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394화 (394/561)

#41. 홀로 벗어난 자의 애도 (10)

각각의 청음초엔 장비가 좋은 무장인력들이 2인 1조로 배치되어 있었다. 발자국들을 보건대 일정 시간마다 교대근무를 하는 모양이다.

황금기의 눈에 비치는 이들의 마력회로는 완성도가 상당한 동시에 틀로 찍어낸 것처럼 구조가 유사했다. 대마법사에 의한 인위적인 각성의 흔적이다.

흡음결계를 빈틈없이 펼치기엔 사정과 환경이 여의치 않아, 나는 부하들에게 침묵 신호를 보낸 후 경계인원들의 회로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리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칠각기사단의 회로 특성과 대조해보았다.

마스터 로더필드를 상대할 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칠각기사단 전투단 중엔 그레이스가 친히 육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정예 각성능력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개개인의 필체가 다 다르듯이, 하수인들의 회로는 그 회로를 열어준 대마법사의 서명과도 같다. 대마법사마다 중점을 두는 요소가 다르고, 그에 따른 설계의 차이가 존재하며, 회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대마법사 개개인의 개성이 반영되는 까닭이다.

짧은 감정(鑑定) 끝에, 나는 경계인원들의 소속이 칠각기사단임을 확신했다.

‘운이 좋군.’

탐색 1일차에 바로 악마숭배자들을 발견하다니.

균사 연결체의 분포가 내 가시거리를 줄여 아직 의식의 터가 눈에 들어오는 건 아니었으나, 너절한 방계 따위가 아닌 영국 본토의 악마숭배자들이 이 숲에 와있다는 건 그 자체로 내가 찾는 제단의 존재를 역설하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하나하나의 청음초엔 복수의 집음기가 각도를 달리해가며 부채꼴로 설치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집음 성능이 우수할뿐더러, 여러 집음기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단말이 기계학습으로 배경소음을 제거해주고 삼각측량으로 소음의 발신원을 잡아내는 고급스러운 감시수단이었다.

집음기에 대한 헌터들의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소형화된 고성능 다기능의 집음기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당연히 가격도 그만큼 상승했지만, 중부와 동부 아프리카 지역에 견고한 기반을 건설한 현재의 칠각기사단은 이런 데서 돈을 아껴야 할 만큼 예산이 쪼들리는 집단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향성 집음기엔 어쩔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나는 풍향을 고려해가며 그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악마숭배자들의 각성체 사냥개가 잠시 머리를 들고 코를 킁킁거렸으나, 우리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도로 엎드려 입맛을 다셨다.

악마숭배자들이 착용한 야간투시경도 이런 숲에선 가시거리가 길지 않다.

감시로부터 벗어난 위치를 확보하고서 수신호를 갱신하자, 자세를 낮춘 채로 옆에 붙은 라일라가 누구보다도 먼저 작게 물었다.

“뭔가를 발견한 거야?”

“칠각기사단이다.”

“아…….”

라일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렇구나……. 어머니께서는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여기선 목소리를 크게 낮추지 않아도 된다. 나는 경태에게 지시했다.

“가서 약쟁이들을 잡아와라. 숫자는 서른 정도. 그동안 나는 저들의 경계선을 더 파악하고 있겠다.”

“옙. 최대한 신선한 재료를 대령하겠습니다.”

오는 길에 우회한 마약중독 예비 시체 무리들의 위치는 경태 녀석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이 뉴에이지 좀비들을 진짜 좀비로 만들어 칠각기사단의 경계선 안으로 밀어 넣을 계획이었다. 그레이스가 쓸데없는 경계를 품게 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자연스러운 우발적 사고를 연출해야 한다.

물론 그러려면 일단 청음초 하나를 무력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좀비들은 외곽 경계선에서 모조리 쓰러져버릴 테니까. 그래서는 악마숭배자들을 모두 잠재울 상황을 만들 수가 없다.

경태가 재료를 준비하는 사이, 나는 남은 인원들을 임시 거점에 남겨두고 단독으로 악마숭배자들의 경계선을 더듬어나갔다.

경계선의 형태는 넓고 울퉁불퉁한 원을 이루었다. 하나하나의 감시범위가 넓은 청음초들은 적은 숫자로도 긴 경계선을 형성할 수 있었다.

제단은 당연히 원의 중심에 있을 것이었으나, 멀리서는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만을 확인하는 게 고작이었다. 지면을 따라 두껍고 조밀하게 깔린 균사 연결체의 그물은 지저를 들여다보려는 내 시도를 현란한 빛과 막대한 정보량으로 차단했다.

「스스스스스-」

껍질이 하얀 사시나무(포플러) 가지들이 차가운 바람을 맞아 부대끼는 소리. 마력이 깃든 숲의 소리엔 평범한 숲의 그것과는 다른 울림이 녹아있다.

인신공양의 제단은 「전율하는 거인」과 같은 종의 자연각성체 포플러 클러스터가 뿌리를 내린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종이 같다고는 해도, 전율하는 거인에 비하면 클러스터의 규모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체적인 분포면적이 0.1헥타르나 될까 싶다.

그래도 평범한 자연각성체들보다는 생체질량이 매우 큰 편이고, 수령(樹齡) 또한 최소 수백 년을 헤아릴 터라, 포플러 클러스터의 마력장은 거대 균사체의 마력장에 삼켜지지 않은 채로 나름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균사체 다발에 물리적으로 뒤덮인 상태에서 이 정도이니 훌륭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 눈에는 총천연색으로 몰아치는 마력과 마소의 난기류들이 보였다.

서로 다른 두 자연각성체의 장악력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지점은 그레이스의 딸들이 마법을 쓰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악마숭배자들의 전투단이 침식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

영국 본토의 악마숭배자들은 스스로의 마력장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지만, 그래도 만약에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하신 약쟁이들입니다.”

내가 정찰을 마치고 돌아와 계획을 다듬고 있으려니, 부하들 일부와 함께 떠났던 경태가 살아있는 마약중독자들을 붙잡아 돌아왔다.

“수고했다.”

입에는 재갈을 물고 케블라 포승줄에 줄줄이 묶여 끌려온 뉴에이지 좀비들은, 청음초의 감시영역 바로 바깥에서 차례로 뒤통수를 얻어맞아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기절한 재료들은 부하들의 어깨에 실려 내 앞까지 배송되었다.

시체인형은 재료가 신선하고 손상이 적을수록 만들기가 쉽다. 어차피 잠깐 쓰고 말 것들이었으므로 크게 공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나는 기절한 마약중독자의 자율신경을 「생명」으로 차단하며 생각했다.

‘오늘만큼은 중공 빨갱이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중국에서 꾸준히 건너오는 대량의 「차이나 화이트」가 없었다면, 그레이스의 촉각을 속일 재료를 이렇게 현장에서 조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펜타닐도, 펜타닐에 중독된 시한부 인생들도 지금의 내게는 요긴하기 그지없다.

자율신경을 차단당한 뉴에이지 좀비들은 잠든 것 같은 모습 그대로 조용한 죽음을 맞이했다. 흩어지려는 망자의 영혼을 고정시켜 진정한 좀비로 소생시키는 데엔 일이 분 남짓한 시간으로 충분했다.

이 정도만 해도 지난날 쁘리즈라크의 시체로 빚었던 인형보다는 안정성이 높다. 그때는 부실한 모조 영혼으로 인형을 가동시켰으나, 지금은 생전의 영혼을 그대로 써서 인형을 만드는 것이니까. 예상 가동시간이 족히 하루는 넘어간다.

“일어나라.”

내 명령을 들은 시체인형이 흔들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게슴츠레한 눈과 혼탁한 눈동자는 생전의 모습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인형의 완성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숨이 붙어있을 때에도 그만큼 시체에 가까운 상태였다는 의미. 미국에서만 매일같이 이삼백 명씩 죽어나가도록 만드는 차이나 화이트의 위력이다.

이 지독한 위력이 공략의 열쇠였다.

시체인형들을 모두 완성하고 기능검수를 끝내기까지는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되었다.

뇌는 그 복잡성과 불완전한 이해로 인해 「생명」으로 건드리기 어려운 기관이다. 손상이 깊지 않다면 수복을 시도해볼 수 있지만, 마약에 찌들대로 찌든 뇌는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저산소성 뇌손상은 좀비들의 머리에서 유의미하게 기능하는 뇌세포의 숫자를 파괴적으로 줄여놓았다.

그 결과가, 가장 기본적인 명령조차도 실행하지 못하는 불량품 좀비들의 탄생이었다.

“가? 앞으로?”

“그래. 앞으로 세 걸음만 움직여봐라.”

“난…… 가고 있다. 앞으로. 앞으로……. 갑니다. 하나, 둘, 둘, 두울- 셋…….”

불량품은 제자리에서 침을 흘리며 숫자만 셀 뿐 발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장난 머리로는 자신이 움직인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상태가 이 모양이고 보면 주인인 내 목소리를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게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다.

경태가 혀를 찼다.

“불량률이 너무 높네요.”

“예상한 일이다.”

“더 잡아올까요?”

“아니. 이만하면 됐어. 불량품도 따로 용도가 있고.”

목전의 불량품을 끝으로 기능검수를 마친 시점에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좀비의 수는 총 열아홉이었다. 열아홉이면 악마숭배자들을 잠재우기엔 넉넉한 숫자.

달이 산등성이를 넘어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나는 좀비들을 마약으로 무장시켰다.

좀비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혼합 칵테일은 염동력을 활용한 원심분리로 성분을 나누어 추출했고, 여기에 내가 낮에 소매상들로부터 사들였던 물량을 추가로 정제하여 더했다. 좀비들을 무장시키고 난 후, 내 수중엔 작게 소분된 봉지 세 개만이 남았다.

산간의 숲에 달이 지고 나서 찾아온 어둠은 새까맣기 그지없었다.

나는 이 어둠과 감시의 사각에 의지해 경계선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곤 최대한 미세하게 분쇄한 마약을 염동력으로 흩어 바람에 실어 흘려보냈다. 내가 신중하게 결을 고른 바람은 어렵지 않게 칠각기사단의 청음초에 닿았다.

지난날, 미 국방부와 국토안보부는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할 것을 검토한 적이 있다.

“러시아가 펜타닐을 에어로졸 혼합가스로 확산시키는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경고하면서.

실제로 펜타닐의 살상력은 사린이나 VX 같은 독가스보다 다섯 배 가량 강력하다.

그러니, 죽이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의식을 잃거나 환각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내가 지금 흘려보내는 양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흐으억…….”

쩌억 하품을 하던 악마숭배자가 괴상한 숨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앉아서 감시 장비를 보고 있던 남은 한 명도 앞으로 쓰러져 머리를 박는다. 졸음이 쌓인 상태에서 흡입한 마약성 진통제는 빠르게 작용하는 수면제와도 같았다.

나중에 악마숭배자들이 현장을 조사한다면, 좀비 무리가 이동하면서 흘린 펜타닐이 원인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겠지. 청음초 근처에 쓰고 남은 봉지 하나를 적당히 뜯어 버려놓으면 그런 추측에 힘이 실릴 것이다.

일반인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마약중독자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아주 좋은 방패막이가 되어줄 터.

나는 대기하던 좀비들에게 지향성 음파로 명령을 보냈다.

“우우…… 어우우…….”

“이번 시즌은…… 세븐티식서즈가 이긴다…….”

“앞으로…… 앞으로…….”

휘청거리는 좀비들의 무리가 느린 걸음으로 경계선을 돌파한다.

좀비들은 지하로 들어가는 출입구의 지척까지 무저항으로 전진해 들어갔다. 나는 다시금 지향성 음파를 보내어 좀비들을 멈춰 세웠다.

「정지. 지금 위치에서 대기해라.」

다수의 좀비들은 내 명령에 따라 듬성듬성 멈춰 섰지만, 몇몇은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나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상관없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작동을 일으킨 좀비들은 반대편의 경계선을 안쪽에서부터 건드렸다. 해당 청음초의 기사단원들은 후방에서 접근한 좀비들을 보고 경악했다. 우리는 앞서 무력화한 청음초의 무전기를 통해 악마숭배자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뭐야, 이 병신 같은 것들은?!」

「일단 죽여!」

「아니, 죽이지 마! 잡아서 심문을 해봐야 할 거 아냐, 빡대가리야!」

「비상! 비상! 후방에 미상인원 침투 발생! 전원 전투태세로 예비 집결지점에 모여!」

「씹……. 이 새끼들 아무래도 버섯 도착증 히피들인가 본데?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기어들어온 거지?! 대체 어디가 뚫린 거야?!」

「확인은 나중에! 중앙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먼저다! 서둘러!」

혼란은 잠깐이었고, 악마숭배자들의 반응은 신속했다. 접근해온 좀비들의 신병을 확보한 기사단원들은 바깥 방향으로의 경계를 유지하며 내부를 겨냥한 포위망을 구축했다. 이런 상황에도 미리 대비해두었는지, 경계망 안쪽에 몇 개소의 예비 집결지점이 설정되어 있었다.

나는 수중에 남은 약 봉지들을 매만졌다.

‘이걸 쓸 일은 없나.’

저들이 침투원점과 결원 파악을 우선하여 이쪽으로 사람을 나눠 보낼 경우, 나는 내게 남은 약을 마저 써서 그들을 재워버리려고 했었다.

약이 모자라거나 바람이 어긋나거나 하여 재우는 데 실패할 경우, 이미 재워놓은 악마숭배자들의 총으로 사살하는 게 원래의 계획이었다. 환각 상태에 빠진 전투원이 아군을 적으로 오인하는 건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아무래도 경태의 차례는 돌아오지 않을 듯하다.

「움직여! 움직여!」

「조별로 교대전진! 1조, 앞으로!」

「이 똥 쪼가리 새끼야(Piece of shit)!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방패를 두고 오면 어쩌자는 거야?」

무전망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빠르게 형성된 포위망이 안으로 조여들기 시작한다. 지켜보던 나는 좀비들에게 마지막 지시를 하달했다. 지시를 받은 좀비들은 곱게 갈린 하얀 가루를 흩뿌리며 양팔을 나비처럼 파닥거렸다.

그리하여 악마숭배자들의 전투단이 좀비들을 포착했을 즈음, 제 발로 서있는 좀비는 고작 셋에 불과했다. 풍상(風上)에 자리하여 마약 분말 확산의 영향을 경미하게 받은 셋이었다.

좀비들이 비무장임을 확인한 기사단원들은 눈을 찌푸린 채로 현장을 확보했다. 지하로 이어진 통로에서도 호응하듯 소수의 무장병력이 출현한다. 모두 합쳐서 보강된 1개 소대 규모에 해당하는 전투단이었다. 의미심장하게도, 여기엔 그레이스 복제체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정말이지 영문을 모르겠군.」

지휘관 격으로 보이는 자가 야시경을 걷어내며 눈을 찌푸리고 중얼거리는 소리.

좀비들을 포박하고 새로운 경계선을 구축하는 악마숭배자들 사이로 투명한 바람이 흘러간다. 지면에 가라앉아있던 펜타닐 분말은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미세한 비산(飛散)을 일으키며 악마숭배자들을 잠식해갔다.

차이나 화이트엔 냄새가 없었다.

털썩.

「이 씹보지(Cunt)는 또 왜 드러눕고 지랄이야?」

제 발로 서있던 세 좀비들 중 하나를 머리채 붙잡고 끌던 악마숭배자가 신경질을 부렸다. 펜타닐 흡수량이 선을 넘은 좀비가 쓰러져버린 까닭이었다.

그레이스의 하수인들은 시체인형을 마법적으로 분간해낼 재주가 없다. 황금기의 눈이 없는 이상, 원탁의 마스터들조차 시진(視診)만으로는 시체인형을 식별하지 못한다.

「일어서! 씨발…… 일어서……라……고…….」

쓰러진 좀비를 퍽퍽 걷어차던 악마숭배자가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털썩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려 하지만, 손으로 땅을 짚고 버티는 정도가 최선이다.

이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비틀대는 단원들이 속출하자, 지휘관 격인 간부가 상황을 눈치채곤 당황하여 외쳤다.

「이런 젠장! 방독면! 모두 방독면을 써!」

이미 늦었다.

증상이 드러날 때까지 분말을 흡입했다면, 곧바로 흡입을 중단해도 증상은 좀 더 진행될 수밖에 없다. 술을 마셨을 때 뒤늦게 올라오는 취기와 같이.

여기저기서 픽픽 쓰러지거나 주저앉는 악마숭배자들.

방독면을 꺼내 쓰려던 간부 또한 끈을 다 조이기 전에 손놀림이 둔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