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진노의 날 (13)
확장회로의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할 때였으므로, 콜리어의 요구에 대한 내 응답은 함교의 무전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시체인형으로 하여금 송수신기를 쥐게 했고, 함교에 돋은 아기들의 입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HMS 아비터가 HMS 트라운서에게 고한다. 현 위치에 정선하라. 반복한다. 현 위치에 정선하라. 귀함이 정선하면 본함 또한 정선하겠다. 대화를 바란다면 먼저 현 시점부터 대화가 종료되는 시점까지의 일시적인 현상유지(Status Quo)에 동의하라.”
현상유지 요구는 협상 결렬시 전투를 속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짧은 정적이 흐른 뒤에 회신이 돌아왔다.
「허세를 부릴 셈인가? 아비터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내가 모를 것 같은가? 함선 전체를 투명화하는 광학위장은 분명 감탄스러운 기예다! 그러나 위장영역 바깥으로 그렇게 이것저것 흘리고 있어서야 어찌 그대가 처한 불리함까지 감출 수 있겠는가! 그대는 그대가 선보인 놀라운 기동 직후의 시간낭비로 그대의 열악한 상황을 드러냈음이라!」
콜리어가 말한 ‘이것저것’은 아비터의 선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핏물들, 그리고 악화된 회로상태로 말미암아 부슬부슬 부서지듯 떨어져나가는 조립식 아기 덩어리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는가? 그대가 강탈한 그 배는 처음부터 나 콜리어가 구상하고 제안했으며 중추의 설계까지 주도한 것! 그렇기에 나는 그대가 입은 타격이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임을 확신한다! 축소된 마력장과 영구적인 회로 손실! 이미 떨어져나간 것들의 무게만으로도 그대의 열세는 돌이킬 수 없다! 그대는 감히 내 눈을 속이려 들지 말라!」
승리감에 취한 원탁의 대마법사는 준열하게 꾸짖듯이 말했다.
「근원적인 힘의 격차를 무슨 수로 극복하려는가?! 싸움을 이어간다고 해서 그대에게 일말의 승산이라도 있을 성싶은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내 발 아래 엎드려 자비를 구걸해도 모자랄 판에 조건을 걸다니! 그대에겐 현실감각이라는 게 없는 모양이군!」
나는 극도로 흥분한 대마법사에게 건조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래서, 대화 안 할 건가?”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지금 이 상황이 그대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 승리의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하다 해도, 나는 그 희박한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순간까지 그대를 사냥하겠다.”
「허!」
“어쩌면 마지막으로 발사한 포탄 한 발이 내게 기적 같은 승리를 가져다줄지도 모르지. 막강한 후드(The Mighty Hood)가 어떻게 격침당했는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군. 친애하는 마스터 콜리어 경.”
「후드라니. 불쾌한 예시를 드는군!」
막강한 후드, 즉 HMS 후드는 2차 대전기 나치독일의 전함 비스마르크에게 격침당한 왕립해군의 자랑이다. 취약점에 맞은 포탄 한 발에 탄약고가 터져 굉침해버린 옛 전함의 예시는, 그 시대를 실제로 살아본 원탁의 마스터에게 강한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었다.
“어찌할 텐가?”
나는 결정을 재촉했다.
“결정권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경에게 있네. 내가 불리한 입장이라 오래 기다리진 못하겠고, 5초 내로 공격을 중단하고 정선하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싸우자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실제로 싸울 생각은 없으나, 콜리어로서는 내 속내를 간파할 방법이 없다.
HMS 트라운서가 감속에 돌입했다. 레이저 공격이 끊어지고, 전열화학포의 포구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아비터의 속도를 늦추었다. 피아의 완전정지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아비규환의 대도시 위에서 기묘한 대치가 성립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나와 무슨 대화를 하고 싶었나?”
콜리어는 내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느낌으로 답했다.
「먼저 한 가지 확인하지. 그대는 크로우허스트 경이 맞는가?」
“알면서 뭘 물어보나.”
「흥, 그렇겠지! 한낱 탕녀 따위에겐 이런 일들을 벌일 능력이 있을 리가 없지! 내가 설계한 전투함을 원탁내각의 대의원으로부터 강탈하고! 장엄한 황금의 책에도 없는 지혜로 전투함의 모습을 숨기고! 또 그 전투함으로 공간의 한계를 넘어 도약하기까지! 이런 위대한 일들을 해낼 능력이 진정한 대마법사도 아닌 자에게 있을 리가 없지! 그럼 웨스트버튼과 로더필드를 살해한 자도 그대였겠군?」
“그렇다네.”
「역시! 여어어억시 그랬어!」
이렇게 떠들어대는 콜리어의 목소리는 결코 좋다고는 못할 무전 품질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겁에 질린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교감신경을 맹렬하게 자극하고 있을 전투흥분의 영향일 것이다.
하기야 그렇다. 로더필드도 아니고, 원탁의 대마법사가 언제 생사가 오가는 전장을 겪어보았겠나.
가진 바 능력과는 별개로, 상대는 전장을 기준으로는 초짜나 다름없다. 내게는 콜리어의 확장된 동공이 보이는 듯했다. 극한의 전투흥분은 최소 몇 시간 동안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리도록 만든다.
‘지금 시야가 많이 좁아져있을 텐데.’
저토록 아드레날린이 폭주하는 인간의 의식은 한 점으로 집중된다. 이는 전장에서의 관록이 어지간히 깊은 베테랑이라도 쉽게 피하기 어려운 일.
이는 오랜 진화의 결과이자 생존본능의 발현이다. 사고가 둔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대신, 눈에 들어오는 대상에 대한 집중력과 반응속도는 한계까지 상승한다.
이 순간 콜리어의 의식은 오로지 나와 아비터에게로 집중되어있다.
나는 두개골 안쪽이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 전쟁 풋내기 대마법사의 상태를 내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할 방법은 없는 걸까.
현재 쥐고 있는 패를 궁구하고, 적아의 상황과 전장 환경을 넓게 보려 애쓰며, 나는 우선 적당한 말로 대화를 이어갔다.
“뜻밖이로군.”
「무엇이?」
“그대가 내 이름에 경(Sir)을 붙여 불러주고, 나를 아직도 진정한 대마법사들 가운데 한 사람인 것처럼 말한다는 사실이. 그런 취급은 내가 원탁을 등졌을 때 끝났을 거라 여겼네만.”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아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로의 의미일세! 그대가 이제껏 자행해온 끔찍한 죄악들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오늘 선보인 역량은 나로 하여금 그대를 다시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지! 저토록 우월한 힘과 의지를 지닌 자가 어찌 참으로 대마법사가 아닐 수 있겠느냐고!」
“흠…….”
「대마법사란 무엇인가?」
콜리어는 열기로 가득한 자문자답을 이어갔다.
「대마법사는 스스로의 승천을 통해 진정한 인류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자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인류의 부활을 성취하려는 자다! 그런 의미에서! 황금기의 정수를 엿보지 않고서도 놀라운 지혜를 창조하고! 나를 만나기 전까지 드높은 투지로 거듭 승리를 거둬온 그대에겐 참된 대마법사의 자격이 있는 셈이지! 적어도 런던에 남아있는 머저리들보다는!」
아무래도 이놈이 내가 선보인 환시장막과 공간도약에 어지간히 강렬한 인상을 받은 모양이다.
복기해보면, 환시는 몰라도 워프 돌격 하나만큼은 원탁의 대마법사조차 경악할 만한 일이 맞았다. 그때는 머릿속에 오직 사냥감을 쫓는다는 일념밖에 없었으나, 이제 와 곱씹으니 콜리어의 심경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환시는 그레이스의 지혜를 받아 개량한 것이고, 공간왜곡은 전율하는 거인의 원시마법을 재현한 것이지만, 그걸 바보처럼 알려줄 이유는 없다.
대신 나는 되물었다.
“방금 런던의 머저리들이라고 했나?”
「그렇다! 나는 원탁에 실망했다!」
콜리어가 그렇잖아도 높던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외쳤다.
「이렇게 근시안적이고 용렬한 것들하고는 대업을 도모할 수 없어!」
나는 매우 진한 기시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크로우허스트가 황금기의 눈을 훔치고 원탁을 배신할 적에 정확히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새끼들하고는 승천의 과업을 함께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원탁의 대마법사들은 하나하나가 우월감과 선민의식의 결정체들이다. 그렇기에 대마법사들은 누구나 자신의 전문분야가 원탁 내에서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연구 분야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렇게 믿지 않으면 곤란했다. 원탁내각의 대의원들은 자신이 다른 대의원보다 아래로 취급받는 일을 견디기 힘들어했으니까.
크로우허스트가 배신을 결심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이것이었다. 스승새끼가 보기에,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연구는 크로우허스트 자신의 연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는 다른 대마법사들의 언행이나 인격, 사생활 등에 대한 경멸감도 배신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결국 스승새끼의 마인드 자체는 다른 대마법사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되, 객관적으로 볼 때 스승새끼의 연구가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축에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근시안적이고 용렬하다, 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상대의 흥분 상태를 지속시키기 위한 질문. 내 스승새끼가 그러했듯이, 이제껏 콜리어는 자신의 울분을 털어놓을 대등한 대화상대가 없었을 것이다.
가솔도, 가신들도 고뇌를 털어놓을 상대는 되지 못한다. 이 세상 어느 메시아가 언약의 대상들에게 그런 필멸자적인 면모를 노출시킨단 말인가.
‘그건 스스로의 위대함을 깎아먹는 짓이지.’
그러나 대마법사도 결국은 사람이다. 내가 자신의 울화에 관심을 드러내자, 콜리어는 예상대로 분노와 경멸을 담은 언어들을 쏟아냈다.
이 뜨거운 언어의 급류엔 로더필드가 전사한 이후 원탁을 휩쓴 충격과 공포, 그리고 혼란이 담겨있었다. 대개의 사람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날것 그대로의 인격과 그 바닥을 드러내는 법.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대마법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콜리어는 자신이 나머지 마스터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조립식 아기들을 이용한 확장회로 설계를 더욱 발전시켜, 압도적인 생존능력을 보유한 공중우세 초계함을 건조하는 길을.
「그런데도 반쪽짜리 원탁내각은 내게서 1번함의 명예를 빼앗을 것을 결의했다! 오롯이 내가 제시한 길이고 내가 설계한 배인데도! 섀빙턴에게 그대가 강탈한 그 배를 줘버렸지! 내가 왜 내 정당한 몫을 포기해야한단 말인가! 그것도 추잡한 배설물 애호가 따위를 상대로!」
두각을 드러내는 자는 견제를 받게 되어있다. 게다가 공중초계함이 좀 강력한 무기인가. 공중초계함을 대마법사들의 머릿수만큼 단숨에 뽑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빠르게 완성된 초도함과 2번함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였을 터.
‘뭔가가 더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나는 스승새끼의 유산에 의지해 대마법사들의 방식대로 생각해보려 애썼다.
룰러 급 공중우세 초계함은 원탁의 적에게 맞설 결전병기이기 이전에 대마법사들의 생존을 위한 강철의 방주이며, 자칫 원탁 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을지도 모를 위험한 물건이다.
이런 전투함을 다른 마스터들이 분개한 콜리어에게 내어주었다 함은, 런던에 안전장치가 될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1차적인 안전장치는 마스터 섀빙턴과 HMS 아비터이겠으나, 이건 완전한 보험이 되기 어렵다. 섀빙턴 한 사람이 등을 돌리면 끝장이니까. 또한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섀빙턴의 기량이 전투함의 설계자인 콜리어를 능가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나는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런던엔 공중전투함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응애애애애애애-!」
조립식 아기들의 큼지막한 덩어리가 HMS 아비터의 선체로부터 떨어져나갔다. 확장회로의 상태는 많이 호전시켜놓았으나, 그와 별개로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는 이쪽의 출혈이 계속되는 것처럼 위장할 필요가 있었다.
전투함의 연료, 고열량 유동식을 담은 탱크들이 조금 전 떨어져나간 생체질량에 비례하여 빠른 속도로 비어간다.
기왕 눈속임을 하는 김에 나는 환시장막에도 한순간의 흔들림을 넣어주었다.
콜리어는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가장 위대한 대마법사인가? 나다! 나야! 나 콜리어야말로 가장 위대한 대마법사이며, 그 사실은 오늘의 싸움을 통해 증명되었다! 로더필드를 살해한 그대조차 나라는 벽을 넘지 못한 채 사실상의 패배에 직면해있지 않은가! 원탁은 이제 나의 영도 아래 새롭게 재편되어야 마땅하다!」
나는 콜리어의 흥분을 조금 더 이해했다. 그간 ‘로더필드의 살해자’는 원탁의 마스터들에게 끊임없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터. 그런 두려움의 대상을 자신의 손으로 꺾었다는 사실에 주체 못할 희열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이 대화의 목적인가?”
「왜 아니겠나! 로드(Lord) 크로우허스트! 내게 황금기의 눈을 바치고 충성을 서약하라!」
이 인간은 내가 눈 뽑으면 죽는 눈깔병신 신세라는 사실을 상상도 못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기야, 원래 있던 눈알을 황금기의 눈으로 갈아치우는 짓은 원탁의 기준으로 봐도 쉬이 상상하기 어려운 광기이긴 했다. 황금기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시각적으로 얼마나 미쳐있는지를 경험으로 아는 게 대마법사들이니까.
황금기의 눈은 필요할 때만 접속해서 시야를 빌리는 게 정상인 물건이다.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그러고 나서 원탁을 뒤엎는 싸움에 앞장서라는 말이겠지? 저 소련 빨갱이(Commie)들의 형벌부대와 같이?”
「불명예를 씻고 새로운 질서에 합류할 기회를 주는 걸세! 내각의 생존자들은 모조리 겁쟁이들일 뿐이야! 로더필드의 살해자인 그대와 그런 그대를 무릎 꿇린 내가 손을 잡으면 그들은 감히 맞설 엄두조차 내지 못할 터!」
투명하다. 나를 사냥개로 쓰고 버리겠다는 의도가 투명하게 보인다.
한편으로는, 런던에 무언가가 존재하리라는 심증에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 그렇지 않다면, 원탁의 나머지 마스터들이 들어둔 보험인 섀빙턴이 쓰러진 지금 굳이 나를 포섭하려 들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다 좋은데, 무전으로 그런 소리를 떠들어대도 괜찮은 건가?”
「상관없네! 이 배의 모든 기능은 내 지배하에 있으니! 이 회선 이외의 통신은 다 봉쇄해놨고, 승조원들도 자폭을 할 작정이 아닌 이상 나와 극단적으로 대립하지는 못해! 내가 대놓고 영국정부를 적대하지 않는 한 자폭까지 할 이유는 없지! 하, 나는 그냥 여기에 멈춰서있을 뿐인 것을!」
“그것만 가지고는 안심할 수 없을 텐데? 외부에서 감청이 이루어지고 있으면 어쩌려고?”
「압도적인 힘이 있으면 사소한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아! 그대가 내 손을 잡기만 하면 돼! 자, 이제 대답하게! 어떻게 할 텐가, 크로우허스트 경?! 예스인가 노인가?!」
콜리어가 대답을 재촉하는 이때, HMS 트라운서의 선체 너머 멀리, 반파된 도쿄 타워가 기우뚱 기울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고래가 두른 구형 폭포 위로는 도쿄소방청의 소방헬기들이 날아다녔다. 각각의 헬기들은 물이나 소화용액 대신 독성물질을 대량으로 살포하는 중이었다.
선박용 크립 컨테이너를 다수 적재한 화물 비행선도 눈에 들어왔다. 고래의 주의를 돌리고자, 비행선은 고래의 사정거리 바깥 아슬아슬한 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성난 고래가 조금만 더 나아가면 도쿄의 중심부인 지요다구에 도달한다. 관공서가 밀집한 가스미가세키(霞が関)는 물론이고, 천황의 거처인 황거(고쿄)마저 위협을 받게 되는 것.
일본인들의 분투는 일단 고래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고래의 머리가 비행선의 움직임을 따라 방향을 바꾼다.
‘음?’
나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기민함으로 변침을 완료한 유인용 비행선의 기수가, 정확하게 이쪽을 겨냥하고 있었던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