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476화 (476/561)

#48. 안사르 알라 (4)

내가 본디 해안 방면의 거점으로 삼고 싶었던 항구도시 무칼라는 한때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가 점령하여 자기네가 세운 토후국(에미레이트)의 수도로 삼았던 곳이었다.

인구 30만으로 예멘에선 나름 손에 꼽는 규모의 항구인 이곳은, 지난 2016년, 남부과도연합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고작 하루 만에 함락당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시 바깥의 거주지들과 이웃한 소도시(후와)까지 정리를 하고도 불과 36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을 정도.

공격자에게 극도로 불리한 시가전을 치르면서도 이토록 빠른 점령이 가능했던 것은, 36시간의 전투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그보다 수십 배 더 긴 시간의 민사작전을 선행해놓은 덕분이었다. 먼저 주민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 주도면밀하게 첩보를 수집하고, 그 첩보를 토대로 기습적인 참수작전과 핀 포인트 공격을 가하여 무칼라 주둔 알 카에다 부대들의 전투수행능력을 신속하게 말살해버린 것이다.

알 카에다 같은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도시방어 전략은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이 써먹었던 게릴라 전략을 꼭 닮아있다.

전략의 핵심이 되는 것은 민간인과 구분이 가지 않는 행색으로 주민들 사이에 숨어있는 전투원들. 이 전투원들은 난잡한 시가지를 통해 기동을 은폐하고, 지형지물에 의지하여 매복과 기습을 가하는 식으로 방어자의 이점을 극대화한다.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에는 그대로 흩어져 민간인들 사이로 녹아들면 그만이다. 외지에서 온 공격자의 입장에선 아무리 이기고 또 이겨도 적을 섬멸할 수는 없는 지랄 맞은 소모전의 늪에 빠지는 셈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싸울지를 결정하는 전장의 주도권은 항상 방어자에게만 있고, 공격자는 거기에 질질 끌려다녀야만 하는 더러운 전장.

이처럼 더러운 전장에서 방어자가 누리는 비교우위는 결국 피아간의 정보격차에 근간을 두고 있다. 나는 드러나 있지 않고 적은 뻔히 드러나 있으니 이 얼마나 유리한 조건인가.

남부과도연합은 이 같은 방어자의 우위를 민사작전으로 무력화한 것이었다.

이곳 아쉬 쉬흐르에서, 황금기의 눈을 소유한 나는 굳이 민사작전 따위에 공을 들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방어자의 우위를 벗겨낼 수 있었다.

“이게, 이게 대체 다 뭐요?”

PLC 제27기계화보병여단의 여단장, 살렘 알 조위 준장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우리가 잡아들인 포로들을 둘러보았다.

“뭐긴 뭐겠소? 빈 라덴의 사생아들과 그들의 현지 협력자들이지.”

“그들이 이토록 쉽게 무너졌다고?”

“쉽지 않을 건 뭐요? 싸워보니 죄다 오합지졸들이던걸.”

포로들은 손목이 결박된 채 줄줄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르팍 아래의 땅은 붉은 피로 흥건히 물들어있었는데, 이는 포로들이 흘린 피가 아니라 바로 옆에 쌓아놓은 적 전사자들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반쯤 넋이 나간 포로들은 시선을 내리깐 채 벌벌 떨고만 있었다.

겨드랑이 냄새가 심한 PLC 준장은 다시금 덜떨어진 의문을 제기했다.

“그, 제대로 잡아들인 건 맞소? 엉뚱한 사람들을 잡은 게 아닌가 싶은데…….”

나는 턱짓을 곁들여 가볍게 면박을 주었다.

“눈이 있으면 보고 말하시오. 이자들이 다 무고하다면 무슨 이유로 저렇게나 많은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겠소?”

내가 가리킨 방향엔 노획한 화기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최소한의 통일성조차 없는 개인화기와 중화기들 사이엔 주술의 장막 너머에서 제작된 것들도 여럿 포함되어있었다. 주술사 왕 동군연합의 총화기 생산라인 가동율이 수출도 가능할 만큼 본궤도에 올랐다는 방증이었다.

알 까심의 장인들과 크로아티아 기술자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화기들은 극도로 단순하면서도 신뢰성이 높은 구조였다. 부품의 수를 이보다 더 줄일 순 없겠다 싶을 정도로.

개중 하나를 들어 수평선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기자, 길고 묵직한 쇠파이프에 부속을 몇 개 달아놓은 것처럼 생긴 50구경 돌격소총이 포성에 가까운 발사음을 쏟아냈다.

「쾅쾅쾅쾅쾅쾅!」

초연을 물고 툭툭툭툭 튀어나오는 굵은 탄피들.

반동제어가 거칠고 총구화염이 크다는 단점은 있으되, 통짜 쇠파이프에 근접한 튼튼함과 높은 정비편의성은 그러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점이었다. 교육 수준 낮은 병사들이 아무렇게나 굴려대더라도 어지간해서는 고장이 나지 않을 터. 단기간에 대군을 건설하려는 그레이스의 목적에 적합한 명품이다.

총탄이 날아간 방향의 바다에선 삼각돛이 달린 목조어선(다우) 한 척이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불타고 있었다. 안사르 알라에게 푼돈을 받으며 감시 장비를 운용하던 어선이었다. 오늘 오전 같은 운명을 맞이한 어선의 숫자는 열다섯이나 되었다.

탄창을 비우고 몸과 시선을 틀자, 시선이 미치는 방향에 몰려있던 마을 주민들이 움찔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포로로 잡힌 가족을 구명하고자 탄원과 해명을 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알 조위 준장이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포로들을 어찌 처분할 요량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PLC의 장군과 나 사이에 말이 통하는 것은 대화에 영어를 쓰는 까닭이었다. PLC 측은 이쪽 방면에 투입된 샤히디 그룹의 전투원들이 해외 위구르 디아스포라에 뿌리를 둔 각성능력자들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쪽이 전술복면을 쓰고 눈만 내놓은 채라면 겉보기만으로 위구르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위구르인의 인종적 범주가 다소 넓기도 하거니와, 해외 디아스포라 출신이라면 혼혈 2세나 3세가 끼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나는 건조하게 대꾸했다.

“죄가 무거운 자는 죽이고, 무고하거나 죄질이 가벼운 자는 풀어줄 거요.”

“그러니까 그걸 대체 무슨 기준으로, 또 어찌 알고서-”

“그건 지금부터 재판으로 가려야지. 왜, 뭔가 바라는 거라도 있소?”

“재판이라니? 이곳 사정에 어두운 당신들이 사리에 맞는 재판을 할 수나 있겠소? 괜히 주민들의 반감만 사게 될 거요. 그러지 말고 차라리 우리에게 맡기시구려.”

“당신들은 이제껏 주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던 것처럼 말을 하시는군.”

이렇게 말하며 빤히 바라보자, 준장은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긴장으로 땀 분비량이 늘어 겨드랑이 냄새가 한층 더 짙어졌다.

“지켜보기나 하시오. 우리는 지금까지 놀고 있었던 게 아니오.”

샤히디가 차일피일 공세를 미뤄온 핑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새로 모집한 지하디스트들을 훈련시킬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본격적인 공세에 앞서 치밀한 침투정찰을 실시해놔야 한다는 것.

그래서 사우디 왕실은 그동안 실존하지도 않는 최정예 위구르 수색정찰대원들이 하루빨리 그들의 임무를 마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놀고 있었던 게 아니다.”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거짓은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해서만 준비된 게 아니었으니까. 황금기의 눈이 가능케 하는 기적들은 모두 위구르인 특작조의 공로로 포장될 것이다.

내 눈짓을 받은 메리옘이 전면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다! 너희는 너희의 믿음을 걸고 알라의 이름으로 맹세하라!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오직 진실만으로 답하겠노라고!”

메리옘의 목소리를 들은 포로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들었다. 내 옆에 있던 알 조위 준장도 화들짝 놀랐다.

“잠깐! 저거 여자였소? 왜 갑자기 여자가 앞으로 나서는 거요?”

“그러면 안 되오?”

“아니, 이건, 아…… 어째서 재판에 여자를……?”

메리옘은 위구르인임에도 나나 내 다른 부하들처럼 전술 복면을 쓰고 있었다. 이곳은 여자가 머리카락과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극렬한 반감을 드러내는 동네이기 때문.

여기에 방탄복과 기타 장구류들을 착용하고 나면 목소리를 내기 전까진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된다.

「타앙!」

하늘에 총을 쏘아 술렁임을 죽인 메리옘이 서늘한 으름장을 놓았다. 내게 당번병처럼 붙은 메리옘 그룹의 일인이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주었다.

“맹세하지 않는 자는 재판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고 즉결처분하겠다. 따라 해라! 「나는 알라의 이름을 걸고 이 재판에서 오직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한다!」”

이쪽 지방의 보편적인 언어는 표준 아랍어와 하드라미 방언이었다. 하드라미 방언의 화자는 표준 아랍어도 그럭저럭 알아듣는 편이었고, 그 역도 성립했다.

포로들은 비로소 앞다퉈 맹세를 복창했다.

“더 크게!”

메리옘은 포로들로 하여금 몇 번이나 더 같은 맹세를 반복케 한 후, 한 사람씩 차례로 불러내어 재판을 빙자한 심문을 진행했다. 메리옘이 묻고, 포로는 답하고, 진위는 내 눈으로 판별하는 방식의 심문이었다. 메리옘은 인이어 리시버를 통해 내 지시를 듣고 질문을 바꾸거나 판결을 내리거나 했다. 국소적으로 전개한 흡음결계와 복면의 조합이 메리옘에 대한 내 지시를 은폐해주었다.

“알라의 이름으로 맹세하고도 거짓을 말한 죄. 죽어 마땅하다. 사형!”

이슬람의 사형은 대개 투석형 아니면 참수형이다. 메리옘은 포로가 위증을 범하는 즉시 칼을 뽑아 목을 쳐버렸다. 경태가 준비한 칼이 흐릿한 햇빛을 반사할 때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머리통이 떨어졌다.

가차 없이 형을 집행하는 메리옘에게선 과거 처음 만났을 때의 체념과 무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땅을 구르는 머리통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포로들이나 멀찍이 서서 발을 구르던 주민들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우리가 진짜배기 꼴통들만 골라서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

‘이쪽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여기겠지.’

심문자가 알면서 묻는 것인지 모르면서 묻는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이상, 포로들은 함부로 거짓을 말하기 어렵다. 고로 저 샤히디 그룹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기초한 공포를 이용해 심문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게 지금 포로들과 주민들의 공통적인 생각이겠지.

이는 황금기의 눈을 이용한 심문에 최소한의 개연성을 부여해주는 착각이었다.

약자는 선하지 않다. 샤히디 그룹이, 즉 우리가 현지사정에 어둡다는 느낌을 주면 주민들은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약자들의 교활함을 발휘할 게 뻔했다.

단기간에 출장을 끝내려면, 현지 주민들이 어떤 측면에서도 점령자를 얕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미지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이다.

“세상에 이런 재판이 어디 있단 말이냐!”

죽음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꼴통 하나가 창백한 낯짝으로 항의했다.

“법정에서의 여자는 증인으로서도 남자의 반인(半人)으로밖에 인정받지 못하며! 또한 최소 한 사람 이상의 남자가 보증하지 않는 여자들만의 진술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음이 법도건만! 하물며 여자가 혼자서 재판을 진행하다니! 당신들은 알라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가!”

제정신 박힌 이슬람 무장단체라면, 제정신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어디까지나 이슬람의 기준이긴 하지만, 포로를 죽이기 전에 재판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특히 그 포로가 무슬림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무슬림 전쟁포로를 약식재판조차 없이 처형하는 건 율법을 어기는 짓이기 때문이다.

메리옘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오연한 어조로 답했다.

“나는 성지의 법학자들에게 인정받은 하피자 사히바(쿠란 암송자에 대한 존칭의 여성형)이자, 알림 샤히디를 따르는 무자헤딘들의 제일가는 무하디타(하디스 연구자에 대한 존칭의 여성형)이다. 만약 그대가 경전에 대한 앎으로 나를 능가해 보인다면, 나는 기꺼이 그대의 항의를 받아들이겠다.”

메리옘은 정말로 하피자 사히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시험을 주관할 자격이 있는 인도네시아의 법학자들에게 원격으로 시험을 받고, 그 사실을 다시 메카의 학자들에게 확인받음으로써 획득한 자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술타나 칸드라키라나의, 사우디에서는 샤히디 명의의 요청을 받은 왕실의 중개가 있긴 했어도,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진 않았다.

요컨대, 메리옘은 정말로 꾸란의 모든 구절들을 암기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자신의 쓸모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 치열하게 매달린 모양이었다.

어쩌면 나를 섬기는 교리의 밑천으로 삼기 위한 광신적 연구의 일환이었을지도 모르고.

“네가 나보다 경전 잘 알아?”로 요약 가능한 메리옘의 도발은 사실 논리고 뭐고 내다버린 폭거에 가까웠으나, 경전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거의 없는 황량한 땅에선 충분히 통하고도 남는 억지였다.

장(章)과 절(節)을 겨루는 싸움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의 밑천은 금방 거덜났다. 메리옘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의 답을 스스로 읊었다.

“……알라 외에는 그 어떤 신도 없나니, 그분은 살아 계시사 영원하시며 모든 것을 주관하시도다. 졸음도 잠도 그분을 엄습하지 못하도다. 천지의 모든 것이 그분의 것이니, 그분의 허락 없이 어느 누가 알라 앞에서 중재할 수 있으리. 그분은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를 알고 계시며 그들은 그분에 대하여 그분이 허락한 것 외에는 그분의 지식을 아무것도 모르니라. 권자가 천지 위에 펼쳐져 있어 그것을 보호하는 데 피곤하지 아니하시니 그분은 가장 위에 계시며 장엄하시노라.”

경전을 암송한 메리옘은 짧은 시간 공순한 열기가 어린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읊은 내용의 진정한 대상이 나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내가 작게 끄덕여주자 메리옘은 복면 안쪽에 기쁨과 감사의 미소가 번졌다.

시선을 되돌린 메리옘이 준열하게 꾸짖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왕좌의 구절(아야트 알 쿠르시)조차도 다 외우지 못할 만큼 어리석은 자가 무슨 자신감으로 재판의 적법성을 논했는가?”

“으, 으아아아아!”

궁지에 몰린 알 카에다 조직원은 각성능력자의 각력으로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위협조차 되지 않는 상대였다.

「타탕!」

총구화염이 번뜩인다. 메리옘은 침착한 권총사격으로 상대의 몸통에 총탄 두 발을 박아준 후 칼을 휘둘러 목을 쳐버렸다. 마지막을 칼질로 대체한 모잠비크 드릴이었다.

“재판에 또 이의를 제기할 자 있는가?”

권총을 홀스터에 꽂은 메리옘이 피 줄줄 흐르는 머리를 한쪽으로 휙 던져버리며 묻는 말. 잘린 단면은 매우 깔끔했다. 포로들은 그저 몸을 떨기만 했고, 경전지식을 겨루는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은 충격과 두려움을 느끼는 와중에도 언뜻언뜻 긍정적으로 해석 가능한 감정의 색채를 내비쳤다.

탄원을 하러 온 주민들의 대다수는 부르카로 전신과 얼굴을 다 가리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오랫동안 꼴통 중의 꼴통 알 카에다에게 억압당해온 이들에겐, 여자인 메리옘이 내세운 종교적 권위와 그에 기초한 당당한 언행이 좋은 의미의 파격으로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네 집안의 남자들이 죽지만 않으면 일단 만족하고 안도할 자들이다.

물론 예외적인 소수도 있기는 했다. 이들은 둘 중 하나일 것이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진짜배기 꼴통을 가족으로 두었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이 꼴통이어서 여성의 종속성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고 있거나.

이후의 재판은 포로들의 경쟁적인 상호고발과 아쉬 쉬흐르 주민들의 지원사격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예요.”, “저 새끼가 제일 잘 알아요!” 같은 식의 고발이 줄지어 이어지는 가운데, 각각의 처형대상자에 대하여 이슬람 율법상 정상적인 사형 집행에 필요한 4인의 증언을 확보하는 건 너무도 손쉬운 일이었다.

사형. 사형. 사형.

고발당한 이슬람 엄석대들의 잘린 머리들이 아무렇게나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알 조위 준장은 빠른 재판과 가차 없는 사형 집행에 압도당한 눈치였다.

수연이 일본에서 들어온 고래의 특이동향 관련 보고를 무전으로 전해온 건 이때쯤이었다.

「키요우타마히코가 자꾸만 먹이를 가져다줘서 처치가 곤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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