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성지의 수호자 (7)
샤히디 그룹과 동 투르키스탄 이슬람 당(ETIM) 독립운동가들의 회합은, 겉보기만으로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샤히디와 그 동료들에게 ‘스승’으로서 당부해둔 바가 있었던 까닭이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그 자리에서는 일단 비위를 맞춰줘라.”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양쪽이 갈등을 빚을 이유 따윈 없다. 샤히디의 위명이 워낙에 드높지 않은가.
업적도, 세력도,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의 총량에서도 샤히디 쪽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샤히디가 태양이라면, 투르키스탄 이슬람 당은 희미한 별이나 될까 싶은 입장.
고로 이슬람 당의 독립운동가들이 제정신이라면, 샤히디를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하고 그 휘하에 들기로 결의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구세대의 독립운동가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스승님의 혜안이 전적으로 옳았습니다.」
그들을 만나본 샤히디는 이를 갈며 술회했다.
「위대하신 스승님의 지도 아래 저와 형제들이 쌓은 명성을 멋대로 이용하고 다닐 때부터 예상하긴 했습니다만, 직접 만나보니 상상 이상으로 한심하고 무능하며 현실감각이 결여된 몽상가들이더군요. 그런 주제에 자존심과 자부심은 어찌나 강한지 모릅니다.」
그러했냐, 하고 맞장구를 쳐주자 샤히디의 목소리는 한층 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예. 이런 머저리들에게 믿음을 품었던 과거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스승님께서 크게 깨우쳐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지금까지도 희망으로 부풀려놓은 환상에 매달려 있었겠지요. 정신병적인 자기애와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잉여인간들이 독립운동을 주도했기에 우리 민족에겐 더더욱 희망이 없었던 겁니다.」
나는 회합을 주선하는 단계에서 이미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꾸준한 교류와 탐색을 통해 구세대 독립운동가들 개개인의 성향과 현실 인식을 상당 부분 파악해놓은 덕분이었다.
요컨대, 나는 언제나처럼 다 이겨놓은 싸움을 했을 따름이었다.
이름 모를 누군가는 일제 치하 한국의 독립운동을 두고 이런 평을 남긴 바 있다.
“독립운동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라고.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중화공산제국의 식민지 위구르의 현실은 일제강점기의 조선보다도 훨씬 더 암담한 것이다. 있는 거라곤 고통과 설움이 전부인 현실 속에서, 희망 한 조각 찾아보기 힘든 투쟁을 언제 끝낸다는 기약도 없이 이어가는 건 결코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백마 탄 초인이 아닌 이상, 고통을 인내하려면 마취제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자기합리화. 그리고 정신적인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인지부조화.
아주 자그마한 성과라도 과대포장을 거듭하여 희망의 등불로 삼을 수 있는 맹목적인 광기.
지나가는 아무 중국인이나 칼부림으로 죽여 놓고서 “오늘도 나는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싸웠다.”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극한의 자기도취.
비탄과 비애와 비참함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필수적으로 강화해야만 하는 나르시시즘. 골수까지 스며 다른 생각이 들 여백을 지워버리는 수준의 살의와 증오.
이 모든 정신적 마취제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자신의 비극적인 투쟁에 도취된 채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고 믿는 인간이 탄생하기 십상이다. 좋게 말하면 세상에 굴하지 않는 굳센 신념을 지닌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독한 독선에 사로잡힌 꼰대라 하겠다.
이를 부분적으로라도 극복할 수 있는 비범한 정신을 가진 자들이 후세에 위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극복의 어려움은 시련의 강도와 길이에 비례하여 커지게 되어있다.
당장 팔레스타인 민족전선의 꼬락서니만 봐도 답이 나오는 일 아닌가.
샤히디는 단언했다.
「이 중늙은이들은 살아있으면 우리 민족에게 해만 되는 암세포 덩어리들입니다. 이들을 죽여야 우리 민족이 삽니다.」
구세대의 독립운동가들은 샤히디를 크게 상찬했지만, 그 알맹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동지에 대한 존경 어린 찬사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피 흘려 일궈놓은 토양 위에서 마침내 꽃을 피운 ‘기특한 후배’에 대한 칭찬과 격려였지.
말투가 점잖고 겸손하다고 내용까지 겸손해지지는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행해온 투쟁에 아주 깊은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이 자부심은 독립투쟁에 대한 종교적이고도 운명론적인 관점에 의해 끊임없이 강화되어 온 것이었다. “지금껏 고난을 이겨내 온 나”가 너무도 자랑스러운 인간들.
도청으로 엿들은 이들 구세대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전지전능하신 알라께서 운명을 주관하시는 우주에 우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노력과 희생들이 높으신 알라의 인도에 의해 차근차근 축적된 결과로서 나타나는 법. 무슬림이라면 모두가 이 진리를 알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알라의 뜻을 따르며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해왔고, 알라께서 정하신 위구르 민족의 운명은 하나의 실타래로 직조되어 있다. 따라서 알림 샤히디 그대는 우리의 긴 투쟁이 빚어낸 필연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기쁘고 자랑스럽다. 그대는 우리의 자랑이며 민족의 자랑이다.」
「이제 우리가 손을 잡으면 더욱 위대한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만남에 알라의 축복이 있을진저. 알라 후 아크바르. 알라 후 아크바르.」
머릿속에 박혀있는 생각이 이 모양이니, 딴에는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내놓는 희망사항들이 객관적으로는 주제를 모르는 것만 같은 과분한 요구들일 수밖에 없었다.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자 마치 맡겨놓은 것처럼 돈과 무기와 거점과 자리를 달라 하는 선배들의 태도는, 에고가 강한 샤히디의 살의를 강하게 자극한 모양이었다.
정작 샤히디 본인도 인지부조화에 사로잡혀있다는 게 희극적인 부분이다.
사실상 내 꼭두각시에 불과한 샤히디는, 내 지시에 따라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비서실 산하 지원팀이 근접 감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뽑아낸 정기 심리분석 보고서엔 그 속내가 이렇게 적혀있었다.
「내가 스승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는 있지만, 그것은 스승이 진실로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스승의 계획을 가장 우수하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게 아니라면 스승 같은 사람이 왜 나를 선택했겠는가? 그는 내게서 무언가 특별한 자질을 발견한 것이다. 그처럼 비범한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을.」
결국 샤히디는 자신이 장기판의 졸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걸 무의식의 영역에서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있는 자기방어본능의 발현이다.
온 세상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를 보내고, 이슬람 세계의 국가원수급 지도자들조차 자신을 동격 이상으로 예우해주며, 미국의 대통령과 SNS 친구가 된 현실은 샤히디의 자존감을 부풀림으로써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터.
나는 샤히디를 보며 생존의 원칙을 되새김질했다.
자기 자신을 이루는 요소들을 비루하고 부정적인 측면들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엔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인지를 함께 잃어버리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생존성을 저해하지.’
내가 나에 대한 마르띠네즈 제독의 평가를 불쾌하게 여겼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 늙은이는 본인이 중독된 독을 내게도 토해내는 무례를 저질렀다.
여하간, 나는 악명 높은 위구르 독립운동가들이 한데 모인 모습을 거친 사진들과 짧은 영상들에 담아 중국 국가안전부에 보내주었다. 이는 천안문 광장 테러 이후 중국이 샤히디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력으로’ 손에 넣은 단서들 중 가장 값진 것들이었다.
전화로 연결된 거짓 대자(代子) 후샨량은 감탄을 거듭했다.
「동사장님께서는 과연 일세의 영걸이십니다. 저희가 CIA 요원들을 넘겨드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런 성과를 돌려주시다니……. 국가주석께서도 “참으로 좋다, 이대로만 하라.”는 말씀을 연발하셨습니다. 그분께서 조금이라도 웃으시는 모습은 정말로 오랜만에 봤습니다.」
내가 천안문 광장에 남긴 흔적들을 조사한 중국은, 샤히디의 배후에 미국의 지원이 있었으리라는 의심에 빠져있었다. 그 충만한 합리성 및 개연성으로 말미암아 날이 갈수록 확증편향으로 더 굳어지기만 하는 의심에.
때문에 그들은 내가 CIA 하청요원들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둘러댄 구실을 아주 타당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CIA는 어떤 식으로든 알림 샤히디와 접점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CIA에게 공작을 가해 신용을 얻고 거래를 틀 수만 있다면, CIA를 중개인으로 삼아 알림 샤히디에게 직접적으로 선을 대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상품 및 자금의 흐름과 밀수시장의 동향, 밀수시장 관계자들과 여러 거래처들을 통해 수집하는 정보 등을 취합하는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추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구실은 세 대자들의 입을 통해 조금 더 살이 붙어서 높은 곳으로 보고되었다.
내가 외부의 협력자라는 사실은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첩보계에선 원래 외부의 협력자들을 얼마나 잘 확보하고 관리하는가, 얼마나 많은 인적 첩보자원들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실무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지표인 까닭이다.
담당자와 첩보제공자 사이의 사적인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휴민트(HUMINT/인적 첩보자원) 관리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담당자를 함부로 교체하거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다 내놓으라.”라고 윽박을 지르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이는 꽌시의 나라인 중국에서는 더더욱 철저하게 지켜지는 원칙이었다.
꽌시는 철저하게 개인에게 속한 관계망이자 개인이 지닌 능력이다.
이런 원칙에 입각하여 볼 때, 나를 의심하는 것은 곧 나를 ‘다루는’ 첩보담당자를 의심하는 것과 같다. 꽌시를 근간으로 돌아가는 조직과 나라에선 거짓 대자들이 숙청을 당하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국가주석은 상하이 군항 테러 때도, 지하디스트 공중기병대의 베이다이허 강습 때도, 군사기지와 사회 기초 인프라 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드론 테러 때도 국안부 공작조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 사전에 첩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해준 밀수조직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공작조의 활동을 도왔다.”라는 부분과 “조직의 수장을 미인계로 묶어두었다. 여기에 투입된 여자는 언제라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 참된 애국자다.”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거짓은 없는 보고였다.
같은 보고 속에서, 「무명회사」라는 이름의 이 밀수조직은 또한 CIA 요원들을 생포하는 데 크게 기여한 조직이기도 했다.
거짓 대자들은 내 지시에 따라 주석에게 상신했다.
「비록 붙잡은 미국인들은 소리만 요란한 깡통 같은 자들이었습니다만, 이들을 미끼로 삼아 새로운 공작을 걸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이들에 관한 첩보를 제공해주었던 협력자들을 정반대의 방식으로 이용해볼 계획입니다.」
샤히디 관련 공작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직접 보고를 받는 주석은 즉석에서 승인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그 계획의 초기 성과로서 내가 위구르 테러리스트들의 회합 장면을 찍어 보내주었으니, 일부러 정보 전달에 시차를 두었다고는 해도 거짓 대자들에 대한 중공 지도부의 신뢰는 한층 더 견고해졌을 것이었다.
‘이걸로 안전장치는 걸었다.’
내가 내 조직의 존재를 드러내며 CIA와 거래를 강화하는 데엔 약간의 불안요소가 존재했다.
그 불안요소란, CIA 내부에서 암약하고 있을지 모를 중국의 간첩들이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만에 하나 간첩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내 조직과의 거래에 관한 CIA 내부의 정보가 부분적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공 지도부는 이렇게 반응할 것이었다.
「이 멍청한 놈들! 그건 우리가 수행한 공작이다! CIA의 역정보에 놀아나다니, 실력들이 아주 형편없구나!」
이어질 조치는 해당 정보와 엮인 요원들에게 한동안 활동을 자제하라고 통보하는 것이겠지. ‘역정보’를 푸는 것으로 미루어. CIA가 뭔가 냄새를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테니까.
열심히 애를 쓰다 보면 언젠가는 진실에 도달하겠으나, 그 시점은 내가 원탁을 무너뜨린 이후가 될 터였다. 이나마도 중공 빨갱이들이 의심암귀의 덫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고, 또 내가 추가적인 방해공작을 걸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후샨량은 나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은 후 약간의 아쉬움이 담긴 기대를 말했다.
「당장 이것만 가지고는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없지만, 첫술에 어찌 배가 부르겠습니까(一口吃不成胖子). 지속적으로 웨이우얼 공포분자(위구르 테러리스트)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그들의 음모와 연결망을 파악하다 보면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날이 오겠지요.」
“그리될 거요. 나와 그대들이 그렇게 만들 테니.”
「저희가 하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부족한 대자들은 언제나 간부(干父/의부)님께 의지할 따름입니다.」
그놈의 간부라는 호칭은 쓰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이렇게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거짓 대자들 중 하나인 판하이산 같은 경우는 내게 아첨을 한답시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의붓아들들의 안타까움” 운운하기도 했는데, 아첨이라는 걸 알아도 불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언 빔의 함상탑재형 관련 자료들은 어땠소?”
「아, 그것도 몹시 훌륭했습니다. 우리 군의 레이저 무기 성능향상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함상탑재형 아이언 빔은 이스라엘제 레이저 방공포대를 뜻하는 것이었다. 나는 러시아 기술자들이 이 포대를 분해하면서 습득한 역설계 정보를 기술 매뉴얼과 함께 거짓 대자들에게 넘겨주었다.
아이언 빔은 중국이 여간해선 손에 넣을 방법이 없는 무기체계였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공적을 꾸준히 먹여주는 까닭에 거짓 대자들이 나를 의심할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나는 후샨량의 기대를 부풀렸다.
“조만간 더 귀한 자료에 접근할 기회가 있을 것 같소. 비용이 좀 크게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후불로 청구할 테니 국안부 차원에서 미리 준비를 해두시오.”
「더 귀한 자료라면 어떤……?」
“사실 확인이 필요하긴 하오만, 모 영국인 브로커가 HMS 아비터와 HMS 트라운서에 들어간 뢰사포대(레이저 포대) 관련 자료를 구매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더구려.”
수화기 너머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고, 공중전투함의 뢰사포대!」
“너무 놀라진 마시오. 다시 말하지만, 아직 사실 확인이 필요한 단계요.”
「……신뢰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브로커 개인의 신뢰도는 양호한 편이오. 그래서 내가 미리 말을 해두는 것이지.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면 다른 변수가 생기기 전에 신속하게 잡아야 하는 기회이지 않소?”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놀랍군요.」
후샨량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놀라울 건 또 뭐요? 영국의 나라 꼴을 보시오. 소련이 망할 땐 핵무기를 팔아넘기려고 시도한 놈들도 있었는데, 지금의 영국 같은 상황이면 최고등급의 기밀자료라고 해서 새어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
「그거야 맞는 말씀입니다만…… 영국에 있는 저희 요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작은 단서조차 얻지 못한 게 공중전투함 관련 정보들인지라…….」
당연히 그랬겠지. 원탁의 광신도들과 동반승천의 카르텔이 끼어있는 보안을 일반적인 휴민트로 파고드는 게 쉬울 리가 있나. 영국정부조차도 공중전투함에 관한 기밀자료들을 제한적으로만 가지고 있을 텐데.
나는 시치미를 떼었다.
“그랬소?”
「예. 우리 국안부의 능력이 동사장님의 능력과 비교될 때마다 매번 부끄러운 마음을 느낍니다.」
“그러지 마시오. 우리는 운명공동체요. 그대들이 곧 나의 능력이고, 내가 곧 그대들의 능력이잖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영국 내부에 있는 중국의 자원들을 내 회사가 무제한적으로 이용하도록 해주는 방안을 한번 검토해보시오. 레이저 포대 관련 자료가 나온다면 그 외의 다른 자료들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소? 이 일엔 국안부의 자원을 전폭적으로 쏟아부을 가치가 있을 거요.”
내 제안을 들은 후샨량은 짧게 침묵한 후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공중전투함 관련 첩보의 획득은 알림 샤히디를 추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지요. 어차피 저희들의 능력만으로는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기도 하니, 동사장님의 뜻에 따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