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524화 (524/561)

#52. 전쟁의 기반 (6)

사람과 사람간의 심리적 거리는 정확한 상호대칭을 이루는 경우가 없다. 아무리 가깝고 중요한 관계의 사람일지라도, 내가 상대를 친밀하게 여기는 만큼 상대도 나를 친밀하게 여기는지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러한 심리적 거리의 비대칭성은 대중에게 친밀감을 팔아 장사를 하는 부류의 유명인들이 가장 크게 경험한다. 이런 유명인들이 생계를 무난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난생 처음 보는 타인이 자신에게 제멋대로인 거리감을 들이대는 데 익숙해져야만 한다.

나는 그러한 고충을 그레이스-1441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때때로 라일라에게서도 느꼈고, 그레이스 복제체들에게 케이크를 뿌리고 다닐 때도 어느 정도 느끼긴 했으나, 지금만큼 강하게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내가 불편하지는 않나?”

이렇게 묻자, 1441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요! 라일라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저는 당신이 좋아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러는가 싶을 만큼, 1141은 내게 당혹스러울 정도로 가까운 심리적 거리감을 드러내었다. 앞으로의 일을 감안하면 유익한 일이긴 해도, 좋고 나쁨을 떠나서 당혹스러운 건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만찬장에서 내게 최종적으로 망명의사를 확인받고 스텔라 포르투나로 빠져나오기까지의 과정은 1141에게 상당한 정신적 피로를 선사했다. 내 눈엔 그 피로의 색채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41은 피로를 능가하는 커다란 기대와 흥분과 기쁨과 호기심으로 자신이 진입한 새로운 환경을 탐닉했다.

누가 유전자 레벨에서 동일한 자매 아니랄까 봐, 1141이 던지는 질문들은 언제인가의 라일라를 꼭 닮아있었다.

“당신은 대마법사인데도 추종자들에게 봉헌금을 받는 게 아니라 거꾸로 급여를 준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실이다. 추종자들이 아니라 부하들이라고 해야 정확하겠지만.”

“와! 그럼 당신은 부하들에게 연간 180일이나 휴무를 준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보직에 따라 다르다. 180일은 피로도가 높은 보직을 받은 녀석들에게 적용하는 기준이지. 나를 가까이에서 따르는 전투인력이나 고위사무인력들처럼. 예외가 몇 있긴 하나 본인들이 진심으로 쉬기를 싫어하는 경우이고, 나는 이게 바람직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아무튼 사실이군요!”

“그래…….”

경태는 내가 그레이스 복제체들 사이에서 궁극의 아이돌이나 슈퍼스타와도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으리라 말한 바 있다. 지금의 이 거리감은 그때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동물이다.

그레이스 복제체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라일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무기로 그레이스 복제체들이 지금 믿고 싶어 하는 것들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공략했을 것이다.

‘선의의 조력자에 대한 환상은 강력하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자력으로 타개할 수 없을 때,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보유한 외부인의 호의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 호의가 진정으로 순수한 선의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감각이 마비되는 것이다. 마비의 정도는 고통의 강도에 비례한다.

이렇게 감각이 마비된 자들은 외부의 조력자에게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비롯된 환상을 덧씌운다. 극도로 아름답고 이상적인 환상을.

왜냐면, 그냥 믿고 싶으니까.

이는 과거의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제국주의의 전성기, 모든 식민지에선 식민화 초기에 반드시 강도국가들의 ‘선의’를 믿는 지식인들이 출현하지 않았는가.

내가 할 일은 그 환상을 깨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거리감에 노출된 게 나 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호기심 충만한 망명자는 내 측근들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친밀감을 드러냈다. 마치 열렬히 좋아하는 소설이나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을 현실에서 마주한 듯한 사람의 태도였다. 라일라에게 들은 이야기 속에서 경태와 수연이 차지하는 비중도 제법 상당했던 모양.

경태 녀석은 당혹스러워하기는커녕 능글맞은 태도로 거의 춘식이 대하듯이 망명자를 대하고 있었고, 수연은 평소와 같은 담담한 신색을 유지했다.

이 망명자의 태도는 그레이스가 저지른 조직관리 실패의 결과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레이스의 실패는 응당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계해야 할 바였다.

나는 라일라를 닮은 망명자에게 권했다.

“우선 밥부터 먹고 쉬도록 해라. 본격적으로 조직을 돌아보는 건 내일부터 해도 늦지 않을 테니.”

“한 끼 정도는 걸러도 괜찮아요.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괜찮지 않다. 식사는 중요한 것이다. 사람은 밥을 잘 먹어야 한다.”

“아. 이것도 라일라에게 들은 그대로네요! 라일라는 당신이 아랫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걸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어요.”

“…….”

만찬을 탈출의 기회로 삼은 탓에, 망명자는 아직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시간에 맞춰 미리 식사를 준비해두라고 지시해놓았다.

나나 경태 이하의 부하들은 작전을 개시하기 전에 미리 열량을 충전해 놨다. 만반의 사태를 대비하여 반나절에 걸쳐 과포화시킨 열량은, 망명자 인도를 무난히 마무리 지은 덕분에 크게 소모되지 않은 채로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망명자의 근접경호와 적응보조 및 감시는 라일라를 조직에 들였을 때 동일 임무를 수행했던 유경험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나는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모두 수고했다. 너희도 이만 가서 쉬어라.”

내가 이렇게 말하자 경태가 나를 붙잡았다.

“앗, 형님. 잠시만요. 해산하기 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

“예. 조금만 지나면 자정이지 않습니까? 그 전에 절 받으셔야죠. 오늘이 설인데.”

오늘은 음력 정월 초하루. 즉 설날이다.

매년 설엔 조직 간부들이 모이는 행사를 치르곤 했으나, 올해는 그레이스와의 일이 우선이었으므로 하루 전인 어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간단한 인사만 받고 끝내었다. 대신에, 선물과 떡값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평년보다 반절 이상 더 챙겨주었다.

경태 녀석이 활짝 웃으며 하는 소리는 나로 하여금 한숨을 삼키도록 만들었다.

“……그걸 꼭 해야겠나? 지금? 여기서?”

“잠깐이면 되는걸요, 뭘. 이 김경태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의식입니다. 이걸 해야만 영혼에 복(福) 에너지가 차올라 올 한 해도 힘내서 형님께 충성을 바칠 수 있습니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넉살 좋게 대꾸한 경태는 다른 부하들과 1441이 보는 앞에서 넙죽 엎드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형님.”

“알았다…….”

절을 마치고 일어선 경태는 당당하게 세뱃돈을 요구했다. 이 녀석이 경호실장으로 취임한 이래 매년 똑같이 반복된 일이긴 하나, 올해는 준비해놓은 게 없었다.

그러나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 전, 내게 다가선 수연이 지폐로 채운 봉투 하나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조용히 내밀었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수연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태가 이럴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

나는 봉투를 받아 경태에게 넘겨주었다. 하는 입장에선 맥이 빠지는 요식행위였다. 경태는 좋아라하며 봉투를 받아 갈무리하고는, 수연을 향해 쌍으로 엄지를 세워 보였다.

이 모든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관찰하던 망명자가 경태에게 물었다.

“미스터 김. 방금 그건 뭐였어요?”

“아아, 이것은 「세배」라는 것이다.”

“당신이 가끔 이상한 말투를 쓴다는 것도 라일라에게 들은 거랑 똑같네요. 아무튼 그 세배라는 건 대마법사에 대한 숭배행위의 일종인가요? 조금 전 영혼에 에너지를 채우는 행위라고 표현한 걸 보면 그런 느낌인데요.”

경태는 발끈했다.

“어허. 숭배행위라니. 우리 형님을 뭘로 보시고. 이건 우리 조직의 전례(典禮) 같은 게 아니라, 이 김경태의 출신 국가에서 신년을 맞아 웃어른에게 공경을 표하고 덕담이나 약소한 선물을 받는 전통문화일 뿐이에요.”

“전통문화?”

“예스! 이러면 한 해 동안 양자 모두에게 행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있다 이거예요. 우리 형님을 원탁의 미친 변태 늙은이들이랑 비슷하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아하. 미안해요.”

수다스러운 설명을 들은 망명자는 내게 자기도 그 세배라는 걸 하고 싶다며 허락을 구해왔다. 그러고는 경태가 한 것과 똑같은 자세로 엎드렸다. 이를 보고 한껏 웃은 경태는 제 몸으로 여자가 하는 숙배(肅拜)의 시범을 보여주었다. 망명자는 이를 따라 다시 한 번 내게 세배를 올렸다.

이걸 받아주며, 나는 정체불명의 피로감과 불편함을 느꼈다.

주술사 왕의 중재의식을 연출하고 망명자를 빼내오는 과정에서 느낀 피로보다 지금 느끼는 피로가 훨씬 더 컸다.

여기에 위장 속에서 울렁이는 듯한 불편함이 더해지니, 겉으로 내색하지 않기가 고역이었다. 호감을 쌓아야 할 망명자에게 시작부터 나쁜 인상을 줄 순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 피로감과 불편함을 오래 곱씹을 여유는 없었다. CIA와의 통화 약속이 잡혀있었던 까닭이다.

“요즘 미친 상사를 모시느라 고생들이 참 많으시오.”

맥팔란드는 내가 겉치레로 던진 위로에 씁쓸한 실소를 참지 못했다.

「우리는 언제나 주어진 의무를 수행할 따름입니다.」

미친 상사란 당연히 미국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다.

기괴한 언행으로 말미암아 「불확정성의 고양이를 키우는 자」라는 별명을 새롭게 얻기도 한 이 미치광이는, 기적태환권 결제 수단을 달러로 통일하자는 발상, 즉 「레페 달러」 체제를 구축하자는 발상을 내놓음으로써 미국 조야의 브레인들에게 스트레스성 두통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러면 왜 안 됨?」

미국 대통령이 자기 SNS 계정에 불퉁한 표정의 본인 사진과 함께 올렸던 메시지.

「우리 미국은 지난날 석유 결제 수단을 달러로 고정시키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통해 강력한 경제·무역패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금태환을 중단한 이후로도 달러의 위상을 유지해준 가장 강력한 힘이 바로 페트로 달러 체제였단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힘이 쇠퇴해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화공산업 섹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석유가 완전히 가치를 잃을 날은 오지 않겠지만, 어쨌든 화석연료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고, 그만큼 페트로 달러 체제의 힘도 줄어들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페트로 달러와 병행하여 달러의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보장해줄 새로운 시스템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시스템의 하나로서, 나는 레헤마 페드하를 단순한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간주하여 1차 외환 결제를 달러로 고정시키는 체제, 이른바 레페 달러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체제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이익은 너무도 명확하다! 또한 주술사 왕의 정부도 여기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여기에 특별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의 우수한 외교력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다시 빛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은 내가 만들어놓은 기회를 그냥 붙잡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반대하는 자들은 대체 왜 반대를 하는 것인가? 내 정치적 반대자들은 국익 따위는 아랑곳 않고 단지 나를 싫어하는 마음만으로 반대를 하는 듯하다! 그들은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들이 반역자와 다를 게 무엇인가!」

「내가 너무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질투와 견제를 받는 것은, 뭐,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질투와 견제가 미국의 대통령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자기 이익 찾기에만 급급한 반 파인트(Half pint/모자란 인간)들은 이제라도 진정으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해주길 바란다!」

언뜻 들으면 논리적이고 합당한 주장처럼 느껴지는 말들.

그러나 미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과 석학들이 입을 모아 반대를 표하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했다.

「페트로 달러는 미국이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비로소 유지 가능했던 체제다. 그런데, 과연 레페 달러도 그러할까?」

대통령의 답은 “그렇다.”이고, 반대자들의 답은 “아니다.”였다.

레페 달러 체제를 구축하려면 먼저 주술사 왕 동군연합의 정식 국가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레페 달러 체제에 반발할 주요 국가들과는 외교적으로 척을 지게 될 게 분명하다. 이는 곧 국제무대에서 주술사 왕 동군연합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되리라는 뜻.

주술사 왕의 통치 아래, 「후루 신성왕국연합」의 성장세는 다양한 견제장치들이 작동 중인 지금도 무서울 정도로 급격하다.

미국 대통령의 반대자들은 레페 달러 체제가 주술사 왕의 성장을 미친 듯이 가속시키리라 확신했다.

그리하여 가까운 미래에 힘의 격차가 좁혀지거나 사라지게 되면, 미국이 무슨 수로 레페 달러 체제의 유지를 강제할 것인가? 주술사 왕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다고 해도 불이익을 줄 방법이 있기는 한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고했다.

「결국 레페 달러는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달러의 지위를 잘 포장해서 주술사 왕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를 떠나, 적어도 이 사안에 한해서는, 우리는 대통령이 이 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갈등으로 인해 CIA는 가중되는 부담을 겪고 있었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반대자들 모두 한목소리로 주술사 왕에 대한 첩보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현장의 고충엔 언제나 관심이 없는 권력자들은 실무자들이 최대한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기를 바랐다.

그런데 CIA가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유일한 방법은 나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압박은 가할 대로 가하면서 예산을 더 줄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CIA가 예산을 더 배정받았다면 내가 그 기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맥팔란드는 말했다.

「회장님 당신에겐 시운이 따르는 것 같군요.」

“시운을 잡는 것도 능력이지.”

「그렇긴 합니다.」

“근래 중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약간의 우려가 있지 않소? 가벼운 견제 수단이나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은 수준의 우려가 말이오.”

내 말에 맥팔란드는 미묘한 시차를 두고서 답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근심하는 사람들이지요. 당신께서 일전에 말씀하셨다시피, 이 세상에 미국의 국익과 무관한 문제란 존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사릴 것 없소. 나는 어디까지나 본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내 가치를 증명하고 있을 뿐이니.”

CIA는 나에 대한 의존이 급속도로 깊어지는 걸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나와의 거래로부터 그저 이익만을 얻고 있다곤 하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상대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니까.

그러나 경계를 하면 어쩔 것인가? 내가 먹여주는 꿀은 거부하기엔 너무 달다.

「일단 말씀해보십시오. 이번엔 뭘 준비하셨는지. 경청하겠습니다.」

“내가 말이오, 어쩌다 보니 중국의 대규모 인신매매와 외과적 수술에 의한 노예화의 단서를 손에 넣었지 뭐요? 현재까지 알아본 바로는 그 재료를 일본에서도 대량으로 조달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어떻소? 이 정도면 관심이 꽤 동하지 않소?”

지난날, 도쿄 대공습 이후 키요우타마히코에게 먹일 환자식을 구할 적에, 중국의 문파기업 해남파(海南派)의 원양어선 「남사 제12선(南沙 第十二船)」을 추적하면서 현장을 포착하게 된 중국의 대규모 각성능력자 인신매매.

나는 당초 이 인신매매의 정보를 수집·폭로함으로써 일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역할을 굳이 내가 직접 수행해야 할 이유 따윈 없다.

그렇잖아도 중국의 각성능력자 인신매매 및 외과적 처치에 의한 노예화 의혹에 관심이 많았을 미국이다. 이걸 가지고 일본 내에서 대대적인 반중감정을 촉발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나는 나대로 차도살인을 할 수 있어서 좋고, 미국은 미국대로 이익을 볼 수 있어서 좋은 일이다. 덤으로 미국은 내가 중국의 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화상 너머의 맥팔란드는 자세를 고치며 관심을 드러냈다.

「외과적 수술에 의한 노예화라……. 그건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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