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홀로 벗어난 자의 애도 (11)
기사단원들이 차례차례 무너진 후, 나는 기다려도 의식을 완전히 잃지는 않을 것 같은 놈들을 골라 경태에게 알려주었다. 경태는 무력화한 청음초에서 노획한 화기로 그들을 겨냥했다.
두둑! 두두둑!
소음기를 대신하여 전개된 염동력에 걸러져 둔중하게 줄어든 총성.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악마숭배자들의 사지에서 핏물이 터져 나온다. 치명적이지는 않은, 그러나 과다출혈로 의식소실을 가속화하기엔 충분한 총상들이었다.
각각의 명중탄은 흐트러진 탄착군 속에 한 발씩 끼워 넣어, 총상과 흔적만으로는 조준사격을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장이 완전히 정리되었을 때, 쓰러진 놈들의 총을 가지고 적당히 탄창을 비운 후 다시 쓰러진 놈들의 손에 되돌려놓으면 완벽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몇몇 기사단원들이 환각 상태에서 난사를 가한 흔적의 완성이다.
쓰러진 놈들의 뇌파를 유심히 관찰하던 나는, 모든 뇌파가 안전한 영역에 진입한 시점에서 신호를 주었다.
“클리어.”
지금부터 대략 사오십 분 정도는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좀비들과는 별개의 경로로 현장에 진입했다. 떠날 때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서.
“으으…….”
쓰러져있는 악마숭배자들 가운데 하나가 만취한 주정뱅이 같은 신음소리를 흘린다. 탁 풀려 초점을 잃은 동공은 의식의 상태를 보여주는 창문과도 같았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는 잘 위장된 벙커의 출입구처럼 꾸며져 있었다. 입구를 덮고 있던 위장망은 내부의 무장인원들이 나오면서 치워놓았다. 라일라는 나와 나란히 서서 입구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야?”
“그래.”
“……냄새가 좋지 않네.”
라일라의 말처럼, 멀지 않은 환기구나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냄새는 독하면서도 무거운 것이었다. 이 냄새를 맡는 라일라는 긴장과 불안의 색채로 물들었다. 손가락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아 적신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건넸다.
“네가 반드시 들어가 볼 필요는 없다. 나는 추적과 침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너를 데려온 것이니까. 콜레로의 뱀이었던 네게는 다소 불쾌한 경험이 될 것 같군.”
침묵하던 라일라는 머리를 느리게 흔들었다.
“아니야. 나도 봐야겠어.”
“그런가.”
“응.”
“알았다. 내가 앞장서지.”
“안에 뭐가 있는지 보여?”
“지금은 보인다. 거리가 가까워졌으니까.”
내 답을 들은 라일라는 깊은 심호흡을 했다. 지하의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네가 들어가 볼 필요는 없다.”고 했음을 알았으니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겠지.
“위험은 없어?”
“없다.”
“그럼…… 혹시, 손을 잡아도 괜찮을까?”
나는 한쪽 손을 내밀었다. 라일라는 내 손을 꼭 쥐고서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열자 악취가 한층 더 진해진다. 내 손을 잡는 라일라의 힘이 순간적으로 강해졌다. 나는 부하들에게 경계를 취하도록 지시해놓고 조용한 지하로 진입했다.
각성능력자들이 구축한 거점답게 지하의 시설은 평범한 토굴 수준이 아니었다. 지표를 뒤덮은 균사 연결체 아래, 포플러 군체의 뿌리보다 더 깊게 들어가는 계단은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도 여백이 넉넉했다. 깔끔하게 고정된 전기배선과 밝은 조명은 안쪽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어울리지 않아 위화감을 자아냈다.
조명과 환기설비의 동력원은 모 전기자동차업체가 주택용으로 판매하는 배터리 팩들이었다. 방전능력자가 주기적으로 충전해주기만 하면 언제까지고 깨끗한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틱-!
계단을 내려가던 내 발 아래에서 작은 금속성의 소음이 났다. 발판 아래 숨겨진 트랩의 트리거가 눌리는 소리였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던 라일라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웨인!”
나를 벽으로 밀치고 몸으로 덮는 라일라.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라?”
눈을 깜박이는 라일라에게, 나는 검지로 내 눈 언저리를 톡톡 두드려보였다. 라일라는 “아.”하는 탄성을 흘리고는 조금 민망한 기색으로 몸을 되돌렸다.
“미안.”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앞서 위험이 없다고 했던 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으로 위험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 지하거점엔 다수의 트랩이 설치되어있었다. 활성화 여부를 원격으로 제어 가능한 장치들이.
그러나 어떤 트랩이든 뇌관의 발화만 막으면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조금 전의 트랩은 일부러 밟은 것이었다. 라일라가 어찌 반응하는가를 보기 위하여. 결과는 매우 흡족했다. 나는 라일라의 손을 잡고 인도하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계단 다음엔 복도가 나타났다. 기사단원들의 공간은 악취를 차단하기 위한 문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식당, 회의실, 수면실과 지휘통신실 등. 내부에 감시카메라가 없는 건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수상한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별도의 통로를 뚫어야 했을 테고, 현 상황에 대한 라일라의 몰입을 심화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냄새는 점점 더 진해졌다.
나는 복도의 끝에 있는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서 위장을 풀고 들어가지.”
“위장? 내 얼굴?”
“그래. 네 자매가 너를 이 숲에 배치된 다른 자매로 오인하게끔.”
내 말을 들은 라일라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그러곤 내가 「생명」을 응용하여 변형시켜놓은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나는 그 손을 가만히 밀어낸 후 위장을 푸는 작업에 들어갔다. 라일라는 제 얼굴을 얌전히 내게 맡긴 채로 물었다.
“안에 있는 자매는 몇 명이야?”
“한 명.”
“깨어있어?”
“일단은 그렇다.”
“일단? 번호가 몇 번인데?”
“1077번. 혹시 아는 사이인가?”
“……아니. 처음 듣는 번호야. 내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건, 그 자매의 상태가 많이 안 좋다는 뜻이지? 기억에 혼선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맞다.”
안면위장을 되돌리는 건 금방이었다. 그레이스와 완전히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라일라는, 그러나 그레이스가 오래 전에 짓는 법을 잊었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라일라를 놓아준 나는 따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문을 열어버렸다.
“아……!”
눈을 크게 뜬 라일라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지하거점의 마지막 방은 넓이가 제법 넓은 장방형의 공간이었다.
거점의 다른 공간들은 내장(內粧)이랄 게 거의 없다시피 했으나, 이곳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거꾸로 걸린 십자고상, 십자고상 아래의 불경스러운 석조 제대, 제대와 제대 주변에 어지러이 놓인 촛대들, 그리고 벽을 메운 다양한 부조들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신을 모독하는 건 그레이스가 즐겨 하는 일이자 그레이스 합류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칠각기사단의 정체성이다.
또한 종교적 믿음으로 뭉친 집단인 칠각기사단에겐 그들 나름의 성소(聖所)가 필요하기도 했다. 교주이자 악마의 화신인 그레이스에게 기도를 올리기 위한 장소가.
요컨대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공간은 기본적으로 악마숭배자들의 예배당 같은 것이었다.
그레이스-1077은 제대 앞에 기도를 하는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원탁의 파멸을 기원한다는 점에선 실제로도 기도에 가까운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일라가 아연하게 중얼거렸다.
“저건…… 뭐야?”
“균사 연결체로군.”
제대 근처의 천장과 벽을 뚫고 들어온 무수한 균사 연결체(리조모프)의 다발은 모두 제대 앞으로 모여 1077을 뒤덮고 있었다. 1077의 몸에서 수천수만 가닥의 검은 혈관들이 뻗어 나와 방사형으로 펼쳐진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광경이다. 균사 연결체의 가닥들 중엔 그레이스 복제체의 몸을 파고든 것도 많았다.
1077의 정맥엔 인퓨전 펌프와 연결된 주삿바늘이 꽂혀있었다. 튜브를 통해 들어가는 것은 내가 라일라를 331의 몸에 이식할 때 썼던 것과 같은 비경구 영양용액.
그 외에 장루(인공항문)를 내어 연결한 관과 방광에 꽂아놓은 관이 하나씩 존재했다. 배변주머니와 소변주머니만 주기적으로 갈아주면 화장실에 갈 필요도 없다. 전신에 균사 연결체가 얽혀있으니 혼자만의 힘으로는 움직이기조차 어렵다.
한마디로, 마녀는 제 딸을 「접신」 전용 생체기계로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아마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버섯 교회의 사제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력한 접신이 반복되면서, 균사 연결체가 자연스레 이 지하예배당으로 이끌려 들어왔겠지.
물리적인 접촉으로 침식을 수월하게 하면서도, 접신을 행하는 술자가 거대 균사체의 마력장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 그레이스는 적절한 입지선정과 계획 설계를 통해 그러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라일라에겐 이 모든 것들을 헤아릴 지식과 머리가 있었다.
“가지.”
나는 라일라를 제대 앞으로 이끌었다.
버석-
균사 연결체 다발들이 작게 부대끼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은 1077이 균사의 그물 안에서 몸을 움직여 미세한 흔들림을 자아냈다. 이 정도가 1077에게 주어진 운신의 한계였다. 연결체 줄기가 살을 파고든 자리마다 조금씩 핏물이 배어난다.
그래도 목 위로는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었다. 균사 다발들이 머리까지 뒤덮도록 내버려두었다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나 호흡조차 어려워지는 수가 있으니까. 거대 균사 각성체들의 ‘온화함’은 연결체 다발을 조금씩 가지치기하듯 잘라내는 정도로는 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자른 게 언제인지는 몰라도, 연결체 다발의 말단은 1077의 턱밑까지 기어오른 상태였다. 자세히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미세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아마 접신이 행해지는 동안에는 성장 속도가 빨라질 터.
1077의 호흡은 가늘었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와 홀쭉하게 들어간 볼은 라일라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주었다.
몸에서는 악취가 났다. 배설물이야 따로 빼내서 해결하고 있지만, 균사 연결체에 뒤덮인 몸을 꼼꼼하게 세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몸보다는 덜할지언정 이 공간 자체에도 악취가 배어있다. 내 예상을 조금 상회하는 강도였다.
우리가 제대 옆에 서자, 1077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흐린 눈동자를 굴려 우리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말라서 갈라진 입술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쉬는 시간은…… 벌써 끝인가……?”
라일라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마 자기가 콜레로의 뱀이었던 시절이 강하게 떠오르고 있을 것이었다.
나 또한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1077은 이쪽의 침묵을 알아서 해석하고는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네……. 너무 짧은데……. 나, 아직…… 잠깐 눈을 붙이지도 못했어…….”
라일라의 눈길이 1077에게 못박혀있는 사이, 나는 제대 근처 봉독대에 놓여있는 파일들을 살펴보았다. 각각의 파일 라벨엔 실험에 투입된 복제체의 번호로 보이는 로마숫자가 적혀있었으며, 가장 위에 있는 파일의 번호는 1077에 해당하는 「MLXXVII」였다.
나는 MLXXVII 파일의 최신 페이지에서 내가 이곳으로 추적해오는 과정에 감지했던 접신과 침식파동의 기록을 찾아냈다.
‘26/09/21. 0200. 라운위사(Rounwytha) MLXXVII의 46회차 고행성사(苦行聖事) 기록…….’
칠각기사단의 전통적인 믿음에서, 마직(Magick)이 다루는 힘의 근원은 물질세계의 저편에 존재하는 정신과 불가해(Empathy and acausal)의 영역이다. 라운위사는 바로 그러한 영역에 닿아있는 마법사에게 주어지는 칭호였다.
하여 그레이스의 칭호가 로드(Lord) 라운위사이고, 마녀의 딸들은 모두 라운위사로 통한다. 뒤쪽은 라일라가 알려준 것이었다.
파일의 내용은 주로 접신과 침식을 개선하는 방안과 ‘메아리’를 남기는 작업의 진척도에 관한 것이었다. 마법사가 소모품처럼 투입된 실험의 기록은, 멀리 있는 마녀의 지시와 지혜가 더해져, 내게 굉장히 많은 영감을 선사했다.
MLXXVII 이외의 다른 파일들은 이미 선종(善終)한 라운위사들의 기록이었다.
나는 제대 안쪽에 저장된 유골들을 눈에 담았다. 두개골의 수는 도합 아홉 개였다.
요즘이야 그런 일이 드물어졌지만, 과거 가톨릭과 성공회의 제대엔 성인의 유해를 안치하는 풍습이 있었다. 악마숭배자들이 복제체들의 유골을 제대에 넣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라일라는 1077에게 쉬는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다고 말해주었다. 눈을 느리게 깜박거리던 1077이 라일라에게 물었다.
“그럼 너는…… 언니(Elder)야? 상황을 보러 온?”
라일라에게 들은 바, 복제체들 사이에서 말하는 언니(엘더 시스터)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자매가 아닌, 독전관 역할을 수행하는 ‘보다 중요한’ 자매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라일라는 침을 한 번 삼키고서 부정했다.
“아니.”
“그럼…… 이 일을 함께하러…… 왔나 보네…….”
“아직은 몰라.”
“그렇게 될 거야……. 뭐, 차라리 다행이지…….”
“다행?”
“그래……. 이러고 있으면, 의외로, 두려움이 걷히고, 마음이 편해지거든……. 아프고 힘들기는 해도, 통증은 약을 맞으면 줄어들고…… 다른 두려운 걱정거리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
“나는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들보다, 이미 죽, 은 지 오랜 자들이 더 복되다, 하였으며……, 그러나 그들, 모두보다, 태어난 적, 이 없는 이…… 그리하여, 태양 아래 범해진, 사, 사, 사악한, 일들을, 보지 못한 이가, 더, 복되다 하였노라…….”
1077이 풀린 눈으로 외운 것은 성경 전도서의 4장에 수록된 구절이었다.
자신이 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범죄자는 거의 없다. 칠각기사단의 악마숭배자들은 자신들이 행하는 것을 악이라고 믿지 않으며, 그레이스가 가르치는 사악은 모두 원탁이나 원탁에서 비롯된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일 뿐 일반적인 선악 관념과는 겹치는 부분이 없다.
그레이스 복제체들에겐 어머니를 위하는 것이 선이고 어머니를 해하는 것이 악이다.
따라서, 1077이 전도서 4장을 암송한 것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으리라는 한탄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의 피난처는…… 어머니 슬하의 기사단이, 유일하고…… 바깥으로 나가면…… 원탁의 짐승, 들과, 어머니의 징벌이, 기다리니…… 우리가 안식을 얻을 길은…… 오직 둘뿐…….”
“원탁을 무너뜨리는 것. 아니면 어머니의 뜻에 순명하여 가족을 위해 죽는 것.”
“그렇지……. 하지만 원탁은…… 너무 멀어…….”
순명(順命)은 다분히 종교적인 개념이자 의무이다. 원탁의 마스터들은 추종자들을 관리함에 있어서 순종에 관한 성경의 구절을 요긴하게 차용했다. 원탁을 등지기 전의 내 스승새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가 하느님의 아들이시되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하게 되셨은즉, 자기에게 순종하는 모든 이들에게 구원의 근원이 되셨음이라.’
1077과 라일라의 대화는 그레이스가 자식들의 세계관을 어떻게 굳히고 어떻게 세뇌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원탁이 너무 멀다는 말은 약과 피로에 취해 흐트러진 언어처럼 들렸으나, 그 이면에 깔린 정서를 이해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괜찮다면…… 진통제를 놔주지 않을래……? 아까 맞긴 했는데…… 더 맞고 싶거든……. 더 맞아도…… 내 일을 하는 데엔 지장이 없을 거야…….”
자매의 부탁을 받은 라일라는 도움을 구하는 아이처럼 나를 응시했다. 근처에 악마숭배자들이 구비해놓은 주사기와 마약성 진통제들이 있었으나, 이것들은 손을 대어선 안 되었다.
대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펜타닐 극소량을 갈아 1077의 혀 아래에 넣어주었다.
“아, 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1077은 몽롱한 신음을 흘리며 눈썹을 바르르 떨었다.
차이나 화이트가 선사하는 일시적인 안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