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505화 (505/561)

#51. 성지의 수호자 (1)

그레이스에게는 밝히지 않았으나, 내가 전함 미주리의 승조원들을 송환해주는 대가로 CIA에게 요구할 조건은 전함 미주리의 정식 임대계약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아직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는 않았으되, 조만간 준비가 되는 대로 올릴 예정인 또 하나의 조건. 그것은 내가 알림 샤히디를 내세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할 때 미국이 일시적으로 침묵을 지켜주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CIA만의 역량으로 들어줄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러나 내 생각을 들은 수연은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CIA는 이 사안을 보고할 때 긍정적인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사우디 왕세자를 통해 백악관 선임고문과 별도의 협상을 진행하고, 미국 내 무슬림 단체와 기업들을 이용해 후원금을 꽂아주면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안팎으로 동하게 할 수 있겠지요.”

백악관 선임고문은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참모진의 실세인 쿠슈너를 의미했다. 다수의 다른 참모들과는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사이지만, 대통령과의 친분 하나만으로 영부인과 더불어 백악관의 실세로 등극한 유대인이다.

현 미국 대통령의 대(對) 이스라엘 정책은 상당부분 이 유대인이 조언한 바로 알려져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유엔이 관리하는 국제도시(Corpus separatum)여야 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한 것,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강점했을 뿐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한 것, 팔레스타인 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대한 지지 등이 모두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백악관 미치광이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사위의 청원을 들어준 것이긴 하다. 그러나 쿠슈너가 아니었다면 미치광이의 계산은 많은 면에서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행보들만 놓고 보면 미치광이의 사위는 미국보다 이스라엘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골수 시온주의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와 수연은 이 인간이 설득에 넘어오리라 보고 있었다.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는 신념을 지키는 대가로 막대한 액수의 기대이익을 잃고 정치적 영향력마저 깎여나갈 테니까.

문자 그대로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세상에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드물지.’

만약 그가 내 부탁과 선물을 거부한다면, 나는 그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정치자금을 꽂아 넣을 것이다.

들어가는 돈은 더 많아질 테고, 문제의 여지를 최소화한 자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CIA에게도 적잖은 수수료를 지불하여 공범자로 삼아야 할 터이나, 가용자금이 흘러넘치는 지금의 내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샤히디의 명의로 세탁을 하는 게 번거로울 따름이다.

신념을 꺾고 나와의 거래에 응하느냐.

아니면 중개자로서 이익을 챙길 기회를 포기하고 장인과 마찰을 빚어가면서까지 자신의 민족을 위해 싸울 것이냐.

수연은 당연히 후자일 거라고 말했다.

“우리가 요구할 것은 고작 한 달 남짓한 침묵이 전부입니다. 그 정도면 미국 내 유대인 단체들이 가하는 압력을 완전히 외면할 필요도 없지요. 정부의 움직임엔 응당 행정적인 지연이 끼기 마련이고, 한 달이면 그렇게 긴 지연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니까요.”

한 달이 무언가. 내가 내 꼭두각시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명성을 안겨주는 데엔 그 절반의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대마법사가 몸소 유격전과 암살을 감행하는데, 그렇잖아도 총력전을 수행하느라 피폐해져있는 이스라엘이 그 재난을 무슨 수로 감당하나.

“대통령은 그 시간을 희망고문과 립 서비스만으로도 벌 수 있을 겁니다. 상류층 유대인들의 커뮤니티와 유대인 기업가들의 네트워크 내에서 쿠슈너의 입지도 보존될 테고요.”

정치인들이 자기 생명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자신의 정치적인 영향력이다. 그 영향력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돈과 신념을 맞바꾸기는 더욱 쉬워진다. 대통령의 사위는 유대인들에게 자신이 이스라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든 선임고문이든, 이렇게나 유리한 거래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불쾌할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더하여, 백악관 미치광이는 이미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다. 이 미치광이가 수정헌법 22조를 개정하고 제2의 루즈벨트를 꿈꾸지 않는 한, 유대인 단체들의 영향력은 첫 임기 때만큼 강하게 작용할 수가 없었다.

이번 단기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것은 페르 아스페라를 지중해 동안(東岸)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수중항해만으로 이동이 가능한 유일한 경로는 지브롤터 해협을 경유하는 길 하나가 전부였는데, 이곳은 수심이 얕고 다층적인 감시망이 깔려있어 페르 아스페라가 지나가기에 껄끄러운 지점이었다. 감시망엔 각성능력자들의 수중 순찰활동이 포함되었다.

유럽연합 고위험 수렵협회는 위험도가 높은 해양각성체의 유입을 지브롤터에서 차단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었다. 차단이 불가능한 경우 최소한 추적이라도 가능케 하여 지중해의 해난사고 위험을 관리하겠노라고.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지브롤터 해협의 감시에 굉장한 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해상보험료 폭증으로 존망의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야기했다.

「지중해·북해·발트해 항로의 해상보험료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유럽 해운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브롤터·외레순·스토레벨트 해협과 같은 주요 길목들의 감시를 강화하고, GIUK 라인에 냉전기 이상의 해양감시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유럽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GIUK 라인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그리고 영국을 연결하는 선이었다. 냉전기엔 소련 잠수함들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하는 감시선이었고, 이제는 대서양과 북극해를 오가는 해양각성체들의 동향 파악을 위한 감시선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선을 구축하는 데엔 영국이 너무나 큰 구멍이었다. 그렇잖아도 유럽연합을 탈퇴해놔서 자꾸만 엇박자가 나던 차였는데, 이젠 HMS 아비터와 HMS 트라운서의 폭주로 말미암아 나라 전체가 병신 꼴이 되었으니 무슨 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는가.

심지어 그 좁은 도버해협에서조차 감시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지 못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장차 런던을 공략해야 할 내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것은 앞날의 일이고, 당장은 지브롤터를 대신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

수에즈 운하를 들키지 않고 통과하는 건 지브롤터 이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니, 결국 남는 선택지는 일정 구간의 육지를 날아서 지나가는 방법이 유일했다.

때문에 나는 중동 일대의 기상 변화를 예의주시했다.

이집트와 레반트 지역(이스라엘·요르단·시리아·레바논)에는 매년 봄마다 길고 거친 모래폭풍이 찾아온다. 아랍어로는 「함신」이라 하고 히브리어로는 「샤라브」라고 부르는 폭풍이었다.

지금은 비록 봄이 아니지만, 레반트 동쪽의 뜨거운 사막 상공에 강한 고기압이 들어섰을 때 가까운 바다에 국지적인 열대성 저기압을 만들어낸다면, 하루나 이틀쯤에 걸쳐 계절성 모래폭풍을 구현하는 일이 가능했다.

조립식 아기들의 힘을 써서 해수면의 증발량을 증가시키면 모래폭풍을 부르기에 충분한 규모의 저기압을 빚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인구밀도가 희박한 수에즈 지협 동쪽의 사막을 짧은 모래폭풍으로 뒤덮은 후, 레이더와 위성관측을 피해 지중해로 넘어가는 게 내 계획이었다.

그렇게 넘어가면 곧바로 나오는 게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앞바다다.

내가 때를 기다리며 대기하기로 한 위치는 홍해의 북단이었다.

수에즈 만(灣)과 아카바 만(灣)이 갈라지는 분기점으로부터 동쪽으로 치우쳐있는 황량한 사막의 연안.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도 근처에 회사 일정상, 혹은 행정절차상의 문제로 운하 통과가 미뤄진 것처럼 꾸며놓은 배들을 여러 척 띄워놓았다. 각 선박들이 지닌 크립 밸러스트의 마력장으로 조립식 아기들의 존재감을 감추기 위한 조치였다. 이동할 때나 머물 때나, 대열을 짠 선박들은 효과적인 위장막이 되어주었다.

배들이 정박한 해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해였다. 임검을 빙자하여 뇌물을 뜯으러 오는 공무원들은 샤히디의 영향력을 가볍게 투사하는 것만으로도 막을 수 있었다. 무작정 배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가 네옴(Neom) 건설을 위해 조성해둔 공항과 기반시설들을 독점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도 유익했다.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양 틈에 자던 목자들-”

경태 녀석이 캐롤을 흥얼거리는 건, 바다에서 적합한 바람을 기다리는 사이 크리스마스가 목전으로 다가온 탓이었다. 모니터를 통해 부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경태는 마이크를 켜고 짝짝 박수를 쳤다.

“좋아, 좋아. 갈수록 더 나아지네. 잠깐 쉬었다가, 대항군 역할을 바꿔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30분간 휴식!”

적막한 공항에 경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과학화 훈련장비를 달고 강습훈련을 진행하던 정예 타격대가 삼삼오오 흩어진다.

사우디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은 그 첫 단계인 「더 라인」의 착공 단계에서 완전히 좌초되었다. 공식적으로 프로젝트 폐기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사우디의 경제 사정을 보건대 공사가 재개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더 라인」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돈만 1조 달러에 달하는데, 지금의 사우디가 그 막대한 예산을 무슨 수로 마련하겠는가.

「더 라인」 건설 현장으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져있는 이 공항은 우리가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완벽하게 방치되어있었다. 기본적인 관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활주로가 거의 모래로 덮여있었을 정도로.

공항을 통째로 전세 내어 훈련을 진행할 기회는 굉장히 드문 것이다. 네옴 만(灣) 국제공항은, 비록 완공된 활주로는 한 줄뿐이어도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시설이라 그 의미가 각별했다. 관제기능을 장악하고 후속 병력의 착륙을 관제하는 부분까지 실전과 같은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샤히디의 이름으로 공항과 인근 편의시설들의 대여를 요청하자, 사우디 왕세자는 기꺼이 허가를 내주었다. 버리다시피 방치해놓고 있던 시설들로 생색을 낼 기회라 여겨 반기는 듯한 기색이었다.

「거기에 있는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이용하시오. 내가 가진 것이 곧 그대가 가진 것이니.」

이곳에선 내 부하들만이 아니라, 샤히디의 이름으로 모집한 지하디스트들의 훈련도 진행되었다. 복면을 쓴 내 부하들이 전문 대항군 역할을 해주는 훈련은 세계 정상급 특수부대들이 받는 훈련보다 질이 더 우수한 것이었다.

공항과 가까운 해변의 휴양시설과 호텔 또한 우리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었다. 네옴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외국 기업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활발히 장사를 하고 있었을 곳들이지만, 지금은 공항과 마찬가지로 방치되어있던 시설이었다.

사방으로 황무지가 펼쳐져있는 외딴 호텔은 본사 인력들을 수용하여 마력회로를 열거나 손봐주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나는 아예 이곳에서 올해의 종무식까지 치러버렸다.

종무식과 시무식은 조직의 운영이 궤도에 오른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시행해온 행사다. 이게 아니면 나와는 일 년 내내 대면할 기회가 없는 조직원들도 많은 만큼, 사기와 충성도 관리 차원에선 가급적 거르지 않는 편이 현명했다.

올해도 행사의 진행을 총괄한 비서실 차장 홍영식이는, 시무식이 종료된 후 가장으로서 내게 각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바쁘신 와중에 가족들까지 불러 각성의 기회를 베풀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젠 저는 물론이고 안사람과 아이들도 불사암이나 기형적인 각성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군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존에도 정규 조직원의 직계존비속이 불사암에 걸릴 경우, 혹은 자연적인 각성이 그 자체로 질병화된 경우나 기타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질환이 생긴 경우 내가 손수 치료해주겠다는 약속은 있었다. 그러나 암이 생기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애초에 암에 걸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이야기였다.

이렇듯 조직원들에 대한 복지를 상향조정할 수 있었던 건, 마도서 봉쇄수도원과 조립식 아기들을 활용한 마력회로 개통이 빠르고 효율적이었던 덕분이다.

조직원들의 직계존비속에게 열어주는 회로는 구조가 극히 단순했다. 강화계수만 놓고 보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단일능력 각성자들의 평균치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오로지 개통의 용이함과 안정성만을 고려한 회로설계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한 사람의 회로를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초 정도에 불과했다.

방식도 간단했다. 내가 조립식 아기들과 연결된 상태로 파도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각성 시술 대상자들을 태운 배가 페르 아스페라의 마력장 안으로 들어와 닻을 내린다. 그러면 내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회로를 열어주고, 모든 시술이 끝난 후 미리 대기하던 다음 배가 이어서 들어오는 식이었다.

이미 왜곡된 회로가 발현되어 교정이 필요한 경우, 혹은 불사암이 발병하여 미리부터 치료 희망자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았던 환자들 같은 경우엔 보다 긴 처치시간이 필요했지만, 내 일정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내가 주술사 왕의 명성을 높여놓았으니, 조직이 미신의 침투로 몸살을 앓는 일을 방지하려면 이와 같은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었다.

이러는 동안 미국과의 협상은 진전을 보았다. 여러 공작을 보탠 결과로서, 백악관 미치광이는 내가 샤히디를 내세워 요구한 한 달간의 침묵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가 아직 결정을 미루고 있는 건 순전히 더 많은 돈을 받고 싶은 욕망의 발로였다.

예멘에서 SNS로 재미를 본 이후 SNS에 인생을 낭비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진 듯한 백악관의 주인은, 샤히디의 계정에 아주 진솔한 마음을 담은 비밀 메시지를 보내었다.

「나의 좋은 친구 샤히디! 나는 당신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노트(Note)들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선의가 적힌 노트만이 아니라, 숫자가 적힌 노트들 역시도!」

노트는 편지나 쪽지를 뜻하기도 하지만 지폐를 뜻하기도 한다. 나는 미국 대통령쯤 되는 사람이 세계적인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대놓고 친구라고 부르는 데 기가 찼고, 이렇게까지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데 다시 한 번 기가 찼다.

‘돈을 더 먹여주는 건 간단하지.’

그러나 너무 쉽게 액수를 올려주면 도리어 역효과를 보는 수가 있다. 그냥 얻는 보상보다는 밀고 당기기를 거쳐서 얻는 보상이 더 큰 성취감을 주는 법이니까. 또한 대통령에게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여지가 있다는 인상을 주면 협상이 쓸데없이 길어질 우려도 있었다.

협상을 반드시 공격 개시 전까지 완료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미국이 가만히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내가 기다리던 바람은 성탄전야의 황혼과 함께 찾아왔다.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던 비서실 산하의 정보분석팀이 오케이 사인을 내리자, 경태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할렐루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