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305화 (305/561)

#34. 웨인과 웨이네타 (3)

헌터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이런 씨발, 장난해? 대체 몇 분을 늦은 거야? 거의 30분이네, 30분!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는 양반들이 일을 이딴 식으로 하면 쓰나!”

“하여간 군인이랑 공무원 철밥통 새끼들 게을러터진 건 알아줘야 돼. 이보쇼, 당신들. 이거 어떻게 보상할 거야? 우리한테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거 몰라, 어?!”

“아 됐고, 빨리빨리 좀 합시다! 빨리빨리! 좆같이 늦게 온 주제에 검수한다고 또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으려고 그래? 이러니까 한국이 맨날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거야. 한시가 급한 위기상황에서도 마냥 느긋하기만 하지. 한심하기는 진짜!”

목숨 내놓고 돈을 버는 인생들의 난폭함을 드러내는 중무장 용팔이들과 달리, 급할 것이 전혀 없는 우리는 검수 순서를 양보하고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무장집단이자 가장 명성 높은 공능법인이며, 또한 「콜레로의 뱀」과 마주치고도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가 차례를 양보하자, 나머지 헌터들의 험악한 분위기도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조용해진 헌터들의 주의는 이쪽으로 향했다. 우리의 정중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마냥 우호적인 것이 못 되었다.

개중 하나가 고개를 돌리며 침을 뱉는다.

“거 새끼들, 있는 척은…….”

우리가 무서워 차마 대놓고 하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아예 입을 다물고 있지도 못하는 지능 수준과 옹졸함으로, 들릴락 말락 중얼거리는 소심한 열등감.

이런 헌터들이 저들끼리 수군거리는 내용엔 우리의 행적에 대한 의구심 또한 녹아있었다. 흉물을 싸워서 밀어낸 게 맞기는 하느냐는 내용의. 이는 우리가 공식적으로 제출한 자료의 불완전함, 그리고 교전 당시 주변에 있던 헌터들의 궤멸적인 인명피해에서 비롯된 의혹이었다.

타라자 부대와 외교부 관계자들은 이쪽을 향해 조심스러운 눈인사를 보내왔다. 우리가 자신들의 곤란함을 헤아려 양보를 해주었다고 착각한 모양.

‘끔찍할 정도의 행정적 비효율이로군.’

이는 평화유지군 검수담당관이 검수를 진행하고, 그것을 한국군과 한국 외교부 인원들이 다시 이중삼중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보며 드는 생각이었다.

명목상으로는 물자분배에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실제로는 평화유지 임무에 참여한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검수담당관 TO의 과반은 개발도상국 출신의 장교들로 채워졌다.

문제는 이들의 평균적인 심성이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정치·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의 군인과 관료들에게, 각종 부정과 뇌물수수는 일상과 분리가 불가능한 생리와도 같은 것이다. 평화유지군이 가는 곳마다 매춘·밀수·보급품과 구호물품 횡령 등이 판을 치는 건 그냥 그들이 모국에서 하던 대로 행하는 까닭이고.

껍데기뿐인 선진국인 한국에서는 곧잘 생계형 범죄라고 인정해주는 그것이다.

검수관들과 호송단의 도착이 지연된 사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호송대와 동행한 외교부 관계자들은. 늦은 이유를 추궁하는 헌터들을 상대로 굽실거리며 사정을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일부 검수책임자들이 뇌물을 받고서 허가받지 않은 물자반입 및 이동을 눈감아준 사실이 확인되어, 이에 대한 조치들을 취하고 다른 검수관을 기다리느라 부득이하게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디 너른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자들 사이엔 어울리지 않게도 검은 방탄복과 하늘색 방탄모를 착용한 사무관 윤혜원이 끼어있었다. 뜻밖이라고 해야 할까? 비교적 안전한 곳에 틀어박혀있을 줄 알았더니만.

어디를 보든 어둡고 우중충한 전장 환경에서, 정장이 어울릴 법한 젊은 여성의 사죄는 용병들의 화를 누그러뜨리는 효과적인 도구였다.

지켜보던 경태가 턱을 쓰다듬으며 한마디 한다.

“대-단하군요. 이러다간 후방엔 분명히 탄약이 있는데 전방에선 탄약 부족으로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꼴까지도 볼 수 있겠습니다.”

경태가 말한 건 전쟁에서 실제로 숱하게 발생하는 일.

잠시 후 우리가 검수를 받을 차례가 돌아왔다.

제트 바이크로 운송하는 화물의 중량은 백오십 킬로그램을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만큼의 비행중량 증가를 감당 가능한 기수부터가 귀하거니와, 기체 후방의 선반형 거치대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부피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 전투상황에서의 기동성 또한 고려해야만 하는 요소다.

나와 내 애들이 화물을 고정시킨 그물망을 풀고 방수포를 벗겨내자, 지켜보던 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벼운 감탄사들을 토해냈다.

검수담당자로 온 네팔 공수부대 대위가 투박한 영어로 하는 말.

“이 정도면 여러분이 실어온 보급품만으로도 컨테이너 하나는 채우겠어요. 정말로 훌륭합니다.”

다분히 과장이 섞인 칭찬이었다. 40피트 컨테이너의 적재한도가 26.7톤이니, 제트 바이크 운송으로 컨테이너 하나를 다 채우려면 적어도 2백 소티 안팎의 왕복비행이 필요하다.

검수를 거친 화물들은 즉석에서 한국의 몫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분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몫은 다시 타라자 부대의 몫과 외교부 긴급대응팀의 몫으로 나뉘었다. 우리가 가져온 물량이 예상보다 많았던 탓인지, 군 관계자들과 외교부 관계자들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신경전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잖아도 도착 지연으로 이쪽의 시간을 잡아먹은 마당에, 추가로 차례를 양보하기까지 한 우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들이었으므로.

이러는 동안, 우리에게 물품수령증명서(LOCRCT)를 전자문서로 발급해주려던 공무원은 먹통이 된 단말기를 들고서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아, 이게 또 안 터지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됐었는데.”

말썽의 원인은 이번에도 모래폭풍이었다. 공기 중에 가득한 음전하의 난류가 무선통신을 방해하고 있는 것. 누렇게 물든 하늘 저편에서 연속으로 백색의 전광이 번뜩인다. 간혹 굉음을 내며 시가지로 내리꽂히는 번개줄기도 있었다. 예측이 불가능한 기상악화이자, 물류적체의 행정적 난맥을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였다.

곧 전자문서 발급을 단념한 공무원들은 이쪽의 책임자를 찾았다. 종이로 임시증서를 발급하려면 책임자가 자기네 현장지휘본부까지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헬멧을 벗고 공능법인 「개마」 부사장으로서의 얼굴을 내보이자, 나를 알아본 윤혜원이 저의 동료들과 말 몇 마디를 나누더니 내게로 다가온다.

“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이런 데서 뵙게 되다니 놀랍네요.”

“그건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사무관님 같은 분이 이렇게 위험한 지역으로까지 파견될 줄은 몰랐군요.”

내 말에 윤혜원은 고단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교민들이 위험에 처해있는데 우리 외교관들이 안전한 곳에만 머무를 순 없는 거니까요. 상황이 여기까지 악화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지만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윤혜원이 긴급대응팀에 몸담게 된 동기는 윤혜원 본인의 남다른 출세욕에 있을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한국 외교부가 여성 외교관들의 험지 근무를 면제한 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 아니던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검은 대륙으로 올 일 자체가 없었을 터.

“증서는 부사장님께서 직접 수령하실 건가요?”

“뭐, 직급이 직급인 만큼 제가 가서 서명을 하는 게 맞겠지요.”

“그렇군요. 그럼, 음…….”

머뭇거리던 윤혜원이 공연히 머리카락을 꼬며 묻는다.

“괜찮다면 그, 저를 태워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지금 전화도 무전도 다 먹통이라 저희 쪽에서도 누구 하나가 직접 가서 인수품목을 확인해줘야 하는데, 그럴 거면 그냥 같이 움직이는 쪽이 더 빠를 것 같아서요. 벌써 시간을 많이 빼앗기기도 하셨고요.”

“올라오십시오. 기왕 이렇게 된 것, 현장지휘본부로 갈 화물도 같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아, 그래주시면 감사하지요.”

공중전을 염두에 둔 제트 바이크는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1인승으로 설계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탑승 공간은 빡빡하게나마 두 사람이 들어갈 여유가 있는 게 보통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하늘을 나는 0.1톤」처럼 생체질량이 1.5인분을 넘는 고도비만 각성능력자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헌터들이 유사시 인명구조 활동이나 승객 운송도 가능한 다목적 기체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편이 돈을 벌기에 더 유리하니까.

좌석은 계기판을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조정되는 형식이었다. 윤혜원이 주춤주춤 탑승하여 내게 기대는 자세로 벨트를 결속하자, 골전도 리시버를 통해 불만스러운 투덜거림이 들어온다.

「이런 젠장.」

돌아보면, 바이저 속의 경태는 윤혜원을 바라보며 오만상을 다 쓰고 있었다. 몇몇 부하들이 내 기체와 자신들의 기체에 화물을 결속시키는 모습들도 보인다. 이는 현장지휘본부로 실어갈 보급품들이었다.

배후에서 밀착해오는 육식동물의 존재감을 느끼며, 나는 예전에 경태가 윤혜원에 관해 내놓았던 제언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튀기고 어머니는 데쳐서 먹여주자 어쩌고 했던 이야기를.

‘나쁘지 않은 발상이었는데 말이지.’

수연 본인이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내지만 않았던들, 나는 경태의 의견대로 실행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았을 것이다.

그때 수연 녀석은 나에게 어떤 이유로든 목숨을 빚지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그럼, 빚 지우기가 아니라 단순히 격려의 의미로 행하는 보복살인은 괜찮은 게 아닐는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콕핏을 폐쇄하여 외풍을 차단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잘 붙잡고 계십시오.”

“네에……. 앗-!”

제트 바이크가 떠오르자 윤혜원이 반사적인 비명을 흘렸다.

외교부 긴급대응팀의 이링가 현장지휘본부는 물류집적소에서 서쪽으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위치의 호텔이었다. 「카라비니에리 사바우디」의 피에르프란체스코가 머무는 마운트 로열 빌라보다는 못할지언정, 이 가난한 도시에서는 시설이 좋은 편에 속하는 곳.

좀 더 멀리로는 평화유지군 사령부와 예하 부대들의 지휘소, 후방지원부대들이 차지한 대학 부지를 볼 수 있었다. 이런 대학의 이름이 음크와와 대학인 것은 이 시대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호텔에 접근하자 경계를 맡은 병력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악천후 속에서도 가까운 거리에선 무선교신이 가능했다. 일단 피아식별이 이루어지자, 경광봉을 든 병사들이 나서서 착륙 유도를 실시해주었다.

윤혜원이 살짝 상기된 어조로 감탄했다.

“와, 정말 빠르군요. 지상으로 이동하려면 10분은 걸리는데.”

평시라면 10분까지 걸릴 거리가 아니지만, 짧은 이동에도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문제일 것이었다. 당장 호텔 담벼락에도 여기저기 화살이나 투창, 끝을 날카롭게 세운 철근 따위가 박혀있는 게 보인다.

「콜레로의 뱀」의 출현, 그리고 점점 더 빈도가 높아지는 평화유지군의 대민사고들로 말미암아 동요가 임계점을 넘어버린 지역민심의 흔적이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를 안으로 안내하는 동안, 윤혜원은 이런저런 사소한 말들을 끊임없이 붙여댔다. 뒤로 갈수록 은근히 말투가 살가워지고, 틈틈이 약한 소리와 나에 대한 아첨을 끼워 넣으며 몰래 내 반응을 살피는 건 덤이었다.

“부사장님께선 참 대단하신 분 같아요.”

“뭐가 말입니까?”

“그렇게 높은 직위에 있으시면서도 힘들고 위험한 현장에서 솔선수범을 하고 계시잖아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한 순간이지 않습니까.”

“그걸 당연하다고 말씀하시는 게 더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추정 기업가치가 「개마」의 10분의 1이나 될까 싶은 공능법인들조차, 대표니 이사니 하는 높은 분들은 현장에서 뵙기가 어려우니까요. 다른 엽사분들보다 훨씬 더 점잖으시기도 하고.”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피에르프란체스코, 그 발정난 이탈리아 수컷을 처음 만났던 호텔 연회장의 풍경이었다. 벼락부자가 된 밑바닥 인생들의 필연적인 허영이라고 해야 할까.

“심지어 그 괴물을 만나고서도 살아남으셨잖아요. 부사장님과 동료 엽사분들이 아니었으면 모두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한 공황에 빠졌을 거예요. 어쩌면 이 도시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레이스-684를 근접조우하고서도 살아남은 헌터 집단은 우리 말고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피해가 전무했던 집단은 우리가 유일했다. 우리가 부분적으로 전달한 대처방안-교전 당시 경태가 쏟아내었던 임기응변을 체계화한-이 모든 평화유지군 부대들과 헌터들의 전범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무실로 전용된 객실에 들어서고 나서도, 윤혜원은 수령증명서를 발급하는 내내 계속해서 사탕발림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던지는 질문이 이러했다.

“저기, 수연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강수연 상무라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내의 모두가 의지하는 유능한 중역이지요.”

“그렇군요. 음, 저에 대해선 뭔가 말하지는 않던가요?”

“글쎄요. 강 상무가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드문 일인지라. 학창시절에 알고 지냈던 사이라는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아…….”

윤혜원은 끄덕끄덕하며 다시금 아닌 척 내 안색을 살폈다. 내 말의 진위를 가늠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내게서 거짓의 기미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윤혜원은 미소와 함께 인쇄가 끝난 수령증명서를 내밀었다.

“여기, 그리고 여기에 서명을 해주시고, 괜찮으시다면 지장도 찍어주세요. 한 부는 저희가 보관합니다.”

지장을 찍고 나자, 저가 노려지고 있음을 모르는 사냥감은 손에 묻은 인주를 닦아주겠다며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촉감에도 불구하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체온이었다. 윤혜원이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다 됐습니다.” 하며 다시 웃어 보이는 교활한 동물에게 미끼를 던졌다.

“혹시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 같은 건 없으십니까?”

“예?”

“사무관님이 많이 힘들어 보이셔서 말입니다. 사소한 거라도 상관없으니 말씀해보십시오. 가능하다면 오가는 길에 좀 챙겨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교활한 동물은 맥박이 조금 빨라진 채로 눈알을 굴렸다. 신경계에 번지는 흥분과 긴장의 색채는 기대감으로 해석하는 게 옳을 것이었다.

“어, 음, 제게 그렇게 해주시는 이유가……?”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해두지요.”

“마음에 들어요? 제가요?”

“예. 싫습니까?”

“……굉장히 직설적이시네요.”

기실 윤혜원에게선 진작부터 번식욕구를 자극받은 인간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남자의 경우엔 안드로스테놀, 여자의 경우엔 코퓰린. 매력적인 이성과 대면했을 때 인체가 분비하도록 되어있는 성적인 호르몬들. 내가 공연히 이런 미끼를 던진 게 아니다.

윤혜원은 볼을 붉히며 끄덕였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몇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조용하게 죽여 없앨 기회를 잡으려면, 일단은 자연스럽게 마주칠 기회를 만들어놓는 게 우선이다. 모든 사냥감들이 피에르프란체스코와 같을 순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가만히 앉아있어도 사냥감이 알아서 잡혀주기를 바라는 건, 복권을 긁지 않으면서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수준으로 한심한 일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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