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363화 (363/561)

#38. 광장으로 가는 길 (13)

베이징의 지하세계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나는 부수적인 수확으로서 다수의 크고 작은 무기고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비밀스러운 무기고들의 주인은 다양했다.

우선은 중국인들이 흔히 사파(邪派)나 흑방(黑帮), 흑도(黑道) 등으로 부르는 이능보유 범법자 집단들이 있었다.

흑방과 흑도는 과거에도 삼합회·흑사회 같은 중국계 마피아들을 이르는 일반적인 명칭이었으되, 사파는 근래의 유행이 낳은 생소한 표현이었다. 무협 문화가 친숙한 중국인들에게는 그리 낯선 게 아닌 모양이었지만.

이런 지역구 범죄조직들의 무기고는 규모가 작고 내용물도 부실한 편이었다. 조악한 수제 화기와 방호구, 냉병기 등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개인용 소화기 약간 정도가 남을 따름. 이는 합법적인 엽사 활동과 거리를 두고 있는 놈들의 사업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냉전기에 비축된 것으로 보이는 망각의 유산들이 있었다. 공식적인 주인은 물론 중국 공산당일 터이나, 오래된 무기고들은 내가 황금기의 눈으로 발견하고 「염동」으로 잠긴 문을 열기 전까지 오랜 세월 방치되어있던 흔적이 역력했다.

마지막으로는 흑적(黑贼), 즉 흑해자당이 마련해놓은 지하거점들이 있었다.

흑해자당이 반입한 무기들은 첫째가 사파 무리들에게 팔아넘겨 자금을 조달하고 사회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상품이었으며, 둘째가 베이징에서 마오주의(Maoism, 모택동 사상) 투쟁을 전개하고자 준비한 무장이었다. 나는 이러한 내막을 피에 젖은 문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에서 내게 각별했던 것은 당연히 후자 쪽이었다.

IED(급조폭발물) 제작에 쓰려고 반입한 다양한 구경의 포탄과 그 장약들, 그리고 군경의 헬기와 하늘의 이능엽사들을 상대하려고 가져온 대공미사일들. 이것들은 기존의 베이징 테러 계획에 가벼운 변주를 넣게 해줄 유용한 소품들이었다.

이것들을 본 경태 역시 나와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오, 굳이 우리가 가져온 미사일들을 쓸 필요가 없겠네요. LOT 번호가 찍힌 발사관을 현장에 남겨두면 중국은 ‘빌어먹을 흑적 새끼들이 테러리스트들과 손잡고 무기를 공급했구나!’ 라고 착각할 테니까요.”

조직 본사에 연락을 넣어 실시간으로 LOT 번호-중국식으로는 탄약비차편호(弹药批次编号)-를 조회해본 결과, 흑해자당이 베이징에 반입한 무기들은 내가 과거 삼합회로부터 들여와 흑해자당에 팔아넘긴 물건들이 아니었다.

경태는 다양한 구경의 포탄들을 쓰다듬으며 즐거워했다.

“흑해자당에게 가장 열성적으로 보급을 해주는 세력이 인민해방군이라더니, 그 사실을 이렇게 직접 확인하게 되는군요. 뭐, 우리에게 들어오는 흑해자당의 무기 주문량이 시원찮았던 시점에서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긴 합니다만.”

인민해방군이 흑해자당에게 보급을 해준다 함은, 말 같지도 않은 졸전과 적전도주로 무기와 장비를 헌납한다는 뜻이었다.

팔일철기와 같은 정예부대들은 크게 활약을 하는 편이었으되, 일반적인 부대들은 부패한 나라의 부패한 군대가 어디까지 무능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보도관제와 프로파간다를 병행하고 있기에 외부세계에선 중국군의 무능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내부의 기밀들을 열람할 수 있으며 또한 흑해자당과도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나는, 황산 일대에 웅거한 흑해자당이 그간 노획한 장비들만 가지고 기계화 여단을 편성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알고 있었다. 이는 중국의 흑적토벌작전에서 민간 엽사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확대되어가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여하간, 테러 현장에 방기될 빈 미사일 발사관들의 일련번호는 연속적인 오해와 의심의 도미노를 불러올 것이었다.

먼저 중국. 테러리스트들과 흑해자당 사이의 연결 관계를 확신한 중국은, 암암리에 흑해자당을 지원해온 혐의가 있는 서방진영이 이번엔 위구르 테러리스트들 또한 지원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토록 엄청난 역량을 지닌 테러리스트 집단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었겠느냐고.

선박과 항공기를 납치하고, 값비싼 각성체 전마를 미끼로 사용하며, 수십 회의 드론 폭격을 감행한 끝에 마침내 베이징까지 타격하는 데 성공한 규격 외의 테러리스트 집단. 이런 집단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탄생할 수가 없다. 어떤 거대한 배후세력으로부터 체계적이고 막대한 후원을 받지 않고서는.

이 혐의를 전 세계의 여러 이슬람 세력들에게 돌릴 수도 있겠으나, 중국 입장에선 서방진영의 음모라는 쪽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겠지. 영국이 홍콩 소요와 광저우 사태 때부터 줄곧 기여해온 중국의 확증편향이다.

반면 서방진영의 주요 국가들이 첩보력을 발휘하여 내가 남긴 단서를 접할 경우, 이거야말로 샤히디 그룹의 탄생 배경을 설명할 최소한의 개연성이라 판단할 터.

‘최소한 영국 놈들은 파슈툰 장인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을 거란 말이지…….’

일찍부터 흑해자당과 접점을 만들어놓은 정황이 짙은 영국 놈들이라면, 다섯 공장이 파견한 기술자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라도 인지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그들이 도달할 가장 유력한 추정은, 해외 이슬람 세력과 흑해자당의 장기적인 협력이 새로운 국면에서 새로운 싹을 틔운 게 아니겠느냐는 것.

어느 쪽의 오해든 내게는 유익했다. 내 조직의 존재감을 가려준다는 점에서.

경태는 흑해자당이 쌓아둔 포탄과 장약들을 새로운 연출에 써먹을 생각을 했다.

“기존 계획의 타임 테이블에서 딜레이가 생기긴 하겠지만, 형님께서 비어있는 전차를 짚어주시고 우리 애들이 잽싸게 뛰어 해당 단차(單車)를 확보한다면 길어도 1분 이내로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아주 죽여주는 사진과 영상이 나올 텐데요. 양식 있는 사람들이 보면 백 퍼센트 소련 붕괴 이후의 혼란상을 떠올릴 겁니다.”

일부러 남겨둘 미사용 포탄 한 발은 빈 대공미사일 발사관과 더불어 중국의 오해를 심화시킬 단서다. 경태의 발상을 들은 나는 잠시 곱씹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준비는 해놓되, 실행 여부는 그때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하지.”

“옙. 그럼 여분의 깃발을 발주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깃발은 위구르인들의 마지막 조국, 동 투르키스탄 공화국의 국기를 의미했다. 이 국기를 외부 업체에 주문하면 단서가 남을 터라, 필요한 모든 수량을 조직 산하의 계열사에서 제작하여 조달하는 중이었다.

천안문 의거를 위한 제3의 조공인 드론 공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8월 12일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드론 공격의 표적은 다이샨 섬(岱山岛)에 건설된 중국 공군기지였다. 상하이와 닝보 사이의 바다에 끼어있는 이 섬은 해상으로부터 침투공격에 취약한 거점이었다.

이 공군기지의 격납고엔 「이롱(翼龙/익룡)」이라는 이름의 전투·정찰용 무인기 여덟 대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있는 실험용 무인기 다수가 주기되어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단 한 번의 테러로 박살이 나버렸다.

공격을 개시한 지점은 북으로 약 13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무인도(大寨子山).

분선밀수로 운송하여 야음을 틈타 무인도에서 이륙시킨 싸구려 자폭 드론 아홉 기는, 불과 5분 남짓한 편도비행 끝에 단 한 기의 추락이나 빗나감도 없이 목표 타격을 완료했다. 격납고 천장을 뚫고 들어가 파편을 뿌리며 터진 것이 여섯 기, 고폭탄과 소이탄을 탑재하여 유류저장고를 폭파시킨 것이 두 기, 소방대가 대기하고 있던 막사에 꽂힌 것이 한 기였다.

모든 드론은 마지막 순간까지 영상 데이터를 보내왔다. 여기에 소형 관측용 드론이 불타오르는 공군기지의 전경을 담아냈다.

사실 이 공격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피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피해액을 계산하면 대략 2억 위안. 미화로는 3천만 달러 남짓. 사람이 좀 죽기는 했어도, 각성능력자조차 아닌 군 소방대원들은 얼마든지 충원 가능한 값싼 인적자원들이다.

그러나 이 공격이 암시하는 앞날은 중국이 평소 민감하게 여기는 방공망의 약점과 닿아있는 것이었다.

이날, 알림 샤히디 명의의 SNS 계정엔 두 개의 영상이 추가로 업로드되었다. 하나는 공군기지를 타격하는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샤히디가 중국에 전하는 두 번째 메시지였다.

「압제자들이여. 너희가 지배하는 대륙은 광활하다.」

영상 속의 샤히디는 테이블 위에 손을 모은 모습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오랫동안 그 광활함을 저주해 왔다. 저토록 넓은 땅에서 십 수 억의 인구가 내는 막대한 산출과, 그 산출에 힘입어 매일이 새롭도록 강해지는 압제자들을 우리의 힘만 가지고 어찌 싸워 몰아낼 수 있겠느냐고. 저 거대한 땅의 무게가 우리 민족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노라고.」

「그러나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너희 땅의 광활함이 곧 너희 압제자들의 약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너희의 땅은 넓어도 지나치게 넓다.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넓어서 그 어떤 수단을 강구해도 모든 곳을 완벽하게 방비할 수 없지.」

「특히나 취약하게 열려있는 것이 바로 너희의 하늘이다.」

「너희의 방공망은 잘루트(جالوت/골리앗의 이슬람식 표현)가 들고 있는 어린아이의 우산과도 같아, 머리를 가리면 넓은 등과 어깨가 젖고, 등과 어깨를 가리면 커다란 머리가 젖으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낮은 빗방울들은 막아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성전은 이제 낮게 흩날리는 빗방울이 되어 너희를 엄습하리라.」

「너희 무신론자들은 수라 알 필(꾸란의 105번째 장. 일명 「코끼리의 장」)의 말씀을 읽어보라. 악숨의 총독이 코끼리 기병의 군세를 몰아 메카의 카바를 넘보았을 적에, 높으신 하나님께서는 작은 새들의 무리(أبابيل, 아바빌)를 보내시어 거대한 것들의 군세를 물리치셨도다.」

「너희는 커다란 코끼리의 군세요 우리는 작은 새들의 무리이니, 너희가 아무리 크고 강하다한들 우리가 떨어뜨릴 흙구슬들을 막을 재간이 없을 것이다. 알라께서 가호하시는 약자들이 신을 욕보이는 강자들을 무너뜨림이 이와 같다.」

알라가 보낸 작은 새들의 무리를 뜻하는 아바빌은 곧 이번 테러에 사용된 자폭드론의 원형(HESA 아바빌)이기도 했다. 경전을 파고든 메리옘이 재치 있게 담아낸 암시. 신화 속의 새떼는 구운 진흙구슬을 떨어뜨려 전투코끼리 군단을 쫓아내는 기적을 일으켰다.

중국 방공망의 제일가는 딜레마는 국토의 면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방공망의 밀도이고, 그 다음의 딜레마가 저고도 소형비행체에 대한 탐지 및 요격능력 부재다. 한국이 미사일 전력을 확충할 때마다 중국의 지랄병이 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중국의 모든 방공체계는 기본적으로 소련과 러시아의 기술을 배우거나 도둑질해서 만든 것. 한데 러시아가 자랑하는 강력한 방공망은 여러 차례에 걸쳐 싸구려 드론들에게 뚫린 바 있다. 타르투스에서, 흐메이밈에서, 그리고 시리아 전역(戰域)의 여러 군사적 거점들에서.

드론의 낮은 비행고도와 작은 레이더 반사면적은 탐지의 어려움을 대폭 증가시킨다. 게다가 나는 임마누일로부터 선불로 넘겨받은 전자파 흡수도료까지 처발랐다. 도료가 무거워 항속거리가 감소했으나 테러용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모든 방공체계는 24시간 백 퍼센트 효율로 가동하는 게 불가능하다. 또한 한적한 해안이나 무인도에 상륙하여 드론을 발진시키는 까닭에, 대공미사일이 날아올 즈음이면 드론은 이미 목표물을 타격한 다음일 확률이 높았다.

인민해방군 육군 방공군과 공군 방공여단의 배치를 아는 나는 그 확률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탐지에 걸리는 시간과 미사일의 비과시간을 고려하여 타격지점을 선정하니 실패가 있을 리 있나.

경태는 이와 관련된 업무들을 즐거운 느낌으로 수행했다. 이거야말로 전례가 없는 ‘독립운동 컨설팅’이 아니겠느냐면서.

「너희는 이런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겠지.」

「그러나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너희 압제자들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치르고 있는 위구르 민족의 투사들이지.」

「너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겨레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자행하고 있겠지만, 이 세상 모든 정의로움의 주인이신 알라의 이름으로, 나와 내 형제들은 너희가 모르는 전사의 명예로서 민간인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삼가겠다.」

「다만 너희의 국력과 군사력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은 미리 경고해두는 바이다. 내 목소리를 듣는 중국의 인민들은 중국의 군대가 머물거나 행진하는 장소, 그리고 사회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들을 멀리하기를 바란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는 서구세계의 방임을 부추기고, 세계적으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며, 나아가 중국 공산당의 확증편향을 심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외부세계의 편견과는 달리, 이슬람 세계의 주민들도 대다수는 극단주의적 투쟁보다 이렇게 합리적인 투쟁을 더 광범위하게 지지한다.

「내 형제들은 우려를 표하였다. 이런 식의 투쟁으로는 신과 민족의 적들에게 충분한 출혈을 강요하지 못하리라고. 우리가 주는 피해가 위구르 땅에서 얻는 이익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 겨레의 독립은 요원하리라고.」

「나 역시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좌절했었지. 우리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위구르 땅에서 나오는 이익을 상쇄할 만큼의 피해를 줄 순 없을 테니까.」

「하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의 목적은 추운 날의 비처럼 너희의 손발을 적시고 몸을 차갑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끊임없이 체력을 소진하고 둔해질 너희는 너희가 그토록 매달리는 세계적 패권경쟁에서 끊임없이 불이익을 감수하게 될지니.」

「먼저 우리는 너희의 군사력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것이다. 값비싼 항공기들과 선박들을 손상시킴으로써 너희의 작전능력을 저해하고, 너희가 계획에 없던 추가적인 군비지출에 시름하게 해주겠다.」

「동시에 너희의 전사들은 언제나 죽음을 근심해야 하리니. 한 사람의 저격수가 군단의 발을 묶는 이치와 같이, 너희 공산당의 군대 역시 신경쇠약과 사기저하에 시달릴 것이다.」

「또한 우리는 수시로 너희의 철도를 끊고 그 사실을 통보해 주겠다. 지금 이 순간, 너희의 광활한 국토 어딘가에서 가느다란 철로 하나가 끊어졌다고. 그 위치를 찾아 다시 잇기 전까지는 모든 철도의 운행을 중지하는 편이 좋으리라고. 이에 따라 너희의 교통과 물류는 빈번히 적체될 것이며, 적체되는 만큼의 경제적 불이익이 너희를 피로하게 하리라.」

「마지막으로 우리는 너희의 발전소와 송전탑과 변전소들을 공격하겠다. 그럴 때마다 너희의 산업생산은 차질을 빚게 될 터. 생산성 저하에 시달리는 너희의 공장들은 계약상의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질 것이고, 해외의 기업들은 우리의 사정권에 든 지역에 대한 투자와 거래를 재고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공세가 너희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기 위함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너희는 족쇄를 찬 거인이자 사시사철 잔병치레를 하는 병자로서 패권경쟁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너희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너희가 나머지 세계의 압력에 맞서 우리 민족의 강역을 지켜낼 힘조차 없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

「그 아름다운 날이 알라께서 정해두신 미래에 있음을 의심치 아니하며, 나와 내 형제들은 주께서 우리의 목숨을 거두어 가시는 그날까지 성전을 이어나갈 것을 엄숙히 맹세하는 바이다.」

「위구르 독립 만세. 알라 후 아크바르!」

간접적으로나마 미국의 패권을 지지하는 듯한 이 성명은 서구세계의 정보기관과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느껴질 게 틀림없다. 이슬람 민족주의 테러리스트 집단이 서방진영에 친화적인 입장을 표명하다니.

그리고 중공 빨갱이들의 의심병은 그 같은 신선함에 비례하여 악화될 것이었다.

첫 번째 드론 공격을 성공시킨 것은 일단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함이었다. 위기가 있어야 위기의 해소도 있는 것이니.

현재 내 가짜 대자 셋은 국안부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내가 던져준 무인기 밀수의 단서들을 쫓는 중이었다. 단서의 배치는 국안부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한 중국의 해외 인적첩보망을 참고했고, 이렇게 깔아놓은 레일을 더듬으며 나아가다보면 이번 테러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샘플을 획득하도록 안배되어있었다.

내가 공급하는 모든 무인기엔 의도적으로 넣어놓은 결함이 존재한다. 특정 대역의 전파간섭에 대한 취약성이. 국안부의 역량이라면 이 결함을 발견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터.

광장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걸음이 순조로웠다.

이 와중에 내 거짓 대자들의 이반을 감지한 가오슈센은, 조직 중국지사의 연락선에 불을 내는 한편, 사회적인 의미에서 린페이의 목을 졸라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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