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371화 (371/561)

#39. 천안문 의거 (2)

주행 사열을 완료한 주석은 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 다시금 천안문의 문루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젠 차량과 병사들이 행진을 시작할 때였다.

오성홍기를 늘어뜨린 수송헬기와 공격헬기들이 숫자 73을 형상화한 대열을 이루어 중앙대로 위를 지나갔다. 주행 사열을 받고자 도열해있던 운전병과 전차병들이 구보로 이동하여 차례차례 차량에 탑승했다.

1만 5천의 병력이 정보(正步/Goose Step)로 걸으며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진동은 미세하게나마 내가 있는 벙커에서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식순과 이동이 초단위로 맞아떨어지는 정확성에 감탄했다. 이 정도 규모의 대형 행사에선 사람을 말 그대로 갈아 넣다시피 해야 도달 가능한 정교함이었다.

빨갱이들이 이렇게 공을 들여 열병식을 준비해준 덕분에, 내가 상정한 공격계획의 시간표 또한 사소한 지연이나 변수 하나조차 없이 초단위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몇 시, 몇 분, 몇 초에 어느 표적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여기에 빡빡하게 맞춰 준비한 공격계획은 공격 초기의 충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중계방송 채널에서 항공기 엔진의 소음이 흘러나온다. 몇 개의 작은 항공편대가 플라이 오버로 지나간 후, 마침내 조기경보기를 중심에 둔 대형편대가 베이징 상공에 진입했다.

이 편대의 비행경로 역시 예상했던 바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커튼을 걷어낸 위구르인들은 이미 대공미사일에 배터리 및 냉각유닛(BCU)을 결합하고 발사 준비를 완료한 참이었다.

휴대형 대공미사일의 적외선 센서 냉각에 걸리는 시간은 약 30초. 그리고 센서가 발사 가능한 온도로 유지되는 시간은 약 45초에 불과하다. 만약 시간상의 오차가 누적되었다면 공격계획은 처음부터 어그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분의 냉각유닛이 있기는 하나, 이런 유형의 변수는 당연히 없는 편이 유익하다.

「지금! 발사!」

샤히디의 외침과 함께 세 방향으로부터 세 발씩 총 아홉 발의 미사일이 솟구쳤다. 미사일이 명중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지상의 모든 사람들은 로켓 모터의 굉음과 길게 그어지는 연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쿠궁-! 쿠구구궁-!」

열병식을 비추던 여러 채널들로부터 멀고 연속적인 폭발음이 흘러나온다. 이어지는 건 항공편대의 피격을 목격한 군대와 군중의 비명. 몇 개인가의 방송 화면이 황급히 초점을 들어올린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하강곡선을 그리는 항공편대의 모습은, 가장 멍청한 인간에게도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상케 해주었다.

「도, 도망쳐!」

스피커 하나에서 유독 크게 들리는 외침은 카메라를 버리고 달아나는 방송 스태프의 것이었다. 현장에 방치된 중계카메라들은 중국 전역에 오늘의 ‘의거’를 실시간 생방송으로 송출해줄 수단이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하늘에 쏠려있을 때, 발사관을 내팽개친 위구르 전사들은 벌써 지상에 대한 화력투사에 돌입했다. 공중폭발 기능을 탑재한 고속유탄발사기와 열압력 로켓은 철저하게 대량학살에 초점을 맞춘 공격수단이었다.

특히 열압력탄은 최적의 위치와 높이에서 터지면 25행 14열의 보병방진을 단 한 방에 붕괴시킬 수도 있다. 고로 경태가 말했던 “1분 이내에 2천”의 죽음은 살상효율을 보수적으로 잡고 예측한 최소치였다.

「-!」

먼저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굉음이 다수의 관측화면을 뒤흔들었다. 지상에서의 폭발이 하늘에서보다 더 가깝기도 했거니와, 충격파로 인명을 살상하는 폭탄은 대공미사일의 파편식 탄두보다 요란한 것이 당연했다.

「아아아아악!」

온갖 음색의 비명들이 다중창으로 메아리친다.

다수의 방진이 핏빛으로 붕괴했다. 즉사한 자들은 방진 하나당 삼사십 꼴에 불과했으나, 즉사를 면한 자들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절반 이상이 안구가 터져 피눈물을 쏟아냈고, 나머지도 대부분 청력손상과 뇌진탕, 일시적인 평형감각 장애 등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렇게 마비된 행진대열에 고속유탄사격을 퍼부어 피해를 극대화하는 게 바로 경태가 짜놓은 계획이었다.

「위이이이이-잉!」

하늘에선 높은 음계의 불협화음이 떨어져 내린다. 중국 중앙 텔레비전에서 송출하는 화면은 충돌이 임박한 조기경보기의 모습을 잡아냈다. 눈에서 피를 쏟아 하얀 정복을 물들이는 여군의 머리 위로, 엔진이 불타는 중대형 군용기가 거의 스치다시피 낮게 지나간다.

이륙중량이 175톤에 달하는 조기경보기는 조향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편대의 중심에서 전방위적으로 파편을 얻어맞은 탓. 4개의 터보팬 엔진은 원통 내부가 이글거리는 화염으로 가득했고, 에일러론·러더·리딩엣지 등의 조종면도 멀쩡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 원래 향하던 방향 그대로 떨어지는 화염폭탄이 되는 수밖에.

「콰쾅! 쿵! 끼이이이이-!」

커다란 동체가 도로에 부딪혀 쪼개어지며 격렬한 기세로 미끄러졌다. 좌아아악 긁히는 아랫면에서 마찰열에 의한 불길이 일고, 도로를 채우고 있던 행진대열이 불티를 튀기는 동체에 치여 직선으로 갈려나갔다. 새어나온 연료의 2차 폭발이 살상범위를 더욱 확장시킨다.

함께 비행하던 호위 전투기들의 추락이 서쪽 대로를 가일층 초토화시켰다. 난하이(南海)의 입구인 신화문은 해군 함재기에 직격당하여 박살이 났고, 중앙선전부와 중앙조직부도 뭉글거리는 연기와 화마에 휩싸여 통상시야로는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왕복 12차선 대로가 온통 밀도 높은 죽음으로 채워졌다. 흥건하게 흐르는 피가 아스팔트 위에서 끓어오르고, 찢어진 시체들과 조각난 산 사람들이 어지러이 뒤섞여 함께 구워지는 광경.

때를 맞춰 하수구와 연결된 맨홀들에서도 줄줄이 까맣고 독한 연기가 밀려나왔다. 내가 8341부대를 견제하기 위해 추가한 연막차장이다. 중유탱크에 시한신관을 붙여 터트린 연막이 자욱하게 깔리자, 주석을 경호하는 최정예 전투부대는 전면으로 나서기보다 국가주석과 고위 공산귀족들, 그리고 외국 정상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쪽으로 전력을 집중했다.

나는 내가 개입할 것도 없이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계획에 연출가로서의 만족감을 느꼈다.

「죽여! 죽여! 죽여!」

원한이 사무친 위구르 전사들은 극도로 흥분하여 화력을 쏟아냈다. 몇몇은 멀리서도 거의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지경.

대로의 서쪽은 항공기 추락으로 차단했다. 고로 아직 걷거나 뛸 힘이 남아있는 인민해방군 병사들은 십자포화에 쪼개어진 채 광장 남쪽과 대로 동쪽으로 달아나려 들었다.

사이사이의 샛길로 빠지는 자들도 있었으나, 그런 길목들은 병목현상이 일어나 떼죽음을 당하기 좋은 자리였다. 도주하는 자들은 사람이 몰리는 자리에 화력이 집중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살고 싶은 자들은 넓은 길을 향해 내달렸다. 아니면 광장과 도로에 접한 건물로 숨어들거나.

광장 남쪽으로 도주하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귀빈루반점과 제161중고등학교에서 투사하는 포화는 광장의 위쪽 4분의 1 지점까지만 닿았으니까. 국기게양대에서 인민영웅기념비 앞까지가 살상범위의 한계인 것이다. 이쪽은 광장객석에 있던 민간인들이 달아날 길이기도 했고.

그러나 동쪽은 사정이 달랐다. 경태가 위구르인들의 통신망에 느긋한 어조로 개입했다.

「자, 자. 북경반점. 바시르-2가 북경반점에 전합니다. 이제 대전차 유도탄을 날려줄 차례입니다. 대로 동쪽을 끊어버립시다. 미사일 배달 시-작!」

대전차 미사일의 표적은 행진대열 최후미에 멈춰서있는 이동식 탄도탄 발사차량(TEL)들이었다. 할당된 미사일의 수량은 단 세 발. 그러나 세 발만 쏴도 산발적인 유폭을 일으켜 길을 끊을 수 있으리라는 게 경태의 계산이었다.

열병식에 참가하는 부대들은 암살 방지를 위해 탄약을 휴대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집트의 전쟁영웅 안와르 사다트가 열병식 도중에 암살을 당했고, 북한에서도 김정일이 열병식 도중 전차포탄에 맞아 죽을 뻔한 음모가 있었다.

그러므로 보통은 유폭을 일으킬 장작이 없으나, 고체연료를 쓰는 탄도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폭발물이었다.

‘핵탄두가 달려있었으면 좋았을걸.’

핵폭탄은 생각보다 많은 관리를 필요로 하는 물건이다. 당장 그레이스에게 넘긴 「파란 고양이」부터가 관리 부족으로 기대 위력이 많이 감소한 상태이지 않았던가.

따라서 이런 자리에 끌려나오는 탄도탄은 탄두가 정기 오버홀에 들어가 미사일 탄체만 남은 것들이었다. 그래야 전력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세상에 상시대기 핵전력을 줄이면서까지 열병식을 하는 멍청한 나라는 없다. 상식을 챙길 여유가 있는지 의문인 저 북한 같은 파탄국가라면 모를까.

그것을 알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북경반점 최상층의 스위트로부터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소프트 런치(Soft launch)로 사출되어 사수의 조종에 따라 궤적을 바꾸며 날아간 유도탄은, 발사차량의 운반 캐니스터를 대각선으로 뚫고 들어가 대륙간탄도탄 본체를 직격했다.

「콰르르르릉-!」

최대사거리가 1만 5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3단 분리 고체연료 탄도탄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중공 빨갱이들이 세계에 자랑하는 최신예 탄도탄 「둥펑 41」은 단 1기만으로도 대로를 차단하기에 충분한 땔감이었다.

그보다 좀 작은 「둥펑 31」 및 「둥펑 5」의 대열에도 각각 한 발씩 대전차 미사일이 작렬했다. 잇달아 일어나는 폭발의 뜨거운 충격파가 대로를 달리던 인간들을 쓸어버렸다.

세 차례의 폭발은 나란히 행진하던 탄도탄 운반차량들을 모조리 전복시키거나 불을 붙여놓았다. 언제 유폭할지 모르는 탄도탄이 무려 열다섯 발.

탄도탄 운반차량들의 앞엔 순항미사일 발사차량이, 순항미사일 발사차량의 앞엔 장갑차와 전차들의 대열이 있었다. 달아나는 인파에 가로막히고 연쇄추돌에 다시 가로막혀 정체되어있던 기갑행렬의 승무원들 중 일부는, 자기들 뒤쪽에서 불이 붙은 탄도탄 무더기를 목격하곤 공포에 질려 이성을 놓아버렸다.

「위이이잉-!」

미친 물소처럼 폭주하는 중량 50톤의 주력전차 한 대. 이 전차는 저의 도주를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깔아뭉개고 지나갔다.

대부분의 장애물은 탄도탄의 폭발에 가로막혀 역류하던 도망자들이었다. 비틀거리고 넘어지며 달아나던 도망자들이 연기를 뚫고 돌출한 전차에 짓밟혀 납작하게 펼쳐졌다. 이를 목격한 생존 장병들은 울거나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감당키 힘든 재난 앞에 넋이 나갔는지, 그냥 주저앉아 오열하는 자들도 눈에 띄었다.

폭주 전차가 인간의 피와 살점으로 깔아놓은 길은 어지러이 우왕좌왕하는 생존자들로 금방 막혀버렸다.

뒤에 남겨진 기갑차량들 중 몇몇은 미쳐버린 선구자의 예를 본받아 여러 줄기의 핏빛 궤적들을 만들어냈다. 살아있는 전우들을 으직으직 시원하게 으깨며 지나간다. 그러나 나머지 다수의 전차들은 차마 사람을 밟아죽일 엄두를 내지 못하여, 이런 전차의 승무원들은 차량을 버리고 맨몸으로 달아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이들이 조금만 더 냉정하게 생각했다면, 대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기갑차량 내부에 남아있는 편이 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었다. 나는 경태에게 비어있는 전차들의 위치를 하나하나 통보해주었다. 이번 테러가 막을 내릴 즈음에 노획하여 써먹을 소품들이었다.

여러 모니터들 중 하나로 눈을 돌린 나는, 중국중앙텔레비전 채널에서 아직도 버려진 카메라의 화면이 송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쪽도 기대 이상으로 잘 풀렸군.’

중앙텔레비전 채널을 담당하는 관영방송국, 중앙광파전시총대(中央广播电视总台/차이나 미디어 그룹)는 테러 현장에서 동쪽으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나는 이 본사 내부에 시한장치가 달린 메틸 메르캅탄(메탄티올) 방출장치를 방향제 분사장치로 위장하여 설치해놓았다. 전시총대의 입찰공고이력을 조회하여 유지보수업체를 확인한 후, 해당 업체의 시스템을 해킹하여 물건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해킹엔 제로 데이 보안허점을 이용했다. 국안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지 않은 건 거짓 대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분사장치 내부엔 이중구조 카트리지가 들어있었다. 오늘이 오기 전까진 정상적으로 방향제를 분사해 왔겠으나, 공격 개시시각에 맞춰 메틸 메르캅탄을 방출했을 터.

메틸 메르캅탄은 무색무취의 천연가스에 누출 감지용으로 첨가하는 착취제(着臭劑)다. 평범한 인간이라도 불과 0.56ppm이면 그 악취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후각적 민감도가 높은 물질.

천안문 광장에서 테러가 터졌는데, 그 시점에서 지독하게 강한 가스 냄새가 퍼진 것이다. 과연 방송국 직원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느 정도는 운에 맡긴 안배였으되, 이렇게 정확히 맞아떨어지니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모든 게 잘 풀리는 날이었다.

베이징의 핵심시설 중 하나인 중앙전시총대 본관은 지금쯤 사람 하나 없이 완전히 비어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의 지국들이 전파를 끊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베이징 주변지역에 한해서는 계속해서 천안문 광장의 모습이 송출되리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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