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495화 (495/561)

#50. 세계의 변화 (5)

그토록 애호하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은 인간답게, 술타나는 살면서 처음 경험한 성적 쾌락의 여운으로부터도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내가 린페이 때와 다르게 작정하고 중독시키려 들지 않기는 했다. 이 꼰대를 중독시켜 놓으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을 테니까. 그러나 어쨌든, 겪어본 적 없는 절정을 거듭한 끝에 정신을 잃은 사람치고는 절제력이 매우 강하다고 해야 할 것이었다. 이는 내가 이 꼰대에게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샤워와 기도를 마친 술타나는 평소의 나른한 여유를 완전히 되찾았다. 함께 아침식사를 한 후에는 어제 못다 한 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대도 알다시피, 중앙정부가 발표한 해상전력 증강계획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도다. 예산 문제로 이미 가지고 있는 전력도 제대로 유지관리를 못 하고 있는 와중에 외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그런 상황에서 여가 중국의 퇴역 함선들을 공여받아 독립적인 해안경비대를 창설하겠다고 나섰으니, 연정을 이룬 대부분의 정당들이 일단 이 기회를 잡고 보자고 합의를 했지. 그걸 어느 파당(派黨)의 공로로 삼는가는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하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느 나라든 이런 일이 있으면 먼저 공로부터 다투다가 기회를 날려버리는 게 보통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술타나가 정치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었다.

“이제 해안경비대의 운영이 안정궤도에 진입했으니, 각각의 당파들이 이제 미뤄두었던 밥그릇 싸움의 결판을 내려 하고 있단 말이야. 그 승부엔 여를 치워버리고 여가 일궈놓은 사업을 송두리째 훔쳐가려는 시도 또한 포함되어있고. 이번에 그대가 또다시 기적 같은 위업을 선보인 덕분에 저들도 고민이 많아지겠지만.”

“뭔가 새로 들어온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내가 끌어들인 외부세력…… 즉 그대가 차 한 잔 마시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늪지 깊은 곳의 도적들을 소탕해버린 것은 일전에 북부 반군을 박살낸 것 이상으로 비현실적인 일이지. 차라리 그대가 아르주나의 환생이라고 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릴 만큼.”

북부 반군을 소탕할 때는 교전의 양상이 많이 상이했다. 그래서 술타나는 도적들을 고용했던 정적들이 첩자의 존재를 의심하리라 예상했다. 자기가 적당히 떡밥을 더 던져줘서 더 심한 자중지란을 앓게 해주겠노라고.

“비슷한 수를 쓰려던 다른 정파들도 우선 내부 단속에 힘을 쏟을 것이야. 여가 보여주는 자신감의 근거 중 하나가 첩자의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할 테니. 여는 그대가 벌어준 이 시간 동안 중앙정계에서의 내 자리를 확정짓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야 여를 다시 번거롭게 만드는 일이 없지 않겠는가?”

“그러기를 바랍니다만,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 번 더 밟아줌으로써 이번과 같은 도발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술타나의 어깨가 소리 없는 웃음으로 흔들렸다.

“참으로 믿음직한 말이로다. 그때마다 그대와 재회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선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고. 하나, 그래서야 여가 어디 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지금도 주고받는 성의의 저울이 너무 기울어있어 조바심이 날 지경이건만.”

“당신은 그저 해상경비대 확대나 독자적인 기술이전 계약에 대한 양해를 받아내는 데에 집중해주십시오. 지금의 내게는 그것이 가장 큰 이익입니다.”

“그건 필시 주술사 왕과의 새로운 거래가 엮여있는 것이렷다?”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지요.”

사실 잠비 술탄국 해상경비대의 규모는 지금 수준으로도 술탄국의 체급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기형적인 자금유입이 없다면 절대로 감당 불가능한 전력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속적인 전력 확대를 주문했고, 내게 부채의식을 느끼는 술타나는 이를 망설임 없이 수용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선 조만간 더 많은 함선들과 기타 무기체계들이 넘어올 예정이었다. 이전에 받은 프리깃들이 어디까지나 무상 공여의 형태였다면, 새로 들여오는 함선과 무기체계들은 기술이전과 유지보수 시설 구축을 포함한 정식 구매의 형태로 도입하는 것이었다.

생산과 관련된 모든 기술 및 설비들은 당연히 주술사 왕의 동군연합과 푸에르토 바야르타로 확산된다.

술타나에게 주술사 왕과 내 관계를 완전히 숨기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해군 장교·기술사관 교육생들의 출신지부터가 소말리아를 비롯한 주술사 왕의 영역이었고, 잠비에 새로 구축된 공장들의 생산물 태반이 아프리카 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 화물들의 운송경로 세탁은 당연히 하고 있다.

그러나 잠비 술탄국에서 생산하는 군수품과 기타 생활필수품들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그 모든 물량을 내 조직이나 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운수사업자에게 취급토록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돈과 인력을 들이면 할 수야 있겠지만,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짓인 까닭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외부인이라면 모를까, 왕국의 주인인 술타나마저 자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렇게까지 무능한 인간이었으면 애초에 내가 오랫동안 거래할 상대로 고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수출입에 있어서 주술의 장막을 이렇게 쉽게 극복한다는 건 주술사 왕과 나 사이의 커넥션을 짐작할 강력한 단서가 된다. 이렇게 가정하면 내가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의 출처를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외부에서 보자면 중국 자본들이 술타나를 중개인으로 삼아 주술사 왕과 거래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아니면 그 역이거나.’

중국은 왜 인도네시아의 일개 토호국을 상대로 많은 투자를 하고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상식적인 답은 주어진 상황 자체가 제시하고 있었다.

영민한 술타나는 내가 자신을 눈속임용 방패막이로 쓰고 있음을 알고, 내 주문 없이도 그에 맞는 처신들을 취해왔다. 술타나에 대한 투자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본전 이상을 뽑았다고 볼 수 있었다.

술타나에 대한 인도네시아 기성 권력자들의 견제는 이런 면에서도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반중감정을 이용해온 프라보워 국방장관은 술타나의 성장을 경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겠지. 중국이 인도네시아의 지방정부를 교두보삼아 인도네시아 내에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투사하고, 나아가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저해하여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고.

「신을 믿는 자들은 이 땅에서 중국인들과 반역자 화교들을 몰아내는 데 힘써야 한다!」

「나는 인도네시아의 경제를 이삼십 년 후퇴시킨다 하더라도 모든 중국인들을 추방할 각오가 되어있다!」

「중국인들은 인도네시아에 해롭다!」

과거 이런 발언들을 한 바 있는 국방장관은, 또한 98년의 반중폭동을 물밑에서 주도한 혐의도 받고 있었다. 다만 국방장관의 정치적 위상이 너무 커서 누구도 그에 대한 수사를 주도하거나 재판정에 세울 엄두를 내지 못했을 따름.

그러나 결국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첫 번째가 자신의 이익이다. 이쪽과의 협력이 이익이 되기만 한다면, 그리고 이쪽이 중국의 꼭두각시가 아님을 확인하기만 한다면 그는 여군주의 사업 확장에 눈을 감아줄 것이다.

제국을 사냥할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레이저 포대 복원도 원활하게 진행될 듯하니…….’

페르 아스페라의 레이저 포대들은 예멘 남쪽 공해상에서 본사 국제사업부의 밀수선으로 환적하여 러시아 과학자들에게 인도해주었다.

보고에 따르면, 그들은 연구개발에 참고할 또 하나의 샘플로서 이스라엘제 레이저 포대와 그 통합 기술 매뉴얼을 추가로 받아보고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

「그…… 이게 왜 여기에 있습니까? 있으면 안 되는 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분인데…….」

그들은 내 부하들에게서 레이저 포대 수리 및 복제의 구체적인 조건을 확인한 후 반신반의하며 이렇게 되물었다고 했다.

「정말입니까? 일본에서 만드는 장비와 부품들을 그냥 가져다 써도 된다고요?」

「그들이 이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모든 부품들을 제공해주기로 했단 말이지요? 그 외의 다른 주문들도 무제한적으로 받아주고?」

「이상하다. 그럼 일이 너무 쉬워지는데……? 진짜로 그렇게만 해드려도 약속한 보상을 지급해주시는 겁니까?」

보고서엔 몇 번이고 확답을 받은 러시아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적혀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기한을 앞당기는 건 일도 아닐 거라면서. 이게 자기들 정도의 고급인력들에게나 쉬운 일이라는 생각은 머릿속에 전혀 없는 느낌이었다고.

일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시점에서 술타나는 설핏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제 그대는 어디로 가는고?”

“자세한 말씀은 드리기 곤란합니다만.”

“대강이라도 좋다.”

“잠수정 제조라인에 들렀다가 아프리카 쪽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로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조금 더 남아있어서 그렇지. 지금쯤이면 중국에서 내 거짓 대자들이 발송한 특급화물들이 몇 개소의 경유지를 거쳐 내게로 날아오는 중일 것이다.

“그런가. 잠시 가까이 와보라.”

술타나는 내 목에 팔을 감고 어딘가 많이 어설픈 입맞춤을 해왔다. 원숙하게 구는 태도와 비교하면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미숙함이었다. 감았던 팔을 풀고 떨어진 술타나는 철관을 바로잡고 입술을 엄지로 훔치며 미소 지었다.

“살펴 가도록 하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겠다.”

“강녕하십시오, 술타나.”

“술타나가 아니다. 둘만 있을 땐 칸드라나라 부르도록 하라.”

인도네시아인들의 이름이 대개 그러하듯 칸드라 키라나는 두 음절이 하나의 이름이며, 이를 쪼개어 부르는 것은 전통적인 격식에 맞지 않는 일이고, 축약한 애칭을 부를 수 있었던 사람은 금빛 꼰대의 생애를 통틀어 몇 명 되지 않았을 터였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술타나의 작은 요망을 들어주었다.

“그럼, 칸드라나.”

“음.”

술타나는 중정까지 몸소 나와 나를 배웅했다. 내 유전자에 대한 이 금빛 꼰대의 욕심은, 내 개인의 호오와는 별개로, 배신의 가능성이 더더욱 0으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를 소모품으로 쓰려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레이스보다는 불쾌함이 덜하기도 했다.

“잠깐.”

술타나는 마지막 눈인사와 함께 떠나려는 나를 불러 세웠다. 전하려다 잊고 있었던 말이라도 하나 떠오른 것처럼.

“……?”

“그대. 여가 전에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사업이 이익보다 사람을 남겨야 하는 일인 것처럼, 인생 또한 사람을 남기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었는데.”

“기억합니다.”

“날로 낯섦과 새로움을 더해만 가는 요즈음의 세상은 망망대해에서 맞이한 풍랑과도 같아, 무거운 짐을 지고 그 풍랑을 헤쳐 나가는 여로서는 하루하루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가늠하는 데 사람에게 의지하는 바가 컸다. 물론, 가장 크게 의지한 사람은 바로 그대이지.”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과분하기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

“그대는 아직 여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으되, 여는 이미 여의 인생에 그대를 가장 무거운 사람으로 남기기로 하였음이라. 단지 그렇게 결심한 것만으로도, 여는 여에게 번민을 주는 일들을 맞이할 때마다 이전까지는 없었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느니. 그대는 여에게 그저 심장 언저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람인 것이야.”

쓸데없이 말이 장황하다. 나는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까움과 귀찮음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여가 이런 경험을 하고 보니 그대에게서 보았던 몇몇 언행들, 그리고 그대가 보낸 여러 답장들의 행간에서 공통적으로 묻어나는 메마름이 신경 쓰이더군. 원래는 동침하는 자리에서 말을 꺼낼 요량이었는데, 막상 그대와 함께 침실에 들고 나서는 너무나 정신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말았다.”

술타나는 조용한 미소를 머금었다.

“비록 신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하나지만, 그럼에도 서로 다른 각각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각각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대의 언행과 그대가 갈고 닦아온 능력들로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그대의 세계는 아마도 여의 세계보다 더 혼란스러우며 다변적인 모습일 터. 고로 그대의 세계는 근래 들어 과거와는 아주 많은 면에서 달라졌고, 또 달라지는 중일 것이다. 많은 부분은 그대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겠지. 아니 그러한가?”

“일단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그렇다면 여는 그대에게도 심장 언저리에 둘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여의 지주(支柱)이자 나침반인 그대가 급변하는 시대의 한중간에서 정작 자신의 길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그 사람이 칸드라나 당신이고 싶다는 말입니까?”

“글쎄. 그렇게 되면 좋기야 하겠지.”

술타나는 무거운 관을 쓴 채로 살래살래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여는 그대를 왕국보다 위에 둘 수는 없는 사람이라. 그대와 왕국을 같은 저울의 양팔에 올린다면 매양 그대에게서 무언가를 더 빼어 왕국에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여로다. 이러한 여가 그대의 지주이자 나침반으로서 이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야. 여에게 그대만큼의 힘과 능력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못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고서 술타나는 눈웃음을 쳤다.

“모든 아내를 평등하게 대하라는 예언자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첫 번째 아내보다는 네 번째 아내가 더 사랑받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지.”

이슬람 세계 권력자들의 생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비유였다.

21세기에도 일부다처의 구습이 남아있는 이슬람 문화권 권력자들의 세계에서, 첫 번째 부인을 온전히 사랑만으로 맞이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략이나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엮여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결혼은 미망인이나 불우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선행으로서 이루어져야 눈총을 받지 않는다. 실제가 어떻든 간에, 세간의 평판을 깔아뭉갤 만큼의 권세가 있지 않고서는 형식적인 조건들을 갖추는 편이 이로운 것이다.

사실 네 번째의 결혼 또한 자선행위여야 바람직하긴 마찬가지이나, 보통 여기까지 온 남자들이라면 넷째 아내만큼은 다른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한 애정-혹은 욕정-만으로 상대를 고르려 애쓰는 편이다.

그러니 왕국을 짊어진 자신은 전형적인 첫 번째 아내에 가깝다는 게 술타나의 언중언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첫 번째이고자 하는 바람을 넌지시 담아낸 말이기도 했고. 욕심을 내지 않는 척 욕심을 내는 정치가의 언변이었다.

“여하간 여는 그대가 언제까지고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노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경계할지라. 강인하고 지혜로우며 먼 곳을 보고 나아가는 자일수록 길을 잘못 들었을 때 걸음을 크게 내딛는 법이라. 자기 자신만을 믿고 타인을 마음에 들이지 않으려 드는 것만 같은 그대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이야.”

“…….”

“이게 다- 그대 잘되라고 하는 소리로다. 여에게는 그대와 다른 세상을 살면서 축적한 삶의 지혜가 있음이니, 그대는 부디 여가 들려주는 고언(苦言)을 잔소리로 듣지 말라.”

“……알겠습니다. 기억해두도록 하지요.”

누가 꼰대 아니랄까봐 뜬금없는 훈계가 참 길기도 했다.

“그럼, 이번엔 진짜 작별이다. 무탈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라. 여의 왕국은 언제고 그대에게 열려있을 것이다.”

술타나는 한쪽 눈을 찡긋거리고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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