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안사르 알라 (9)
나를 대하는 샤히디의 자세는 전보다 더 압도되어 있었다. 지난 하루의 연속적인 승리를 통해 천안문 의거 때와는 종류가 다른 내 능력을 확인한 까닭이었다.
천안문 의거는 치밀한 사전준비와 계획을 통해 모든 변수를 통제 가능한 범위에 두고 일궈낸 승리지만, 알 카에다와 안사르 알 샤리아를 일패도지시킨 것은 변화무쌍한 전장 환경을 실력으로 밀어버린 순수한 군사적 역량 그 자체다. 전자는 테러리스트의 능력이며, 후자는 우수한 군사지휘관의 능력이다.
적어도 샤히디가 보기에는 그러할 것이었다.
나는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낮춘 샤히디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신경이 제법 곤두서있군.’
당연한 일이다. 갈수록 더 많은 영광과 명예를 누리고 있으나, 그에 비례하여 딛고 선 거짓의 크기 역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오르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절대로 지금의 영광을 유지하지 못한다. 이미 올라탄 영광은 기호지세와도 같다. 내게 버림을 받으면 자신은 그 즉시 끝장이라는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그래도 머리가 아둔한 놈이 아니라서 좋았다. 지능이 좀 낮았다면 ‘이토록 명성이 높아진 나는 이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헛된 망상을 품고 건방을 떨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랬다면 주제를 깨닫게 해주거나 갈아치워 버리는 데 불필요한 시간과 기회비용이 소모되었을 것이다.
“샤히디 그대는 나의 첫 번째 제자요.”
“……예?”
“나는 오늘 그대가 모르게 다른 제자들을 불러들인 적이 없소. 내가 이 말을 왜 하는지는 잘 알 거라고 생각하오.”
비록 낭비는 불가피할지라도, 샤히디를 대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대충 전사로 꾸며 샤히디를 제거해버린 후, 샤히디 그룹 내에서 싹수가 보이는 놈을 하나 뽑아 샤히디의 명성을 이어받을 신성(新星)으로 재탄생시키면 되는 일이니까.
그 새로운 별이 죽은 샤히디와 대등한 수준의 능력을 몇 차례 선보이기만 하면 유산 승계는 물 흐르듯 이루어질 것이다.
“스승님의 은혜엔 언제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전 세계 위구르족들의 희망은 스승이 아니라 주군을 대하듯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나는 ‘제자’의 신경계에 반감의 색채가 없음을 확인하고서 본론으로 넘어갔다.
“이걸 받으시오.”
염동력으로 띄운 작은 흑단나무 목갑이 샤히디의 눈앞으로 미끄러진다. 목갑 안에는 샤히디 그룹의 머릿수와 같은 수의 둥근 알약들이 금박에 쌓인 채로 들어있었다.
목갑은 나와 샤히디의 마력장이 부대끼는 경계면에서 정지했다. 샤히디가 꿇어앉은 채로 손만 내밀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위치였다.
“이게…… 무엇입니까?”
“그대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약이오. 복용한 후 한숨 자고 일어나면 그대들에게 주어진 바라카의 힘이 한층 강해진 걸 느낄 수 있을 거요.”
바라카(축복)의 힘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무슬림 각성능력자들의 원시마법능력을 부르는 명칭이다.
내 말을 들은 샤히디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알라께서 내려주시는 힘이…… 한낱 약에 의해 더해진단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약은 사실 각성능력자용으로 성분 함량이 조절된 평범한 수면제에 불과했다. 각성능력자로서의 힘은 당연히 내가 키워주는 것이고.
나는 샤히디 그룹 구성원들을 실험체로 삼아 마도서 봉쇄수도원을 보조도구로 활용한 마력회로 개선을 연습해볼 요량이었다. 이렇게 먼저 연습을 좀 해서 숙련도를 높여놔야, 내 부하들에게는 페르 아스페라까지 동원하여 더 안정적이고 발전된 시술을 해줄 게 아닌가.
“초능력과 바라카의 상관관계를 진지하게 믿지도 않으면서 뭘 동요하고 있는 거요? 설마하니, 저 구태의연한 법학자들의 말처럼 무슬림 각성능력자들과 비 무슬림 각성능력자들이 지닌 힘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건, 아닙니다.”
“나는 그대가 털어놓았던 카라마이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아직 기억하고 있소. 그때의 절망을 잊지 마시오. 거기에 진실이 있으니까.”
샤히디는 강제수용소의 한인 간수들이 자신보다 더 강한 권능을 보유한 것을 두고 종교적으로 절망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었다. 그랬던 인간이 이제 와서 법학자들이 급조해낸 세계관에 홀리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신비한 힘을 키워주는 주술적인 약에 대한 믿음은 이슬람 문화권에도 제법 흔하게 퍼져 있었다. 일단은 신비주의 이단(수피즘) 취급이긴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완고함이 남다른 수니파 국가에서조차 암암리에 각성체 부산물 가공품이 약재로 거래되는 실정이었다.
이는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영적 치유의 미신에 근거한 것이기도 했다.
꾸란의 첫 장을 세 번, 112장을 일곱 번 외운 뒤 병든 자에게 숨결을 불어넣으면, 알라께서 허락하시는 경우에 한해 병마가 사라진다거나.
시력을 치유하는 기도를 올리고 성지 메카의 신성한 우물물로 눈을 씻으면, 역시 알라께서 허락하시는 경우에 한해 눈먼 자의 시력이 돌아온다거나.
기존에도 이런 미신들이 있었으니 영약에 대한 믿음 하나 더해진다고 놀라워할 일은 아니었다. 마치 중국을 따라가기라도 하듯이, 이슬람 문화권의 사이비 장사꾼들은 옛 이슬람 의학자들의 서적과 꾸란의 구절들을 토대로 영약 제조 레시피들을 짜내고 일부 법학자들의 인증을 받아 할랄 딱지를 붙이는 중이었다.
이른바 할랄 영약 시장의 태동이었다.
손에 쥔 목갑을 풀리지 않는 의혹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던 샤히디가 엉뚱한 말을 꺼냈다.
“혹시 이 약은…… 중국이 최근 국민들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인민영약(人民灵药)과 뭔가 관련이 있습니까?”
나는 시선을 기울이며 되물었다.
“전혀 없소. 왜 그런 생각을 하시오?”
“그냥……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 걱정을 좀 하고 있었던 터라 무의식중에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걱정이라니?”
“만약 그들이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러니까 중국이 보유한 각성능력자들이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또 많아진다면…… 앞으로의 싸움이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입니다.”
인민영약 보급 사업은 중국 공산당이 “이능굴기 시대의 평등과 공동부유 달성을 위해 당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자 “5천년 중화의 의학과 지혜의 첨단과학적 결정체”라고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나는 짧게 숙고한 끝에 진실을 말해주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소. 그거 사기니까.”
“어찌 그렇게 단언하십니까?”
“그 사기를 계획한 사람이 내 부하이기 때문이오.”
“……예?”
나를 올려다보는 샤히디의 눈동자에 다시금 거센 떨림이 일었다.
중국 공산당 내에서 인민영약에 대한 구상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중국엽민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의장(주석), 보다 흔한 말로는 정파무림맹의 맹주라고 더 자주 불리는 미주였다.
미주가 이런 구상을 내놓게 된 배경엔 중국 국가주석이 이능굴기 유관기관 전체에 하달한 지시가 깔려있었다.
「이능굴기는 갖가지 내우외환이 잇따르는 오늘날의 중국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능굴기의 핵심 동력이 되어주어야 할 풀뿌리(草根) 이능보유자들은 계속해서 당과 국가의 기대를 밑도는 활동률을 보여주고 있다. 탕핑(躺平)이니 바이란(摆烂)이니 하는 퇴폐적인 습속에 물들어있었던 자들 중에서 적잖은 수가 이능을 얻고 나서도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정신을 벗어던질 생각을 않는 것이다.」
「이들의 존재는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상대적 소수지만, 그럼에도 국가적 차원에서는 크나큰 손실이다.」
「이들에게는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도전정신도,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극기정신도, 위험하지만 당과 국가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보겠다는 애국적 희생정신도 없다. 이들은 그때그때 먹고 자고 노는데 필요한 것 이상의 노동을 하려 들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된다! 중국은 밑바닥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들을 이능굴기의 최전선으로 끌고 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하나의 두려움과 하나의 불만을 해결해야 한다. 불사암 발병에 대한 두려움과, 온갖 영약(灵药)들을 부유층이 독점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이 둘이 사실 하나의 문제라는 건 그대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는 바이다! 효과적인 방책을 내놓는 자는 그게 누구든 나의 큰 신임을 받게 될 것이다!」
불사암의 발병 확률이 이능 사용의 빈도와 강도에 비례하여 증가하다가 능력이 어느 정도 발달한 뒤에야 비로소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인다는 건, 작금의 세계에서는 경험적으로 증명된 사실로 통했다. 의학적인 원리규명은 불가능할지언정,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뢰할 만한 통계들이 꾸준히 축적되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래서 이능을 얻은 중국의 하류인생들 중엔 사회적 계층상승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자들이 의외로 꽤 있었다.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전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데 뭐 하러 굳이 위험을 감수한단 말인가. 이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내일은 언제나 오늘보다 더 나을 텐데.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과 바이란(다 포기함)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무기력증은 근본적으로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에서 기인한 것.
따라서 이 하류인생들의 무기력증 뒤에는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피해의식 또한 깔려있었다.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해봤자 부자들이랑 높으신 분들이 더 이익을 보는 거 아닌가?’ ‘정말로 영약이 필요한 건 우리들인데 왜 저 새끼들이 몸보신한답시고 다 처먹고 있지?’ ‘계속해서 우리를 한심하다고 무시하고 깔보기만 했던 놈들이 자기네 아쉽다고 또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배알이 꼴려서라도 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같은 반항적인 사고의 흐름들.
국가주석의 말마따나, 다수는 아니어도 무시하기엔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 이 ‘게으른 초능력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을 개선할 수만 있어도 중국 경제는 또 하나의 강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미주는 주석에게 중국의 전 인민들을 안위작용(安慰作用/플라시보 효과)으로 속이는 계획을 상신했다. 인민영약, 혹은 노농(劳农/노동자와 농민)영약이라는 이름으로 위약(僞藥)을 뿌려, 이능보유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자는 계획을.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이 약이 결코 쉽게 주어져선 안 됩니다. 표창에 준하는 명예로서 희소가치를 유지하며 지급되어야 하지요. 근태가 우수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노동자, 투철한 당성을 보여주는 공산당원, 일정 횟수 이상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뢰를 수행한 엽사들 같은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중요한 건 열심히 살기만 하면 돈이 없어도 영약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지요.」
「비각성 노동자들에게는 이능보유자가 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을. 이미 각성한 노동자들에게는 불사암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고 능력을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줄 용기를 주는 겁니다. 하류층 인민들 사이에 만연한 피해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은 이걸로 많이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약효 따윈 통계를 조작하고 거짓 증인들과 연구들을 꾸며내면 그만입니다. 어쨌든 몸으로 체감 가능한 약효가 있으면 더 좋을 테니, 각성제 정도는 넣어도 되겠군요.」
「한편으로는 유사시 약효의 부재를 복용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구실들을 만들어놔야 합니다. 예컨대 마약을 복용한 전력이 있는 자는 잔류독성으로 인해 영약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약효가 없다고 항의하는 자들을 마약사범으로 몰아 처리해버릴 수 있습니다. 일단 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해야 한다고 신병을 확보한 후 수사를 질질 끌면, 사람들의 기억에선 자연히 잊혀지게 되어 있잖습니까?」
「아예 허구의 범죄자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겠군요. 인민영약 배포를 저지하고자 하는 서구의 하수인들이나, 자신들이 영약을 독차지하고 싶은 삿된 무림인들(사파)이 음식에 몰래 소량의 마약을 섞어 넣는 식의 테러를 자행하고 있노라고. 피해자들은 자신이 마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영약을 먹게 되었노라고.」
「이렇게 실체 없는 공포를 조장해놓으면 공안정국을 강화하여 진짜 불순분자들을 잡아넣기도 편하지 않을까요? 당이 문파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테고 말입니다.」
「선전선동 전략은 쌍궤전략(双轨战略/투 트랙 전략)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먼저 한쪽에서는 중의학을 불신하고, 나아가 모욕하기까지 하는 서구 의학계에 대한 인민대중들의 적개심을 부추기는 데 역점을 둡니다. 그러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중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강화하는 선전과 함께 온갖 전문가들을 내세워 인민영약의 효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거지요.」
「중국을 무시하는 서구에 대한 반발심은 곧 당이 중화의 자부심으로 내세우는 인민영약에 대한 반사적인 믿음 강화로 돌아올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회 회의에 참고인으로 불려간 미주의 제언은, 그 자리에서 국가주석의 치하를 받고 정식 정책으로 채택되었다.
이를 보고받은 나는 괜한 위험을 감수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일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뒤집어쓰고 숙청당할 위험이 있지 않겠느냐고.
화상으로 마주한 미주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공손하게 답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중국 국가주석의 총신으로 분류되고 있고, 책임은 실무자들에게 충분히 분산시킬 테니까요. 제 판단을 믿어주십시오. 저는 보다 큰 권력을 손에 넣어, 형님께 더욱 가치 있는 헌신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이겠습니다.」
나는 “네 판단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런던과 원탁을 겨냥한 계획에서 네 권력은 지금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미주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님께서 바라시는 평온은 원탁의 몰락 이후에 있지 않습니까? 그 긴 시간 동안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제 향상심은 그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이 답을 들은 나는 조금 생경한 감정을 느꼈다. 원탁을 무너뜨린 이후에 대해서는 사실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게 전혀 없었던 까닭이다.
나는 잠시 침묵한 끝에 미주의 노고를 칭찬해주었다.
미주는 작금의 중국 무림에서 제일가는 유명 인사였고, 따라서 인민영약의 광고에도 면사(面紗)를 써서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모습으로 출연을 하기도 했다. 무림제일인이 어쩌고 하는 그 광고를 보았노라 말해주자 미주는 몹시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교육 수준이 초등학생 레벨인 농민공들에겐 효과가 탁월할 것 같은 광고였다.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샤히디에게 다른 내용은 다 쳐내고 인민영약의 실체가 위약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만 해주었다. 인민대중을 속이기 위한 거짓이라고.
“물론 그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중국의 각성능력자 가용인력이 증가하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게 우리의 대계에 지장을 초래하진 않을 거요. 높이 나는 새일수록 추락의 충격도 큰 법이지 않소?”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겁니까?”
“생각해보시오. 중국의 비밀스러운 정책 결정에 관여할 정도의 고위직이 내 수하로 있는데, 각성능력자 동원능력이 좀 증가한다고 해서 위구르 독립전쟁의 승패가 달라질 것인지를. 그저 그대와 내가 취할 전승의 영광이 더 커질 따름이지.”
샤히디는 눈썹을 미간으로 모으고 있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스승께선 허언을 하지 않는 분이시니, 그 모두가 사실이라 믿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런 걸 제게 말씀해주셔도 괜찮은 것인지요?”
“괜찮지 않으면?”
“…….”
“중국인들이 그대를 뭐라고 부르는지는 알고 있소?”
“사악함이 하늘에 닿은 마귀(天魔)……라고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이슬람은 사악한 악마의 종교(魔敎)이고, 저는 그 종교를 믿는 자들 중에서 제일가는 마귀라고 말입니다.”
“그렇소. 신강천마(新疆天魔), 회회천마(回回天魔) 같은 우스꽝스러운 별칭으로 불러댄다지. 그런 그대가 내게 들은 진실을 떠들어봐야, 그들에겐 중국을 헐뜯는 비방이자 음모론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거요. 어차피 서구 언론들이 다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기도 하고.”
샤히디에게는 자신의 말을 증명할 방법도 없다. 중국 최고위층에 간첩이 있다고 주장한들, 중국인들의 눈엔 의심암귀를 조장하여 내분을 일으키려는 비열한 수작질로 보이겠지.
나는 턱짓으로 목갑을 가리켰다.
“여하간, 그 약은 인민영약 같은 시시한 거짓과는 다르오. 지금 바로 가서 모두와 함께 복용하도록 하시오. 그래야 내일의 활동에 지장이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스승님을 믿겠습니다.”
믿음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완전한 믿음이 없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내 눈엔 그 불안이 뻔히 들여다보였다. 약의 정체가 의심스러우나, 내가 지금 자신을 죽여 얻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중일 터.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초능력이 강화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머리가 복잡하기 짝이 없겠지. 이런 의문들에 비하면 인민영약에 얽힌 이야기의 진위는 별로 중요하자 않다.
샤히디는 경호실에 속한 부하의 감시를 받으며 나갔다. 그러자 옆에서 짜자자자작- 하는 경박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소형 의료용 불사암 컨테이너로 위장해놓은 마도서 봉쇄수도원을 의자삼아 깔고 앉아있던 경태 녀석의 물개 흉내였다.
“오오, 경배하라! 강호인들이 두려워해마지않는 신강천마의 실체는 진정한 천마가 조종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고, 시황제에게 충성하며 협의지사로 이름 높은 무림맹주조차 암중에선 진정한 천마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으니, 이제 중원과 새외가 마도의 하늘 아래 일통될 날이 머지않았도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정신 사나운 소리 말고 거기서 엉덩이 떼라.”
나는 봉쇄수도원을 가동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