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성지의 수호자 (14)
21년의 마지막 날. 해가 바뀌기까지 13시간 47분이 남은 시점에서, 이스라엘은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선언 직전까지도 여러 채널들을 통해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던 이스라엘 총리는, 불과 일이십 분 사이에 10년은 늙은 것 같은 얼굴로 연단 위에 올라서서는, 그간 무시해왔던 모든 유엔 결의안들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시각부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의 모든 군사작전은 종료됩니다. 크네세트(의회)의 표결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는 이스라엘 정부의 수반으로서 알림 샤히디가 즉각적인 정전에 응해주기를 강력하게 소망합니다.」
「단순한 시간벌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의 모든 부대들은 전지(戰地)에 있든 그 외의 지역에 있든 일괄적으로 현재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각 부대들의 교전은 오직 현 위치에서의 자기방어를 위해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다만 상태가 위중한 부상자들의 후송은 예외로 해주기를 바랍니다. 알림 샤히디. 당신이 정녕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라면, 당신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앰뷸런스의 이동경로를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하여 우리 측에 통보해주십시오. 또한 같은 경로로 식수의 보급까지는 가능하도록 보장하여주십시오. 우리를 믿지 못하겠다면 운반을 당신들이 대행해줘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정전 및 추가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당신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해주십시오. 이 평화를 깨는 자는 누구든 당신의 적이 되리라 선언하여주십시오…….」
여기서 말하는 추가협상이란 결의안 수용에 관한 게 아니라 식민통치의 피해 보상과 그 구체적 이행방안에 관한 협상이었다. 결의안 수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미리 못박아두었으니까.
나는 정면에서 찍어 누르는 싸움으로도 이스라엘의 전의가 꺾이지 않으면 주요 정치인들의 암살을 강행할 예정이었다. 총리는 자신이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세계는 샤히디가 거둔 또 한 번의 승리에 전율했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군사강국인 이스라엘을 꺾은 것은, 예멘의 후티 반군을 무너뜨린 것과는 격이 다른 대사건이었으니까.
샤히디가 평화의 이름으로 호출했던 종교계는 기꺼이 중재자 역할을 받아들였다.
로마 교황청은 예루살렘으로 「가장 거룩한 삼위일체와 포로들의 기사단(Ordo Sanctissimae Trinitatis et Captivorum)」을 파견했다.
줄여서 「OSsT」 또는 「삼위일체 구조 기사단」이라고도 하는 이 기사단은, 과거 북아프리카 해적들에게 납치당해 노예가 된 기독교도들을 구조하고자 창설된 조직이었다. 근대 이후로는 완전한 비전투 집단으로서 구호활동에만 전념해왔으나, 마법의 시대가 돌아온 이래로는 과거와 현대의 정체성을 절충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 변화의 중심엔 위험지역에 파견되어 민간인 보호 및 평화유지활동에 힘쓰는 각성능력자 기사들이 있었다.
「오, 주여. 모든 생명과 선의 근원이시여. 당신께서는 사람의 삶이 당신의 모습을 닮도록 만드셨나이다. 그리고 당신의 사랑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생명과 위엄과 성스러움과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깨어나게 해주셨나이다…….」
갑주와 서코트를 착용한 기사들은 무기는 없이 방패만 들고 예루살렘을 향해 행진했다. 전쟁과 환란이 있는 곳에서 평화를 기원하며 행하는 특별한 기도행진(Processiones extraordinaria)이었다.
기사단 행렬을 이끄는 자는 새로 임명된 로마 교황청 예루살렘 사도행정관(교황직할서리)이었다. 두 손에 향배(香陪/Latin navicula)를 받쳐 든 비무장 기사가 향 그릇 봉사자(Naviculifer)를 겸하여 행정관을 호종했다.
교황청에서 파견한 인력들은 모두 맨발을 드러내고 있었다. 목에 달린 방울을 딸랑거리는 당나귀 한 마리가 기사들과 더불어 성전산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사도행정관은 말했다.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시간이 시작될 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겸손한 평화의 왕으로서 엄숙한 모습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그분께서 말이 아닌 나귀를 타셨던 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오셨음을 보여주시려는 뜻이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 뜻을 본받아 종교의 장벽을 넘어 모두 함께 신발을 벗고 나아가니, 마음에 아직 미움을 둔 모든 분들이 이제는 그 미움을 내려놓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기사단의 뒤에는 여러 정교회와 개신교 교파들, 그리고 알림 샤히디가 포함된 무슬림들과 티베트 불교도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세계는 샤히디가 암살위험을 무릅쓰고 적의 심장부에 걸어 들어가기로 한 대담함, 그리고 예루살렘 입성 행렬의 선두를 양보한 관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샤히디는 내 뜻에 따라 서구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지하드 지도자의 언행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 도시에 정복자로 오지 않았고, 저들 또한 나의 부탁에 응하여 평화를 이루고자 왔을 뿐이다. 승리의 영광을 노래하는 개선식이 아닐진대, 누가 앞에 서고 누가 뒤에 서는 순서 따위가 무엇이 중요한가?」
「지금 이 순간 나와 저들은 선지자 이싸(예수)의 평화를 구하는 하나의 무리이며, 따라서 이 무리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하여 누구도 다른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지 아니한다. 이것이 곧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길인 까닭이다. 우리를 돕기 위해 먼 길을 와준 불교도들도 평등한 벗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암살? 그딴 건 두렵지 않다. 나는 내가 신의 뜻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이런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어디 한번 죽여보라고 하고 싶다. 그건 결코 이스라엘을 구하는 행동이 아니게 될 테니까.」
「나는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에게 허락된 마지막 구원의 기회다. 내가 죽는다면 이스라엘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과 내 형제들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와의 협상은 이 행진이 끝나고 샤히디가 「바위의 돔」에서 예배를 드린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이었다.
이스라엘은 군경을 총동원하여 샤히디의 신변을 보호하려 애썼다. 지금 샤히디가 암살이라도 당했다간 주변국들이 일제히 침공을 개시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약화된 이스라엘의 전쟁수행능력으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주변국들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방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핵무기를 써버릴 경우, 그때는 그야말로 북한을 능가하는 세계의 공적 취급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애당초 샤히디 하나를 죽인다고 샤히디 그룹이 해체되리라는 보장부터가 없다. 더욱 극렬하게 재개될 인티파다에 격노한 샤히디 그룹의 테러와 주변국들의 개전이 더해지면 그 재난을 무슨 수로 감당하나.
여러 위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스라엘 정부로선 샤히디의 신변안전에 최선의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그것만 믿고 샤히디를 내보낸 건 아니었다. 샤히디에겐 지금도 호위에 특화된 전직 원탁의 기사들이 붙어있었고, 행렬이 나아가는 내내 내가 직접 주변지대를 감시했다.
“이렇게 몸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라이 라마. 세계는 약소민족의 설움을 외면하지 않은 당신의 행동을 언제까지고 기억할 것입니다.”
티베트 불교 쪽에선 달라이 라마가 친히 걸음을 했다. 미리 지시를 받은 샤히디는 달라이 라마와 나란히 걸으며 평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중국은 정부와 언론이 일제히 발작을 일으켰다.
개중에 가장 광기가 느껴지는 건 중국엽민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정파무림맹)의 기관지, 무림시보(武林时报)가 내보낸 기사였다.
「신강마교의 회회천마가 서장밀교의 달뢰라마(達賴喇嘛)와 동맹을 맺다! 날로 커지기만 하는 새외(塞外) 세력들의 위협! 토번(吐藩)과 포달랍궁을 되찾고자 칼을 갈아온 사악한 봉건주의 라마승들이 대막(大漠)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되었으니, 바야흐로 공산중화의 서쪽 변경이 모두 위태롭게 되었다! 중화인민공화국과 중원무림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의 발작을 본 나는, 동 투르키스탄 이슬람 당의 위구르 독립운동가들과 소위 ‘라마승들’이 한자리에 있는 사진도 몇 장 찍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행렬은 구 시가지의 입구 바브 알 칼릴(자파 성문)을 지나 성전산에 들어섰다. 행렬의 규모가 규모였기에, 성문을 직접 통과하기보다는 성문 옆의 차로를 지나가는 쪽을 택했다. 옛 독일제국의 팔 병신 카이저가 위엄찬 모습으로 성지에 입성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생긴 널찍한 길이었다.
바위의 돔은 성전산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돔 주변엔 물샐 틈 없는 경계선이 확립되어 있었다.
샤히디가 성전산을 향하는 내내 사방에서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구시가지 무슬림 쿼터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조리 몰려나와 샤히디의 이름을 연호했다. 각성능력자들의 이중 통제선이 군중의 질량에 밀릴 정도로 뜨거운 열기여서, 통제를 맡은 인원들은 샤히디 암살을 경계하는 한편 대규모 압사사태를 예방하느라 진땀을 뺐다.
「알라의 검! 알라의 검! 알라의 검!」
「알림 샤히디! 알림 샤히디! 알림 샤히디!」
바위의 돔과 그 앞 진입로의 경계 및 질서유지는 이스라엘 군경들 외에도 여러 국적의 이슬람 세력들이 함께 담당하고 있었다.
내 보급을 받아 장비를 일신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경찰, 중재국으로서 이스라엘의 초청을 받은 요르단의 「후세인 빈 압둘라 2세」 대대, 마찬가지로 중재국으로서 초청을 받은 사우디의 왕실 근위대 「알 하르스 알 말라키 앗 수우디」 등.
그 외에 이슬람 협력기구 가맹국들이 파견한 부대들도 있었으나, 실제로 시가지에 배치된 규모는 크지 않았다. 다 들어오기엔 예루살렘 구 시가지의 공간이 협소했고,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두 나라에겐 특별한 역할이 주어진 까닭이었다.
이 부대들 중 상당수는 조만간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내가 샤히디의 이름으로 내건 이스라엘 성전의 목표 중 하나가 예루살렘의 유엔신탁통치였으니까.
지휘관들은 군중의 질량이 버거운 와중에도 ‘알라의 검’ 샤히디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병사들을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한눈팔지 마라, 이 얼빠진 새끼들아! 이 자리에서 사고가 나면 너희들의 영혼은 지옥에 처박힐 거다!”
샤히디가 돔에 도착하자, 경호와 의전 문제로 먼저 와있던 요인들이 샤히디를 반갑게 맞이했다. 요르단 국왕, 사우디 왕세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대표들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관계자들, 이슬람 세계 각지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온 정치인들과 저명인사들, 그리고 내로라하는 법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이들 사이엔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호출한 칸드라 키라나도 자리하고 있었다. 입가엔 미소를 머금었으나 신경계엔 뻣뻣한 긴장의 색채가 선명했다.
내가 연락했을 때, 칸드라 키라나는 드물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랑하는 그대여.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뭘 어떻게 했기에 그 중요한 행사에 여의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단 말인가? 여가 무엇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가? 아니, 여에게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기는 한가?」
나는 술타나를 안심시켰다.
“값은 내가 다 치러놓았으니 당신은 그냥 받기만 하면 됩니다.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샤히디가 당신과의 우의를 과시하고 나면, 더는 누구도 당신의 권위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겁니다. 적어도 인도네시아 종교계와 정계 내에서는 말이지요.”
「이미 값을 치렀다고? 그대가? 여를 위해서?」
“예. 구체적인 방법은 궁금해하지 말고, 다만 내가 당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생각하십시오. 언제나 그랬듯이.”
기왕 이런 자리를 만들었으니 챙길 건 다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술타나의 권위와 명망을 격상시키면 내게도 적잖은 이익이 돌아온다.
「……아, 그대여. 여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단 한 사람이여.」
술타나는 뜸을 들인 끝에 조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그곳에 가면 그대를 만날 수 있겠는가? 잠시라도 좋다.」
나는 노력은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연기력에 물이 오른 샤히디는 사전에 받은 지시를 더없이 훌륭하게 이행했다. 미리 주어진 대본에 따라 술타나에게 친근한 경의를 표하고, 다른 이슬람 군주들과 법학자들에게도 어려웠던 시절에 큰 도움을 준 은인이자 명민한 지도자라며 술타나를 소개해준 것이다.
술타나는 어떻게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켜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슬쩍 본 경태는 자그마한 소리로 킥킥거렸다.
“우리 술타나께서 눈이 핑핑 돌아가는 느낌이로군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일부 법학자들은 술타나를 자칭하는 여자가 이 신성한 자리에 와있다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느낌이었으되, 그 불편함을 겉으로 굳이 드러내지는 않았다.
요르단 국왕과 사우디 왕세자는 본디 좋은 관계가 아니었으나, 정치인들답게 카메라들 앞에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알라에게 올리는 기도가 끝난 후에는 샤히디를 신자들의 총사령관(아미르 알 무미닌)이자 세 번째 성지의 수호자로 추대하는 의식이 거행되었다.
공개된 자리에서 처음 운을 띄우는 건 사우디 왕세자에게 주어진 배역이었다.
“지금 이 자리엔 이슬람 세계의 총의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두 성지의 수호자이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폐하를 적법하게 대리하는 자로서, 이슬람 세계의 총의와 높으신 알라의 뜻에 의거하여, 알림 샤히디를 신자들의 총사령관 겸 세 번째 성지의 수호자로 추대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왕세자의 외침은 수행원들이 대어놓은 마이크를 통해 크게 확대되어 나갔다. 군중들은 아까보다도 더 뜨거운 찬동의 함성으로 이에 화답했다.
다음은 요르단 국왕의 차례였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이자 마지막 칼리프의 피를 이은 자로서, 알 후세인의 아들인 나 압둘라 2세는 살만의 아들이 발의한 바에 진심으로 동의하며, 내가 가진 예루살렘에 대한 특별한 권리들을 모두 알림 샤히디에게 위임할 것을 선언한다!”
요르단은 과거 동 예루살렘을 실효지배한 전적이 있고, 요르단 왕실은 무함마드의 후예로서 바위의 돔에 대한 관습적인 권리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 권리들을 샤히디에게 위임하겠다는 선언은 이슬람 세계에선 의미가 매우 깊은 것이었다.
뒤이어 법학자들도 만장일치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샤히디는 겸허한 태도로 추대를 받아들였다.
이슬람 세계에서 십자군 시대의 교황 이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꼭두각시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요르단 국왕이 상기된 낯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써 알림 샤히디가 신자들의 총사령관이자 바위의 돔의 수호자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피 흘리는 지하드를 벌이는 자 누구든 사령관의 지도와 권고를 따라야 할 것이며, 승천한 예언자의 발자취를 쫓는 자 마땅히 바위의 돔의 수호자에게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샤히디만큼은 아닐지언정, 요르단 국왕의 연기력은 제법 훌륭한 편이었다. 명료한 발성도, 대중을 고무시키는 동작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오래전에 스타트렉이라는 드라마에 까메오로나마 출연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이쪽으로도 마음이 좀 있었는가 싶었다.
“피 흘리는 지하드를 벌이는 자 누구든 사령관의 지도와 권고를 따라야 한다.”는 말엔 이슬람 군주들과 법학자들의 바람이 녹아있었다. 군주들은 자국 내 불온세력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싶어 했고, 법학자들은 마법이 돌아온 세계에서도 샤히디의 명성에 기대어 지하디스트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추대가 끝난 다음에는 샤히디가 두 이슬람 군주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권리 일부를 위임하는 요식행위가 진행되었다.
바위의 돔과 그 맞은편의 알 아크사 마스지드(모스크)를 관리할 권리, 알 아크사의 이맘과 무에진(기도 시간을 알리는 사람)을 선정할 권리,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질서를 부여할 권리, 예루살렘 신탁통치위원회에서 이슬람 세계를 대변할 권리 등등.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한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