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헤드헌팅 (7)
처음에 돼지사냥을 방해했던 응사(鷹師/팰커너)들은 당연하게도 그들 단독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훼방꾼들의 주력은 따로 있었으되, 돼지가 너무 빨리 잡혀버리는 바람에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을 따름.
경태의 말처럼, 백악관 미치광이에게 군사개입 명분을 줄 요량이 아니고서야 직접적인 공격이나 방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돼지에 대한 추적과 몰이사냥이 수십 킬로미터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도중에 ‘사냥터가 겹치는’ 정도는 얼마든지 일어날 법한 사건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오인사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양측 엽사집단 모두가 사격을 중지하는 것이 관례다.
때문에 고위험 수렵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통합 지리정보 서비스엔 사용자의 활동정보를 공유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원한다면, 합법적인 엽사집단들이 활동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충돌이나 마찰을 방지할 수 있도록.
라이언 닐슨은 사냥이 끝난 후의 통화에서 씁쓸하게 말했다.
「우리가 사냥을 끝내자 그 주변에서 함께 사냥을 끝낸 수렵기업의 숫자가 무려 다섯 개나 됩니다. 다섯 곳 모두 설립일자가 한 달 이내로 되어있더군요. 사냥이 길어졌다면 「더턴 의용 경기병대」 같은 놈들과 여러 번 마주쳐야 했겠지요.」
라이언의 씁쓸함은 비단 방해꾼들의 존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존의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엘 세르도타도는 인간을 사냥할 때 주로 어린아이들을 노렸습니다. 성인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사냥감이었고, 쇠 냄새를 풍기는 사냥꾼들은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지요.」
금속과 화약 냄새를 기피하는 건 식인동물(Man-eater)로 분류되는 각성체들의 공통적인 행동양식이다. 다른 식인동물들과 엘 세르도타도 사이엔 원한과 적극성의 차이가 있었을 뿐.
「그러나 이번 사냥에서 놈의 행동은 달랐습니다……. 영상을 보니 우리의 냄새를 맡자마자 곧바로 거친 공격성을 드러냈어요. 미끼를 만들겠답시고 매시간 옷을 갈아입어가며 한나절 내내 트레드밀 위를 달릴 때만 해도 설마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당신의 그 ‘찜찜함’이 옳았던 모양입니다.」
“혹시 유감을 느끼십니까?”
「조금은 그렇습니다. 그날, 상처 입은 돼지를 끝까지 뒤쫓아서 죽였더라면 여러 아이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군요.」
라이언이 말하는 그날은 내가 사냥꾼 여단의 멧돼지 사냥 투어를 이용했던 날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 손을 잡고 나서도 여전히 상당한 건전함을 간직하고 있는 경영인에게 영리적인 위로를 돌려주었다.
“무의미한 후회입니다. 우리가 그때 돼지를 죽이는 데 전념했다면, 더턴 의용 경기병대의 사냥꾼들을 구조하는 건 포기해야 했겠지요.”
「몰염치한 더턴 녀석들의 목숨보다는 아이들의 목숨이 더 중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결과론적인 이야기라는 건 본인이 더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그들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당신은 당신을 따르는 전우들도 구하지 못하지 않았겠습니까? 내가 당신에게 투자를 하기로 한 계기, 그리고 당신네 여단이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그들을 구조해준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으음…….」
“이 지저분한 판에서, 그나마 당신네 여단이라도 사람들을 돕는 쪽으로 힘을 쓸 수 있음을 다행으로 아십시오.”
「……맞는 말씀이군요.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땐 언제나 개안을 하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라이언과의 통화를 마무리하며 추가적인 투자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라이언이 보는 나는 그저 찜찜함을 해결하기 위해 천사백만 달러를 쓰는 투자자이니, 라이언으로서도 사양할 이유가 없는 이야기였다.
불알을 딴 돼지 사체는 급속냉동으로 얼려 멕시코 북부의 주요 피해지역을 순회했다. 조리돌림의 주체는 LCJ와 그 모체인 팔랑헤 데 후앙(후앙의 군대)이었다. 라이언의 자발적인 호의가 가능케 한 일. 부산물의 신선함을 중시하는 보통의 헌터들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협조였다.
멕시코 언론들도 이 특종을 놓칠 수 없었는지 하루 종일 LCJ가 제공한 사냥 영상을 송출했다. 이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이 지역에서 페루쵸의 정당이 얻을 지지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10월 3일. 나는 푸에르토 바야르타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항구는 전보다 평화롭고 번화한 도시가 되어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호텔이 모여 있는 관광특구(Zona Hotelera) 동쪽에 들어선 화력발전소와 여러 공장들이었다. 공장이라고는 해도 공해를 배출하는 종류는 아닌지라, 타격을 입었다고는 해도 도시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업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도시를 찾은 관광객들은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의 비중이 높았다. 준 내전 상태나 마찬가지인 멕시코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온 부자들이었다.
일주일 후면 인종의 날(Día de la Raza)인지라, 거리 곳곳에선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원래는 신대륙의 발견자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날이었던 것을, 이제는 침략당한 자들의 인종과 문화를 기념하는 날로 바꾸어놓았다. 신대륙은 ‘발견된 것’이 아니며,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의 땅이었다는 이유로.
거리에 걸린 현수막들은 이 도시가 팔랑헤 데 후앙의 본거지임을 실감케 했다.
「부패한 멕시코의 희망! 새로운 멕시코를 위하여!」
이런 문구의 뒤엔 흑백의 음영으로 인쇄된 페루쵸의 낯짝이 있었다. 인근 광장에서는 내 위장한 모습과도 비슷하지 않은 후앙의 흉상이 세워져있기도 했다. 흉상 아래의 동판엔 후앙의 이름 앞에 이상한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내 일행을 맞이한 마르띠네즈 제독의 부하들은 도시 곳곳으로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보여주는 데 정성을 쏟았다. 국가나 기업 등의 이익 집단이 외부에서 온 VIP를 맞이하는 고전적인 방식이었다.
제독 본인은 화력발전소 내의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전소의 내부와 외부 양방향으로 창을 낸 사무실에선 보일러와 발전기를 포함한 내부 설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발전소 안에서 일하는 발화능력자들 역시도.
제트바이크를 그냥저냥 띄울 수 있는 수준의 발화능력자 40여 명은 5백 메가와트 급 발전기를 돌리는 데 충분한 화력을 제공했다. 이 도시 전체가 쓰고도 남을 전력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제독은 담담하게 오랜만이라는 인사말을 건넨 후 이런 질문을 던졌다.
“도시는 잘 둘러보고 오셨소?”
“예.”
“어땠소?”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더군요.”
“당신 덕분이오, 엘 무니.”
“그게 왜 내 덕분이겠습니까. 제독님 당신께서 힘을 쓰신 덕분이지.”
“틀렸소. 당신과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쓸 힘 자체가 없었을 거요.”
나를 바라보는 제독의 시선과 감정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예전엔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아야 하는 잠재적인 위험인물을 보는 시선이었다면, 지금은 신용이 쌓인 사업상의 파트너를 보는 눈길이다.
제독이 이어서 말했다.
“이 도시는 두 사람의 이방인에게 신세를 졌소. 한 사람은 후앙이라는 정체불명의 한국인 사업가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지.”
“…….”
“‘선한 사람(El Bueno)’ 후앙의 죽음은 관성과 체념 속에서 살아가던 시민들을 분노로 단결케 했고, 또 페드로 산토스 산체스라는 평범한 항만 공무원이 개혁파 정치인 페루쵸로 거듭날 기반을 만들어줬소.”
위장신분의 행적이긴 해도, 후앙의 흉상 동판에서 봤던 이상한 수식어가 제독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조금 떨떠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후앙보다는 당신이 이 도시에 더 많은 것을 주었다고 보오.”
“그건 어째서입니까?”
“이 나라엔 예전에도 아주 많은 페루쵸들이 있었소. 하지만 그들은 모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전에 죽어버렸지. 몸이 죽든, 마음이 꺾이든. 그나마 전자라면 퍼지는 절망이 적은데, 숫자가 많은 쪽은 후자였지. 더러운 것들에게 물들어 독이 든 열매를 맺은 변절자들.”
“변화의 싹은 의외로 흔하게 텄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소. 이 나라에선 싹을 틔우는 것보다 중요한 게 약탈자들로부터 그 싹을 보호하는 일, 그리고 충분한 물과 양분을 공급하여 열매를 맺도록 해주는 일이오. 당신은 내게 그럴 수 있는 힘을 줬고.”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만, 나는 당신과 거래를 했을 뿐입니다.”
“거래는 거래이되, 나 같은 신참자를 상대로는 매우 관대한 조건의 거래였잖소.”
신참자는 내가 제독과 처음 만났던 날 제독의 주제를 일깨워주고자 사용했던 표현이었다.
“밀수시장이 돌아가는 사정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엘 무니 그대가 내게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터준 것인지 깨닫게 되더구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오만, 솔직히 많이 뜻밖이었소.”
“무엇이 말입니까?”
“난 그대가 나를 당연히 등쳐먹었을 거라 생각했거든.”
제독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다못해 동네 시장을 가더라도 물정을 모르면 바가지를 쓰는 법인데, 하물며 법도 규제도 없는 밀수시장에서 풋내기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정직한 상인이 있다니, 이 어찌 행운이 아니겠소? 게다가 그대가 이 도시의 형편을 봐주었던 일은 또 몇 번이고.”
제독이 느낀 놀라움은 내가 의도한 그대로의 결과였다.
처음부터 꾸준히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해주어, 제독이 시장의 형편에 밝아졌을 때 자연스럽게 이쪽의 성의를 깨닫게 만드는 게 당초의 계획이었으니까.
나는 전과 확대를 위한 차분함을 담아 답했다.
“나는 상인으로서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내 모든 거래는 장기적이고도 견실한 이익을 추구하지요. 그런 거래관계를 만드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 바로 거래 당사자들 간의 합리적인 이익 분배입니다. 요컨대-”
“요컨대?”
“나는 그냥 내 원칙대로 한 겁니다.”
제독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그대의 암상인답지 않은 영향력이 이해가 갈 것도 같구려.”
화제는 자연스럽게 돼지사냥으로 넘어갔다.
“도와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솔직히 놀랐소. 그 골치 아픈 돼지가 사냥을 개시한 당일에 잡혔다는 말을 들었을 땐 더욱 놀랐지. 나와 팔랑헤 데 후앙에 갑자기 이런 선물을 준 이유가 뭐요? 그대가 이유 없는 호의를 베풀진 않을 텐데.”
“그걸 말하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오.”
“제독께서 전역 내지는 퇴역을 준비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사실입니까?”
“그게 그대가 원하는 바와 관련이 있소?”
“대답에 따라서는 그렇습니다.”
“흠. 그대가 보기엔 어떤 것 같소? 그대에게도 이 항구에 깔아놓은 눈과 귀들이 있을 게 아니오?”
“눈과 귀가 없어도 오늘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태도를 보면 짐작이 갑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니, 당신의 입으로 확답을 들어야겠습니다.”
“태도? 내 태도에서 그렇게 티가 났소?”
“그럼 티가 안 났다고 생각하십니까?”
“허…….”
나와 맺어온 관계를 회고하며 솔직한 감사를 표하는 제독의 모습에선 내려놓고 물러나려는 자 특유의 허허로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신경계의 신호와 화학적 변화를 읽는 눈이 내 짐작을 뒷받침했다.
마르띠네즈 제독은 숨을 한 번 길게 고르고서 내 짐작을 긍정했다.
“사실이오. 조만간 현역에서 물러날 계획이지.”
“어째서입니까?”
“……그대가 상대이니 솔직히 말씀드리리다. 외부적인 사정과 내부적인 사정이 각각 하나씩 있소.”
이어지는 설명은 정치적인 내막을 담고 있었다.
외부적인 사정은 경쟁 정당들의 공격이었다. 마르띠네즈 제독과 페루쵸의 밀월관계를 두고, 해군의 특정 계파가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여 정계 장악을 도모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연방경찰과 육군이 비슷한 짓을 벌인 전례가 있는 나라라, 이런 쪽으로의 문제 제기가 잘 먹힐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고.
내부적인 사정은 팔랑헤 데 후앙 내의 계파 갈등이었다.
제독은 떫은 표정으로 말했다.
“내겐 페루쵸 당수와 권위를 다툴 마음이 없는데, 아래에 있는 당원들이 노선갈등이나 이권다툼을 벌일 때마다 나를 끌어들이려는 일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소. 왕과 귀족들이 있었던 시절, 내전이 벌어진 왕국에서 자의와 무관하게 반군 수괴로 추대당하곤 했던 유력자들의 고충이 이런 것이었나 싶을 지경이오.”
“알 만하군요.”
외부적인 사정과 내부적인 사정은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에 딱 좋았다.
“여하간, 그래서 용퇴를 결정하셨다…….”
“그렇소. 내가 물러나더라도 무기나 인력 공급은 그대로 유지될 거요. 내 부관이 내 자리와 권한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테니까.”
마르띠네즈 제독은 소장으로 진급한 이후에도 보직이 그대로였다. 제독의 입장에서도 이런 위험한 시국에 자기세력을 구축해놓은 본거지를 떠나는 게 조심스럽고, 중앙의 입장에서도 아웃사이더에게 요직을 내주기가 아까우니, 어떤 의미로는 양자가 만족하는 타협점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명예로운 용퇴는 제독에게 무형의 힘을 실어줄 터. 수연 녀석이 예상했던 것처럼, 이런 종류의 힘은 추후 제독이 대권에 도전할 밑바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 돼지를 좋을 때 잡은 셈이군요.”
“좋을 때 잡았다?”
“예. 내가 이걸 제독 당신이 힘쓴 결과로 포장해주면, 당신은 마지막까지 당을 위해 남다른 헌신을 하고 떠나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이후 당신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당신의 존재감이 쇠하거나 당신의 용퇴를 겁쟁이의 도주라고 폄하하는 인간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요. 적어도 한동안은 말입니다.”
정치인을 꿈꾸는 자는 대중들 사이에서의 인지도와 존재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런 맥락에서도 돼지가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고.
제독은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한동안 자리를 비우더라도, 라……. 역시 공짜 선물은 아니었구려.”
“새로운 거래를 성립시키기 위한 사전투자, 혹은 우호적 환경 조성이라고 해두지요. 당신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겁니다.”
“싸우기 전에 이기는 지휘관을 지향하시는군. 일단 무슨 제안인지부터 들어보겠소.”
나는 의도적으로 한 호흡을 쉬고서 말을 이었다.
“제독. 당신의 각오는 예전 그대로입니까?”
“각오라니? 어떤 각오 말이오?”
“부하들에 대한 책임과 국민을 보호할 의무. 이것들을 위해서라면, 멕시코 이외의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든 내 알 바 아니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때의 그 마음이 아직도 그대로인지를 묻는 겁니다.”
“……물론이오. 처음 거래를 틀 때 그대가 했던 말처럼, 내가 그대에게 팔아넘긴 무기들은 이 세상 어디선가 사람을 죽이는 데 쓰였겠지.”
제독은 숨을 깊게 들이쉰 후 말을 맺었다.
“나는 그 사실을 한시도 망각한 적이 없소.”
“그렇다면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마침내 영입제안을 꺼내었다.
“비세 알미란떼 마르띠네즈. 내 회사의 군사고문이 되어 해군인력 육성 및 해상전략 컨설팅 업무를 총괄해주십시오. 당신이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나는 그 성과에 따라 이 항구와 팔랑헤 데 후앙에 또 다른 힘을 실어주겠습니다.”
“또 다른 힘이라면, 구체적으로 뭐요?”
“워낙 범위가 넓어서 이거다 하고 말씀드리기가 곤란하군요. 우선은 당신이 1년간의 고문 위촉에 동의하는 것만으로도 천만 달러를 지급하겠다…… 라고 해두지요.”
“……천만 달러라. 씀씀이가 상당하시구려.”
“말씀드렸다시피 성과급은 별도입니다. 돈일 수도 있고, 당신과 팔랑헤 데 후앙의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줄 식량이나 천연자원의 밀수일 수도 있지요.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속는 셈 치고 1년간 시험 삼아 일을 해볼 만하지 않습니까?”
“식량과 천연자원의 밀수?”
“그 규모를 보면 분명히 놀랄 거라고 장담하지요.”
“음…….”
제독은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이 길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