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467화 (467/561)

#47. 혼돈과 공황 (13)

장차 영국에 격노한 무자헤딘 대군을 쏟아부으려면 일찍부터 포석을 잘 깔아놔야 한다. 경찰 배지를 지닌 칠각기사단 구성원들은 그런 임무를 맡기기에 적합한 인력들이었다.

그레이스는 온몸으로 흥미를 드러냈다.

「가능해. 종교차별, 신앙탄압, 신성모독. 그런 쪽으로 이끌어 가면 되겠어?」

“그렇다. 이슬람 세계에서 영국이 샤이탄의 나라라는 인식을 굳히기 위해 필요한 일이니까.”

「이슬람 세계라……. 구체적인 계획이 뭔지 알려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거다.”

「에이. 그러지 말고. 궁금하단 말이야. 존경스러운 남편이 이번엔 또 어떤 멋진 일을 계획하고 있는 걸까. 알려주지 않으면 한동안 밤잠을 설칠지도 몰라.」

나는 짐짓 애교를 부리는 그레이스를 보며 가볍게 인상을 썼다.

“아직 다 준비되지도 않은 일이니, 지금은 그냥 영국을 대규모 성전의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어라. 그보다, 영국 내부에서 뭔가 주목할 만한 소식이 들어온 건 없나? 군이든 경찰이든 대외비로 전파된 내용이나 명령들이 있을 텐데. 예컨대 정치적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을 암시하는 조치들이라든가.”

비록 내 조직이 수연의 지휘 아래 긴 시일에 걸쳐 런던에 활동거점들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런 쪽으로는 결코 칠각기사단의 정보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악마숭배자들은 기반 자체가 영국에 있질 않은가.

그레이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 추측을 긍정했다.

「맞아. 지금 영국정부는 ‘포튼 다운 카르텔’이 군사정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어. 영국정부가 국가를 위해 원탁을 버리기로 하는 순간, 동반승천의 약속으로 맺어진 정치인들과 군 간부들이 힘을 합쳐 정권을 전복시킬 공산이 크니까.」

“모든 죄는 현 내각이 뒤집어쓴 채 숙청당할 테고.”

「당연하지.」

동반승천의 약속은 포튼 다운이라는 기관 하나만을 오염시켜놓은 게 아니다. 원탁에 대한 포튼 다운의 비밀스러운 후원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었던가.

반세기도 더 전부터 이 일에 관여해온 음모자들의 조직은 전출·영전·보직순환·정계진출 등을 통해 국방부 및 정부 조직 전체로 암세포처럼 번져나간 상태라고 봐야 한다. 일찍이 원탁이 아프리카에서 사용하려 했던 핵폭탄 「파란 고양이」는 동반승천 카르텔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러므로 지금의 영국정부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었다. 영국정부의 지도력이 살아있을 땐 원탁을 견제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니까. 원탁을 품고 가면 품고 가는 대로, 원탁과 결별하면 결별하는 대로 막대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장담하는데, 원탁의 마스터들은 동반승천 카르텔에게 지금 당장 ‘구국의 결단’을 내리라고 재촉하는 중일 것이다.

“그럼 무슬림들 쪽은 처음부터 좀 더 그럴듯한 판을 추가해도 되겠군. 영국정부의 대응능력은 다른 문제들만으로도 이미 포화상태일 테니.”

「더 그럴듯한 판이라면?」

“무슬림 가정 자녀들이나 임신부들의 연속적인 실종 사건을 연출해보는 건 어떤가?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도 묵살하거나 무성의하게 대응하더라는 식으로 불을 지피기 시작해서, 나중에 국가가 주도했다는 의혹들이 불거지면 괜찮을 것 같다만.”

내 말에 화면 저편으로부터 폭소가 터져 나왔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레이스의 웃음은 미친 마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청아한 음색을 띠고 있었다.

배를 잡고 웃던 그레이스가 즐거운 표정으로 숨을 고르며 되물었다.

「룰러 급 공중초계함의 재료가 사실 무슬림 아이들이었다는 루머를 퍼트리려고?」

“그래. 차근차근 복선을 깔아서 한 번에 터트려야겠지.”

「고전적인 수법이네.」

“고전적인 만큼 직관적이지 않나. 선동은 직관적으로 꽂히는 내용일수록 좋아.”

「그야 그렇지.」

“지금의 영국정부는 누가 봐도 명백한 악이니, 이걸 터트릴 즈음이면 대중에겐 당장 눈에 보이는 정황 이외의 다른 증거가 필요하지 않을 거다.”

그게 확증편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성전지도자로서의 지위와 권위가 공고해진 샤히디의 영향력을 추가로 이용한다면, 나와 그레이스가 퍼트린 루머는 무슬림들 사이에서 부정할 수 없는 진실로 통하게 될 터였다. 런던을 함락하고 나서도 유통기한이 넉넉하게 남을 대중적인 진실로.

“어떤가?”

「알았어. 그렇게 할게.」

나는 순순히 응낙하는 그레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

“노파심에 당부해두겠는데, 건수를 많이 만들 필요는 없다.”

「어째서?」

“쓸데없이 숫자만 많은 실종보다는 불길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수의 사건들이 대중을 더 강하게 자극하는 법이잖나. 일단 루머가 진실로 통하게 되고 나면, 그다음엔 대중들이 알아서 허구의 실종자들을 창조하거나 상상하게 되어있어.”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다. 스탈린이 했던 이 말은 이런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었다.

얼굴과 이름을 다 알기도 벅찬 대량의 실종이나 학살보다는, 확실하게 집중이 가능하고 디테일이 잘 갖춰진 개개인들의 사연이 훨씬 더 강한 파급력을 지니기 마련.

여기에 위험부담이 줄어드는 것까지 감안하면 굳이 많은 아이들을 납치할 이유가 없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예 실체가 없는 환상을 빚는 거라고 본다. 그래야 유사시에도 꼬리를 밟힐 일이 없을 테니까.”

「흐-음.」

내 당부를 들은 그레이스가 입술을 매만지며 묘한 시선을 던져왔다.

「자기, 설마 아이들을 죽이는 데 거부감이라도 있는 거야?」

나는 건조한 어조로 부정했다.

“필요하면 죽여야지. 다만 나는 그저 효율과 안전을 따지는 것이다. 네 휘하의 악마숭배자들이 애들 죽이는 즐거움에 취해 폭주하기라도 하면 어쩔 텐가?”

「그럴 일이 없다고 한다면?」

“믿음이 갈 리가 있나.”

「이런. 칠각기사단의 주인으로서는 조금 슬퍼지는걸…….」

그레이스가 맺히지도 않은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칠각기사단 내부에 존재할 무수한 보니와 클라이드(Bonnie and Clyde)들을 생각하면 결코 방심해선 안 되었다. 사람을 죽이면서 발정하는 새끼들이 어찌 절제력을 발휘하리라 믿는단 말인가.

탄자니아에서 보았던 칠각기사단의 정예 전투단은 기율이 강하게 잡혀있는 것 같았으나, 기본적인 조직문화 자체가 맛이 가있으면 기율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사고가 터지게 되어있다.

사실 그레이스 본인부터가 안심하지 못할 위험요소이기도 하고.

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일은 안전하게 가는 게 우선이다. 설령 관련된 보고가 올라가더라도, 영국정부나 경찰 지휘부가 대응능력 고갈로 빚어진 수사 마비라고 판단할 선을 지키는 게 좋아. 최소한 루머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전까지는.”

영국 경찰의 수사 태만은 페컴이나 듀스버리처럼 비백인·비기독교인·노동자 인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선 과거부터 흔히 있어온 일이었다.

심지어 글래스고 이스트 같은 지역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보다 평균수명이 낮았을 만큼 열악한 생활환경과 최악의 공공행정 수준을 자랑한다.

“그런 맥락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우리와 전혀 무관한 실종사건들을 끌어다 하나로 엮는 거겠지. 이제껏 방치되어왔거나 사실상 미제로 남아있던 과거의 사건들. 또 각종 사회불안 및 폭동 대응을 우선하느라 뒷전으로 밀려날 새로운 사건들. 이런 사건들의 수사기록에 위조된 기록을 삽입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효율적인 방법이긴 해. 대상을 무슬림으로만 한정했을 때 그런 사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는 알아봐야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필요한 만큼은 있지 않겠나? 그 나라 높으신 분들의 머릿속엔 아직까지도 섀넌 매튜스의 그림자가 남아있을 테니까.”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소녀 섀넌 매튜스의 실종은 한때 영국 전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비슷한 시기, 부유한 중산층 가정의 아이가 실종되었을 때에 비해 사회가 지나친 무관심과 계급적 혐오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을 제기한 진보적 언론들에겐 유감스럽게도, 섀넌의 실종은 그녀의 어머니가 가담한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사건 초기부터 어머니의 난잡한 행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하류층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계급주의자들과 보수 언론들이 대승을 거둔 것이다.

이 사건은 하류층을 쓰레기로 취급하는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힘을 실어주었다.

하원의원으로서 기사작위까지 받은 존 워드라는 인간은 이때 하류층을 두고 「탐욕을 위해 번식하는 전문적인 식충이들」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만약 한국에서 어느 정치인이 이런 폭언을 했다면 그 즉시 정치생명이 끝장났을 것이다. 그러나 계급적 혐오가 일상인 영국에선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이 더 강화되었다. 존 워드 같은 인간들의 영향력 강화는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를 야기했고.

그 당시의 승리자들 중 상당수가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남아있는 나라에서, 과연 쓸 만한 실종사건 몇 개 발굴하는 게 어려운 일일까?

‘글쎄. 예전이었으면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마법이 돌아온 이래, 아동 납치 및 인신매매 시장의 규모는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각성능력을 보유한 아동들은 값비싼 고급 상품이었고, 그중에서도 장애가 있어 통제가 용이한 아이들이 특히나 인기를 끌었다.

이런 쪽에선 깨끗한 편이라는 한국에서조차, 보육원 내지 장애인 복지시설의 간판을 내걸고 인신매매와 노동력 착취를 행하던 업자들이 수시로 적발되고 있는 마당이다.

영국은 당연히 이보다 더하겠지.

「음.」

뺨에 손바닥을 대고 눈을 굴리던 그레이스가 입을 열었다.

「남편의 의견이 그렇다면 아내로선 존중해야지. 우선 그런 쪽부터 알아보도록 할게.」

“너와 칠각기사단의 실력 발휘를 기대하고 있겠다.”

「어머나. 갑자기 조금 긴장되는걸. 혹시 남편의 애정 점수를 딸 기회인가?」

“다음으로, 영국을 규탄하기 위해 열리는 안보리 회의에 대해서 말인데-”

「쿡쿡…….」

나는 그레이스가 웃거나 말거나 꿋꿋이 이야기를 진행했다.

“「평화를 위한 단결」은 무난하게 성립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영국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는 건 별개의 문제겠지.”

「내가 아프리카 쿼터를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거야?」

“그래. 영국이 상임이사국 자리를 잃고 나면 세계가 영국의 배를 째는 흐름에 엄청난 가속이 붙을 테니까. 가능하겠나?”

「어렵지 않아. 케냐는 사실상 내 지배권의 일부가 되어있고, 니제르 여당 중진들 중에도 끈이 닿아있는 인간들이 꽤 있거든.」

말은 끈이 닿아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동군연합을 확장하고자 사전작업을 해둔 것일 터였다.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영달을 약속하고 주술신앙으로 물들이는 식이면, 적어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한해서는 넘어오지 않을 정치인이 드물다.

비상임이사국의 자리엔 지역별 쿼터가 존재하며, 아프리카에 주어지는 쿼터는 총 셋이었다. 개중 하나는 아랍권이 가져가도록 되어있으므로, 현시점에서 그레이스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상임이사국은 둘이었다.

“기왕 하는 김에, 기회를 봐서 일본을 상임이사국으로 추천하는 안건도 상정해줬으면 좋겠군.”

「일본을?」

그레이스가 머리를 갸우뚱한다. 길고 풍성한 머릿결이 어깨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건 좀 무리가 아닐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우리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세계 경제규모 순위에서 최소한 영국과는 자리를 바꿀 수 있을 테고, 옛 식민지 국가들의 반대는 네가 일본정부에 압력을 넣어서 대가리를 박게 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되겠지.”

그레이스가 다시금 갸우뚱했다.

「내가 그쪽 지역의 사정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그래도 단순히 립 서비스를 잘 해내는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지 않아?」

“부족하지. 번복의 여지가 없는 과거사 인정, 아직 앙금이 남아있는 문제들에 대한 완전한 배상 약속, 그리고 분쟁지역들의 항구적인 양보 및 포기가 불가결하다.”

일본의 식민통치를 경험한 국가들은 대개 오래전부터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특히 「합의를 위한 단결(Uniting for Consensus/커피 클럽)」 그룹의 일원인 한국과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일본의 강력한 반대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런 국가들의 입장을 바꿔놓기 위해서는, 앞으로 번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명문화한 과거사 인정과 더불어 그간의 모든 갈등을 해소할 결정적인 양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통화에 앞서 수연 녀석은 이런 조언을 주기도 했다.

“옛 식민지 국가들을 정 설득하기가 어렵다면, 해당 국가들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일본의 거부권 행사에 간섭할 권리를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협의체의 과반이 반대하는 경우 일본은 안보리에서 특정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쓰지 못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요컨대,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면 옛 식민지 국가들도 외교적 지위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지요.”

유엔 안보리 거부권은 상임이사국에게 주어지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외교적으로 굉장한 이득이었다.

내가 흥미를 보이자 수연은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중국은 이미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제외교의 균형을 고려하여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고, 그 대신 협의체의 본부를 중국의 도시에 설치하겠다고 하면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미국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경우엔 한·일 납북자 문제 해결 및 유엔 결의안 준수, 그리고 비핵화를 협의체 가입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배제하면 적절하겠지요.”

국가의 체급 대비 피해가 크고 식민통치 기간이 가장 길었던 한국에게는 다소의 실무적 권한이 있는 영구 의장국의 지위를 주어 달래자는 내용도 있었다.

분쟁지역의 양보라는 대목을 들은 그레이스는 연이어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일본 국민들이 그걸 참아 줄까? 다른 건 그렇다 쳐도, 국민감정이 얽힌 영토분쟁에서 물러나고도 정권이 무너지지 않은 사례는 내가 들어본 적이 없어.」

그런 사례가 전무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희귀한 사례의 주인공인 미국도 캐나다에게 양보를 한 후엔 적잖은 정치적 내홍을 겪어야만 했다. 멕시코와 전쟁을 치르느라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꼭 그래야만 했던 것이냐고.

하물며 지속적인 우경화가 진행되어온 일본은 오죽할까. 그레이스가 제기한 의문은 타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온 나라가 영국에 대한 분노로 눈이 뒤집어진 상태라면 여론이 다르게 흐를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영국을 심연으로 처박아버릴 무기를 쥘 수만 있다면 그 정도 손해와 굴욕쯤은 감내해도 좋다는 식으로 말이지. 영국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상징성도 도움이 될 거다.”

지금의 일본 여론을 보건대 나름 승산이 있으리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중국의 입장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놈들도 일본 경제가 붕괴하면 낭패를 보게 되는 처지이지 않은가. 주술사 왕으로서의 그레이스가 일본 경제의 생사여탈권을 쥔다는 건 곧 세계경제의 생사여탈권을 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므로, 중국은 주술의 장막 저편으로부터 밀려오는 외교적 압력을 무시하지 못할 터였다.

그레이스가 조용히 뇌까렸다.

「영국을 극도로 증오하며, 내가 꼭두각시처럼 조종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의 탄생이라…….」

“어차피 실패해도 손해 볼 건 없는 일이다.”

「그야 그렇지.」

마녀는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당신 말처럼 시도해볼 가치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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