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484화 (484/561)

#48. 안사르 알라 (12)

“싸장님. 옛 셰이크의 후손들과 이맘들을 비롯한 토호 세력들을 완전히 뿌리 뽑고 지역사회의 말단까지 새로운 지배질서를 이식하려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면피용 구실과 함께 안전보장과 관습적 권리의 보장을 제공해야만 해요. 관습적 권리의 보장엔 당연히 전통적 마드하브(مذهب)를 지킬 자유가 포함된다.”

마드하브는 학파(學派)라는 뜻으로, 이슬람의 여러 종파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엔 시아파, 이바디파, 수피즘, 아흐마디야를 비롯한 각종 이단들이 포함되었다.

“외부세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역사회의 전통을 억압하는 건 오히려 지배력 약화를 불러오기 쉽다. 아프간을 20년간 간접적으로 지배한 미국도 거기까지는 해내지 못했어요. 싸장님에게 이 예멘 땅에서의 승리는 그저 더 개쩌는 지하드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징검돌에 불과할 뿐. 통찰력이 남다른 알라의 전사 마무르는 싸장님처럼 현명한 사람이 지엽적인 과제에 매몰되어 선택과 집중의 묘리를 놓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습니까?”

마무르의 말은 정론이지만, 그렇기에 광신도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었다.

“그렇긴 하오만, 당신네들은 그래도 괜찮은 거요? 성전연합은 시아파 이단들의 신앙을 허용하는 걸 묵인하겠다고?”

“먼저 싸장님의 구체적인 방침을 듣고 싶다.”

“몇 가지 상징적인 제약을 거는 선에서 끝내는 게 좋겠지. 먼저 시아파에 속하는 마드하브들에겐 일체의 초대(دعوة/선교) 행위를 금지하고, 사나 구시가지의 대(大) 마스지드(모스크)와 알 살레 대 마스지드에서는 오직 수니파 마드하브의 예배만을 허용하며, 시아파 마드하브에 속한 각성능력자들은 매년 일정 시간의 공공근로 또는 종군 의무를 짐으로써 지즈야(جزية)를 대신한다……. 이 정도면 무난하겠지 싶은데.”

내가 거론한 조치들은 실질적인 불이익은 크지 않다. 다만 적당한 수모를 줌으로써 사우디 국민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려는 것일 뿐.

엄연히 알라를 믿는 시아파 무슬림들에게 이교도들이나 내는 신앙세인 지즈야를 부과하는 것은 불이익의 크고 작음을 떠나 상당한 모멸감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시아파 마드하브들을 다시 갈라치기하여 소수를 희생양으로 삼을 작정이었다.

희생양이라고 해봐야 죽거나 다칠 일은 없고, 수모를 준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으므로 부담도 가볍게 지울 것이다. 나름 종교적 평등을 추구한다는 안사르 알라 아래에서 이런저런 불이익들을 감수해왔던 수니파 소수부족들보다는 확실하게 더 나은 생활을 누리겠지.

이걸로 프로파간다를 아무리 잘해도 사우디 내 수니파의 원한과 증오를 해소하기엔 부족할 터이나, 어차피 샤히디의 다음 행보가 대중들의 관심을 빨아들일 게 아닌가. 그러니 이 정도만 손을 써두면 말썽이 생길 여지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마무르는 과장된 동작으로 끄덕였다.

“나도 동의해요. 그것은 무난하다.”

“의외로군.”

“히히. 어차피 그들의 믿음은 열등해요. 우리 올바른 믿음을 가진 자들의 승리가 계속되면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되어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독특하게 미쳐있는 광신도는 히죽히죽 웃으며 떠들었다.

“결국 싸장님이 우리를 계속 승리로 이끌기만 하면 알아서 해결될 문제인데, 그걸 굳이 지금 서둘러서 더 번거롭게 만들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훗날 그들의 믿음이 흔들릴 때를 노려 손을 써도 늦지 않다. 나는 싸장님을 믿어요. 알라는 신이고 그의 계획엔 빈틈이 없다. 알라 후 아크바르.”

미친놈치고는 매우 논리정연한 사고였다. 나는 이 이상하게 유능한 광인에게 시아파 부족들과의 협상까지 맡겨도 무방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좋소. 이걸 받으시오.”

“오오, 이것은?”

“활동자금이오. 달러는 아무래도 부피가 커서 다이아를 추가로 넣었지.”

“오오, 다이아, 오오.”

“당신네의 성과를 보아 더 많은 활동자금을 지급하리다.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면 투입한 활동자금의 합계보다 많은 성과금을 지급할 테니, 그걸 따로 빼돌릴 생각은 마시오.”

내가 내놓은 다이아몬드는 일찍이 아프리카에서 원탁의 노예거래 흔적을 쫓으며 감비아까지 갔을 때 활동자금 삼아 만들어 놓았던 것들이었다.

“싸장님은 대체 이 마무르를 무엇으로 보는 것?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 성전을 수행하는 전사예요. 알라의 이름으로 한 치의 거짓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한다.”

마무르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난해한 언어들로 성공을 자신했다.

“나는 이단자들과의 아가리 배틀에서 남다른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언어병기다. 하물며 적당한 구실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기꺼이 패배할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을 상대로, 이렇게 큰 액수의 현질까지 하는 마당에 실패할 리가 있겠습니까? 알라께서 보우하사 과금전사 마무르는 무적이라는 사실을 보여드리겠다.”

예멘에는 오래전부터 부족 단위 자치조직들- 사실상의 부족군벌들이 존재해왔다. 예멘의 지배 권력은 사실상 이들의 지지를 얼마나 받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PLC의 전신인 예멘 공화국은 이런 부족군벌들의 지지 위에서 성립했던 국가였고, 구 공화국이 후티에게 밀려 패배한 것도 후티가 서부 산악지대의 부족군벌들을 잘 포섭하여 같은 편으로 끌어들인 게 큰 원인이었으며, 외래종인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 또한 현지 부족들과 연합함으로써 안사르 알 샤리아의 이름으로 실질적인 지배권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안사르 알라 내에서 대중위원회, 혹은 인민위원회로 번역하는 제정일치 지방자치조직들은 바로 이 부족군벌들을 제도권으로 편입해놓은 결과물들이었다.

이들이 대거 편을 갈아탄다면 안사르 알라의 붕괴는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다. 나는 마무르에게 메리옘 그룹에서 차출한 감시자들을 붙여 보내주었다. 마무르의 일거수일투족은 메리옘의 분석을 거쳐 내게 보고될 것이다.

민사전은 온라인 환경에서도 병행되었다.

「사다하(صعدة)의 시민들과 전사들, 그리고 그들을 하느님의 평화로 인도하는 이맘들에게 고한다. 영광스러운 성전의 군세를 이끄는 나 알림 샤히디는 그대들이 무저항 도시를 선포해줄 것을 희망한다.」

「도로와 공항의 이용, 무장해제와 검문검색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면 우리는 그대들에게 식량과 구호물자 제공으로 보답할 것이며, 어떤 형태로도 약탈이나 강제적인 인력차출을 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또한 그대들의 예배는 내 생이 끝나는 날까지 마드하브를 불문하고 존중받을 것이다. 나는 이 약속들을 높으신 하느님에 대한 나의 믿음으로 보증하겠다.」

「그러나 그대들이 무저항 도시를 선포하고 내 군세의 진주를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상호간의 적대관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늘 밤, 사다하 시내에서 손에 무기를 쥐고 있는 자들은 내 위구르 형제들의 표적이 될 것이다.」

「평화를 거부하는 자들이 총부리를 들이대고 싸움을 강요할 것이 우려된다면, 그래서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득이하게 무기를 들어야만 한다면, 나의 이 SNS 계정에 비밀 댓글로 상황을 설명해 달라.」

「그러면 우리는 그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당신들의 사정을 봐주거나, 혹은 근심의 원흉들을 제거하거나…….」

이 메시지들이 올라간 직후부터 샤히디의 SNS 계정엔 비밀 댓글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개중엔 사다하 이외의 다른 도시와 마을에 거주하는 자들의 문의도 많았다.

산악지대 북부의 최대도시 사다하와 사다하의 위성 거주지 다흐얀은 일몰 이후 불과 두어 시간의 소요를 거쳐 함락되었다. 불투명한 어둠과 모래폭풍을 뚫고 무장인력 170명을, 그것도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교와 나이든 숙련병들, 강력한 각성능력자들 위주로 줄줄이 저격해버리자 도시 전체가 공포에 압도당해 무저항을 선택한 것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것은 사다하 공항의 활주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의 지속적인 폭격으로 기능을 상실했던 이 공항은, 이제 사우디-PLC 연합군의 기체들을 맞이하기 위해 새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활주로 보수작업엔 정식 계약을 통해 일당을 받기로 한 현지 주민들이 투입되었으며-」

「이곳 임시 재판정에서는 주민들의 자산을 약탈하려 시도한 PLC 병사들에게 태형이 집행되고 있습니다. 위대한 전사 알림 샤히디는 형벌의 집행을 현지 대중위원회에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름 없는 무하디타가 진행하는 재판이 현지 주민들에게 제법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군요.」

「샤히디의 전사들이 나누어주는 식량을 받고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십니까?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나누어주는 군사지도자는 처음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식량난이 심한 예멘에서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군사지도자라니, 이건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요.」

「이로써 하루 하고도 한나절 사이에 수복한 영토가 자그마치 3개 주(州)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안사르 알라는 앞으로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수니파 언론들이 파견한 종군기자들은 샤히디의 전사들과 PLC군이 진주한 사다하 시가지의 모습을 다각도로 화면에 담아냈다. 사다하엔 샤히디의 군세를 두려워하는 주민들도 있었으나, 샤히디에게 극도로 호의적인 기자들은 이들의 모습을 굳이 카메라에 담으려 들지 않았다.

우리는 또한 새로운 통치자에게 호의적인 주민들도 미디어 전쟁에 동원했다. 주민들의 호의가 꼭 순수한 것만 있지는 않았으되, 타산적인 호의이든 생존을 위한 처신이든 이용할 수 있기로는 순수한 호의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주민들에게 요구한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송출이었다.

「시가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해도 좋고, 어떤 주제로든 개인방송을 진행해도 좋다. 모든 방송엔 기본적으로 시간당 1달러의 보상이 주어질 것이며, 영상의 내용이 훌륭한 경우엔 상한이 없는 추가보상을 지급하겠다.」

이 발표가 나가기 전, 나는 사우디 본토에서부터 속히 인터넷 케이블을 끌어오도록 조치했다. 선박용 인공위성 인터넷 단말기들을 가져다 쓸 수 있다면 좋았겠으나, 모래폭풍이 끝나지 않은 지금은 인공위성과의 통신도 원활하지 못했다.

케이블을 끌어온 사우디의 거주지 다흐란 알 자눕과 사다하 사이의 거리는 114km.

제대로 매설되지 않은 인터넷 케이블은 손상되기 쉽다. 그러나 바람이 실어오는 모래가 자연스럽게 케이블을 묻어줄 것이거니와, 어차피 사나흘만 정상적으로 연결되면 내 목표는 달성될 것이었다.

고속 인터넷 환경의 구축은 그 자체로 우리에 대한 주민들의 호의를 더해주는 요소였다. 곧 도시 곳곳에선 펨토셀 근처에 모여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고 신기해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쉬이 볼 수 있게 되었다. 통역을 거쳐 전해지는 반응은 대체로 다 이런 식이었다.

“오, 빠르다, 빨라! 대단해! 인터넷이 이렇게 빠를 수 있는 거였다니!”

예멘은 높은 빈곤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제법 높은 국가였다. 극도로 가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스마트폰이 행정인프라 공백을 메워주는 생활필수품인 것과 같은 이치였다.

‘영상의 내용이 훌륭한 경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주민들이 알아서 해석할 일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편향된 영상 송출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바가 없다.

1인당 GDP가 700달러를 밑돌고, 그나마도 평균의 함정이 작용하여 중위소득은 일이백 달러 더 아래라고 봐야 하는 예멘에서, 시간당 기본 1달러의 보상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상한이 없는 추가보상까지 감안하면 하루 만에 수개월 치의 소득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주민들이 경쟁적으로 올리는 영상들은 다른 지역들의 추가적인 이반을 촉진하는 프로파간다 수단이었다. 먼저 전향한 자들이 보여주는 평화와 돈 자랑은 그렇잖아도 엉덩이가 들썩거리던 자들이 빠른 결심을 내리도록 등을 떠밀어주었다. 우리가 해외에서 매입해 문자 그대로의 로켓수송으로 실어와 뿌리는 중고 스마트폰들은 가난한 주민들을 한층 더 환호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각종 영상들이 송출되는 도시와 정착지들의 수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늘어갔다. 은밀한 협상으로 보상을 약속받은 내부 협력자들이 암약하는 가운데 군사작전이 진행되니 실패 따윈 있을 수 없었다.

샤히디의 SNS 계정엔 쉴 새 없이 새로운 점령지 관리방침이 공개되었다.

「알림 샤히디가 전 이슬람 세계에 고한다. 예멘 공화국이 회복한 모든 영토에 걸쳐 약자들을 보호하고 전쟁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나는 세계 각지의 명망 있는 이맘들을 초빙해 중립적인 감시자이자 법적 조언자의 역할을 맡기고자 한다.」

「예멘 공화국의 영토엔 여러 마드하브(종파)들이 혼재하고 있으므로, 초빙할 대상도 마드하브의 분포를 고르게 하려 한다. 우리는 특정 마드하브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살인·절도·약탈·폭행·강간과 같이 어느 마드하브에서도 명백히 후두드(حدود/죄악)에 속하는 행위들을 막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슬람(신 안에서의 평화)의 근본이자 알라께서 사람에게 사랑으로 바라시는 바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적합한 제3자로서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오만의 현명한 이맘들이 나서주기를 희망한다. 당신들이 나서준다면 이곳의 주민들은 한결 두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돕는 이맘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다.」

딱히 보상이 없더라도, 이맘들과 그 배후의 정부들은 이를 떠오르는 「알라의 검」 알림 샤히디와 연줄을 만들고 예멘 땅에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로 여겨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었다.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오만을 따로 언급한 건 메리옘이 조언한 바였다. 세속적이거나 개방적인 성향이 강한 이들 국가에서 시아파나 이바디파 이맘들을 데려오면 대내외의 선전에 적절한 인선이 되리라고.

이런 방침이 발표된 후 무수한 호응들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적인 형태로 이어지자, 부족 단위의 집단 이반은 더욱 급물살을 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도 사나의 외항 기능을 담당하는 항구도시 알 후다이다(الْحُدَيْدَة/호데이다)마저 사우디-PLC 연합군의 손에 떨어지자, 안사르 알라는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꼼짝없이 고사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전황이 이렇게까지 우세해지자 사우디 왕세자도 과거 오일 머니가 넘쳐흐르던 시절의 대담함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본토와 성지 방어를 위해, 또 체면상 말은 못 하지만 언제 폭동이나 반란이 터질지 모를 불안한 국내 정세와 고갈 직전에 놓인 예산의 압박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움직이던 육·해·공의 전력들을 적극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샤히디는 사우디 왕세자로부터 자신에게 직통으로 들어온 비밀스러운 요청을 내게 전달했다.

“위대한 스승이시여. 지금 증원되는 부대들 중엔 반란 음모 혐의가 있는 무리들이 종군하는 부대가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전부터 왕세자에게 근위 여단들을 출동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은밀한 회합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들을 제거해달라고 하더냐?”

“예.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만한 방식으로 처리해준다면 큰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알았다.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왕세자에겐 곧 좋은 소식이 갈 거라고 말해둬라.”

내 영적인 수술로 각성능력이 강해진 이래, 나를 대하는 샤히디의 태도에선 이해의 영역을 넘어선 불가사의한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가 점점 더 강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나는 사우디 왕세자가 왕족들을 제거할 결심을 한 배경엔 반역 위험도 위험이지만 재정적인 동기가 강하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했다.

예전처럼 호텔에 가둬놓고 재산을 내놓을 때까지 내보내주지 않는 방법을 쓰기엔 나라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고, 그렇게 뜯어내는 비율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한 번 당한 방식에 또 당할 만큼 왕족들이 허술하지는 않을 테니까.

사우디 왕세자의 의뢰를 전해 들은 수연은 내게 이렇게 제안했다.

「형님. 이번 기회에 화학탄을 써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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