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533화 (533/561)

#52. 전쟁의 기반 (14)

내 꼭두각시와 그레이스의 공개적인 교감은 외교적인 층위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주술사 왕과 알라의 검이 본격적인 협력을 개시하기 전에, 세계인들이 그 협력을 납득할 만한 개연성을 갖춰놓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알림 샤히디로 하여금 주술사 술탄 음크와와의 해골 반환 문제를 두고 그레이스에게 지원사격을 제공해주도록 했다.

「술탄 음크와와는 비록 모범적인 무슬림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그가 지녔던 신앙의 여러 결함들은 의도적으로 자행한 왜곡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올바른 가르침을 접할 수 없었던 환경의 한계라고 보아야 한다. 즉 술탄 음크와와 개인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내가 여러 사료들을 두루 살펴본 바, 다른 건 몰라도 알라를 유일한 신으로 믿는 마음만큼은 순수했던 자가 술탄 음크와와였다. 그는 예언자의 백성이었고, 신의 은총에 기대어 민족의 운명을 구하려 했던 지하드 지도자였다.」

「이에 나 알림 샤히디는 성지의 수호자이자 신자들의 총사령관으로서 공인한다. 술탄 음크와와가 독일을 상대로 선포했던 지하드는 진실로 하느님께 바쳐진 숭고한 투쟁이었노라고. 모든 무슬림들은 비극으로 끝난 채 오랫동안 망각의 그늘에 묻혀있었던 음크와와의 지하드에 대하여 경의와 애도를 표해야 마땅하다.」

「고로 술탄 음크와와의 유해가 더는 오욕을 겪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우리 무슬림들이 힘을 보태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나 알림 샤히디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술사 왕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주술사 왕의 요청이 있을 경우 후루 신성왕국연합과 실제적인 연대를 구축할 의사가 있음을 알리는 바이다.」

독일 정부는 이 선언에 기겁을 했다. 위명 쟁쟁한 알라의 검이 뜬금없이 독일에 칼을 겨누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그레이스는 주술사 왕으로서 샤히디에게 감사를 표한 후, 연대의 뜻을 수용하고, 주술사 왕의 권위를 이용하여 샤히디에게 영적인 비범함이 있음을 언급했다. 알라의 검은 진정으로 신령의 의지를 대행하는 자이며, 정령들도 그를 따르고 있노라고.

메리옘은 내게 조언했다.

“외부세계의 편견과 달리, 이슬람은 정령의 존재를 긍정하는 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브라힘(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들 중에선 가장 긍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다만 정령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따라서, 주술사 왕과 알림 샤히디를 붙여놓는다 해도 적절한 구실만 대면 이슬람 세계의 반발은 없을 것입니다.”

이슬람이 정령의 존재를 긍정한다는 말은 진(جن/지니)의 개념 덕분에 성립하는 것이었다.

“거짓 예언자 무함마드는 스스로를 두고 알라께서 사람과 진 모두를 위해 보내신 선지자라 하였습니다. 비록 진이 영적인 존재이긴 하나, 사람처럼 올바른 신앙과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는 피조물이라 한 것이지요. 그래서 진은 사람과 같이 무슬림인 진과 무슬림이 아닌 진, 무슬림이 아니면서 알라의 뜻에 거역하려 하는 사악한 진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는 하디스에 기록된 내용인지라 어떤 원리주의자라도 함부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시대적인 배경도 한몫했다. 마법이 돌아온 시대의 무슬림들은, 가장 원리주의적인 자들조차 이슬람 전통 주술을 쉽게 무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할랄 영약 시장의 빠른 성장세만 봐도 짐작 가능한 사실이었다.

대응지침을 받고 교육자료를 숙지한 샤히디는, 우상숭배자 중의 우상숭배자이며 스스로가 곧 우상이기도 한 주술사 왕과의 연대에 우려를 표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나는 주술사 왕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알라의 권능과 자비엔 한계가 없으므로 사람은 누구나 진정한 신앙에 귀의할 수 있으며, 주술사 왕이 알라의 품에 귀의한다면 아주 많은 우자(愚者)들과 영적인 존재들을 올바른 믿음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일에 알라의 인도하심을 느낀다.」

딱히 교리에 반하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알라의 검이 알라의 인도하심을 느낀다는데 누가 의문을 제기할 것인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가 알라의 인도 그 자체였던 사람이 바로 알림 샤히디인데.

내 의도대로, 세상은 알림 샤히디의 입장 표명에 분명 다른 목적이 존재하리라 여겼다. 순수하게 옛 지하드 전사의 신원을 이루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주술사 왕과 우호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술탄 음크와와의 이슈를 이용했으리라는 해석이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알림 샤히디가 성지의 수호자로서 공식적으로 주술사 왕의 위치를 결정지은 것- 즉 주술사 왕이 이슬람 교리상의 적이 아님을 선언한 것은 주술사 왕에게도 필요한 일이었으리라고.

「이로써 주술사 왕은 이슬람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기가 한층 더 쉬워진 셈입니다. 물론 그 역도 성립하고 말입니다. 이슬람권의 국가지도자들은 이제 부담 없이 주술사 왕과 교류할 수 있겠지요.」

「주술사 왕 동군연합의 입지와 인접 국가들을 보면, 주술사 왕이 얻을 외교적·지정학적 이익은 무척이나 자명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주술사 왕과 중동 국가들, 그리고 알림 샤히디의 협력수준이 조만간 크게 격상될 테니.」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위구르 통합 망명정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메리옘은, 세 개의 대동맥 계획을 공개한 후 닷새째 되는 날에, 망명정부가 거둔 거대한 외교적 성과를 발표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기뻐해주십시오. 금일 우리 정부는 주술사 왕의 정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가 후루 신성왕국연합으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은 외교적 쾌거이며, 신성왕국연합과의 우호적 협력과 교류는 향후 위구르 국가의 독립을 위해 싸워나가는 데 아주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또한 주술사 왕께서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중앙아시아 지역 물류망 건설 계획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셨으며, 일부 노선의 변경 및 연장과 지분 분배를 조건으로 향후 10년간 9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해줄 수 있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제안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때를 함께하여, 르완다 대통령은 주술사 왕 동군연합의 재상으로서 제1차 아프리카 종단 철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왕의 성소가 있는 탄자니아 중부 도도마에서부터 이집트 남부 아스완에 이르는 4,757km짜리 복선철도를 깔겠다는 계획이었다. 지선(支線)들까지 더하면 총 연장은 6천 킬로미터를 상회했다.

아스완은 이집트 국영철도의 남쪽 종착점이다. 여기까지만 철도를 연결해도 지중해로 나가는 길이 열리며, 수에즈 운하에 걸린 엘 페르단 철교를 지나 시나이 반도로 물류를 보내는 것 또한 가능해진다.

시나이 반도 방면의 이집트 철도는 아직 계획만 세워져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시나이 반도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게 가나안 땅이고, 가나안 땅은 최근 샤히디의 영향권에 편집된 곳이지 않은가.

이쯤 되고 보면 주술사 왕이 위구르 망명정부에게, 실질적으로는 샤히디에게 요구했다는 「일부 노선의 변경 및 연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상이 모를 수가 없었다. 9백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금은 세간의 추측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요소였다.

소위 외교·경제 전문가라는 자들은 흥분 섞인 해몽과 전망들을 내놓았다.

「알림 샤히디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제적인 비전을 제시한 겁니다. 설령 중국과 척을 지게 되더라도,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시장을 너희에게 안겨주겠다 이거예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너무 빨라서 환상적이기까지 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초대형 이머징 마켓이 바로 후루 신성왕국연합 아닙니까? 지금 당장은 중국을 대신하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면 십 년 내로 세계 최대의 생산 및 소비시장이 될 게 거의 확실시된단 말입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선, 샤히디 진영에 가담한다고 해서 반드시 중국과 극한의 대치국면에 돌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죠. 샤히디는 자기 진영에 들어온 국가들에게 직접적인 참전을 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백 퍼센트에 가깝습니다. 왜냐면 그건 본인에게도, 장차 독립할 위구르 국가에게도 손해가 되니까요. 중국 시장을 왜 완전히 포기하겠습니까? 인접 국가들의 대중 무역망을 남겨놓으면 위구르 국가도 그 물류망의 수혜를 볼 수 있는데요.」

「위구르 독립전쟁이야 샤히디 그룹이…… 아니, 이제는 위구르 독립군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샤히디가 단독으로 수행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 기적 같은 군사적 역량을 이용해서요.」

「다른 국가들이 샤히디의 성전을 비공식적으로만 지원해주면, 중국은 명분을 따지기 이전에 자기네가 고되고 힘들어서라도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단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칫하다간 국가 단위의 경제적 자살행위가 되기 십상이라서요.」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내린 그레이스에 대해서도 한결같이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주술사 왕이 얻을 이익도 굉장합니다. 이건 단순히 경제적인 이익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중국과 러시아의 앞마당을 강탈함으로써 세계 패권을 논할 영향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라고 봐야 합리적이죠.」

「패권국가라는 게 뭡니까? 정치·외교·군사·경제·산업 전 분야에 걸쳐 국경을 초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권을 가진 나라 아닙니까?」

「주술사 왕이 패권경영의 파트너로 알림 샤히디를 선택한 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나라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상대해 가면서 자신의 영향권에 편입시키느니, 차라리 힘을 빌려주고 영향력을 반분하는 한이 있더라도 알라의 검을 끌어들이는 쪽이 백배천배 더 낫지요.」

「수수료를 비싸게 준다고 쳐도 최종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오히려 많이 줄어들 겁니다. 이슬람 국가들을 상대로 성지의 수호자가 발휘할 협상력이라는 게 어디 평범한 수준의 협상력이겠습니까? 여기에 시간까지 대폭 절감되는 데다, 국제적 영향력을 두고 중국이나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드잡이질을 벌이기보다는 중간에 샤히디를 끼우는 쪽이 부담이 덜하기도 해요. 힘 있는 패권국가들 사이에선 명분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주술사 왕으로서는 투자가치가 넘치도록 충분한 사업 파트너가 바로 알림 샤히디인 셈입니다.」

「또 하나. 분쟁지역마다 평화를 가져다주기로 명성이 높은 알라의 검이, 과연 이슬람 권역에 남아있는 나머지 분쟁지역들이라고 그냥 내버려둘까요? 아프리카 종단철도는 반드시 세 개의 대동맥과 연결될 겁니다. 그럼 연결부의 철길은 반드시 레바논과 시리아를 통과하겠지요.」

「이런 걸 보면 주술사 왕이 단순히 일신의 힘과 카리스마만 가지고 왕좌에 오른 게 아니란 말이죠. 경영가적인 안목이 굉장히 탁월해요. 보통은 당장 나가는 지출에만 매몰되어서 이런 거시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거든요.」

「뭐, 이게 왕국 재상을 겸하는 르완다 대통령의 결정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최종 결정권자는 주술사 왕이니까요. 사람을 쓰는 것도, 그 사람을 믿어주는 것도 최고경영자가 갖춰야 할 능력이자 미덕이지요.」

「하하. 이것 참. 살다살다 아프리카에서 진정한 의미의 패권주의 국가가 탄생하는 날이 올 줄이야. 여러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주술사 왕과 알림 샤히디에게 투자하십시오. 그 두 사람이 곧 세계경제의 밝은 미래입니다.」

이렇게 떠들어대는 전문가들은, 내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들을 대신 전달해주는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주었다.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들은 세 개의 대동맥 계획이 결코 아무런 대가도 없이 주어지는 선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메리옘은 이미 위구르 망명정부 수반으로서 각국에 새로운 경제·안보 공동체 창설에 관한 제안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의장국 역할은 당연히 위구르 망명정부의 몫이다.

회원국들의 외교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되는 만큼, 정규 가맹국 목록에 위구르 망명정부가 들어가진 않는다. 대신 의장을 포함한 실무기구의 중요 직위들을 위구르 망명정부 인사들로 채움으로써 실질적인 의장국 지위를 부여하는 형식이었다.

가장 먼저 회신을 보내온 나라는 카자흐스탄이었다. 정확하게는, 괴뢰화된 친러 정권이 아닌 카자흐스탄 민주정부 측의 회신이라고 해야겠지만.

이 회신은 고스란히 내 수중으로 들어왔다. 메리옘이 내게 올리는 보고와 함께였다.

제안을 조건부로 승낙한다는 내용의 극비 외교문서를 열람한 나는, 옆에서 “세계의 진정한 배후조종자가 되어 가시는 경애하는 우리 형님 지도자 동지” 운운하는 경태를 무시하며 화상 속의 메리옘과 시선을 맞췄다.

“그래. 기분이 어떠냐? 명목상 너희 민족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아, 다가오는 민족의 광복을 바라보는 기분이.”

메리옘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조금은 기쁩니다.」

“조금은?”

「죄송합니다. 귀하신 분께서 은총을 베푸셨으니 마땅히 경희(慶喜)에 젖어야 할 것이나, 제게는 민족의 광복보다 머리에 닿는 자애로운 손길 한 번이 더 큰 기쁨이 되었는지라……. 저는 그저 한없는 송구함 속에 귀하신 분께서 맡기신 소명을 다할 따름입니다.」

“송구해할 것은 없다. 샤히디는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나?”

「예. 그 하찮은 자가 어찌 감히 귀하신 분의 경고를 무시하겠습니까.」

내가 샤히디에게 전한 경고는 육욕에 과도하게 사로잡혀있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짐승 새끼들의 성욕은 언제나 잠재적 사고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불씨와도 같다.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샤히디 그룹의 구성원들은, 내 지시에 따라 이상적인 지하드 전사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내게 처음 거둬질 때와 달라진 게 거의 없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이상적인 영웅 행세를 하느라 금욕생활을 강요받았으니, 욕구불만이 차오르지 않을 수가 있나.

그렇다고 샤히디 그룹 구성원들에게 가정을 만들어주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이슬람권의 유력자들과 혼맥으로 이어진다면 물론 도움이 될 터. 그러나 거저 주어진 명예에 도취되어있는 수컷들이, 살과 살을 맞대고 사는 여자들에게 비밀을 엄수하리라 보는 건 지나친 낙관이 아니겠는가.

‘일단 교육 수준이 낮은 수컷들의 본능적인 과시욕부터가 문제란 말이지.’

비슷한 맥락에서 창부들과 관계하도록 해주는 것도 선택사항은 아니었다. 스캔들이 터질 위험성이 있으니까.

결국 예루살렘 성전을 치른 직후, 샤히디의 입에서 조심스러운, 그리고 부끄러움 섞인 간청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번엔 포상으로 여자들을 내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라는 간청이.

이런 종류의 욕구불만은, 그게 아무리 하찮아 보일지라도, 방치해두면 어디선가 반드시 파열을 일으키는 가스압 상승과도 같다. 경영자는 이런 종류의 가스압을 경시해선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당시에 풍부했던 이스라엘군 전쟁포로들을 재료로 써서 다수의 시체인형을 제작했다. 「소생」 술식의 숙련도 상승을 위한 연습과 개량을 위한 실험을 겸하여, 위구르 수컷들의 보안성 높은 성욕해소수단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전쟁포로들의 성별은 9할 이상이 남성이었지만, 재료의 성별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내 몸에 자궁을 장착할 수도 있는데 시체인형의 성별을 바꾸는 게 대수일까.

같은 맥락에서 「생명」을 활용한 신체개조 역시 어려울 것 없는 작업이었다. 체감하기로는, 키요우타마히코에게 외장형 간과 신장을 하나씩 추가로 달아줄 때가 차라리 더 어려웠던 것 같았다. 경태는 싱글벙글 웃으며 인터넷을 뒤져 내가 참고할 자료들을 구해왔다.

마지막으로, 인형술사 웨스트버튼의 병신 같은 필생의 역작, 인형 윌리엄을 분석해봤던 경험은 인형의 항상성과 성적인 반응성을 향상시키는 토대가 되어주었다.

비록 내가 만든 인형들은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열화판 윌리엄들에 불과했지만, 이는 마약에 중독된 성노예들이라고 설명하면 그만인 일이다. 어쨌든 샤히디 그룹이 쓰기에 부족함은 없는 물건들이었다.

반응성의 결함은 아름다움으로 상쇄가 가능했다.

대마법사 수제 시체인형들과 대면한 샤히디 그룹 구성원들은 인형들의 미색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약에 취한 ‘이교도와 무신론자 성노예들’에게 연민의 색채를 보이는 놈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나에게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했을 뿐.

「저희를 위해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인들을 준비해주시다니. 저희가 스승님의 은혜에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인형들은 지금도 내 관리하에 있다. 내 제자를 자칭하는 위구르 수컷들이 제 역할을 잘 해낼 때마다 포상으로 이용하게 해줄 요량이었다.

샤히디에게 경고를 전한 것은 이 음욕에 맛을 들인 수컷이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포상을 간청했던 까닭이다.

샤히디 그룹이 인형들을 이용할 때는,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인형들의 이상반응이나 오작동을 확인하기 위한 영상기록이 이루어졌다. 이는 샤히디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약점으로서도 가치가 있었다.

요즘 경태에겐 이따금 그 영상들을 돌려보며 킥킥거리는 악취미가 생겼다. 음란물이 아니라 굉장히 웃기는 희극이라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생체신호도 그러했고, 키득키득 웃거나 이마를 감싸 쥐며 안타깝게 중얼거리는 괴상한 소리들도 그러했다.

“앗, 안 돼. 샤히디쿤. 그 인형은 원래 배 나온 아저씨였다구…….”

“TS 유대인들을 정신없이 탐닉하는 이슬람 성지의 수호자……. 이것이 마법이 돌아온 세계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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