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284화 (284/561)

#32. 뱀 (10)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시오. 필요한 게 있다면 내 부하들에게 요청하도록 하고.”

내가 마무르에게 만들어준 복수의 위장신분들은 중국 내에서의 활동도 가능케 하는 것이었으나, 그럼에도 이 괴짜의 인상착의는 최대한 적게 노출시키는 편이 좋았다.

마무르는 큼직한 동작으로 끄덕였다.

“싸장님은 염려를 붙들어 매십시오. 나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살해하겠어요.”

헌터들이 애용하는 프라이빗 제트기엔 당연하게도 고속 위성 인터넷 중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값비싼 제트기를 항공택시로 써먹는 이유는 돈이 되는 사냥감이 있는 곳에 경쟁자들보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것. 그러므로 이동 중에도 실시간으로 고가치 수렵 정보-또는 현상금 정보-를 조회할 수단을 갖추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광신도가 손을 들었다.

“질문! 혹시 내가 요청 가능한 사항엔 면세점 쇼핑 심부름도 포함됩니까? 나는 나의 아내와 가족들과 이웃들과 성전연합의 동지들에게 보낼 선물들을 사고 싶어요.”

“……마음대로 하시오. 대금은 차후의 활동 수수료에서 차감하도록 하지.”

“훌륭합니다! 싸장님 당신은 관대한 불신자!”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합시다.”

인사를 남긴 나는, 기내에 남을 부하들에게 철저한 보안 유지를 다시 당부한 후 경태, 미주 등의 인원을 동반하여 보딩 브릿지를 건넜다.

개인기 전용 터미널엔 일련의 공안 인력이 공항 직원들과 함께 오와 열을 맞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전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선생!”

가운데 서서 경례를 올리는 3급 경독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긴장한 상태였다. 보나마나 변태 돼지가 으름장을 놓았겠지. 내게 형제와 같은 인물이 올 것이니, 너희는 나를 대하듯이 그를 대하라고.

돈이 들지 않는 생색내기였다.

함께 나온 공항 직원들은 내 일행의 여권을 받아다 즉석에서 수속을 마쳐주었다. 나는 여권을 돌려받으며 말했다.

“환영해줘서 고맙소. 바로 이동합시다.”

“예, 선생!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터미널 바깥엔 리무진과 호위차량들이 대기 중이었다. 나는 리무진에 탑승하며 생각했다.

‘베크룩스는 지금쯤 장강 하류에 진입했으려나.’

본디 나는 기술자들의 수송을 마치고 위장용 공적 확보를 끝내는 즉시 탄자니아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계획을 수정하여 이곳 선전으로 온 것은, 미주가 광둥 지역 엽사병단 연맹의 맹주로 추대되는 현장을 참관하고 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

맹주 자리에 오른 미주의 첫 번째 대외활동은 아프리카 지역의 평화유지활동이 될 것이다. 병단 간의 위계질서가 정부의 공인을 받는 셈이니, 일전에 미리 논의했던 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지.

물론 가오슈센은 미주의 해외출장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베크룩스에 있을 때부터 수시로 전화를 걸어 징징대던 가오슈센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아니, 그게, 꼭 박 여사가 몸소 가야만 하는 거요? 그냥 아랫사람들만 보내면 아니 되오?」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원행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간 어떤 식으로든 뒤탈이 따를 듯하여, 미주는 형식적으로나마 사전에 놈의 양해를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가오슈센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종래엔 내가 전화를 가로채 적당히 하라고 잘라내야만 했다.

「그치만…… 나는 박 여사와 멀어지면 외로워서 죽어버리는 동물이란 말이오……. 그렇잖아도 박 여사가 근래 들어 장강수로 흑적채 토벌 건으로 빈번히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내 마음이 많이 공허해진 상태인데, 이제는 아예 머나먼 비주(非洲/아프리카)로까지 장기 출장을 보내겠다니……. 정말 나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오?」

이렇듯 마지막까지 역겹게 우는 소리를 늘어놓던 가오슈센은, 결국 풀이 죽은 채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였다.

연맹 수립 기념행사가 치러지기로 예정된 장소는 바오안 국제공항과 인접한 선전 국제회전중심(深圳国际会展中心, SWECC)이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거대한 전시회장은, 본행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대륙 전역에서 밀려온 이능엽사들 및 고위험 수렵 산업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전시회장 앞 공터의 좌우로는 서른두 개의 깃대가 세워져있었고, 그 깃대마다 매달려있는 오성홍기들이 바람을 타고 선명한 붉은 빛으로 물결쳤다.

오늘 탄생할 연맹의 이름은 「화성무련(花城武联)」이었다.

광둥성 전역을 아우를 연맹의 이름에 광저우의 별칭인 화성(花城)이 들어간 것은, 필시 물 밑에서 가오슈센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일 터였다. 그가 나와 내 애들의 컨설팅을 받아 설립한 엽사병단의 이름이 화성맹룡대(花城猛龙队)이니까.

시간이 되어, 목에 붉은 스카프를 매고 단상에 오른 미주는 취임선서를 시작했다.

「저, 석벽호표의 사령 박 모(某)는 오늘 위국단우(为国担忧/나라를 근심함)의 한뜻으로 연맹에 합류할 모든 애국 엽사들을 대표하여 엄숙히 선서합니다.」

미주의 신상정보엔 국가안보 및 흑해자당의 테러 가능성을 이유로 보도제한이 걸려있는 바, 크고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서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 선 미주는 스스로의 이름을 그저 박 모라고만 자칭했다.

나는 미주가 위장신분으로 저 자리에 서있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감시와 검열의 천국인 중국에서 거짓 신분의 소유자가 저 위치까지 올라가다니.

처음 신분을 만들어준 자는 가오슈센이지만, 신분의 비밀을 지키는 데 딱히 가오슈센의 비호가 필요하진 않았다. 왜냐면, 작금의 중국엔 미주를 비롯한 내 부하들 이외에도 거짓 신분을 가진 엽사들이 무수히 많이 활보하고 있었던 까닭.

‘빨갱이들이 누구를 원망하겠나. 다 자기들 스스로 쌓아올린 업보인 것을.’

문제의 원인은 계급제도나 다름없는 중국의 호적제도(후커우)였다.

과거에도, 농촌호적을 가진 농민공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시호적을 손에 넣으려 애썼다. 또한 이미 도시호적이 있는 자들이라도 자신이 태어난 도시보다 더 번화한 대도시- 이를테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등지의 호적을 얻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그런데 여기서 마법이 돌아왔다.

각성체 사냥으로 목돈을 손에 쥐는 데 성공한 하류계급 출신 엽사들은, 가장 먼저 호적을 위조하는 브로커들에게로 달려가 아우성을 쳐댔다. 이 돈 가져가고 호적을 내놓으라고. 내 계급을 상승시켜줄 대도시의 호적을.

이 거대한 자금의 이동을, 돈과 권력의 망자 집단인 공산귀족들이 놓칠 리가 있을까.

격변의 시대를 맞아 실탄이 절실해진 중하급 공산귀족들은 엽사들의 열망을 쥐어짜 자신들의 금고에 채워 넣었다.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잿빛 브로커들의 전성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미주의 성씨인 박씨는 조선족 내에서 너무나도 흔한 본관. 또한 새로운 신분을 얻고서부터의 행적이 애국주의에 경도된 각성능력자 그 자체인지라, 공안이든 국안부든 미주의 출신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었다.

정확하게는 이유와 여유가 같이 없다고 해야 하겠지만.

「저 호표사령과 이 자리에 모인 고명한 엽사 동지들 모두는, 민간의 영역에서 중화 인민의 생활안전 확보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자들이며, 또한 사해의 화합과 평화를 지향하는 도덕적인 조국의 고매한 의지를 실천하는 믿음직한 공산당원들입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은 우리 엽사들이 져야 할 숙명과도 같은 의무로서, 우리는 당과 국가의 영도를 따라 한마음 한뜻으로 이 귀중한 의무를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자랑스러운 이능굴기의 한 축으로서 강한 나라에 어울리는 강한 엽사들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기르는 힘은 조국을 지키는 힘이 되고, 인민을 지키는 힘이 되고, 나아가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는 힘이 될 것입니다.」

앞에 프롬프터(Prompter)를 세워놓고 미리 준비한 선서를 이어가는 미주는, 읽는 연습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실수 없이 주어진 배역을 소화해냈다. 힘 있는 어조, 또렷한 억양,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섞어 넣는 가벼운 까딱임들.

약 10여 분에 걸친 선서가 끝나자, 이번엔 광둥 순방을 돌던 중 갑작스럽게 참석을 통보한 국가주석이 짧은 축사를 읊은 후 미주에게 한 자루의 검을 수여했다. 한쪽에 서있던 여성 진행자가 도취된 음색으로 이 과정을 소개했다.

「존경하는 국가주석께서 석벽호표의 사령에게 화남무련주의 상징이 될 용천보검(龍泉寶剑)을 수여하십니다. 이 보검은 옛 월나라의 도검 장인 구야자의 제작기술을 계승한 셴신페이(沈新培) 선생께서 제자들과 함께 9일에 걸쳐 단조하신 것입니다.」

「셴신페이 선생께서는 역대 국가주석들을 위해 검을 만들어 오신 대륙 제일의 검장(剑匠)으로서, 현 국가주석님께서 소유하고 계시는 일월칠성검 또한 셴 선생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장강 물이 유유히 흐르듯 2천 6백 년간 이어져 내려온 단조기술의 정수가 오늘은 새로운 영웅의 손에서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국가주석들이 검을 한 자루씩 소장하는 관례는 국부인 마오쩌둥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저장성 용천에서 만들어지는 보검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도 소실을 면한 얼마 안 되는 옛 중국의 문화유산 중 하나였다.

‘정말로 맥이 끊어지지 않았는지는 의문이지만.’

나 역시 과거 삼합회와 거래할 때 선물로 한 자루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은 딱히 냉병기로서의 효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심미적인 장식품에 불과했다.

물론 국적을 불문하고, 순수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도검이라는 게 다 그런 수준이기는 하다. 구시대의 제련방식으로 어찌 현대적인 제강과 단조의 산물들을 따라잡나.

「아, 저 아름다운 광채를 보십시오. 저 화성무련주장검(花城武联主藏剑)은 999극(克)의 순금과 녹옥으로 흑단목 검집을 장식했으며-」

극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도취된 목소리를 자아내는 진행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류린페이였다. 가오슈센이 저 나름대로 나를 배려한다고 해놓은 짓이겠지.

귀찮아도 잠깐 얼굴은 보고 가야 할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보지도 않고 떠나버리기라도 했다간 가오슈센이 의문을 품을 테니.

관중들의 열띤 갈채와 경호원들의 매서운 주시 속에서 검을 받아든 미주는, 뒷걸음질로 물러나서는 관중들을 향해 돌아섰다.

이어지는 건 화성무련주로서의 취임사였다. 취임사의 전반은 앞서의 선서와 마찬가지로 공산당에 대한 사탕발림으로 채워졌으되, 후반은 구체적인 활동계획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찍이 국가주석께서는 우리 중화인민 모두가 화평·화목·화해에 기반한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해 힘쓰며 공평·정의·민주·자유의 4대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아푸한(아프가니스탄)에서는 팔일철기의 「천마웅풍대(天馬雄风队)」가 민주정부 수호를 위해 힘쓰고 있고, 미엔디엔(미얀마)에서는 서묘포파의 의용병들이 미엔디엔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중입니다.」

「충당애국의 기치를 걸고 굳센 연대를 결의한 우리들 화성무련 또한 국내에서만 안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제가 바라보는 곳은 비주(아프리카)입니다. 저 검은 대륙에서는 수도 없이 많은 도적의 무리들이 할거하여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있으며, 성실하게 일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았을 뿐인 우리 동포들 역시 무도한 도적들에게 생명과 재산을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저 호표사령이 련주로서 앞장서겠습니다. 친애하는 엽사 동지들이여, 부디 저와 함께해 주십시오. 거칠고 열악하고 위험하지만, 전 세계의 평화와 중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평정해야만 하는 혼돈이 있는 땅으로 나아갑시다.」

「가서, 우리의 능력과 가치와 애국심을 증명합시다. 그리고 세계만방에 보여줍시다.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위대한 중화의 정신을. 우리 중국의 엽사들이 지닌 의협심과 무인으로서의 기개를.」

이러한 취임사를 듣는 국가주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중국의 엽사병단들 입장에서, 아프리카 안정화 보조임무는 들어가는 비용과 리스크가 큰 반면에 이익은 흑해자당 사냥이나 서묘포파 의용군에 미치지 못한다. 즉 크게 투자하여 사병대를 꾸린 공산귀족들에겐 별로 인기가 없는 사업 아이템이라는 뜻. 고로 이제까지는 수준과 유명세가 떨어지거나 규모가 작은 병단들이 주로 수용하던 의뢰다.

이는 주석이 광둥성 순방에 나선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 바.

작금의 중국에서 현 주석의 권력에 도전할 만한 세력 중 하나가 공청단의 세력권이자 경제중심지인 광둥성의 귀족파벌인데, 그 귀족파벌이 투자한 병단들의 연합체가 아프리카 안정화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모범이 되어주겠다 하니 주석의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개별 병단들의 운영에 어떻게든 압력을 넣고자 만들었을 연맹이겠지만, 이렇게 알아서 기어주면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다.

반대로 귀빈석의 한 자리를 차지한 가오슈센은 시종일관 우중충한 표정이었다. 주석이 친람하는 가운데 대놓고 선언해버렸으니 어떻게 설득을 해볼 여지도 없어졌다는 생각이겠지.

이쯤에서 나는 주석의 경호세력에 대한 관찰을 끝마쳤다.

‘죽을 걱정은 덜어도 좋겠군.’

내가 여기까지 발걸음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기 앉아있는 국가주석의 존재였다. 베이징에서 거사를 치르기에 앞서, 주석의 경호를 맡은 각성능력자들의 수준을 봐두고 싶었던 까닭.

베이징에서 거사를 치르는 것까진 좋지만, 혹여 주석이 눈먼 유탄이나 파편에 맞아 죽기라도 했다간 다소 골치가 아파질 테니까.

물론 경호원들의 마법적 수준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제 역할을 해준다는 보장 따윈 없다. 어쩌면 흑해자당의 민항기 격추 사건의 에스코트 담당 능력자처럼 줄행랑을 쳐버릴지도 모르지. 그러나 주석의 경호원들쯤 되고 보면 최소한의 기강은 잡혀있을 것이다. 아니면 피붙이들이 인질로 잡혀있거나.

경호원들은 극도로 날이 서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주석이 고작 하루 전에 참석을 결정한 탓에, 주석의 친람을 상정하지 않고 계획된 행사엔 어쩔 수 없는 어수선함이 있었으니까. 나는 경호원들의 흠잡을 데 없는 경계망, 능력에 따른 위치 선정 등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눈에 새겨두었다.

취임식이 끝난 이후, 나는 전시회장을 떠나기 전 린페이가 있는 휴게실을 찾아 짧은 인사를 전했다.

다음 행사를 준비하며 메이크업 보조를 받고 있던 린페이는, 잠시 시간을 냈을 뿐이며 곧 떠나야 한다는 내 말을 듣더니 세상을 다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때 보여준 감정의 색채는 지난날의 그 어느 때에 비해서도 강렬한 중독 증상이었으므로, 나는 일전에 품었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이건 확실하게 뇌가 비정상인 개체다.

린페이를 달래어 진정시키는 데엔 다섯 번의 입맞춤과 약간의 시간낭비, 그리고 하나의 선물이 필요했다. 다소 귀찮기는 했으나, 이번엔 침대 위의 노동을 안 해도 된다는 게 어디인가.

“너를 위해 준비했다. 어렵게 구한 것이니 소중히 여겨주었으면 한다.”

내가 린페이를 달래는 용도로 사용한 선물은, 가오슈센이 탐내던 다이아몬드를 가공하여 박아 넣은 화려한 목걸이였다.

“조금만 더 머물다 가시면 안 돼요? 하다못해 오늘 행사가 다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너도 소중하지만 일도 소중하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하는 일까지도 사랑해줘야 해. 그런 여자가 아니고선 내 곁에 머물 수 없다.”

“…….”

“내가 왜 아직까지도 홀몸으로 있는지 생각해봐라.”

내 가슴팍에 이마를 부비며 가냘픈 소리를 내던 린페이는, 내가 담담하게 하는 말을 듣곤 힘없이 물러나 고개를 숙인 채로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나는 훌쩍거리는 린페이의 머리에 입 맞춘 뒤 작별을 고했다.

“조만간 다시 보자.”

“……꼭이에요. 조만간, 꼭.”

“그래.”

이렇게 린페이와의 의무적인 만남을 해소한 나는, 곧바로 공항으로 돌아와 프라이빗 제트에 몸을 실었다. 미주는 최대한 신속하게 선단을 편성하여 탄자니아로 합류할 것이었고.

그렇게 아프리카로 돌아온 내가 마주한 것은, 중심에서 미친년 하나가 요란하게 날뛰는 거대한 규모의 굿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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