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417화 (417/561)

#43. 고래사냥 (10)

부하들이 납치 현장에 개입하지 않은 건 잘한 결정이었다. 야쿠자들의 배후가 어디까지 닿아있을지 모르는 노릇 아닌가.

물론, 경찰이 야쿠자의 납치를 지원한 것을 무조건 일본정부의 의지로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 지금의 일본에선 온갖 종류의 정부 내 사조직과 비밀결사와 범죄조직들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으니까.

사회의 혼란이 심화되면 인간 세상의 고질적인 질병들이 힘을 얻기 시작한다.

내가 이 혼란을 끝내겠다는 야심가들. 오직 나만이 이 혼란을 끝낼 수 있노라 믿는 독선가들. 이 모든 혼란상을 다 불태워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혁명가들. 울타리를 둘러치고 타인의 배를 갈라 자신의 배를 채우려 드는 범죄자들과, 하는 짓은 비슷할지언정 직접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는 부패한 권력자들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전보다 강성해진 사이비 및 음모론자들을 더하면 오늘날 일본 사회의 암부(暗部)가 완성된다.

다른 나라들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었지만, 고래에게 해상봉쇄를 당한 해양국가만큼 심각한 곳은 드물었다.

야쿠자들 자체도 잡스럽게 취급할 상대는 아니다.

마법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하릴없이 늙어가는 노쇠한 집단에 불과하였으되, 지금은 각성능력자 행동대원의 숫자만으로도 유력한 무력집단이라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늙다리들이라고 해서 원시마법의 축복이 비껴가는 건 아닌 까닭이다.

사회의 일반적인 구성원들에게, 살인은 능력보다는 의지의 문제다. 고로 사람을 죽여 보았거나 사람을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야쿠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음지에서도 서로 다른 중력의 중심(Center of gravity)들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미 기반과 인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했고.

자본력과 조직경영능력이 부족하여 원래부터 야쿠자의 하청 노릇을 하던 한구레(半グレ/일본의 신흥 폭력단)들은 마법의 시대가 돌아오고 나서도 여전히 야쿠자를 중심으로 서열화되어 있었다.

나는 일본 공무원들의 줄다리기를 수연에게 일임하고서 스텔라 포르투나의 지휘통제실로 복귀했다. 추적조가 보내오는 좌표와 화면은 지금도 계속 이동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마츠오라는 인간에게 과연 공들여 신병을 확보할 가치가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 인간이 반드시 쓸 만한 정보를 쥐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렇다고 그냥 눈 감아버리기엔 못내 찜찜함이 남는다. 저 먼 구레에서 스쳐 갔던 인간을 도쿄에서 다시 보게 된 공교로움 때문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직감이라고 해야겠지.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면 당분간 신경이 쓰일 것이다.

어쩌면 야쿠자들은 마츠오를 죽이려고 납치한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적당히 고문이나 좀 해서 교훈을 새겨준 다음 ‘개과천선’을 서약받고 풀어줄 요량일는지도.

그러나 납치 직후부터 마츠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현장지원팀은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자료들을 찾아왔다.

개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마츠오가 자신의 SNS에 남긴 다수의 어두운 멘션들이었다.

「나는 절대로 자살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야반도주(요니게/夜逃げ)를 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만약 죽거나 사라진다면 그것은 절대로 자살이나 자발적 실종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나를 죽이거나 실종 처리한 것입니다.」

「내겐 요즘 아주 많은 살해 협박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거만한 어조로 자신들이 거대한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이 나를 비국민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너무나 괴롭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때도 비슷한 광경을 보았었는데, 그때는 그게 내 일이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나라는 인간은 이제 다 같이 함께 뚜껑을 덮어야 할 더러운 것이 되었다. 내가 사라지면 모두가 기뻐할 뿐이겠지…….」

「나는 더 이상 창문을 갈지 않는다. 갈아도 어차피 다시 깨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시로 날아드는 돌멩이에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추위엔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누가 뭐래도 나는 진정한 애국자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외칠 것이다. 무엇이 일본을 위한 최선인가에 대하여. 부디 누군가는 내 목소리를 기억해주기를.」

내가 알기로 자발적 실종은 일본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자신의 삶에 가해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해, 모든 인간관계로부터 달아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택하는 자들이 많다는 이야기. 이들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업체들마저 존재한다.

그러니 야쿠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람 하나 묻어버리기는 정말로 쉽다. 언론도, 시민사회도 그런 갑작스러운 실종에 익숙한 사회인 까닭이다.

하물며 이 건에 한해서는 경찰마저도 같은 편이지 않은가. 그들은 그저 원래 하던 치안지표의 분식회계에 한 줄의 거짓을 더하기만 하면 된다.

실종시킬 대상이 지역사회 전체에서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는 점도 좋다.

마츠오는 자신이 당하는 이지메를 두고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한창일 때 비슷한 걸 보았다고 했는데, 실로 그러했다. 신상을 캐어 현상수배지를 닮은 전단지를 찍고, 집에 돌을 던지거나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폭행을 가하거나 방화와 살해 협박을 하는 등 「코로나 이지메」에서 보여주었던 양상들이 빠짐없이 되풀이되는 중이었으니.

내가 보니 마츠오를 지지하는 자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성난 다수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했다.

마츠오의 신상은 극우 커뮤니티 다수에 박제되어 있기도 했다. 「고래사냥에 반대하는 바보들의 목록 Ver 1.12」이라는 명단에 사진·이름·주소·전화번호가 기재되어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지메의 본고장답다고 해야 할까. 이상한 구석에서 단합력이 우수하다.

상황을 지켜보던 경태가 제안했다.

“정 뭣하면 그냥 힘으로 들이쳐서 타겟을 확보하시죠. 때로는 단순한 게 최고의 해결책이잖습니까.”

“…….”

“다만, 그 전에 야마구치구미에 한번 거래를 타진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환경단체 관계자의 의뢰로 사람 하나를 찾고 있는데, 혹시 그쪽이 알아봐줄 수는 없겠느냐고. 사례는 쏠쏠하게 하겠다고.”

“저놈들이 어디 소속인 줄 알고?”

도쿄 광역권에서 활동하는 야쿠자 조직은 나름 규모와 전통이 있는 지정폭력단(指定暴力団)만 헤아려도 한둘이 아니다. 이나가와카이(稲川会), 스미요시카이(住吉会), 쿄쿠토카이(極東会), 마츠바카이(松葉会) 등은 아예 도쿄에 본부를 두고 있기도 하고.

모든 야쿠자 조직들이 그렇듯이, 이들 또한 정규 조직원의 숫자보다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정규직 하루살이들의 숫자가 더 많다. 한구레 조직들을 통해 동원하는 촉법소년들까지 계산하면 어느 곳 하나 만 단위 아래로 내려가는 곳이 없을 지경.

경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자기네가 한 짓이 아니어도 수소문을 해줄 순 있겠죠. 야쿠자들과 일본 정계의 밀월관계를 고려할 때 이런 일감을 어느 한 조직이 단독으로 수주했을 확률은 낮고, 밥그릇 경쟁을 하는 사이라도 연락망 정도는 당연히 있을 테니 말입니다.”

“흠.”

“정계와의 밀월관계도 뭐, 말이 밀월이지 주기로 한 돈을 안 주면 화염병을 배송해주는 사이니까 위험부담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값이 만족스러우면 경찰이나 정계의 후원자들에게도 입을 다물겠지요. 떳떳하게 말할 입장도 아니니까요.”

밑져야 본전이었다. 나는 이 녀석의 말대로 연락이나 한번 해보기로 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납치범들을 추적하는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브라츠키 크루그가 연락용 창구로 마그놀리야 골라야를 운영하는 것과 유사하게, 야마구치구미는 모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신주쿠 본부에 연락용 창구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야마구치구미로부터 입질이 온 것은 최초 연락으로부터 대략 사십 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이즈음 납치범들의 차량 행렬은 시나가와구(品川区)의 부두와 가까운 물류창고로 들어간 참이었다.

물류창고 앞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은 밀수품의 저장창고이기도 했고, 마약의 제조시설이기도 했으며,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기 위한 작업실이기도 했다. 철도·선박·트레일러 등으로 언제든 신속한 운송이 가능한 입지선정이 돋보였다.

「무명회사의 관계자가 이런 일로 연락을 해올 줄은 몰랐군. 그쪽은 직위와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겨우 피랍자 하나를 두고 협상하는데 무명회사의 수장이 얼굴을 내미는 건 체급이 맞지 않는 일. 나는 적당한 가명과 거짓 직위를 주워섬겼다.

“로버트 강이오. 강 전무라고 부르시오. 아니면 그냥 강이라고 불러도 좋고. 그쪽은?”

「아시하라라고 부르쇼.」

무성의한 소개가 오가는 동안, 창고 안에서는 무의미한 폭력과 추행이 행해지고 있었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저급한 인생들의 여흥이자 시간낭비다.

이미 연락을 받고서 일부러 일을 미루는 거라면 마츠오에 대한 심문이 이루어져야 한다. 야쿠자들 입장에선 ‘이 새끼가 뭔데 돈을 주고 사가려는 사람이 있나?’ 하는 호기심이 들 테니까. 그러나 창고 안에 있는 깡패들은 당장은 그럴 생각들이 없어 보였다.

통화가 이어졌다.

「그래, 마츠오 카즈오(松尾 一夫)라는 축생을 찾는 고객이 계시다고?」

“그렇소. 클라이언트의 말로는 최근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다고 해서, 당신들에게 한번 문의를 해봐야겠다고 판단했지.”

「거 좋은 판단이기는 한데, 그 고객님은 대체 뭐하는 분이쇼?」

“고객에 관한 정보는 비밀이오. 당신들 입장에서도 쓸데없는 호기심을 채우는 것보다는 사례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소?”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애국심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야. 그쪽이 구입하고 싶어 하는 축생에 대해 알아보니 나쁜 쪽으로 인지도가 좀 있는 조쿠(賊) 새끼더만. 이런 축생을 돈만 보고 풀어주면 우리도 비국민이 되어버리는 거거든.」

조쿠는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고쿠조쿠(国賊/국적)의 줄임말이었다. 반국가적 행위를 하는 자, 천황과 황실을 모독하는 자, 대중에게 반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자를 하나로 묶어 고쿠조쿠라 부른다.

‘애국심이라……. 야쿠자 입에서 별 개소리가 다 나오는군.’

보통 야쿠자도 아니고 야마구치구미의 간부가 애국심을 주워섬긴다는 점이 우습다. 야마구치구미는 대다수 간부들이 부라쿠민 출신이며, 부라쿠민 해방동맹과도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명문이나 자민당, 지역공동체 등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모를까,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는 잘 해봐야 애증의 감정을 품는 게 고작일 터였다.

“요컨대 높으신 분들에게 찍히는 계기가 될까 봐 걱정이라는 말씀이시구려.”

「찍히다니? 이봐요, 강 씨(さん). 말을 가려서 하쇼. 정치하는 양반들과 우리는 대등하게 상생하는 관계란 말요.」

허세는.

「우리는 그저 그치들과 사업상 껄끄러워질 일을 피하고 싶은 거요. 그네들이 우리에게 처리를 맡긴 돼지가 멀쩡히 살아서 다시 꿀꿀거리며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그땐 우리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이거지. 그러니 최소한 그쪽 의뢰인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들어봐야, 이게 나중에 뒤탈이 생길 거래인지 아닌지 감이 잡힐 거 아뇨?」

나는 적당히 뜸을 들이다가 극단주의 환경단체들의 악명을 팔아먹었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까지는 말해줄 수 없어도,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에서 무기밀수·용병업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에코 파시스트 성향의 대부호라고.

「아~아~」

야쿠자는 이해했다는 의미의 탄식을 흘렸다. 그러고는 야쿠자답지 않은 문자를 주워섬겼다.

「소위 리무진 리베라루(リムジンリベラル/Limousine Liberal)라고 부르는 양반들 중에 그런 하-도 구린(ハードグリーン/Hard green)이 꽤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 우리하고는 이제껏 얽힐 일이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얽히게 되는구만. 하긴, 당신네 회사는 그런 인간들하고도 거래를 하고 있었겠지.」

리무진 리버럴은 빈부격차와 환경문제 해결을 역설하면서 리무진을 타고 다니는 위선적인 진보주의자라는 뜻이고, 하드 그린은 에코 파시스트의 유의어다. 어느 쪽이든, 환경주의에 대한 혐오감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근래의 일본에선 방송과 지면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경멸적 표현들이었다.

오죽이나 혐오감이 깊어졌으면, 어느 서점을 가더라도 국제(國際) 코너를 가득 채우고 있던 혐한 서적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에 환경주의를 공격하는 서적들이 들어찼다는 소식이 한국 언론에까지 전해졌을까.

「음, 아무튼, 그런 하-도 구린이 의뢰인이라면 조쿠를 팔아넘기기가 더 찜찜해지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에코 파시스트 이상으로 개연성을 갖춘 허구의 의뢰인은 달리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당신네 회사는 우리의 친구니까, 일단 들어는 보겠수. 그쪽에서 몸값을 얼마를 주겠다고 하우?」

이렇게 통화를 이어가는 사이, 나는 전술 태블릿에 창고 내부의 지도, 타겟의 위치, 적들의 숫자·무장·동선·추정강화계수 및 2차 각성능력, 폐쇄회로의 위치·배선·촬영 각도 등의 정보를 기입했고, 경태 이하의 부하들은 각자의 단말기에 공유되는 정보를 토대로 유사시 치고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보험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다.

창고 안에서는 야쿠자들의 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비로소 마츠오에 대한 심문을 시작한 것이다.

경태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내가 금액을 말하자 야쿠자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오십만 달러라……. 갑자기 시시해지는걸.」

“그걸 당신들과 우리가 나눠먹어야 하오.”

「애걔? 그건 더 시시해지는 이야기로구만. 그쪽이야 VIP 고객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싸구려 허드렛일 좀 할 수 있다고 쳐도, 우리한테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단 말이우.」

“우리 고객의 말을 믿는다면, 그 사람은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온라인상의 지인 하나를 구제하는 데 오십만 달러를 쓰는 거요. 이보다 더 들어간다고 했다간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도 눈살을 찌푸리겠지. 당신들은 그냥 돈만 받는 건데 자존심을 따질 게 뭐요?”

「만약 단순히 뒷친구(裏友/우라토모. 인터넷 친구.)라서 구해주려는 게 아니라면? 알아보니까 이 조쿠 새끼가 해양연구원 출신이던데.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지 않겠수?」

“거기까지는 모르오.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없고. 솔직히 지금 이렇게 통화를 하는 것도 시간이 아깝소.”

「하하하! 어이, 강 씨. 고객관리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수. 그래도 일인데 그렇게 싫은 티를 내면 안 되지.」

이후 아시하라는 몸값 협상을 하는 척 통화를 길게 끌고 가면서 정보를 캐내려는 시도를 끈질기게 반복했다. 물론, 내가 처음 제시한 몸값을 그대로 믿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딱히 중요인물도 아닌 사람 하나의 몸값으로 50만 달러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경제가 파탄 직전인 지금의 일본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적당한 유흥 사업장 하나의 주간 순이익 정도는 되는 것이다.

「근데 말이우, 확인해 보니까 다행히 우리 애들이 그 마츠오라는 축생을 데리고 있다고는 하는데, 축생 본인에게 물어보니 본인은 그런 친구가 없다고 한다는데?」

예상 범위 내의 질문이다. 나는 차분하게 반문했다.

“당신들이 엉뚱한 사람에게 물어본 건 아니고?”

「에헤이, 우리를 뭘로 보고. 사람은 분명히 맞는 사람이올시다. 잼스텍에서 쫓겨난 마츠오라는 연구원이 둘이나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난 모르겠군.”

「흐응?」

“내가 어떻게 고객의 사생활까지 알겠소? 인터넷에서 만난 지인이라 하니, 그 사람에겐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지.”

「친구를 사귈 때 자기가 부자라는 사실을 감추는 부자인가……. 확실히 부자들 중엔 그런 인간들이 종종 있지.」

야쿠자들 입장에선 마츠오가 애초에 진실만을 말했다는 보장도 없다. 에코 파시스트들이 얼마나 독한 인종들인가. 경찰에 협조를 구하기도 곤란한 사안인 만큼, 내가 둘러댄 말들이 못 미덥다 한들 더 추궁할 방법은 없었다.

줄다리기의 끝은 내 양보와 최후통첩이었다.

“오십만 달러에서 우리가 가져갈 몫은 포기하리다. 당신들 말마따나, 이건 고객관리에 의의가 있을 뿐인 싸구려 허드렛일이니.”

「오, 호탕하시군. 역시 무명회사야.」

“다만 결정은 지금 내리시오. 해결이 늦어지면 그만큼 우리 고객의 만족도가 깎여나갈 테니까. 성미 급한 고객이 다른 해결방안을 모색할지도 모르고.”

「다른 해결방안이라면?」

“지금 일본에 과격 환경주의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걸 그쪽도 알고 있지 않소?”

「협박인가?」

“피차 손해 볼 일은 피하자는 거요. 우리는 우리대로 고객의 만족도를 잃고, 그쪽은 그쪽대로 괜히 피곤해질 일이 생기는 수가 있으니까.”

「그 피곤함에 당신들이 일조하는 건 아니고?」

“무의미한 질문을 하시는군. 내가 안 그러겠다고 하면 믿을 거요?”

「흐.」

나는 서늘하게 웃는 아시하라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에게는 당신네 조직과의 거래관계 자체가 하나의 자산이라는 사실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요. 그 자산을 담보 삼아 보증하리다. 그 마츠오라는 인간은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리라고.”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오쿠노시마(大久野島)의 화학무기 채굴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야마구치구미와의 관계를 폐기처분한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잠수정들을 위한 중계지점 및 피항지들을 유지할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그간 부단히 개선과 개량을 거듭해온 잠수정들은 항해성능 및 적재량, 장기 잠항능력이 크게 향상된 상태이니, 중계거점들의 상실이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대안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야마구치구미는 내가 무엇 때문에 중계거점들을 빌렸는지조차도 모르는 채다. 그러한 거점들에 내가 지불한 값만큼의 가치가 있으리라 짐작하는 게 전부겠지.

그러니 아시하라는 내가 제시한 담보물의 보증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사실 이런 걸로 길게 흥정하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지. 오-케. 상품을 수령할 장소를 말씀하시우. 깔끔하게 포장해서 배달해드리겠수.」

아시하라는 거래를 받아들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