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365화 (365/561)

#38. 광장으로 가는 길 (15)

베이징 테러 준비는 이제 내가 손을 댈 구석이 거의 없었다. 황금기의 눈에 기초한 조기경보 및 상황관제능력 때문에라도 내가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켜야 하기는 할 터이나, 모든 비밀통로의 개통이 완료된 시점에서 대마법사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은 남아있지 않았다.

두 악어의 폭사를 끝으로, 베이징 항재지휘부(재난대책본부)는 미증유의 재난이었던 「하수도의 악어(下水道的鳄鱼)」 사태가 약 보름 만에 종결되었음을 선언했다. 광범위하게 수집한-즉, 내 부하들이 전문용역의 탈을 쓰고 수집하여 전달한-악어 배설물에서 오직 두 마리 분의 DNA만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 5환로(五环路) 안쪽의 지하세계는 여전히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기껏해야 안전점검 팀이 들어와 위험요소의 존재 여부와 추가붕괴 가능성을 점검하고 지나간 것이 전부. 악어에게 죽은 자들의 유해는 현장에 그대로 방치되었다.

강제이주를 피한 쥐족 인구는 악어의 영역에 들었던 구획들을 기피했다. 미신의 시대에 들어선 중국인들은 과거 이상으로 길흉화복에 민감했고, 가난한 자들일수록 미신에 취약한 건 어느 나라든 사정이 같았으며, 그 같은 미신에서 사람이 무더기로 죽어나간 곳만큼 불길한 장소도 없는 법이었으니.

그래도 나는 계획대로 악어의 유령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시켰다. 제령(除霊)을 하겠답시고 들어온 도사 몇몇을 살해하여 일전의 이북 빨갱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찢어놓은 것이다.

지저는 헛것을 보기 쉬운 환경이다. 공안 당국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허위진술 내지 메탄가스 중독에 따른 환각으로 간주했다.

심도 있는 조사 따윈 진행되지 않았다. 베이징 후커우(호적)도 없는 사이비 도사들의 죽음이었고, 역시 베이징 후커우가 없는 쥐족의 증언이었으므로. 지하세계의 주민들을 위해 냄새 나는 하수도를 뒤지고 다닐 만큼 친절한 공안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로 두려움에 떠는 건 오로지 지하세계의 주민들뿐이었다.

이들의 두려움은 곧 나의 여유였다.

나는 그레이스와의 술식 교환을 완료했고, 틈틈이 결재해도 밀릴 수밖에 없었던 조직의 사무를 처리하는 데 힘썼으며, 마법사로서의 궁구에도 최대한의 시간을 할애했다. 내게는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할 코드들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8월 20일, 베이징으로 린페이를 불러낸 내 속내는 귀찮음으로 가득했다. 길고 짧음을 떠나 이런 데 시간을 써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던 탓이다.

린페이와의 만남 자체는 가오슈센의 결정 장애를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었다. 린페이를 통해 나를 제어하는 게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으면, 가오슈센은 제 수중에 아직 어느 때라도 상황을 역전시켜줄 와일드 카드가 남아있노라 여길 테니까.

국안부의 경감들과 마찬가지로, 가오슈센은 이제껏 내 능력의 한계를 경험한 적이 없는 인간이다. 그런즉 내 힘을 빌리면 최악의 경우에도 목숨을 보전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린페이에게 걸린 목줄은 방송인으로서의 커리어와 가족들의 생명이다.

자신을 후원하는 권력자가 가족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한, 린페이는 결코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할 터. 하물며 그 권력자는 강력한 감시능력을 보유한 공안 고위간부가 아닌가.

-라는 게 이 감시국가의 상식이자 가오슈센의 믿음이었겠지.

“오빠, 오빠, 오빠……!”

나와 재회한 린페이는 내 품에 얼굴을 묻고 부서질 듯 떨면서 뜨거운 숨을 뱉었다. 나는 감시의 시선들을 감안하여 어깨를 감싸주며 눈을 조금 찌푸렸다.

‘이건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이것일 정도로, 린페이는 전에 보았을 때에 비해 여위어 있었다. 통상시야에 비치는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다.

나를 가장하여 비대면 연애를 대신하던 부하들이 보고한 바, 린페이는 근래 가벼운 분리불안증세를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지금 보니 경증에서 서서히 중증으로 넘어가려는 단계였던 모양. 분리불안의 증상 중엔 섭식장애가 포함된다. 식욕이 저하되고, 심인성 복통과 위경련에 시달리고, 애착대상과의 분리를 자각할 때마다 구토감을 느끼는 등.

여기에 갑자기 제 역할을 하라는 가오슈센의 압박까지 더해졌으니 스트레스가 상당했겠지.

어쨌든 이건 지금 고장 나면 안 되는 인간이다. 「생명」을 쓰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축적된 양분과 열량이 있어야 하기에, 나는 나를 꼭 끌어안은 채 움직일 기미가 없는 이것을 호텔 레스토랑으로 이끌어 밥부터 챙겨 먹였다.

“아…….”

한 스푼의 청탕연와(淸湯燕窩)를 삼킨 린페이가 자그마한 탄성을 흘렸다. 백연(白燕), 즉 바다제비의 하얀 둥지를 닭 육수에 넣어 끓인 맑은 탕은, 식재료에 대한 거부감을 차치하고 보면 당과 단백질의 비중이 높아 이럴 때 먹이기 괜찮은 음식이었다.

‘이딴 걸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불사암만큼이나 구미가 당기지 않는 먹거리. 그러나 음식의 격을 곧 자신의 격으로 여기는 중국인들은 이 제비집 수프를 그렇게 귀하게 여겼다. 투명함이 감도는 최상급의 백연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쌀 지경이니까.

지금 린페이가 먹는 게 바로 그런 백연이 들어간 탕이었다. 두 스푼, 세 스푼을 연달아 넘긴 린페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신기하네요.”

“무엇이?”

“요즘 식사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오빠를 만나서 그런가 봐요.”

“천천히 들어라. 사람은 밥을 잘 먹어야 한다.”

“네…….”

린페이는 눈을 깜박이며 머리를 숙이고 식사에 몰두했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생명」을 투사하여 린페이의 영양흡수와 육체적 회복을 조율했다. 일찍이 각성의 가능성을 짓밟아놓은 덕분에, 내 마력에 저항하는 린페이의 마력장은 한없이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차례차례 다른 음식들을 주문했다. 마법의 작용으로 소화흡수효율이 폭증한 린페이는 육체적 회복이 완료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열량을 퍼 넣어도 무방한 상태였다.

북돋워진 식욕과 끊임없는 공복감에 힘입어 바지런히 식사를 이어가던 린페이는, 어느 순간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식기를 내려놓으려 했다.

“더 먹어라. 잘 먹는 것은 좋은 것이다.”

내가 미간을 좁히며 하는 말에 린페이는 난처한 기색으로 우물쭈물거렸다. 쉴 새 없이 먹어대는 모습이 추하게 보일까 봐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살이 쪄서 내 눈밖에 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인지. 나는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어서.”

“저, 배부른데…….”

“아닌 게 뻔히 보인다. 내게 거짓말을 할 셈인가?”

“앗,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절대로-”

“너는 먹는 모습이 예쁘다. 그러니 이쪽은 신경 쓰지 말고 네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먹어라. 나는 계속 너를 보고 있을 테니.”

다시금 울 듯한 표정이 되었던 린페이는, 제 말을 자르는 내 말을 듣고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수그렸다. 달아오른 혈류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인다. 대충 꾸며서 던진 말이 효과가 좋았다. 린페이는 머뭇머뭇 식사를 재개했다. 아까에 비해 깨작거리고 자꾸 눈치를 보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여하간 열량공급 자체는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주변 테이블로부터 힐끔거리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예약 없이 찾은 레스토랑은 평범한 손님들 외에 대규모 승전기념일 행사를 준비하는 민병 및 엽사병단 간부들로 거의 만석에 가까웠고, 일반석에 앉아 놀라운 먹성을 보이는 린페이는 시답잖은 것들의 눈길을 끌 만한 요인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

나는 귀찮은 한숨을 삼켰다.

‘객실로 갈 걸 그랬나.’

항상 스스로를 감추고 흔적을 지우는 게 습관화된 입장에선, 어떤 이유로든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사람이 몰리는 시기라도, 1박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객실은 어느 호텔이든 빈 곳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침대 위의 노동을 생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객실을 잡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나와 린페이를 집요하게 흘깃거리던 무리들 중 하나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한 놈이 일어나서는 이쪽 테이블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일반적인 공수(拱手)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양손을 맞대는, 요즘 중국 엽사들 사이에서 특히 유행한다는 포권(包拳)이라는 인사법이었다.

“저는 경진장가(京津蒋家)의 소가주이자 석벽호표의 외문제자(外门弟子)이기도 한 섬명대창(閃鳴大枪) 장지안리(蒋建立)라고 합니다.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던 바, 선생께서는 헌앙하시면서도 기도가 범상치 않고, 여기 계신 여사께서는 아름다움이 남다르니, 필시 두 분 모두 보통 사람은 아니시리라는 생각이 들어 실례를 무릅쓰고 작은 인연이나 맺어볼까 하여 이렇게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괜찮다면 제게 두 분의 이름을 허락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기도가 범상치 않다 함은 축소해놓은 내 마력장을 두고 하는 말일 터. 나는 이 길고 병신 같은 소개와 인사말을 듣고서 어이없는 기분을 느꼈다.

“……석벽호표? 외문제자?”

“예. 원하신다면 엽사증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아니, 됐소.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 우리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참이라 모르는 사람과 담소를 나눌 여유가 없구려. 이만 돌아가 주시면 감사하겠소.”

미안하지도 않고 감사하지도 않으나, 이렇게 모범적으로 나사가 빠져있는 짱깨와 말을 섞을 땐 항상 상대의 체면을 고려해야 했다. 안 그러면 무장경비가 배치된 호텔 내에서도 식기를 집어던지고 의자를 휘두르는 싸움이 터질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니까. 빨갱이들의 저질스러운 통치가 하향평준화해놓은 대륙의 민도라 하겠다.

괜히 와서 말을 붙인 얼간이는 내 축객령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나는 이 장지안리라는 저능아에게서 은근한 불쾌감의 색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저능아는 무장경비가 있는 방향을 한 번 힐끗 보더니 표정을 가다듬고 다시금 포권을 해 보였다.

“그러셨군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꼭 다시 뵐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정중함 속에 들어있는 저급한 뼈가 가소롭다. 이 인간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을 공안 선에서 처리해버릴 테니.

나는 언젠가 미주에게서 들었던 중국지부 정기 현황 보고에서 사업 환경에 관한 내용 일부를 떠올렸다.

「중국 이능총국이 공식적으로 무림풍(武林风) 유행을 장려하기로 한 건 그게 이능보유자들을 순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까닭입니다.」

「미국에서 영화 대부(Godfather)가 마피아들의 조직문화에 미쳤던 영향을 생각해 보십시오. 마피아 거물들이 돈 꼴레오네를 자신들의 롤 모델로 삼으면서 마피아들이 급격히 ‘신사화’되었지 않습니까. 모두가 겉멋으로나마 신사 흉내를 내려고 노력하는 통에 조직 운영의 형식과 문화가 유의미하게 순화되는 결과를 낳았지요.」

「이능총국이 노리는 게 바로 그런 효과입니다.」

「교육수준과 질서의식이 낮은 절대다수의 이능보유자들에게 질서를 이식함에 있어, 새로운 규범을 학습시키는 것보다는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규범을 친정부적으로 체화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빠르고 효율적이니 말입니다. ‘못 배운 것들’이 원래부터 가슴에 품고 있는 유아적인 멋과 낭만을 부채질해주기만 하면 끝이죠.」

「우민화는 덤으로 달성 가능한 중요목표입니다.」

요컨대 중국 공산당은 무림풍 낭만의 유치함과 한심함을 알면서도, 초능력을 각성한 하류인생들을 가장 빠르고 경제적으로 순화-또는 우민화-시키는 방법이라 그런 유행을 장려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떤 질서라도 완전한 무질서보다는 나은 법.

갑작스럽게 지배구조를 전복시킬 힘을 얻은 노예계급은 그만큼 순화가 시급한 대상이었다.

조금 전 장지안리가 지껄였던 외문제자 어쩌고 하는 것도 그로부터 파생된 부가적인 영리사업이었다.

「외문제자…… 이건 다른 말로 기명제자(记名弟子)라고도 하는데, 문자 그대로 ‘형식상 이름만 올린’ 제자를 의미합니다.」

「요즘 중국 엽사업계에선 이게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명성 높은 엽사병단이나 문파…… 에서 특정한 훈련이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일종의 수료증 개념으로 기명제자라는 증서를 발급해주는 거지요. 일단 기본적인 개념은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 평범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쓸 때 공모전 수상 경력이나 인턴 경력 따위를 적어 넣듯, 중국의 이능엽사들은 어디어디의 기명제자라는 사실을 직무수행능력 증명용 경력으로 써먹는다는 말이었다.

「다만 이게 단순한 교육수료증명만은 아닙니다. 이능엽사집단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거나 당국과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공공사업에 참여해야 할 때, 기명제자에겐 자기가 기명제자로 이름을 올려둔 곳에 중재와 소개를 요청할 권리가 있지요. 기명제자들 간의 유대가 사교클럽처럼 기능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회원제로 유지되는 꽌시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꽌시와 중국인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도 같다. 고로 중국인이 활동하는 분야에선 반드시 그 분야의 꽌시가 만들어진다. 고위험 수렵 시장에 무림풍이 유행하자, 중국인들은 여기서도 새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유형의 꽌시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허락해주신다면 저희 지부도 이 사업에 손을 대볼까 합니다. 꽌시와 영향력을 확장하기에도 좋을 뿐더러, 의외로 큰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미주의 예견은 자기실현적 예언에 가까운 것이었다.

내가 처음 보고를 들을 때만 해도 이 「외문기명(外门记名)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렇다 할 대형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는데, 미주 녀석은 처음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프랜차이즈를 일궈냄으로써 자신의 예견을 현실로 만들었다. 미주는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을 토대로 다른 단체들 역시 이용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자리까지 노리는 중이었다.

들어오는 돈도 제법 쏠쏠했다. 석벽호표의 명성이 엄청난 규모의 지원자들을 끌어 모았던 것.

미주는 기명제자의 등급을 나누어 중국인들의 계급적 허영을 자극하는 한편, 토익 등의 어학시험처럼 자격의 유효기간을 설정하여 지속적인 수익창출 모델을 구축해놓았다. 프랜차이즈 사업답게 높은 등급의 기명제자가 낮은 등급의 시험 실무를 맡도록 했으므로, 사업규모에 비해 관리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관리 인력은 외부고용 인력들이었다.

미주가 지사장 대행으로서 발휘한 경영수완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가만.’

나는 미간을 좁혔다.

‘이거, 이용할 수 있나?’

방금 스쳐간 등신과 동류인 놈들이 베이징에 와있는 이유는 당연히 전승기념일 도시경비의 일각을 담당하기 위해서다. 행사 당일 시가지에 깔리는 85만 민병 중에 바로 이 같잖은 ‘무림인들’이 포함되는 것.

그중에 석벽호표와 꽌시가 닿아있는 연놈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손에 쥐고 있는 패가 너무 많아도 문제다. 내게는 너무도 유치하고 괴상하게 느껴지는 문화이고 사업이라 이런 쪽으로 쓸 생각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의 그 등신 같은 인간 덕분에 생각이 닿게 되었다.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잘만 이용하면 거사의 안전성을 보강하는 동시에 사상자의 규모를 더 키울 수도 있을 듯하다. 너절한 민병들 따위, 무더기로 더 죽인다고 해서 중국에 큰 타격이 가는 것도 아니고.

“저어…….”

어깨를 움츠린 린페이가 조금 겁먹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갑자기 인상을 쓰셔서…….”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일 생각이 났을 뿐. 너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다.”

나는 표정을 되돌리며 적당한 말로 얼버무렸다. 린페이는 굳었던 몸을 이완시키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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