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홀로 벗어난 자의 애도 (4)
대중의 관심은 휘발성이 강하다. 따라서 프로파간다를 벌일 때는 대중의 관심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고 흥미와 호감을 이끌어낼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백악관 미치광이 같은 이레귤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증폭시켜주고 있는 것은 예기치 못했던 행운이지만, 이렇게 외적인 요소에만 의지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맥락에서, 조직 본사 홍보실은 알림 샤히디의 SNS 계정을 통해 마오쩌둥의 3D 스캔 데이터를 업로드했다.
마오쩌둥의 고해상도 3D 모델을 제작하는 데 쓴 레이저 스캐너는, 본디 조직 본사 국제사업부와 기술연구지원부, 비서실 직할 현장지원팀 등이 상품상태 기록 및 역설계 데이터 저장용으로 사용하던 장비였다.
무기밀수 시장엔 상식이 결여된 바이어들이 제법 있다. 그러므로 상품상태 기록은 악성 고객의 컴플레인에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역설계 데이터는 생산이 아니라 품질관리와 유지보수를 위해 필요했다.
무기밀수 시장의 특성상 내 조직엔 다소 낡고 하자가 있는 물건들이 입고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해당 상품의 정밀한 역설계 데이터를 지니고 있으면 자체적인 수리와 재생을 통해 상품의 불량률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 고객들의 만족도 향상은 덤으로 따라오는 이득이었다.
한편 유지보수는 상품 판매만큼이나 돈이 되는 시장이다. 기본적인 유지보수비용부터가 결코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상인이나 조직이 팔아먹은 상품에 대해서도 수리용 부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 세계 무기밀수 시장에서 신뢰성 높은 수리용 부품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자는 사실상 내가 유일하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내 조직과 꾸준히 거래를 하는 자들은 품질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데 관대한 편이었다. 내게서 산 물건은 오래 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까닭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게서 산 게 아닌 물건의 유지보수 의뢰는 할증을 붙여 받아준다.
여하간, 이런 경험이 풍부한 내 기술직 부하들은 어렵지 않게 마오쩌둥의 디지털 쌍둥이를 만들어냈다. 목에 잘리기 전에 하나, 목이 잘리고 나서 다시 하나.
홍보실장은 내게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21세기는 UCC의 시대입니다. 장담하는데, 이 데이터를 뿌리기만 해도 상당한 반향이 일어날 겁니다. 자체적으로 생명력을 지닌 확대재생산의 도미노지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그 결과 중 하나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륙을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경태 녀석이, 지금 한국의 모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이 영상이 실시간 1위를 하고 있다며 나도 보라고 내밀었던 것이다.
“이게 뭐냐?”
“보시면 압니다.”
영상 속엔 마오쩌둥의 잘린 대가리가 있었다. 죽은 공산주의자의 머리는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입을 열었다. 아래엔 한국어와 영어 자막이 병기되었다.
「안능하세여- 마오쯔둥임다-」
「지금부터 자아비판을 하겠슴다. 저 빨갱이는 해로운 빨갱이다. 으허흐흐허허흐흫.」
「을마 전에 나으 그 뭐시냐, 쓰리디? 스캔? 모델링? NFT? 인지 뭔지가 2,750 비트코인? 에 팔렸다든데, NFT는 뭐고 비트코인은 또 머래요? 나는 오래된 아날로그 빨갱이라서 이런 거는 잘 모루겟소요.」
「왐마, 모델링이라는 게 나으 알몸 사진 같은 거시라고야? NFT는 진품 증명서다? 근데 그게 을마라고? 1억 달러가 늠어? 사람들이 나으 알몸 사진을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 거시여? 세상에! 자본주의는 정말 최고야! 생전에 자본주의 안 해서 손해 봤어!」
「야야, ○핑아. 너도 나처럼 옷 벗고 사진 좀 찍어봐라. 사람들이 비싸게 사준댄다. 사진 팔아서 그 돈을 소강사회(小康社會)를 이룩하는 데 보태는 거시여.」
「이 마오쯔둥이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으 인사는 노래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슴다.」
「나는 베이징의 천안문을 사랑해♬ 나는 베이징의 천안문을 사랑해♬」
자신을 찬양하는 내용의 노래(아애북경천안문/我爱北京天安门)를 부르던 마오쩌둥의 대가리는 마지막에 몹시 꼴사나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눈동자를 위로 올려 흰자위를 드러낸 채 입을 벌리고 혀를 밖으로 쭉 내민 것이다.
나는 재생이 끝나 정지된 화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하던 것과 많이 다르구나. 이런 흉물스러운 게 왜 관심을 받는 거냐?”
홍보실장의 호언장담을 들었을 때, 내가 예상했던 결과물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죽은 빨갱이를 모독하고 중국 공산당을 조롱하는 건 물론 좋지만, 일반인들에게 과도한 혐오감을 주면 샤히디의 이미지마저 덩달아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경태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흉물스러움이 포인트입니다, 형님. 이 마오쩌둥 아헤가오가 요즘 저희 세대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좋은데요.”
“마오쩌둥…… 뭐?”
“마오쩌둥 아헤가오요. 아, 이거는 어떻게 형님께 설명을 해드리기가 어렵네요. 좀 민망하고 저급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말이죠. 아무튼 형님께서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또 요즘 세대의 이해하기 어려운 유행인가.
‘이 녀석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잠시 후 기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손님 여러분, 본 여객기는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으로 가는 스타 얼라이언스 AAR HL8387편입니다. 좌석벨트를 매주시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는 비행 모드로 전환해 주십시오. 기내 와이파이는 이륙이 완료된 후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짐은 선반 위나 앞좌석 밑에 보관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Ladies and gentlemen, Welcome to AAR flight…….」
미국으로 가는 이동수단으로 여객기를 선택한 것은 추적 방지와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서였다. 제트 바이크를 타면 훨씬 빠른 시간에 멀루어 국유림의 입구까지 직행할 수 있지만, 태평양을 횡단하는 비행은 아무래도 감시를 당할 확률이 높다.
비행능력을 보유한 헌터들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은 본토와 양 대양의 대공감시체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중이었다. 다수의 방전능력자들을 태워 전력공급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그에 맞게 레이더를 교체한 조기경보기들은 하나하나가 반경 2천 킬로미터 이상의 범위를 감시할 수 있었다.
그런 감시를 의식하거나 회피하며 움직이느니, 그냥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여객기를 타고 원격으로 사무를 보면서 바다를 건너는 쪽이 편하다. 피로도 관리의 측면에서도 유익하고.
「손님 여러분, 곧 출발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견인차가 여객기를 활주로의 자력출발점으로 끌고 간다. 퍼스트 클래스 탑승이 처음이라는 라일라는 창밖의 풍경을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리창에 희미하게 반사되는 인상은 위장신분에 맞게 「생명」으로 변형되어 있었다.
내가 탑승한 기체는 복수의 각성능력자들이 동력을 공급하는 덕트 팬(Ducted fan) 엔진 여객기로서, 현재 내 조직에서 인수를 검토 중인 항공사의 소유였다.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투자를 서류상으로만 보고 결정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온 새로운 패러다임의 항공기와 그 항공기를 운용하는 시스템의 합리성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시간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해주는 일이었다.
출발점에 도달하여 견인차가 이탈하자, 여객기는 마침내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손님 여러분, 곧 이륙하겠습니다. 좌석벨트를 매셨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전기모터를 쓰는 덕트 팬 엔진의 소음은 기존의 터보제트보다 확실하게 조용했다. 출력을 끌어올리는데도, 기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각성자가 아니면 듣기 어려울 만큼 작았다. 이 정도면 도심 한복판에도 공항을 만들 수 있을 듯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항공사들은 전면적인 기체 교환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보고서에서 적었듯 자금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문제이거니와, 섣불리 투자를 집행했다가 단기간에 또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리면 파산하는 길밖에 남지 않는 까닭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불씨는 영국이 자랑하는 불사암 정형화 제어(크립 컨트롤) 기술이었다. 나는 이를 다루었던 언론 기사의 제목을 기억했다.
「진정한 『드레드노트』는 이번에도 영국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패러다임 변화를 드레드노트의 출현에 비유하는 건 많은 언론들의 공통분모였다.
나와 그레이스가 함께 주시한 바 있는 예의 그 기업, 옥타 테크 사(社)는 일전에 공개했던 불사암 비행모듈 OM-KT AV21410를 이제 패널과 블록 형태로 나누어 양산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정식으로 부여된 명칭은 「CC 에어로 플로팅 모듈」.
영국은 이걸 이용하여 「공중우세 초계함(Air Superiority Corvette)」이라는 걸 건조하겠다고 선언했다. 말이 선언이지, 발표 시점에서 선체 블록 조립은 물론이고 선행공정까지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바다를 항해하는 일반적인 군함과 비교하면 좀 커다란 미사일 고속정 사이즈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보통의 군함이라면 기공에서 진수까지 적어도 반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게 새로 설계한 선박일 경우 진수로부터 최종 취역까지는 1년 안팎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룰러 급(Ruler Class)이라고 명명된 이 공중우세 초계함 두 척, 1번함 「HMS 아비터(Arbiter)」와 2번함 「HMS 트라운서(Trouncer)」의 전력화를 가을이 끝나기 전에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속도는 내게 강한 확신을 주었다. 새로 만들어지는 함선이 최소한의 시험운용조차 없이 바로 전력화에 들어가는 배경엔 원탁의 조력과 압력이 있었으리라고.
내가 생각하기로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선을 넘어, 원탁의 대마법사들이 손수 운행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지간히들 몸이 달았던 모양이지.’
인형술사의 실종이야 그렇다 쳐도, 전투력과 용맹으로는 원탁 제일이었던 로더필드의 전사는 나머지 마스터들에게 심대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력한 공중전투함은 미지의 위협과 공포에 맞설 좋은 무기였다. 탁 트인 하늘은 은밀한 침투나 접근이 지극히 어려운 환경이고, 공군과 지상 방공세력의 엄호를 받는다면 세상에 공중전투함의 심장부만큼 안전한 장소도 드물 테니까.
그레이스는 전화상에서 푸념 섞인 구상을 늘어놓았다.
「하늘을 나는 군함이라니, 참 귀찮게 됐지 뭐야. 그걸 잡으려면 지금부터 공중기병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겠어. 무더기로 때려 박아서 숫자로 압도하는 방식이 좋겠지……. 아프리카 토인들의 열등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 대마법사들이 ‘플라잉 니그로들’에게 중과부적으로 당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궁금해지네.」
여하간 이런 게 있다 보니, 전 세계의 항공사들은 보유 기종의 물갈이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과 외교관계가 최악이면서, 각성능력자들의 머릿수와 낮은 몸값으로 승부를 볼 자신이 있는 중국의 항공사들이 예외일 따름.
그러나 플로팅 모듈이 민간시장에 나올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게, 재료가 살아있는 인간이지 않은가.
게다가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대마법사의 노동력엔 돈으로는 환산하지 못할 가치가 있다. 대마법사들이 자신들의 무력과 생존능력을 강화할 수단을 돈을 받고 파는 데 협조하리라 생각하기도 어렵고.
영국 정부 입장에서도 그런 물건을 함부로 유출시키긴 곤란하다. 전략물자이니 군사기밀이니 따지기 전에, 대마법사들이 그 모듈에 어떤 트로이의 목마를 심어놓았을지 모르니까. 영국 정부는 원탁을 신뢰하지 않는다.
띵- 소리와 함께 기내 경고등이 꺼지며 또다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손님 여러분, 안전을 위해 자리에서는 항상 좌석벨트를 착용하시고, 화장실 내 향수, 스프레이 사용으로 화재경보기가 작동할 수 있으니 사용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식사 제공 후 면세품을 판매하겠습니다. 구입을 원하시면 주문서를 써주시고…….」
어느덧 지상은 까마득하게 가라앉은 먼 풍경이 되어있었다.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해원(海原)과 수평선.
경태가 물었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항공사 인수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좀 했을 뿐이다.”
내가 흡음결계를 두르고서 조금 전까지 했던 생각들을 간단히 들려주자, 경태는 빙그레 웃었다.
“뭐, 그렇죠. 그런 흉흉한 물건을 민간 시장에 내놓을 리가 없죠. 우리 fun fun한 일본 총리에게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겠지만요.”
“…….”
경태가 일본 총리를 언급한 것은, 일본이 플로팅 모듈에 배고픈 춘식이처럼 군침을 흘리고 있는 까닭이었다. 일본 총리는 해상물류 난맥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를 타개할 전략에 대해 이런 발언들을 한 바 있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고, 바다가 위험하다면 하늘로 오가면 됩니다.」
「하늘을 통해 물건을 실어 나르면 고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합니다. 왜냐면 하늘엔 고래가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일본은 국가의 모든 이능산업 관련투자를 항공운송능력 강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고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항공운송으로 해상물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겠느냐고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그렇게 할 능력이 있으니까요. 능력이 있으면 나머지는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저는 하나가 된 일본의 저력을 믿습니다.」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로 계획의 타당성을 증명해달라니……. 그렇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못하네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건설적이지 못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됩니다. 일본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골든타임을 낭비하면 일본을 살리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골든타임이 남아있을 때 행동을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행동입니다, 행동. 함께 행동합시다. A, C, T, I, O, N! 총리인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하는 말은 매우 우스꽝스러우나, 일본은 실제로 이 방면에서 제법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항공운송으로 해상물류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건 물론 현실성이 많이 결여된 목표지만, 일본만 한 국가가 국운을 걸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자 기술적으로 우수한 결과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 여객기의 엔진부터가 일본 기업에서 제작한 물건이었다. 신뢰성, 정숙성,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에 이르기까지 모두 탁월하다는 평가였다.
일본 정부가 산업경제의 주체들과 직접적으로 엮이면 보통은 고질적인 부패와 행정지체의 늪에 빠져 일을 망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엔 나라가 정말로 망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말을 이상하게 하는 총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능함을 발휘한 덕분인지, 고사 직전이었던 일본 경제는 어떻게든 호흡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그래봐야 제한적인 연명치료에 불과하지만…….’
국민과 경제주체들에게 희망을 주어 버티도록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일본이 살아남으려면 고래를 죽여야 한다.
저 아래에 펼쳐진 짙푸른 해원을 응시하며, 나는 지난날 예기치 못하게 조우했던 각성체 고래의 존재감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