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안사르 알라 (6)
내가 공세를 개시한 첫날, 전 세계의 언론들은 알림 샤히디의 공식 채널에 뜨는 교전 정보들을 끊임없이 속보로 내보냈다. 특히 수니파 국가 언론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열광적인 건 당연히 안사르 알라 문제로 시름하던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사우디는 나라 전체가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은 분위기였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알라의 총애를 받는 위대한 전사, 마침내 행동을 개시하다!」
「아쉬 쉬흐르를 노리던 역도들을 순식간에 짓뭉개버리고 와디(وَادِي/건천) 알 미시알을 따라 경이로운 속도로 진격해나가는 샤히디의 전사들! 이대로 가면 하드라무트 협곡 탈환도 무리가 아니다! 알라시여, 당신을 믿는 전사들을 보우하여 주소서!」
「줄줄이 이어지는 반역자들의 부고! 불궤를 도모했던 역도들의 수급이 리야드의 광장에 효시되다!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몸 없는 머리들!」
「알림 샤히디가 말하다. “싸우기 전에 후방을 정리하는 건 전쟁의 기본이다. 지금 나는 이단자들과의 싸움을 앞두고 후방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멋대로 알 카에다의 이름을 쓰는 반역자들과 나 사이엔 싸움이 성립하지 않는다.”」
「술탄 알 카디리의 궁전에 휘날리는 예멘 공화국과 샤히디 그룹의 깃발! 그들의 진격은 어디까지인가?」
「교통의 요지 알 아브르 지구가 다시금 예멘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오다. 고립되어있던 마리브에 쏟아지는 알라의 광명! 예멘 공화국 PLC 총리 압둘말릭 사이드, 알림 샤히디를 공화국 명예 중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발표.」
오늘 내가 전장으로 삼은 예멘 중부 하드라무트 주(州)는 사막 특유의 암반침식 지형이 발달한 땅이었다.
드넓은 암반지대가 오랜 세월 건천(비가 내릴 때에만 흐르는 강)들의 침식에 깎여 무수히 많은 협곡들을 형성하고, 그 협곡을 따라 부는 모래알 섞인 바람이 기계적인 침식을 더하여 기이한 형상의 봉우리와 바위들을 만들어놓은 땅.
이런 땅에 둥지를 튼 알 카에다와 안사르 알 샤리아는 각성능력자들의 힘을 십분 활용하여 난공불락의 갱도진지들을 구축해놓았다.
이처럼 지하화된 갱도진지들의 공략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암반 자체의 견고함과 외부 관측의 차단이다.
암반 아래의 터널 네트워크는 방어의 수단인 동시에 병력의 이동을 은폐해주는 공격의 수단이기도 하여, 그렇잖아도 전의가 낮은 PLC 부대들이 근래 들어 과거 이상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는 원인이 되었다.
흑해자당의 잔존세력들, 이른바 장강수로 흑적채(黑贼寨)들이 황산과 장강 일대에서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는 것도 지하에 견고하게 건설한 미로 같은 거점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말하자면 흑해자당은 마법이 돌아온 시대의 반정부 무장집단들에게 영감을 준 선구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듣자니 사우디-PLC 연합군은 처음엔 공중우세를 살려 대응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암반 관통력이 우수한 벙커버스터 폭탄을 정밀유도 폭격으로 꽂아, 갱도를 무너뜨리고 그 안의 반역자들을 폭사 내지 압사시키는 방법으로.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제트 바이크나 드론 바이크 따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정규 공군에게 정면으로 대적할 수 없다. 예멘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세력들의 보유 기체들은 수준이 낮기에 더더욱 그러하고.
그러나.
「죄송합니다. 저희는 본토와 성지 방어를 위해 탄약을 아껴놔야 합니다…….」
샤히디의 이름으로 항공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을 때, 사우디 공군이 돌려준 답변이 이러했다.
끝없는 오일 머니로 값비싼 정밀 유도무기와 항공폭탄들을 포탄처럼 퍼부어대던 사우디 공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기록적인 저유가 시대의 사우디 공군은 날로 줄어드는 예산을 걱정하며 폭탄 한 발 한 발을 아껴서 써야 하는 처지였다. 미국과의 관계라도 좋았으면 그나마 숨통이 트였겠으나, 백악관 미치광이는 대놓고 사우디를 버리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백악관 미치광이는 일관성 있는 배금주의의 광기로 면박을 주었다.
「됐고, 돈이나 가져오시오. 미국 정부는 미국의 시민들에게 이익을 주는 자들의 친구요.」
그나마 돈을 가져오면 무기를 팔아주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었다. 사우디 공군의 주력기와 정밀유도무기들은 모두 미국제를 쓰고 있으므로, 미국이 무기 금수조치를 내려버리면 그대로 파국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었다.
굴욕을 감수하고 미국을 방문했던 빈 살만 왕세자가 빈손으로 귀국한 당일, 미국 대통령은 자기 SNS에 이런 메시지들을 올렸다.
「오늘 아주 간절하게 미국의 무기를 원하는 사람을 만났다. 원래 어떤 상품이든 급하게 구하려면 가격을 더 쳐줘야 자본주의의 원칙에 맞는 것인데, 내가 이 상황에 무기값을 비싸게 부르는 걸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기가 아무리 비싸도 목숨값보다는 싸다. 죽기 싫으면 돈을 더 내놔야지!」
「중동 국가들이 요즘 돈이 없다고 죽는소리를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거 다 엄살이다. 그들의 재정은 아무리 봐도 지나칠 정도로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그 터무니없는 수준의 복지예산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들의 복지는 국가의 부를 독점하고 싶은 왕실이 국민들에게 주입하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중동의 기름추장들은 사리사욕을 위해 자기네 국민을 응석받이로 만드는 짓을 그만둬야 한다! 나는 그들에게 자유시장경제의 중심이자 모범인 우리 미국을 본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미국과의 관계가 이러한즉, 사우디 공군의 보급은 개선될 가망이 전무했다. 단기적으로는 탄약 부족이, 장기적으로는 유지보수용 부품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안사르 알라의 각성능력자들이 서부 산악지대에서 지하 터널 네크워크를 깔며 북상하고 있는 만큼, 사우디 공군으로선 전투역량을 최대한 보존해두고 싶은 게 당연했다.
더욱이 작금의 예멘 공역엔 사우디 공군이 작전을 펼치기에 몹시 부담스러운 환경이 조성되어있었다.
경태는 메마른 협곡들 위로 펼쳐진 하늘을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감탄했다.
「크…… 러시아가 카자흐에 싸지른 똥이 이 먼 사막까지 튀다니. 슬라브제 똥의 중량감이 굉장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마주한 전장의 하늘엔 차마 헤아릴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많은 수의 연들이 떠있었다. 높고 낮은 바람을 고르게 받으며 다양한 고도에 걸쳐 떠있는 커다란 연들은 저마다 길고 반짝거리는 꼬리들을 몇 개씩 달고 있었다.
강렬한 태양광을 받아 한낮의 별처럼 반짝이는 장식물들의 정체는 크고 작은 알루미늄 호일 조각들, 그리고 레이더 전파를 교란하는 반사판(Radar Reflector)들이었다. 후자는 도쿄에서 환경 미치광이들이 그들의 탈것에 달고 날아다녔던 바로 그 물건이다.
본디 연과 레이더 반사판의 조합은 카자흐스탄의 대초원에서 최초로 등장한 것이었다.
러시아 공군에게 일방적인 폭격을 당하던 카자흐스탄 시민군은 대형 연에 채프(Chaff) 조각들과 레이더 반사판을 달아 전파음영지대를 깔아보자는 발상을 떠올렸다.
여기엔 세계 각국의 친절한 민간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카자흐스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하여, 우리 연날리기 마스터들은 카자흐스탄 시민군에게 우리의 모든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해줄 것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연날리기 마스터라고 자칭하는 게 듣기에는 우습지만, 이들은 연을 4만 피트(약 1만 2천 미터) 고도까지 올려 보내거나 줄 하나에 2천 개의 연을 달아 날리거나 하는 나름 전문적인 기술자들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대회가 무산되면서 골이 나있던 이 괴짜 기술자들은, 인도적인 정의감과 개인적인 명예욕, 그리고 사소한 복수심을 동시에 충족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항공기 설계 기술자를 겸하는 독일의 어느 연 설계자가 온라인에 무료로 풀어버린 정교한 설계도들은 단기간에 러시아 공군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반사판들을 줄줄이 매달고도 3만 피트 정도는 가볍게 올라가버리는 8익면(翼面) 상자형 연. 줄 하나로 넓은 전파음영지대를 깔 수 있는 연 열차(Kite Train). 차량이나 기병, 혹은 제트 바이크 등의 탈것으로 빠르게 끌고 다니기 좋은 전익기(全翼機) 형상의 스턴터(Stunter). 기낭과 연을 조합하여 고중량 장비를 높은 하늘로 올려주는 헬리카이트(Helikite)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파일럿들은 전파음영지대 근처로 접근하기를 꺼리게 되었다. 레이더의 사각지대에서 쇄도해오는 제트 바이크를 상대로 도그파이트(Dogfight/근접전)를 강요당하는 건 악몽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정밀폭격을 위해 음영지대를 뚫고 들어가면, 매복한 상태로 화망을 구축하고 있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나 구식 대공포 따위에 피격당할 확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그런데 이 새로운 전장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비명을 지른 건 러시아 하나만이 아니었다.
「가자 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당신들의 설계도와 운용기술을 시가지 폭격에 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의 연 전문가들에게 무분별한 지식 공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가자 지구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연을 테러에 써먹고 있었다. 각종 폭탄이나 인화성 물질을 장착한 연을 서풍에 실어 날려 보내는 식으로 폭격을 가해온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저렴한 공수방화(空輸放火)를 막고자 칼날드론과 레이저 포대를 포함한 온갖 수단들을 동원했으나, 어떤 대책도 만족스러운 억제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지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발전시킨 고효율 설계와 운용기술들이 무차별로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거다!” 하고 그 지식들을 빨아들인 건 자연스러운 수순.
하지만 이스라엘의 유대나치들이 뭐라고 비명을 지르든, 인터넷 환경의 특성상 이미 풀린 지식들을 거둬들이는 건 쏟아진 물을 주워 담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평범한 연이나 헬륨을 채운 콘돔 따위를 상대로도 골머리를 앓았던 유대나치들은, 이제 크기가 커지고 폭장량이 증가한 스텔스 설계 무동력 비행체들을 상대로 전보다 더한 악전고투를 치르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러시아의 사정은 그보다 더 나빴다.
「우리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첨단 레이저 병기 페레스베트와 고기동성 칼날드론들, 그리고 용감한 러시아의 예게르(헌터) 용병들이 카자흐스탄 반군들의 시시한 연줄들을 성공적으로 끊어버리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하늘은 여전히 카자흐스탄 정통정부와 우리 러시아군의 것입니다!」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의 당당한 발표는 현실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러시아가 연 방어를 위해 동원한 수단들은 하나같이 이스라엘이 먼저 써보고 실패를 경험한 것들이었으니까.
아무리 굵어도 직경 1~2센티 정도가 고작인 연줄은 레이더에 선명하게 잡히지도 않는다.
게다가 카자흐 시민군은 해외에서 지원해주는 케블라 로프를 연줄로 쓰고 있었다. 내화성이 높은 케블라 끈은 레이저로 슥 그어버린다고 끊어지는 물건이 아니다. 차량화 된 요격용 레이저의 출력으로는 수 초 가량 한 점에 화력을 집중해야만 하는 것이다.
칼날을 장착한 드론으로 치거나 비비적거려봐야 끊기 어렵기는 매한가지. 그나마도 드론 잡이에 도가 튼 중앙아시아 지역의 매사냥꾼들이 카자흐 시민군에 대거 가담하면서 철저한 자원낭비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연은 만들기도 쉽고 재료비도 저렴하다. 어렵사리 줄을 끊어봤자 금세 새로운 연으로 대체된다는 뜻이었다.
공중열세 극복의 한 방편인 카자흐스탄의 전훈이 전 세계의 비정규 무장단체들에게로 퍼져나가자, 이번엔 엉뚱한 놈들이 제 세상이 왔다고 노래를 불러댔다.
다름 아닌 북한의 가짜 빨갱이들이었다.
「경애하는 김○은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우리 공화국의 혁명적인 항공유격전술을 전 세계 반제국주의 전선의 전사들에게 수출할 때가 왔다고 교시하시었습니다. 비렬한 남조선 호전광들과 미 제국주의자들의 물질적 우세에 대하여 우리 공화국이 절치부심 길러온 반항공 전술의 정수는 반제국주의 전선에서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며-」
여기서 말하는 반제국주의 전선의 전사들이란 산적, 수적, 마적, 그리고 온갖 잡다한 반군들을 다 포함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이런 무장단체들에게 교리 비슷한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었다.
북한의 전술교육 컨설팅 사업은 제법 성업을 이루는 중이었고, 안사르 알라 역시 그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관측도 있었다. 북한과 이란의 우호는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이북 빨갱이 컨설턴트들이 이곳 예멘 중부에까지 다녀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오늘 상대한 알 카에다의 지상-항공 유격전술은 북한식 항공유격전술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이었다.
그저 수렴진화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웃기는 꼴이 된 세상이지 않은가.
전장의 비대칭적 불투명함을 극대화하는 갱도진지와 항공방어전술의 조합은 황금기의 눈앞에 효력을 상실했다.
가장 먼저 관측병들과 대공화기 사수들이 죽었고, 동혈에 숨어있던 제트 바이크들은 출격 후 가속을 다 끝내기도 전에 줄줄이 격추당했으며, 갱도진지 내의 광신도들은 구조와 병력배치를 실시간으로 통보받는 내 부하들에게 식후의 간식처럼 소탕당하거나 가진 걸 다 버리고 패주했다.
유일한 보급로가 차단되면서 알 카에다에게 넘어갔던 하드라무트 협곡의 주요 거점들- 까삼, 타림, 세이윤, 시밤은 나와 내 부하들이 들이칠 무렵엔 전력공백 상태로 패닉에 빠져있었다.
한나절에 걸친 연전(連戰)의 결과, 영상으로 기록된 전과는 다음과 같았다.
공중전으로 격추한 적기가 마흔일곱에, 지상에서 파괴한 기체가 열아홉.
파괴한 적 전투차량 및 수송차량이 백서른다섯.
붕괴한 적의 규모는 거의 두 개 연대 이상. 죽거나 다친 자들보다는 도망친 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내가 잡고 싶었던 칼리드 바타르피는 대영제국이 예멘을 지배하던 시절 바지사장 노릇을 했던 술탄의 궁전에서 사로잡혔다.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와도 같은 손쉬운 싸움이긴 했지만, 어쨌든 만족스러운 전과였다.
미리 이야기를 맞춰놨던 샤히디와는 금일 주간의 최종 목표였던 알 아브르 지구의 전장에서 합류했다. 한동안 샤히디와 함께 머무르며 신규 전사들의 훈련과 민사작전을 보조하고 있었던 마무르는, 나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표현들을 섞어 호들갑스러운 찬사를 늘어놓았다.
“하드라무트 협곡은 한국의 엄마 없는 마스터들이 도사린 소환사의 협곡보다 더 위험한 전장이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모든 억제기들을 다 터트리고 압도적인 킬딸까지 치면서 여기에 도달하다니. 싸장님 당신은 전쟁의 천사입니까? 오, 알라는 위대하시다.”
이어지는 건 특유의 헛소리였다.
“우리 싸장님 완전 천사. 당장 신앙을 고백하고 내 여동생과 결혼하여 우수한 혈통의 자식들을 생산하십시오. 어여쁜 내 여동생은 아기를 잘 낳을 것 같은 순산형 빵댕이의 소유자로 자라나는 중이다. 지금부터 길을 잘 들여놨다가 초경이 올 때부터 부지런히 임신을 시키면 늘그막엔 SSR 플러스 무자헤딘 자식들로 최정예 친위대를 꾸릴 수 있을 것.”
처음 출장계획을 구체화할 당시만 하더라도, 명색이 수니파 무장단체인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를 박살내는 것을 마무르와 성전연합측이 불편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사전에 의향을 타진했을 때, 마무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계획을 수용했다.
“불편해요? 우리가 왜요? 그들은 진정한 알 카에다가 아니에요.”
마무르는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를 빈 라덴의 후계자들 중 하나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성전연합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이 일타강사 마무르가 싸장님에게 현지화된 가르침을 제공해드립니다. 알 카에다는 쉽게 말해 지하드계의 김밥천국 같은 것이다. 상표권이 없다고 개나 소나 자기네가 알 카에다라고 주장하는데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것. 위대한 전사 우사마 빈 라딘(오사마 빈 라덴)이 살아있을 적에는 그냥 충성맹세를 했을 뿐이었던 심해 쩌리 브론즈 새끼들. 그런 새끼들이 위대한 전사가 죽고 나니 마치 자기들 랭크가 자동적으로 올라간 것처럼 구는데-”
이 수다스러운 광인은 같은 수니파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더 개쩌는 성전을 위한 준비과정이 아닙니까? 결과는 수단을 정당화하며, 나는 싸장님이 알라께서 당신의 전사들을 위해 깔아주시는 융단이라고 확신한다. 융단 아래 깔려 죽는 브딱이 트롤들의 사정 따윈 우리 같은 진정한 전사들이 알 바 아니에요.”
좀 더 들어보니 성전연합이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를 멸시하는 건 전력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성전단체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였다. 같은 수니파 세력을 공격하여 시아파 이단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놈들을 어찌 성전사로서 존중해줄 수 있겠느냐고.
광신도들의 논리회로가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면야 내게는 좋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