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510화 (510/561)

#51. 성지의 수호자 (6)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에게 있어, 이스라엘 해군의 주력 전투함들은 압제자들과 식민지인들의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난공불락의 적이었다.

소말리아 해적함대의 군함사냥은 의외로 개나 소나 따라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재료 조달이 쉽고 가격도 싼 설탕연료 로켓(까삼 로켓)들과 달리, 해적함대의 칼날인 고속 충각선은 선체를 만들 강철을 대량으로 조달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능공들과 우수한 각성능력자들을 충분한 규모로 동원하여 조직화하는 건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고.

해적제독 말라크 하산은 소말리아 영토의 3분의 1 가량을 실효지배하는 강력한 군벌이다.

이스라엘 본토보다 열 배 이상 넓은 영지를 토대로 밀무역과 해적질, 광산운영을 병행하는 군벌쯤은 되어야, 비로소 정규해군의 주력 전투함들과 대적 가능한 수준의 충각선단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짓이 가능하다.

‘혹은, 한 지역을 공유하는 해적들이 거대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거나.’

종교·종파·파벌에 따른 다툼 때문에 그나마 있는 힘과 자원조차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 입장에서, 이스라엘 함대에게 타격을 가할 만한 규모의 철갑충각선단을 꾸리는 건 꿈같은 소리에 불과했다.

각국의 해군이 대(對) 충각선 교전능력을 강화하고 관련 교리를 완비한 지금은 더더욱 그러하다. 말라크 하산이 왜 충각선의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겠는가. 기존의 충각선들만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어진 까닭이다.

그러한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하잘것없는 약소 세력들이 따라잡으려 들었다간 황새 따라가는 뱁새 꼴이 나기 십상이었다.

결국 고만고만한 약자들에게 남는 건 수중침투를 통한 파괴공작 정도가 전부.

그러나 해군기지에 잠입하자니 각성능력자들의 존재감이 문제가 되고, 항해중인 군함을 공격하자니 접근할 방법부터가 마땅치 않다.

「항상 움직임을 멈추지 말 것.」

이는 각성능력자 테러리스트의 수중 공격에 대비하는 군함들의 철칙이었다.

소음이 제로에 가까운 침투용 수중추진장비는, 테러리스트들이 구할 만한 물건들 같은 경우엔 사람이 헤엄을 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속도가 느리다. 이런 장비에 의지해서는 끊임없이 기동하는 배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다고 로켓 추진 유인 어뢰를 만들어 쓰기도 여의치 않다. 만듦새가 조악한 데다 유도장비도 없는 어뢰로는 유의미한 명중률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 효율 면에서도, 제작에 필요한 자원 면에서도 충각선보다 나을 게 없다.

전투함이 단독행동을 하는 중이라면 그래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적함대 출현 이후의 전투함들은, 위험수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땐 상호엄호의 원칙을 준수하며 반드시 헌터들에게 협조를 받았다.

드론 바이크들이 정지비행을 하며 줄줄이 늘어뜨리는 디핑 소나(수직으로 내려서 쓰는 음향탐지기)들은 로켓 추진 유인어뢰에게 중장거리 공격을 강제하는 장애물이었다. 항법장비도, 탐지 및 유도장비도 미비한 유인어뢰를 가지고 수 킬로미터 바깥에서부터 공격을 감행한다면, 방어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9할 이상이 빗나가게 되어있다.

무음 잠항과 제트·로켓 추진을 병행하는 해적함대의 신형 충각선들조차 부족한 질을 양으로 만회하는 게 기본이지 않나.

따라서 이스라엘 해군의 주력함들을 격침시키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줄 것이었다.

자신들이 감히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압도적인 바다의 적들. 그 적들을 지하드 선포와 동시에 격파해버린 위대한 성전지도자 알림 샤히디.

이 정도면 분열되어있는 팔레스타인 무장항쟁전선을 개전과 동시에 휘어잡고도 남을 것이다.

「투쿵! 투쿵! 투쿵! 투쿵!」

어선을 박살낸 INS 아츠마우트는 함포를 빙그르르 돌려 지상을 향해 발포를 이어갔다. 76밀리 함포와 장사정 포탄의 조합이면 가자 지구 전체는 물론이고 내륙 깊은 곳까지 정밀한 화력지원을 퍼부을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초계함의 함교가 갑자기 부산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채 10초도 지나기 전에 수직 미사일 발사관이 개방되었다.

「쿠우우우우우-!」

화염과 연기를 뿜으며 연속으로 치솟는 네 발의 미사일은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고성능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의 타미르 요격 미사일이었다. 로켓 모터가 자아내는 굉음은 수심 깊은 곳까지도 둔중한 울림으로 전해져왔다.

아이언 돔을 쓰는 걸 보니 가자지구나 그 인근의 어딘가에서 또 로켓 테러를 시도한 모양이었다.

내가 알기로 INS 아츠마우트는 만재배수량이 1,900톤밖에 되지 않는 배였다.

이스라엘은 이 가벼운 체급의 초계함에 76밀리 함포 하나, 원격포탑 둘, 탄도탄 요격 미사일로 채운 수직발사관 16셀, 타미르 미사일로 채운 수직발사관 40셀, 대함미사일 16발, 2연장 어뢰발사기에 대잠헬기까지 쑤셔 박아놓았다.

‘화력 미치광이들 같으니.’

배수량을 감안하면 과도하다 못해 광기가 느껴지는 수준의 무장이다. 체급 대비 과무장을 일삼기로 유명한 한국 해군조차도 이 정도의 화력 미치광이 짓은 하지 않는다.

체급을 넘어선 위용을 과시하는 초계함 주변엔 밀도 높은 경계망이 구축되어 있었다. 총동원령으로 나라 전체의 각성능력자들을 긁어모아서 그런지, 초계함 한 척을 외부에서 엄호하는 각성능력자들의 숫자만 근 칠십에 달했다.

개중에서 수중 근접엄호를 담당하는 자들의 수는 스물.

먼저 저공비행 순찰 및 음향 탐지로 커다란 울타리를 두르고, 크립 밸러스트의 영향권을 벗어난 수중 근접엄호를 통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변수를 차단하는 정석적인 경계망 구축 방식이다.

나는 먼저 수중의 유대인들을 겨냥해 파동을 방출했다.

「우우우우웅-!」

좁은 원뿔 범위의 바닷물이 일제히 전율했다. 파괴적인 진동이 휩쓸고 지나가는 범위였다.

「-?!」

유대인들이 타고 있던 공수 양용 드론 바이크들이 지푸라기처럼 산산조각으로 바스러진다. 유대인 파일럿들은 날카롭게 부서진 파편들 속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파일럿들이 즉사하지 않은 것은 1차적으로는 내가 출력을 조절했기 때문이었으되, 2차적으로는 기체를 파괴하는 진동과 인체를 파괴하는 진동의 주파수가 다른 까닭이었다. 처음부터 사람을 터트리면 그만이었던 때와는 조금 조건이 달랐다.

그러나 기체를 파괴하는 진동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는 있었다. 어쨌든, 충격파니까.

섬유강화 플라스틱 파편들의 폭풍에 전신을 난도질당하고, 강력한 진동에 노출되기까지 한 파일럿들은 각성능력자용 방호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저마다 중상을 면치 못했다. 충격파가 몸속까지 침투하면서 내장을 진탕으로 만들었으니, 혹시라도 살아남을 가망 따윈 없다.

비록 고통에 겨운 시간이 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맨몸으로 공격을 맞고 즉사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나는 3초간 파동을 방사한 후 곧바로 파동의 진동수를 바꾸었다. 인체 파괴를 위한 진동수가 아니라 강철 선체를 파괴하기 위한 진동수였다.

「위잉- 위잉- 위잉-」

선상의 경보음이 희미한 소리로 들려온다. 충격파를 지향성으로 쏘았다고는 해도 스무 기의 기체가 박살나면서 발생한 반향이 있는지라, 음향탐지기를 탑재한 초계함은 수중에서 무언가 거대한 변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빠르게 파악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3초가 지나기도 전에 대잠경보를 발령하는 정예함이 인상 깊다.

그러나 경보발령 이상의 무언가를 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찢어져라.’

초계함의 흘수선 아래가 망치로 후려진 모래성처럼 터져나갔다.

모래성과의 차이는 부서진 자리가 날카롭다는 것 정도. 충격파가 용골과 주 기관까지 뜯어먹고 지나감에 따라, 실내에 적색 비상등이 켜진 초계함은 금속성의 비명을 지르며 여러 토막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끼우웅- 끼기기기-」

쇠가 찢어지면서 발하는 날카로운 파열음들이 소름 끼치는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내가 지난날 확장회로를 쓰지 않고 공격을 했을 때와 비교해서는 전반적인 파괴 양상에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그때는 선복의 한 부분을 파괴한다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흘수선 아래의 선체를 통째로 갈아버리는 것에 더 가까웠다. 단순히 용골을 대파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용골 대부분을 삭제해버리는 수준의 범위공격인 셈이다.

공격의 사정거리 또한 큰 폭으로 늘었다. 유효한 진동이 어디까지 퍼져나가는지 내 눈으로도 쫓아가기가 불가능할 만큼. 진행경로의 끝엔 황폐화된 뭍이 있을 터라 노출 우려는 희박했다.

조립식 아기들의 힘을 채 5푼도 쓰지 않은 느낌인데도 이 정도인가…….

아비터와 트라운서가 융합한 확장회로의 저력을 감안할 때, 내가 힘 조절을 하지 않았다면, 지향성 충격파고 나발이고 직선상의 넓은 바다가 기이한 떨림과 울림을 토해내는 괴기스러운 현상이 관측되었을 것이다.

감을 잡기 위한 실험과 연습은 일단 이 정도면 되었다.

이제는 대중들에게 보여줄 화려한 장면들을 확보해야 할 시간이었다.

「쿠궁! 구구궁!」

구체적인 파괴 양상이 예상을 다소 벗어나긴 했으나, INS 아츠마우트는 유출된 연료에 불이 붙으면서 선체 전반이 삽시간에 강한 불길에 휩싸였다. 몇몇 공간에 갇혀있던 유증기가 터지면서 작은 폭발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침몰과 화재가 속도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선 비상전력에 의지해 상황을 전파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SOS 신호만 간신히 켜놓고서 탈출을 꾀하던 통신실의 승조원들은, 찢어진 통로와 균열을 타고 올라오는 화염 앞에서 좌절했다.

다른 구획들의 대피상황도 좋지 못했다. 탈출할 길이 있다 한들, 그 폭이 지나치게 좁아 극심한 병목현상이 빚어진 탓이었다.

배수량 대비 과도한 무장을 쑤셔 박으려면 선박의 내부 편의성을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 눈물과 아우성으로 가득한 병목현상은 그 같은 선택과 집중의 대가였다. 어떤 승조원들은 스파크가 튀고 물이 차오르는 날카로운 균열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이쪽은 따로 더 손을 안 대도 되겠고…….’

이 생각을 하기 무섭게 초계함 내부에서 유폭이 발생했다.

대함미사일과 요격미사일, 어뢰 등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면서, INS 아츠마우트는 보는 이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하는 화려한 최후를 맞이했다.

최초 공격을 가한 시점으로부터 불과 30초도 경과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콰쾅! 콰콰콰쾅! 콰우우우우-!」

일순 배를 집어삼켰던 섬광이 사라진 자리엔 불타는 잔해들 이외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위로 폭압에 휘말려 솟구쳤던 파편들, 그리고 유폭으로 튀어나간 기관포탄과 함포 포탄들이 강철의 우박이 되어 쏟아진다. 팽글팽글 돌면서 떨어진 레이더 반쪽이 제법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켰다.

승조원 구조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했던 드론 바이크 다섯 기는 폭압에 직격당해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고속비행으로 투명한 절벽에 격돌하여 바스러지는 꼴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릉대는 울림의 잔향과 후두둑 후두둑 우박 쏟아지는 소리들이 길지 않은 여운으로 남았다.

화력 미치광이들의 전투함다운 거대하고도 강력한 폭발이었다. 폭발 규모만 놓고 보면 최소 5천 톤은 넘는 체급의 구축함이나 보여줄 법한 최후였다.

「당소 라인배커 알파. 맨패즈 전탄 발사하겠습니다.」

통신 부이를 통해 들어오는 보고. 내가 수면 위로 전개한 환시장막 뒤에서 휴대용 대공미사일(맨패즈) 공격을 준비하던 부하들의 보고였다.

장막이 전개된 방향에선 육안으로 관측이 불가능하고, 수면 탐색 레이더로 전파를 쏴도 파도와 구분이 불가능한 노이즈로 보일 것이다.

부하들의 탑승물은 평범한 컨테이너들이었다. 전원이 염동력을 능란하게 구사하는 다중각성능력자들이라, 단순한 컨테이너만 가지고도 잠수정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움직일 때 발생하는 소음도 염동력으로 흡수하면 그만이었고.

내가 초계함을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부상하여 적외선 시커를 냉각시킨 부하들은, 높은 숙련도에 의지하여, 1인당 다섯 개의 발사관을 빠른 속도로 비워버렸다.

「라인배커 1, 전탄 발사 완료.」

「라인배커 2, 전탄 발사 완료.」

「라인배커 3, 전탄 발사 완료.」

최종적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수량은 도합 150발에 이르렀다. 미사일들이 남긴 하얀 궤적들이 오십 개의 표적을 쫓아 현란하게 얽히는 광경은 제법 장관이라 할 만했다.

일반인들은 시각적인 화려함에 매료될 것이고, 식견이 조금 있는 자들은 알림 샤히디가 다시금 과시하는 군사적인 풍요로움이 놀랍다 하겠지.

엄호할 초계함과 일부 동료 기체들을 상실한 채 공중을 맴돌던 드론 바이크들은, 미사일 공격을 감지한 즉시 회피기동에 돌입했다.

유대인 초능력자들이 모는 이스라엘제 드론 바이크들은 모두가 고급스러운 교란장비들을 달고 있었다. 열원(熱源)을 쫓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적외선 레이저를 쏴서 추적을 방해하는 장비(DIRCM)였다. 여기에 고온으로 타오르는 기만체(플레어)들까지 사출하면 생존성은 더욱 높아진다. 드론 바이크는 기체 자체의 발열량이 적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존대책을 철저하게 갖췄어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쇄도해오는 다수의 미사일들을 상대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

더욱이, 내가 이번 공격을 위해 준비한 휴대용 미사일들 가운데 일부는 적외선과 자외선 추적을 병행하는 진보된 추적기를 달고 있었다.

「퍼펑! 펑!」

섬세하게 조율된 조립식 아기들의 청각은 수면 위 수백 미터 높이에서 작렬하는 폭발음들마저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낮은 하늘 곳곳에서 검고 흰 연기들이 꽃처럼 피어오르고, 연기를 문 기체들이 포물선을 그리거나 나선으로 회전하거나 하며 어지러이 추락했다. 배경에선 침몰한 초계함의 연료와 부유물들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썩 괜찮은 그림이 완성되었다.

추락하는 기체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파일럿들을 뱉어냈다. 정확하게는 사출좌석을 작동시킨 것이지만, 어쨌든 인상은 뱉어내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낙하산에 매달린 파일럿들이 물에 입수하는 족족 새로운 파동을 쏘아 몸을 터트려주었다. 이는 조립식 아기들을 활용할 때의 정밀공격 연습을 겸했다.

사람의 살갗 아래에 갇혀있던 온갖 종류의 색채들이 피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광경은 오직 나만이 관측 가능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훅 퍼졌다가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생명의 기운. 짧고 부질없는 총천연색의 변화.

날아다니던 유대인들까지 다 정리하고 나서 블랙박스 파괴까지 마치고 1분쯤 기다리자, 또 한 척의 초계함이 멀리서부터 내가 있는 해역으로 서서히 접근해왔다. INS 아츠마우트와 쌍을 이루어 활동하며, 유사시 상호간 유시계(有視界) 포격지원을 개시할 수 있는 간격을 유지하던 동형함 INS 마겐(방패)의 접근이었다.

마겐을 아츠마우트의 곁으로 보내주는 데엔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었다.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이스라엘 해군의 최신예 주력함 두 척이 가자지구 인근 해상에서 알림 샤히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후 오래 지나지 않아, 세상은 샤히디의 새로운 성전에 관한 속보로 떠들썩해졌다.

「00:00:00:00」만이 떠있던 실시간 스트리밍 채널은 이제 INS 아츠마우트와 INS 마겐의 최후를 반복적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짧게 토막 쳐 올린 영상들을 가지고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두 초계함이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확인 가능했다.

이 영상들은 고스란히 전 세계 언론들의 자료화면으로 인용되었다.

「24시간 카운트다운이 종료되고서 41분이 경과한 시점에, 알림 샤히디는 별다른 추가 성명 발표 없이 지금 보시는 영상들을 업로드했습니다. 실제로 공격이 이루어진 시각은 카운트다운 종료를 기준으로 D+1분에서 D+5분 정도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침몰한 함선은 INS 아츠마우트와 INS 마겐으로-」

「이번 공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전문가들의 예측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는데요, 우선 공격이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알림 샤히디가 산악 게릴라전과 테러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고, 최초 공격목표는 산악으로부터의 침투가 용이한 이스라엘의 핵개발 시설이나 공군기지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었죠.」

「그러나 알림 샤히디의 실제 공격은 지중해상의 이스라엘 초계함을 겨냥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샤히디 그룹이 벌써 지중해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기존에 선보인 지상작전능력과 별개로 해상작전능력까지 탁월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시나이 방면의 방어태세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던 이스라엘은 철저하게 허를 찔린 것이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은 온통 환희의 도가니로 변했으며, 단시간에 최신예 초계함의 절반을 상실한 이스라엘은 나라 전체가 초상을 맞은 것 같은 분위기에 빠졌다.

이러는 동안, 나는 막간을 이용해 중국에서 걸려온 연락을 받았다.

발신자는 중국 국가안전부의 실세로 등극한 3인의 거짓 대자들 중 하나, 후샨량 경감이었다.

「항상 베풀어주시는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사진과 영상들은 저희가 이제껏 입수했던 어떤 첩보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보내준 사진과 영상이란 알림 샤히디가 모처에서 위구르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는 장면을 담아낸 것들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의 소속은 예의 그 독립운동단체, 「동 투르키스탄 이슬람 당(ETIM)」이었다.

샤히디 그룹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가장 악명 높았던 위구르 무장독립운동 단체의 핵심 간부들은, 내가 샤히디의 이름으로 정중한 초대를 보내자 너무나도 기뻐하며 먼 거리를 한달음에 날아왔다.

신구(新舊) 위구르 독립투사들의 회합이 열린 장소는 「더 라인」 인근의 버려진 건설사무소였다.

샤히디의 까마득한 선배격인 이 독립운동가들을 최대한 값지게 팔아먹으려면, 지금부터 슬슬 양질의 내러티브를 쌓아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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