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492화 (492/561)

#50. 세계의 변화 (2)

술타나의 군대 라스카르가 술타나의 정적들이 움직인 지방군 부대 「코딤 0314」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며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나는 리아우 주(州) 인드라기리 강 하구 연안의 울창한 맹그로브 숲을 급습했다.

자유의 여신상에 필적하는 크기의 맹그로브 각성수들이 흔하게 분포하는 늪지는, 자연각성체들의 능력과 분포를 확인하고 안전한 경로를 탐사하는 패스파인딩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진 야생의 미궁이었다.

패스파인딩 정보가 부족한 표면적인 이유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런 쪽에 투자할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다름 아닌 현지 헌터들의 태업과 사보타주, 그리고 음습한 정치적 배경이 엮여있는 패스파인더 사냥이었다.

현지 헌터들의 입장에서 자기네 홈그라운드의 패스파인딩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자신들만 알고 있고 싶은 정보인 것이다. 그래야 이 지역의 고위험 수렵 시장을 자기들끼리 나눠먹기에 좋고, 또 양지에서의 벌이가 시원찮을 때 미궁의 그늘에 숨어 음지의 영업을 벌일 수도 있으니까.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조차 한두 달이면 다 배우는 기술을 철저히 비밀로 엄수하며 가까운 지인과 가족들에게만 가르쳐주려 하는데, 헌터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타적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여기에 중앙정부의 간섭을 피하고 싶은 지방 유력자들의 후원과 비호, 인도네시아 중앙정계의 파벌싸움까지 더해진 결과, 이 나라의 울창한 습지들은 최소한 정보공백의 측면에서만큼은 저 북미의 전율하는 거인에 필적하는 미궁들로 거듭났다.

그렇기에 고고도에서 수직 강하하여 본거지를 들이친 내 습격은, 도적들로선 예상이 불가능했던 비상식적인 재난이었다.

놀랍게도 도적들 중 일부는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들을 노리는 라스카르가 그들을 보호하는 지방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선 황당하기까지 한 흐트러짐이었다.

‘기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군.’

깨어있던 경계병들이라고해서 근무자세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해가 가장 뜨거울 때 낮잠을 자는 게 이쪽 지역의 풍습이었기에, 쩌억 쩍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거나 하며 산만하게 경계를 보던 도적들은 무소음으로 강하한 우리가 기수를 꺾고 나서야 비로소 비명을 질렀다.

“Musuh Muncul!”

도적들의 대응은 엉망진창이었다. 오합지졸들답게 낮잠을 계급 순으로 잔 모양이라, 깨어있던 놈들은 최소한의 조직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개인의 조각들로 깨어져나갔다. 뒤늦게 잠에서 깬 간부들은 어어 하다가 덩달아 무너져 내렸다.

「Menyerah! Anggota gerombolan yang menyerah akan diampuni!(항복하라! 항복하는 무리는 용서받을 것이다!」

미리 녹음해온 항복 권고가 제트 바이크의 배기음보다 시끄러운 음량으로 울려 퍼졌다.

도적들의 진채는 높은 맹그로브 나무들 위에 가벼운 판잣집들을 올리고 그 사이를 그물다리로 엮어 길을 내어놓은 형태였다. 허겁지겁 무기를 들다가 놓쳐 늪으로 떨어뜨리는 놈, 잠이 덜 깬 채로 달아나다가 그물다리의 흔들림에 튕겨나가는 놈, 늘어진 덩굴밧줄을 붙잡고 몸을 날리다가 기총에 맞아 박살나는 놈 등 다채로운 얼간이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물론 이렇게 슬랩스틱 코미디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유효한 응사를 가해오는 놈들이 있긴 했다. 도적단의 전체 규모가 보조전력으로서의 비각성자들을 포함하여 물경 3백에 가까웠던 까닭이다.

「쾅쾅쾅쾅-!」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비행하느라 속도가 줄어든 제트 바이크들을 향해 예광탄 섞인 중기관총 사격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유효한 응사’라는 건 일반적인 기체들이 상대일 때나 성립하는 표현이었다.

비행속도가 낮다는 것은 마리브 전투에서 처음 선보였던 점탄성 염동방어결계를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후웅-! 우우웅-!」

결계에 걸린 탄자들은 저마다 기이한 울림을 발하며 운동에너지를 상실했다. 두께 40밀리의 강판에 상응하는 방어력을 뚫을 중기관총탄(.50BMG) 따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중기관총 사격에 두들겨 맞고도 멀쩡한 제트 바이크들을 본 적들의 반응은 셋 중 하나였다. 입을 헤 벌린 채로 멍청하게 서있거나, 무릎을 꿇고 항복의사를 표하거나, 비명을 지르며 등을 돌려 달아나거나. 숫자는 뒤로 갈수록 더 많아졌다.

사방에 물이 넘쳐흐르는 늪지는 내게 너무도 유리한 전장이었다. 나는 지향성 음파충격과 물의 기화, 그리고 수소폭명기를 이용한 국소적인 기화폭발을 난사하여 단 한 명의 도적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죽이거나 사로잡았다.

전투 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4분 9초에 불과했다. 전투 그 자체보다는 적들의 유해와 포로를 수습하고 증거물을 챙기는 데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도적들의 두목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쏘려고 시도하다가 사로잡혔다. 적외선 센서가 냉각되기도 전에 작은 수소폭명기 폭발의 충격파를 얻어맞고 기절한 것이었다.

전리품과 포로들은 인드라기리 강 하구에서 대기하던 칸드라 키라나의 함대에 넘겨주었다. 내가 선물한 중국제 프리깃들(053급)은 잠비 술탄국 해안경비대 소속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중이었다. 전력화가 최종적으로 완료된 게 겨우 보름 전의 일이긴 해도.

“오랜만입니다, 제독.”

“……엘 무니(El Muni).”

칸드라 키라나 함대의 기함, 053급 프리깃 「크호르마탄 브사르」의 회의실에선 이젠 예비역이 된 마르띠네즈 제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제독과 악수를 나누고서 물었다.

“새 일자리는 마음에 드십니까?”

내 물음에 제독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표면적인 일자리를 묻는 거요, 아니면 진짜 일자리를 묻는 거요?”

“둘의 만족도가 서로 다릅니까?”

“다르오. 당신이 맡기는 일은 업무 내용과 대가 양면에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소만, 이 나라가 돌아가는 꼬락서니는 여러모로 내 우울한 조국을 닮아있거든.”

제독의 표면적인 직함은 잠비 술탄국 해안경비대의 사령관이었다. 비록 인도네시아 연방의 일부라고는 하나, 어쨌든 외국의 군주에게 초빙을 받아 사령관으로 재직한 경력은 추후 제독이 멕시코 본토로 돌아갈 때 내세울 만한 명예가 되어줄 것이었다. 내 입장에선 제독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자 내세운 그럴듯한 구실일 뿐이지만.

“술타나의 대우는 어떻습니까?”

“흠잡을 데 없소.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인물이기도 하고.”

“마음에 든다?”

“그녀는 헌신적이고 명석한 통치자요. 그녀를 시기하는 자들은 그녀를 두고 권력에 미쳐 자식을 잡아먹은 어머니라며 멸시하는 모양이오마는……. 내가 보기에 그렇게 떠들어대는 자들치고 그녀보다 나은 애국자는 없는 것 같소. 최소한 그녀는 통치자로서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있진 않으니까.”

나는 술타나가 이 늙은이를 어떻게 구워삶았기에 이런 소리가 나오나 싶었다. 따지고 보면 술타나는 정계 진출에 성공한 카르텔 두목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불법적인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일반 민중들의 생활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선 제독이 술타나와 동질감을 느낄 법도 했다.

물론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 역시 비슷한 활동을 하기는 한다. 학교와 병원을 건설하고, 구호물자를 나눠주고, 수도를 포함한 인프라를 정비하는 등.

그러나 멕시코 카르텔들의 공익 활동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들이 끼치는 해악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수단이자,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선전공작이며, 조직원들의 정신무장을 강화하는 방편일 뿐이다. 그들의 공익적 기여는 그들의 해악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되지 않는다.

술타나는 다르다.

이 금빛 꼰대는 기어이 쟁취한 옛 왕국을 가꾸는 데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과 자원을 쏟아붓고 있었다. 딱히 사치나 축재(蓄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권력자들에게 흔한 기벽이나 망상벽 따위도 없다.

왕국을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권력을 이용해 음지의 수익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검소하고 성실한 창업군주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제독이 말했다.

“그녀를 인도네시아의 애국자라고 할 순 없겠지. 하나, 그녀의 왕국엔 최소한의 역사적 당위성이라는 게 있지 않소? 침략자들에게 무너졌던 나라를 자치정부의 형태로나마 되살려낸 것이니까. 그러면 남는 건 민중들의 삶이 어떠한가 여부이지. 나는 그녀에게 합격점을 주고 싶소. 그녀는 자신이 되찾은 왕국의 애국자요.”

“그렇군요.”

“……여기에 와서 그대를 다시 보게 되었소.”

“무슨 뜻입니까, 그건?”

“술타나가 그러더군. 그대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왕국은 없었으리라고. 또한 작금의 왕국이 누리는 경제적 호황은 대부분 그대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제독은 숨을 돌리고 나를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알고 보니 여기는 또 하나의 푸에르토 바야르타였더구려. 내가 당신과 손을 잡음으로써 내 나라, 내 항구, 내 부하들을 살릴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술타나 역시 당신과 손을 잡음으로써 왕국의 부흥을 얻었던 거요.”

이 말을 들으니 목구멍 안쪽에서 메슥거리는 거부감이 올라왔다. 나는 눈을 조금 찌푸린 채로 대꾸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거래를 하고 대가를 지불했을 따름입니다. 그 대가를 어디에 쓰고 어떻게 투자하는가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지요.”

“글쎄. 우리의 첫 만남을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

“그대가 그러지 않았소? 「나는 거래처를 신중하게 고르는 사람이다.」라고. 마약 카르텔 같은 막장들과의 거래는 일회성이라도 내키지 않는다고……. 그날 그대는 거래를 트기에 앞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과 의도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인지부터 확인했소. 돈을 논하는 건 그다음의 일이었지.”

“…….”

“짐작건대, 당신과의 거래를 통해 지속적인 이익을 얻는 거래주체들은 어떤 식으로든 당신의 ‘심사기준’을 통과한 자들일 거요. 술타나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 어떻소? 만약 그렇다면 나나 술타나가 한 일들과 당신의 심사기준 사이엔 일정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셈이지. 그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제독 자신의 나르시시즘이 섞인 장대한 착각이다. 나는 가볍게 혀를 찼다.

“내가 아무하고나 거래를 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하시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짜깁기일 뿐이지요.”

“흠…….”

“나는 기본적으로 무기와 죽음을 팔고 다니는 사업가입니다. 나와 거래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 엉뚱한 착각을 하는 건 달갑지가 않군요. 그 착각이 추후 괜한 실망으로 이어져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대는 그대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사람이로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인지는 사업의 기본이기 이전에 생존의 기본입니다. 그러니 그런 어림짐작은 그쯤 해두십시오. 솔직히 실례입니다.”

제독과 나 사이엔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뒷짐을 지고 시선을 돌린 제독은 턱짓으로 후방 갑판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게릴라들이야 그렇다 치고, 악어는 대체 어떻게 잡아오셨소?”

프리깃의 후방 갑판엔 구속구로 단단히 묶어놓은 각성체 바다악어가 있었다. 필리핀의 휴양지에서 잡아 베이징 하수도에 풀어놓았던 놈들과는 다르게, 목 아래쪽의 척추에 정을 박는 방식으로 전신마비를 만들어놓은 놈이었다.

대형 각성체 제압을 위해 제작된 고위험 수렵용 정은 위치추적 비컨 및 원격신호에 의한 전기충격 기능을 내장하고 있었다. 다중각성체로서 지닌 다른 능력들을 쓰려 할 때마다 고통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학습한 악어는 분노와 절망의 색채로 신경을 물들인 채 저항을 단념했다.

나는 여상하게 대답했다.

“그냥 오는 길에 보여서 잡았습니다. 여왕을 접견하는데 예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쉽게도 말씀하시는군. 엘 세르도타도 때도 그랬지만, 당신이 보유한 무력은 참 범상치가 않소.”

“도착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동안 교육생들의 훈련 상태나 한번 보여주시지요.”

크호르마탄 브사르 호를 포함하여, 잠비 술탄국 해안경비대의 선박들은 저마다 주술사 왕의 해군 장교 및 부사관 교육생들을 싣고 있었다.

이들은 프리깃이 술타나에게로의 인도를 목표로 개수에 들어갔을 때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하여, 해안경비대가 각 함선들의 전력화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해왔다. 해안경비대의 선박들만으로는 이들을 완전히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숙식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훈련함을 편성해야 했다.

이외에도 술타나의 상선단이나 내 조직 소유의 선박들도 상선사관에 준하는 인력들을 양성하는 데 동원되었으나, 군사적인 역량을 갖춘 인력을 길러내는 건 마르띠네즈 제독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나는 해안경비대가 바탕 하리(Batang hari) 강을 거슬러 잠비에 정박할 때까지 교육생들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빈말로도 훌륭하다고는 못할 수준이었으되, 애초부터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인력을 단기간에 최대로 확보하는 게 목표였으므로 딱히 문제 삼을 구석은 없었다.

늙은 제독은 자신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잠비에서는 개선식을 닮은 행진이 거행되었다.

잠비의 주민들은 도적 떼를 소탕하고 거대한 각성체 악어를 산 채로 잡아들인 그들의 군주에게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었다. 도적 떼도 도적 떼지만, 주민들은 살아있는 바다괴물의 모습과 존재감에 더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이 시대의 위정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가 자연각성체의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바다악어는 사람을 자주 습격하기로 악명이 높은 최상위 포식자였다.

내가 잡아온 악어의 외피엔 스무 개가 넘는 총탄 자국들이 찍혀있었다. 나와 내 부하들은 악어 포획에 총을 쓸 필요가 없었으니, 높은 확률로 인간의 생활권을 침범했다가 얻은 훈장들일 것이었다.

이는 탄흔의 크기와 형태만 봐도 짐작이 가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국민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그 경제력에 비례하는 자경단의 무장으로는 강화계수가 높은 각성체 바다악어의 가죽을 뚫기 어렵다. 지능이 뛰어난 악어는 규모가 작은 마을들 위주로 습격을 해왔겠지.

「크르르르르릉-!」

척추에 박힌 쇠말뚝으로 전기충격을 가하자 악어는 발화의 화염을 줄기줄기 내뿜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가 한층 더 열광적으로 끓어올랐다.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식인동물 학대 쇼였다.

행진은 술타나의 왕정이 들어선 옛 주정부 청사 앞에서 마무리되었다. 네덜란드 식민통치의 유산인 유럽의 건축양식에 인도네시아 전통 양식의 지붕을 장식처럼 올려놓은 청사는 이슬람 군주의 왕궁으로 전용해도 손색이 없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바팍 아노니미타스. 술타나께서 당신의 도착을 고대하고 계십니다.”

나는 크툿 위자야의 안내를 받아 궁정으로 들어갔다. 술타나는 중정(中庭) 건너편의 별관에서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긴 기다림이었다. 드디어 그대를 다시 보게 되는구나.”

철관을 쓴 술타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자박자박 다가와 나와 가깝게 마주 섰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정서- 즉 금빛 꼰대의 전근대적 감수성으로는 아슬아슬하다고 표현해야 할 간격이었다. 군주의 체통에도 걸맞지 않은 행동이었고.

이렇게 다가와 나를 비스듬히 올려다보는 술타나에겐 담배 냄새가 배어있지 않았다.

골초의 찌든 내가 하루 이틀 사이에 빠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날 이후로 철저하게 금연을 지켜온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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