬로미터 바깥에서 바닷물 갈라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내 뇌리에 전해진다. 조립식 아기들의 귀를 통해 듣는 소리였다. 마치 내가 페르 아스페라의 함교에 자리한 듯한 감각.

극소 웜홀은 비단 페르 아스페라의 원격제어만이 아니라, 공간적·물리적 제약을 무시하는 장거리 노 딜레이 통신의 가능성도 열어주는 마법이었다.

페르 아스페라엔 일본이 소자와 그 외의 부품들을 제공하고, 러시아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완성한 위상배열 레이더가 탑재되어있었다. 원래 붙어있던 최신형 이지스 레이더(AN/SPY-6)의 잔여물을 최대한 활용한 이 레이더의 성능은 이지스 레이더에 뒤처지지 않았다.

고성능 레이더는 내 부하들의 기체와 부하들이 사출한 표적기를 쉽사리 포착해냈다.

상부 갑판에 배치된 레이저 포대에 전력을 공급하자 우우우웅- 하는 소리가 함내에 울린다.

다음 순간, 잿빛 음영의 적외선 관측 화면이 하늘을 가르는 강렬한 열선들을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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