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성지의 수호자 (8)
INS 아츠마우트와 INS 마겐이 격침당한 후, 경악한 이스라엘은 서쪽 바다에 배치되어있던 모든 해군 함선들에게 긴급회항명령을 하달했다.
샤히디 그룹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가한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남은 배들을 계속 바다에 띄워두는 건 어리석은 아집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이스라엘 중남부 해안지대의 주민들은 엄청난 충격과 공포 속에서 아우성쳤다.
이들이 가장 크게 근심하는 것은 해군 함선들이 지상의 주민들에게 씌워주던 「아이언 돔」 방공우산의 증발이었다. 지상에도 물론 아이언 돔 시스템이 깔려있긴 하나, 사상 최악의 총력전을 치르는 와중에 그것만으로는 너무도 부족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파에 담아냈다.
「해군이 있을 때도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로켓들을 다 막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들이 기지로 돌아가 버리면, 이슬람 학살자들의 테러로부터 누가 우리를 지켜주죠? 여태껏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해군이 이렇게나 무능한 집단이었어요?」
이스라엘 총리는 긴급연설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고자 애썼다.
「해군 함선들이 귀항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제공하던 방공우산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요격 미사일은 항구에 닻을 내린 상태에서도 발사가 가능하지 않습니까? 다만 전략적 유연성이 조금 떨어지게 되었을 뿐입니다!」
「회항한 함선들은 어떤 속임수도, 어떤 기책도 통하지 않는 철통같은 경계 속에서 국민 여러분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우리 군은 민간인들을 노리는 로켓 공격을 막기 위해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비록 해군이 테러리스트들의 비열한 암습에 상처를 입긴 했지만, 민간인 거주구역을 보호하는 방공우선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심하시고 생업과 전장지원활동에 전념하여 주십시오!」
「우리는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속임수, 기책, 그리고 암습. 이스라엘 총리는 이런 단어들을 써가며 샤히디 그룹의 능력을 깎아내렸으나, 친정부적인 언론들조차 총리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다.
나는 샤히디의 입을 통해 선포했다.
「종교의 차이를 넘어, 팔레스타인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무장단체들에게 고한다. 나 알림 샤히디는 그대들이 더는 이스라엘의 민간인들을 겨냥한 로켓 공격을 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까지 그대들이 가했던 로켓 공격은 궁지에 몰린 약자의 저항이기에 일말의 참작이라도 받을 수 있었던 명백한 악행이다. 그러니 지금의 그대들은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내가 그대들의 편에 선 순간부터 그대들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자이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이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사들에게 손을 내밀고자 하는 자이다. 고로 이 순간 이후, 내 당부를 무시하고 이스라엘의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것은 나와 함께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그대들이 어떤 종교를 믿든 간에, 신께서는 그것을 바라지 아니하신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파괴할 것이고, 그들 민족의 전쟁수행의지를 꺾어놓을 것이며, 그들의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항복문서를 받아낼 것이다.」
「부르노니 모두 내게로 오라. 내게로 와서 강자의 입장에 서라. 이제는 그대들도 약자의 저항이 아니라 강자의 싸움을 시작할 때다.」
내 선언을 들은 온 팔레스타인 땅은 다시 한 번 열광의 도가니로 화했다.
서구의 언론들은 수시로 솟구치던 설탕연료 로켓(까삼 로켓)들이 이스라엘의 하늘에서 삽시간에 자취를 감췄다며 호들갑스러운 속보를 내보냈다.
반대로 민간인 거주구역에 대한 공격을 우려하던 이스라엘의 언론들은 근심스러운 보도를 멈추었다. 로켓이나 연 날리기 테러의 주된 표적이었던 거주지들은 오히려 총력전 발발 전보다 더 일상생활이 안전해진 기이한 시간을 누리게 되었다.
하나, 아츠마우트와 마겐의 침몰로 신경이 곤두선 곳은 이스라엘만이 아니었다.
샤히디의 예루살렘 성전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이 침묵을 지켜주는 사안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던 CIA 시니어 매니저 리처드 맥팔란드는 내게 이런 요구를 해왔다.
「샤히디 그룹은 대체 어떤 방법으로 초계함을 공격한 겁니까? 혹시 뭔가 알고 계시는 게 있다면, 혹은 알아낼 능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대가는 충분히 쳐드리겠습니다.」
나는 조금 어이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충분한 대가? 그런 게 있을 수가 있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샤히디는 마술사요. 마술사가 장기로 삼는 트릭을 까버리는 건 명백히 그 마술사의 생계를 위협하는 짓이지. 제 트릭이 들통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일생일대의 무대에 오르는 마술사를 상상해보시오. 그 마술사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시궁창에 처박힐 위험이 있소.”
「…….」
“당신은 지금 내 중요한 고객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지도 모를 영업비밀을 캐내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거요. 그렇지 않소?”
「저희는-」
“그 말은 즉, 당신이 지불해야 할 ‘충분한 대가’란 내가 알림 샤히디라는 고객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의 총합이 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어디 한번 들어나 봅시다. 랭글리가 산출한 알림 샤히디의 감정가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
「무슨 말씀인지 이해는 합니다만, 그건 조금 지나친 계산법이로군요.」
“어디가 지나치오? 내 용역비는 기존의 용역계약에 포함된다고 치고 계산도 하지 않았건만.”
「우리는 그냥 우리의 안보를 위해,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해서 그 비밀을 알아두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그 비밀을 무기삼아 샤히디를 몰락시키려는 게 아닙니다.」
“재밌는 말씀을 하시는구려.”
나는 말에 도구적인 냉소를 담았다.
“선거를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한때는 당신네 대통령도 유대인들 앞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미국의 안보와 직결되어있다고 떠들었던 적이 있잖소.”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 지금 당신과 제가 이렇게 미국의 침묵을 거래하고 있는 게 그 증거지요.」
“내 말은, 미국의 안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넓은 범위에 작용한다는 거요. 미국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자국의 안보를 갖다 붙일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잖소. 내 생각엔 당신네 CIA 안에도 이번 거래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음…….」
‘이번 거래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완곡하게 돌려 표현하긴 했으나, 사실 나는 CIA 안에 이스라엘의 첩자 노릇을 자진해서 수행할 민족주의적 유대인들이 있으리라고 지적한 것이었다. 맥팔란드는 내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거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오만, 우리의 거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소. 당신이 요구한 트릭을 찾아 넘겨주는 건 고객에 대한 배신이기 이전에 이쪽의 협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짓이오. 나는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싶지 않군.”
「그만. 거기까지만 말씀하셔도 됩니다.」
맥팔란드가 항복을 선언했다.
「인정하겠습니다. 저희가 무리한 욕심을 부렸다고.」
사실상 이미 타결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침묵 협상을 볼모로 삼지 않는 걸 보면, CIA의 현실감각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물론 이게 상식적이긴 하다. 그러나 CIA는 때로 황당할 만큼 현실감각이 결여된 결정을 내릴 때가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너무 상심하진 마시오. 샤히디 그룹이 최종적으로 싸워야 할 적은 중국이잖소.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한다는 말도 있는 만큼, 샤히디 그룹의 영업비밀은 당신들에게도 비밀로 남는 편이 유익할 거라고 보오.”
내가 위로처럼 던지는 이 말에도 눈뭉치에 숨겨 던지는 돌 같은 속뜻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표면적으로는 친미국가이면서도 중국과의 물밑 교류가 활발한 국가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넘겨줬다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군사기술이 한두 개가 아닐 정도로.
고로 CIA 내부의 민족주의적 유대인들이 샤히디의 영업비밀을 유출시키면, 그 비밀이 중국으로까지 넘어갈 위험성이 존재한다.
혹은 유대인 민족주의자들이 중국의 첩자들과 처음부터 손을 잡거나, 중국의 첩자들이 자력으로 기밀을 손에 넣을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내가 CIA에게 내 조직의 존재를 드러낼 때 괜히 안전장치를 걸었겠나.
적의 적은 아군으로 삼기 쉽다. 샤히디는 이스라엘과 중국 공동의 적으로 떠올랐으므로, 양국간의 은밀한 협력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경우의 수였다.
맥팔란드는 짧은 한숨을 곁들여 말했다.
「그 중국이 조금 관련되어있는 이야기를 해보지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란과 중국의 영향력을 거세해주겠다는 샤히디 그룹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겠지요?」
“물론이오. 샤히디는 그 약속을 지킬 거요.”
이 약속은 내가 협상 테이블에 올린 카드의 하나이자 CIA의 공무원들에게 먹여줄 첩보 영역의 공로였다. 이 실적을 적당히 나눠먹으면 중간관리자 몇 사람쯤은 차기 진급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개중 한 사람인 맥팔란드가 물어왔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글쎄. 하루? 혹은 이틀? 내가 듣기로는 그 정도였소만.”
「……첩자들을 잡아내는 데 고작 하루이틀이면 된다고 했단 말씀이십니까? 샤히디 그룹의 능력을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지나친 자신감이 아닌가 싶군요.」
“지나친 자신감이라…….”
「당신께서는 아니라고 보시는지요?」
“나 또한 어디까지나 중개인이자 외부인에 불과하기는 하오만, 나는 그대들이 그놈의 미국적인 시각을 좀 버려야 한다고 충고하겠소.”
「미국적인 시각? 무슨 의미입니까?」
“샤히디가 ‘설득해야 할’ 애국자들을 ‘잡아내야 할’ 첩자들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가 문제요. 그들이 왜 이란이나 중국 같은 외세에게 손을 내밀었겠소? 자기 민족의 현실이 시궁창이니 속 검은 외세의 도움이라도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대체 그들이 누구의 입장에서 첩자란 말이오? 당신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나 첩자인 거요.”
이란에게 있어서 팔레스타인은 중동지역에서의 패권 구축을 위한 장기말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국은 그런 이란의 우방국으로서 인도양-중동-지중해 축선의 일대일로 강화를 꿈꾸며 이란을 돕고 있다.
베이징의 공산제국주의자들에겐 이스라엘과의 관계 또한 중요한 만큼, 팔레스타인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고 있으되, 이란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을 제공하거나 그 밖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하는 데엔 인색하게 굴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이걸 다 알면서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장단체들과 일반 민중들 사이엔 적잖은 온도차가 존재했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이란도, 중국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압도적으로 더 싫어할 뿐이지.
애초에 이란과 팔레스타인은 이슬람의 주류 종파부터가 다른 나라다.
내 지적을 들은 맥팔란드는 침묵으로 화답했다. 나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당신네 미국인들은 언제나 그런 점이 문제였지. 다른 데는 몰라도 최소한 CIA만큼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소. 교훈을 얻을 기회가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시오.”
「그럼 샤히디의 계획은 체포가 아니라 회유를 통한 전향이라고 봐야겠군요.」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소. 당대의 가장 위대한 성전지도자가 친히 설득을 하는데 굳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뭐요? 겉과 속이 다른 이단자들은 엿이나 먹으라고 해주고 손을 끊는 게 낫지.”
「그래도 변절자가 전혀 없진 않을 겁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내에서의 자기 입지를 축재의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타락한 인물들 말입니다.」
“그런 인간들이 있다면 잘 묶거나 죽여서 그대들에게 넘겨주라고 권해보리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소?”
샤히디의 것으로 위장한 내 자신감은 국안부로부터 확보한 팔레스타인 내 이란 거래선의 명단이 뒷받침해주는 것이었다.
이 명단에 샤히디의 위상이 더해지면 명단에 없는 자들까지 줄줄이 캐낼 수 있을 터. 가시적인 첫 성과 정도는 하루 이틀 사이에 충분히 뽑아내고도 남는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이제 와서 팔레스타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 순 없겠지만, 샤히디를 중간에 두고 상황을 조율할 순 있겠지요.」
“잘해 보시오. 난 그대들이 받는 예산이 좀 늘어났으면 좋겠군. 그래야 나도 장사를 더 크게 할 수 있을 테니까.”
내 농담 같은 말에 가벼운 웃음이 수화기를 넘어왔다.
「일을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예산을 줄이려 할 것 같아 문제입니다.」
일을 못하면 “그 돈 받고도 성과가 나빠? 예산을 더 줄여도 되겠군!”이라 하고, 일을 잘하면 “그 돈 받고도 성과가 좋아? 예산을 더 줄여도 되겠군!”이라 할 것 같은 사람이 지금의 미국 대통령이었다.
사실 이런 대통령의 정부에서도 첩보분야의 명목 예산은 해마다 조금씩 증액을 거듭해왔다. 가뜩이나 비밀이 많은 국가기능을 상당 부분 민영화로 돌렸는데, 들어가는 예산이 줄어들 리가 없잖은가. 다만 그 증가 폭이 필요한 수준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했을 따름이다.
기록에 남지 않게끔 비공식적으로 집행하던 예산까지 감안하면 명백한 감소가 있었을 테고.
맥팔란드와의 통화를 적당히 마무리 지은 후엔 이스라엘 내륙 깊은 곳에 위치한 네바팀 공군기지를 파괴할 계획을 검토했다.
다수의 비행단을 운용하는 이 거대한 공군기지는,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탓에 대마법사의 능력으로 치고 빠지기 좋은 시설이었다.
사막이라고는 해도 주변에 민간인 거주지들이 점점이 흩어져있었지만, 이 거주지들은 대부분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극심한 차별을 받는 베두인 공동체들이었다. 이들이 압제자들을 위해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각성능력자들을 바닥까지 긁어서 전쟁에 투입하고 있었다. 전투원으로서 가치가 전무한 병자 같은 각성능력자라도 마력장을 감지할 능력은 있으니, 한국의 사회복무요원과 같은 국가 서비스 요원(셰룻 레우미)으로 동원하여 경계망 구축에 써먹는 것이다.
해안지역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와중에 내륙의 공군기지가 파괴된다면, 이스라엘의 당혹감은 더욱 깊어지겠지.
춘식이를 쓰다듬으며 지도를 들여다보던 나는 문득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느꼈다.
대마법사의 힘을 과거에 비해 자유롭게 휘두르는 데서 비롯된 권능감. 이 권능감에 점점 취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강자의 입장에 익숙해지는 것은 생존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독이다. 나는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잡아먹힐 수 있는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가까이에 있던 수연에게 물었다. 네가 보기엔 지금의 내가 어떠한 것 같으냐고.
“형님께선 아직 괜찮으십니다.”
“그러냐.”
“……제가 괜찮다고 말씀드리면 안심이 되십니까?”
“물론이다. 네가 하는 말이니까.”
이 녀석이 내게 충성을 바치는 한, 이 녀석이 괜찮다고 하면 그것은 정말로 괜찮은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의 충성심을 헤아리는 감각은 강자의 입장에 익숙해짐에 따라 무뎌지는 감각과는 별개였다. 서로 다른 형태의 경각심으로 날을 세워야 하는 감각들이다.
나를 조용히 응시하던 수연은 다짐하는 듯한 어조로 다시 한 번 말했다.
“형님께선 아직 괜찮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