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고래사냥 (18)
무장여객선의 괴기스러운 침몰은 고래가 수중에 만들어낸 하강 급류가 원인이었다.
생체질량 30톤짜리 고래가 50노트 이상의 고속을 내도록 만들어주는 힘이면, 배수량 2천 톤짜리 배를 파도 아래로 삼켜버리는 것쯤은 딱히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왜 저렇게 번거로운 수를 쓰지?’
그냥 소리 한 번 지르면 강철 선체가 공명파괴로 바스러지는데, 굳이 저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취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수면 아래로 삼켜졌다고는 하나, 여객선 선체의 구조적 기밀성(氣密性)은 아직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므로 고래는 양의 부력을 받는 배를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리며 떠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고래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무장여객선은 갑작스러운 침몰을 전혀 대비하고 있지 못했고, 따라서 거의 온전한 선체와는 별개로 미처 닫지 못한 문들을 통해 물이 쏟아져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내부 인원들이 필사적으로 폐쇄하는 격벽들은 그저 침몰의 속도를 늦춰주었을 따름이다.
하강 급류의 강약을 조절하며 간을 보던 고래는, 선박에 작용하는 부력이 충분히 감소한 시점에서 급류 생성을 중단했다.
이에 선체는 느린 속도로 수면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희망적인 상승은 길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해수로 말미암아, 결국 부력이 선체를 띄우기에 부족해지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1분 남짓한 중성부력 상태를 지나 하강은 느리게 시작되었다. 이 느린 하강이 바로 고래가 의도한 바였다.
침몰하는 여객선은 그저 죽음이 잠시 유예되었을 뿐인 예비시체들의 관으로 화했다. 강철의 관에 갇힌 예비시체들은 선체를 두드리며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질러댔다.
고래는 배 주위를 휘돌며 새로운 물의 터널을 만들어냈다. 이는 배를 가라앉히기 위한 가속된 흐름의 터널이 아니라, 가라앉는 자들의 비명을 보다 멀리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가압의 터널이었다. 고래들이 초장거리 의사소통에 이용하는 소파 채널의 국지적 재현이다.
나는 고래가 온도에 따른 압력 조절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에 감탄했다. 온도에 의한 굴절변화와 압력에 의한 굴절변화가 조화를 이루어 음향전달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병적인 열이 담긴 호흡을 거듭하는 마츠오 카즈오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와 나란히 음향탐지 콘솔을 다루던 부하가 약간의 아연함을 담아 보고했다.
“……비명과 구조 요청이 들립니다.”
배 안에 갇힌 예비시체들 중엔 다수의 각성능력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부하가 반쯤 벗은 헤드셋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새어나왔다.
캉캉캉! 캉-! 캉-! 캉-! 캉캉캉!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 그리고 다시 짧게 세 번 들리기를 반복하는 금속성의 소음. 각성능력자의 힘으로 선체를 쳐서 보내는 SOS 신호는 고래의 조력을 받아 너무도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각성능력자의 성량으로 내지르는 비명과 아우성들 역시 선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중 염동력을 지닌 일부는 조금이라도 침수를 늦추고자 안간힘을 써댔다. 너무 절박하게 힘을 쏟아내다가 과부하 증후군으로 즉사하는 자도 있었다.
이렇게 느려지는 침몰속도는 분노한 고래가 기꺼워할 바였다.
고래는 인간들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는 듯했다.
「너희는 너희의 동족과 무리를 해하면서까지 나를 공격할 수 있는가?」
실제로 CTF-W2와 민간협력자들의 공격은 아까부터 중단된 상태였다.
일본 함대야 생존자고 뭐고 핵어뢰든 핵폭뢰든 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
그러나 그런 짓을 했다간 뒷감당을 하기가 어렵다. 환경 미치광이들에게 겁을 줄 때와 달리, 지금 저 지점에 핵공격을 가하면 선박 내부에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백 퍼센트 수중 핵폭발의 열기와 버블 제트에 휘말려 몰살당할 테니까.
피해보상과는 별개로, 미국과 영국의 정치가들은 이 일로 한데 엮여 비난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핵폭탄을 제공한 게 미국과 영국이므로 책임회피를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핵공격에 휘말려 죽은 헌터들의 모국 역시 외교채널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더 큰 문제는 그런 짓을 하고도 고래를 죽이지 못했을 경우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우군 공격은 민간협력자들의 즉각적인 전장 이탈을 불러올 게 뻔하다.
‘그러면 미 영 양국의 함대도 함께 빠지겠지.’
외곽 초계능력 저하가 초래하는 위험은 함대를 물리기 위한 좋은 구실이 되어줄 터. CTF-W2 임무부대의 붕괴다.
그런즉 이미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미국과 영국이 이 시점에서 아군까지 죽이는 핵공격에 동의를 해줄 리가 없다.
고래는 침몰선 주변을 느릿하게 선회하며 이쪽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전장의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는 그때그때 늦지 않게 공유되어야 한다. 나는 부하들에게 내가 파악한 고래의 행동과 의도를 공유해주었다. 마츠오에게 가는 소리는 흡음결계로 차단되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영리한 개체로군요.」
수연의 목소리는 선내통신을 타고 들어왔다.
「협력업체에 속한 패스파인더들이 지나치게 위축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애들을 일부 합류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수연은 함교와는 공간적으로 분리된 작전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 작전실에서 수행하는 역할 중 하나는 GHSS 컨소시엄과 계약한 하청업체들을 제어하고 그들의 전력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것. 하도급 업체의 사장이나 관리자들을 휘어잡는 데 필요한 카리스마는 경태보다 수연이 더 나은 면이 있었다.
그런 수연이 우리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통제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담백한 사실진술 그 자체일 것이다.
“네가 알아서 결정해라. 탐색 범위와 지침은 내가 상황을 보면서 통보해주겠다.”
「예.」
우리와 계약한 협력업체들은 그래도 다른 곳들보다 적극적으로 의무를 이행하는 편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다른 곳들에 비해 수수료를 아주 적게 떼먹기 때문이다.
수색꾼들의 사기가 눈에 띄게 떨어지자, 조금 전 CTF-W2 참모부는 사기진작을 위해 고래 탐지 보상금의 즉각적인 인상을 통보해왔다.
「이제부터는 탱고 위스키를 한 번 탐지할 때마다 지급하는 보상금을 십만 달러로 늘리고, 접촉을 유지하는 시간 1초당 2천 달러씩을 추가 지급하도록 하겠음. 사망시 보상금은 백만 달러로 인상함. 모든 작전 참가자들이 임무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람. 이상.」
탱고 위스키란 타겟 W, 즉 이번 사냥의 목표물인 고래를 가리키는 음성부호였다.
십만 달러가 개인에게는 큰 금액일지라도, 바다에서의 전쟁이라는 게 원래 2백만 달러짜리 미사일과 4백만 달러짜리 어뢰를 소모품처럼 갈겨대며, 그보다 훨씬 더 비싼 전투함들의 손실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 핵무기 하나를 낭비할 때마다 발생하는 추가손실은 또 어떠한가.
고로 고래 탐지에 사람을 갈아 넣는 비용은 여전히 경제적인 것이었다.
문제는 이 돈이 하도급의 피라미드를 타고 내려가며 토막토막 줄어든다는 점.
심지어 아예 무급으로 헌터를 모집한 정신 나간 업체들도 있었다. 장비를 대여해주고 경력을 쌓게 해준다는 이유를 내세워서.
「세계 정상급 공능법인들과 계약해서 세계 최고액수의 현상금이 걸린 자연각성체 사냥에 참가할 기회가 어디 흔하겠느냐. 이번 일로는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몸값이 뛰면 그게 더 이익이다.」라는 게 그 사기꾼들이 내세운 논리였다.
경태는 이것을 “진한 한국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수연은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이런 사기꾼들을 걸러내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하청의 단계가 3차를 초과하여 내려가지 않도록 유의하고, 일선 헌터들이 나누어받을 보상에 하한선을 설정하며, 협력업체가 고용한 헌터들의 계약조건을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등.
우리- 즉 GHSS 컨소시엄과 계약한 하도급 헌터들의 사기와 활동성이 다른 곳에 비해 높게 유지되는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내 부하들이 합류하고 나면 떨어진 사기를 유의미하게 회복시킬 수 있겠지.
「휘오오오오-」
음향탐지장치(소나)가 고래의 노래를 잡아냈다. 내가 때때로 고래 흉내를 낼 때 모사하곤 하는, 죽은 자식의 이름이 포함된 분노와 그리움의 호곡이었다.
기계가 감지한 노래의 발원지는 예의 그 침몰선이 느리게 가라앉고 있는 지점. 여러 선박들이 탐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보정되는 것이니 기계적 탐지의 정확성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정확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고래의 실제 위치는 그 지점이 아니었다.
침몰하는 선박의 직하(直下)로 깊게 잠수한 고래는 빛이 희미해질 만큼 깊은 심도에 이르러 몸을 크게 뒤집었다. 그러고는 수평적인 이동으로 해당 위치를 벗어난 후, 지향성 음파에 노래를 담아 침몰선을 향해 쏘아 보낸 것이다.
앞서 해저지형을 반사판 겸 증폭관으로 써먹었듯이, 이번엔 가라앉는 배를 노래의 반사판으로 이용한 셈이었다.
위치이동과 지향성 음파 투사까지 걸린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음향탐지에만 의지하면 고래가 여전히 침몰선 주변을 맴도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침몰하는 배에 갇힌 각성능력자들도 선체에 부딪히는 노래를 듣고서 여전히 고래가 자신들의 주변에 있다고 믿는 듯했다. 자력 탈출이 가능한 수준의 능력자들조차 감히 배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울고만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침몰선의 선창에 적재된 크립 밸러스트의 마력장은 생존자들로 하여금 고래의 부재를 깨닫지 못하도록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였다.
침몰 지점을 탐색할 만큼 용기 있는 극소수의 헌터들도 이 마력장에 교란당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어중간한 깊이에서 가라앉고 있는 크립 밸러스트의 마력장은 아주 깊은 심도까지 내려간 고래의 마력장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크립 밸러스트의 존재를 떠올릴 수 있겠으나, 극도의 긴장에 잠식당한 패스파인더들은 아직 그럴 만큼의 냉정함을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아주 빠른 속도로 스쳐가듯 위험 지역을 통과한 후 마력장이 느껴진다는 사실만을 보고할 따름.
나는 미간을 좁혔다.
‘이 고래가 대체 어디까지 계산한 건지 모르겠군.’
고래의 위치를 오판하고 있기는 CTF-W2 임무부대 지휘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나즈마(いなづま)와 사미다레(さみだれ)가 어뢰를 발사한다는 통보입니다! 수효, 총 6기! 화면에 위치가 들어옵니다!”
빈말로도 빠르다고는 못할 의사결정시간을 거쳐 결정된 임무부대의 대응이란, 모선(母船)에서 유선유도로 조종하는 어뢰를 다수 발사하는 것이었다.
임무부대의 통합 정보공유 플랫폼에 올라오는 텍스트들을 훑어보건대, 지휘부는 고래의 행동이 지금껏 누적된 피해를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라 해석하는 중이었다. 또한 고래를 침몰선 주변에서 쫓아내기만 하면 생존자들이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있었다.
생존자들이 전부 각성능력자인 것은 아니고, 각성능력자들이라고 해서 누구나 자력탈출이 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 임무부대 지휘부가 원하는 바는 모두를 구하는 게 아닐 것이다.
유선유도 방식으로 조종하는 어뢰는 로켓에 실어 발사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어뢰의 항주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어뢰, 목적지 도달까지 앞으로 약 4분 40초 남았습니다.”
임무부대가 어뢰를 쏜 것은 정찰과 동시에 탄두의 종류로 공갈을 쳐서 고래를 밀어내기 위함이었다. 유선으로 연결된 어뢰들은 능동·수동 음향탐지 기능을 지닌 수중 정찰드론의 역할을 겸할 수 있고, 고래는 여전히 어뢰의 탄두가 핵인지 아닌지 알아낼 방도가 없다.
비행능력을 보유한 헌터들이 무장여객선 침몰지점 주변으로 지름이 큰 원을 그리며 초계선을 형성한 가운데, 어뢰는 높고 날카로운 탐색 음파(액티브 핑)를 원뿔형으로 쏘아대며 원의 중심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날카로운 음파를 들은 고래는 체내와 신경계에 흐르는 정보의 색채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핵무기의 위력은 적아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고래의 입장에서, 지금 임무부대의 인간들이 하는 짓은 같은 무리에 속한 동족들을 자기와 함께 폭사시키려는 의도로 보일 것이었다.
유선유도 어뢰는 기폭을 안 시키고 그냥 가라앉히는 게 가능하지만, 고래가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있나.
고래는 몹시 놀라고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혹등고래의 사고방식으로는 같은 무리를 이런 식으로 살해한다는 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 모양.
고래가 아는 동족 간의 싸움은 짝짓기 경쟁을 위한 몸통박치기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어뢰, 목적지 도달까지 남은 시간 약 30초!”
깊은 수심에서 머뭇대던 고래가 마침내 행동에 돌입했다. 동족들에게 배신당한 인간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원거리에서 강한 물의 흐름을 빚어 어뢰의 진로를 꺾으려 시도한 것이다. 음파공격을 가하지 않은 건 핵폭발에 대한 우려 때문일 터. 핵이라는 게 그런 식으로 터지는 물건이 아니지만, 고래는 그 원리를 알지 못한다.
강한 물살에 휩쓸린 어뢰의 진로가 수직에 가깝게 꺾이자, 고래는 침몰선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빠르게 나아가 생존자들에게 탈출의 기회를 주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같은 무리로부터 배신당한 인간들에게 일말의 연민이라도 느낀 것처럼. 전투흥분에 뿌리를 둔 충동적인 변덕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2번, 3번, 6번 어뢰! 유도 케이블 단절! 자동유도로 전환되었다는 통보!”
고래가 생존자들을 도와주려고 한 행동이 도리어 생존자들의 죽음을 확정지었다. 강한 격류를 맞아 유선유도용 광섬유 케이블이 떨어져나가면서, 발사된 어뢰의 절반이 자동유도로 전환된 것이다.
탐색 모드로 전환된 어뢰들은 불과 반 바퀴의 원을 그리기도 전에 침몰선을 포착했다. 놓치기엔 너무나도 커다란 표적이었다.
어뢰들이 보이지 않는 실에 당겨지듯 스르륵 궤도를 수정하며 탐색 핑을 발산하자, 다시 한 번 당황한 고래는 침몰선을 향해 다가가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어뢰라는 무기는 알아도 유선유도의 원리까지는 당연히 몰랐겠지.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쿠궁! 쿵! 쿠구궁-!」
어뢰를 발사한 해자대 호위함들은 아직 유선연결이 살아있는 어뢰들로 자동유도 어뢰들을 파괴하려 했다. 그러나 어뢰의 속도가 거기서 거기인지라 시간에 맞출 수가 없었고, 자동유도 어뢰들은 짧은 간격으로 침몰선에 틀어박혔다.
「끼우우웅- 끼기기긱-」
선체가 휘어지고 끊어지면서 내는 금속성의 소음들. 여기에 더해지는 건 물이 세차게 들어차는 소리뿐이다. 생존자들이 지르던 비명이나 선체를 두드려 내던 SOS 신호는 이제 없다.
「꾸궁! 꿍!」
두 번의 폭발이 추가로 발생했다. 어뢰로 어뢰를 요격하려 시도한 탓에 어뢰들 간의 간격이 줄어든 상태에서, 앞선 폭발들의 충격이 그나마 유선유도가 살아있던 어뢰들의 케이블을 끊어먹은 것이다.
세 발 중 두 발은 침몰선의 잔해를 들이받으며 터졌고, 마지막 한 발은 센서가 망가졌는지 직선으로 쭉 항주하여 멀어졌다.
오해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확인사살이었다.
「-」
충격을 받은 듯 침묵을 유지하던 고래는 이내 머리를 다시 틀어 임무부대의 중심을 겨냥했다. 고래의 신경계에선 이제껏 보지 못한 강도의 격렬한 감정들이 타올랐다. 그 색채의 흐름은 처음과는 또 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오해로 점철된 조금 전의 사고로 말미암아, 키요우타마히코는 본연의 증오와 분노만이 아니라 혐오감까지 품게 된 것 같았다.
사람으로 치면 차마 상종도 못 할 쓰레기 집단을 보는 감정에 가깝지 않을는지.
바다의 신으로 불리는 고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