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283화 (283/561)

#32. 뱀 (9)

다섯 공장의 기술자들을 두 번째로 실어 나른 후 석벽호표의 위장 공적을 챙기는 일은 먼젓번보다 훨씬 수월하게 완료할 수 있었다. 흑해자당의 거창한 삽질로 말미암아 내가 내륙의 공항들을 경유하여 이동할 수 있었고, 또 미주가 이끄는 호표 제1군이 장강수역 동부를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1차로 들어간 기술자들의 연락망에 기초한 ‘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여 흑해자당의 내부 정보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흑해자당의 삽질이란 기어이 감행해버린 공항 테러였다. 톈진 빈하이 국제공항 주변 지역의 엄중한 경계를 아득바득 뚫고 들어가서는, 승객들이 잔뜩 탑승한 민항기를 겨냥하여 다섯 발의 견착식 대공미사일을 발사했던 것.

사고 발생 당시, 중국이 경계망 확립에 심혈을 기울여온 해안지대의 공항들은 내륙지역 항공운송의 위축에 따른 풍선효과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안전하리라 믿고 국제선 여객기에 몸을 실었던 440인의 승객들과 승무원들, 그리고 여객기가 추락한 마을에 있었던 93인의 주민들은 한날한시에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다.

여객기엔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열추적 기만체(플레어) 사출장치가 탑재되어 있었지만, 순차적으로 발사된 다섯 발의 미사일을 전부 다 따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제트 바이크에 탑승한 발화능력자의 이륙 에스코트 또한 소용이 없었다. 열추적 미사일의 진행경로에 끼어들어 마력을 태우는 불과 기만체를 뿌려줘야 했을 능력자가, 미사일이 줄줄이 날아오는 걸 보고는 임무를 포기한 채 내빼버렸기 때문에.

해당 능력자는 그날부로 중국의 영공을 벗어나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판단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비상한 생존감각이라고 해야 할지.

임무를 우직하게 수행했다면, 그 능력자는 그날이 제삿날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년 목에 걸린 현상금이 얼마라고?”

내 물음에, 마주 앉은 미주가 금액을 입에 담았다.

“천만 위안입니다.”

“그래서야 해외로 도주한 걸 잡기 어려울 텐데.”

천만 위안이면 현재 환율로 17억 남짓한 돈. 제트 바이크를 고속으로 몰 수 있는 화염능력자의 몸값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많은 액수라고 보기도 어렵다. 잘만 도망치면, 그 능력자는 제게 새 신분을 주고 성형수술까지 시켜줄 망명처를 찾을 수 있을 테지. 적전도주나 마찬가지인 전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뭐, 어쨌든 잘 됐군. 덕분에 이동의 편의성이 많이 개선되었으니.”

중국 정부는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프로파간다에 써먹었다. 평소처럼 은닉·축소에 열을 올리는 게 아니라,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고 당의 체면에 먹칠을 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검은 도적들(흑적)의 악성과 잔혹성을 부각시키는 데 힘썼다는 뜻.

마오쩌둥식 해방구 확대의 핵심은 민중의 지지다. 시작은 농촌에서 하더라도 최종적인 목표는 도시와 나라를 손에 넣는 것.

물류 및 경제한파와 흑해자당의 지속적인 선전선동으로 흔들리던 내륙 도시들의 민심은, 민항기 추락 사건을 계기로 하여 다시 한 번 확고한 공산당의 편으로 돌아섰다.

흑해자당은 뒤늦게 해당 사건이 중국 정부의 자작극이며 자신들은 결코 그러한 테러를 벌일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이미 기존에 해놓은 협박이 있으니 먹힐 리가 있나.

‘어쩌면 정말 자작극일 수도.’

흑해자당이 예고했던 민항기 공격은 그저 공갈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이 어떠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이 무엇을 믿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여하간 이렇게 한 번 제대로 데어 보았으니, 유의미한 상황 변화가 있기 전까지 흑해자당이 민항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드르릉- 푸우-」

“…….”

프라이빗 비즈니스 제트의 칸막이 너머에서 들려오는 코골이 소리. 성전연합의 사자는 좌석을 수평으로 눕혀놓고 속 편하게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뇌파는 완연한 렘수면의 패턴이다.

어찌 저리도 태평한지. 나는 혀를 한 번 차고서 시선을 정면의 미주에게로 되돌렸다.

“그래, 상설화된 엽사병단 연맹의 수립허가가 떨어졌다고? 여타 협회들처럼 느슨한 협력기구 따위가 아니라?”

“예. 반란진압 및 장강수로 흑적채 토벌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면서…….”

미주는 기술자 제1진과의 연락망을 십분 활용하여, 내가 없는 동안에도 혁혁한 성과를 올려놓았다. 흑해자당의 내부정보를 토대로 다수의 타격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공안의 토벌정보를 흑해자당에 흘려 흑해자당의 신뢰를 사는 등.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공산당이 그런 걸 달가워할 놈들이 아닌데.”

일전에 들은 바, 다수의 엽사병단들이 관의 통제가 없는 곳에서 연합작전을 벌일 땐 임시로 통합 지휘권을 행사할 맹주를 뽑는 관행이 있다고 했지.

하지만 현장에서 그러한 관행이 있는 것과 상설화된 연맹을 만드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일. 일개 아이돌 그룹의 팬덤조차 못마땅하게 여길 만큼 민간 영역의 집단행동에 알레르기가 있는 베이징이, 이능을 보유한 엽사들의 광범위한 연대를 상설화할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위계질서와 지휘체계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형식으로.

미주가 느리게 끄덕인다.

“그렇긴 합니다만, 어차피 원천금지가 불가능한 관행이라면 차라리 공식화해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합니다. 겸사겸사 귀족들의 사병집단 운용에 간섭할 또 하나의 장치를 마련하고 말이지요.”

“그럼 계파를 갈아타라는 제안도 있었겠구나. 지금보다 나은 대우를 약속할 테니, 가오슈센을 버리고 자기 파벌로 들어오라고.”

“꽤 있었습니다.”

내 추측을 긍정한 미주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자신에게 접촉해온 당과 군의 관계자들을 줄줄이 털어놓았다. 이를 끝까지 들은 나는 당연히 확인해야만 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게 접근해온 것들 중에 네게 불쾌한 수작질을 건 놈은 몇이나 되지?”

“…….”

미주는 입을 다물었지만, 표정만으로도 답을 알기엔 충분했다.

“전부로군.”

작금의 중국에서 유수의 명문 엽사병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석벽호표. 그런 석벽호표의 사령이 여자라는 사실은 고위 공산귀족들의 음습한 도전욕구-혹은 정복욕-를 적잖이 자극했을 것이었다. 비록 아름다움만 놓고 보면 그들이 거느린 애첩들에게 미치지 못할지라도, 미주가 지닌 지위와 특성들은 미주를 특별한 트로피로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이 대륙의 엽사 떨거지들이 호표사령 얼굴 보기 챌린지니 뭐니 지랄들을 떨 때부터, 조만간 이런 날이 오리라 예감하긴 했다.

미주는 조용한 어조로 짧은 침묵을 깼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포기를 모르고 집적대는 놈들이 있기는 하나, 그런 놈들이라도 우리가 키우는 돼지와 그 숙부의 영향력을 무시하진 못하니까요. 저 정도의 엽사라면 언제든 해외로 나가버릴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말입니다.”

“그 돼지는 요즘 어떠냐? 슬슬 조바심을 낼 때가 된 것 같다만.”

“……제게 들어오는 유혹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확실히 전보다 초조해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도 선을 넘으려 들진 않더군요. 종종 같잖게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합니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관리할 테지만, 정 못 견디겠다 싶으면 보직 변경을 요청해라. 석벽호표든 양광백포든, 가오슈센이 너 하나 돌려놓으라고 난장을 쳐버리기엔 지나치게 커다란 이권들이 되었으니 말이다. 네가 네 손으로 그렇게 만들어왔지.”

대표 한 사람 바꾼다고 무너질 체제가 아니라는 뜻. 이것만으로도 미주는 죽은 갑수의 유산을 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다. 처음의 포부를 충분히 이뤘다고 봐야지.

석벽호표와 양광백포는 한 묶음이나 마찬가지다. 언뜻 보면 양광백포는 내가 일방적으로 인질을 잡혀있는 구도이나, 가오슈센이 양광백포를 가지고 장난질을 칠 경우 나는 석벽호표의 파견인력을 철수시키는 것으로 대응할 테니까.

작금의 중국엔 천금을 주고서라도 공적을 사고 싶어 하는 자들이 넘쳐난다.

가오슈센이 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든다면, 돈과 권력의 냄새를 맡은 다른 귀족들은 즉각 우량자산에 대한 인수 경쟁에 돌입하겠지. 개인 단위가 아니라, 거대 계파 단위로 컨소시엄을 이루어 거대한 자금을 굴리면서.

물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손실을 백 퍼센트 만회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최초의 투자금이나 다 회수하면 다행일 터. 그러나 내 살이 베이면 가오슈센의 살도 베이고, 내 뼈가 부러지면 가오슈센의 뼈도 부러진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양광백포의 지분을 장외시장에 던져버리는 방법도 있지.’

어차피 지켜내지 못할 지분이라면 선수를 쳐서 폭탄을 터트린다.

이능굴기 관련주에 목말라 있는 신삼판(新三板·NEEQ)의 투자자들은 내가 할인가에 뿌려대는 비상장주를 꿀떡꿀떡 주워 삼킬 테지.

지분 전체를 블록 딜로 받아가겠다는 공산자본가와 공산귀족들의 요청 또한 줄을 이어 들어올 것이다. 인민영웅 가오슈센의 압박을 견뎌내면서 지분을 지킬 자신이 있는 권력자들의 요청이.

손해를 감수할 각오만 한다면, 가오슈센의 이상성욕과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해줄 방법은 얼마든지 많았다.

“저어…….”

미주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저에 대한 그의 괴상한 애착은 형님께서 짐작하시는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성을 잃고 폭주하기라도 하는 날엔 지금껏 광둥에 일궈놓은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특히 양광백포의 지분 51%는, 상장만 한다면 66억 위안이 아니라 장래 천억 위안까지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고가치 자산입니다. 양광백포는 농업분야 이능굴기의 대표주자 중 하나니까요. 그걸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

듣고 있던 나는 조용히 이름을 불러 말을 끊었다.

“미주야.”

“예, 형님.”

“그래서 뭐냐. 가오슈센이 끝끝내 선을 넘더라도 참아 보이겠다는 거냐? 아직도 갑수에 대한 마음이 여전한 녀석이, 몸을 써서라도 금전적인 이익을 지키겠다고? 그것도 볼 때마다 갑수의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인간을 상대로?”

“……필요하다면,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포기하기엔 너무나 많은 돈입니다.”

미주가 어렵사리 내놓는 대답에, 나는 고개를 느리게 가로저었다.

“아니. 돈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게 아니다. 66억 위안이든 천억 위안이든 상관없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조직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지.”

“원칙이라 하심은……?”

“내가 너와 맺은 계약이 무엇이었지?”

잠시 헤매던 미주는 곧 정답을 입에 담았다.

“혹시 목숨을 빚지고 목숨으로 갚기로 한 계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거.”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종신고용의 원칙. 오직 수연 한 사람만이 예외이며, 예외의 범위를 확대해나갈수록 조직의 토대를 위태롭게 만들 계약.

나는 무릎 위로 깍지를 끼고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 계약에 따라 나는 네게 죽으라고 명령할 권리가 있다.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바꿔 말하면, 그 이상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세상에는 가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생체기계의 오작동 내지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믿지만, 어쨌든 그런 고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술에 취해 흐느끼며 갑수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던 당시, 미주의 신경신호는 정말로 깊고 강렬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갑수의 부단한 밀어내기에도 불구하고, 연심을 자각한 이래 5년간 깊어지기만 한 마음이라 하였으니, 상대가 죽었다고 쉬이 사라질 감정은 결코 아니겠지.

박미주라는 인간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 덕분에 더욱 쓸 만한 인재로 벼려진 것이고.

그러니-

“그러니, 나는 너에게 죽음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

내 말을 듣고 살짝 입을 벌린 채로 나를 응시하던 미주는, 이내 입을 다물곤 흔들리는 눈길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나는 약간의 시간을 준 뒤에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오늘 내가 너에게 그어준 선을 기억해라. 너는 그 선까지만 인내하며 네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그게 내가 너에게 기대하는 바다. 이해했나?”

“알겠, 알겠습니다.”

말을 더듬은 미주는 침을 한 번 삼키고서 머리를 숙였다.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미주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내가 선을 그어줄 수 없는 녀석에 대해 생각했다.

이후 나와 미주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유사시의 계획에 관하여 논의했다.

솔직히 가오슈센쯤 되는 공산귀족이 여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 폭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이야 어쨌든, 조직의 우두머리가 현장에 있는 실무자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되는 것이니까.

황금기의 눈을 가진 나는 교만을 경계해야 마땅하다.

“후샨량, 장타이롱, 그리고 판하이산. 이 세 놈이 나중에 내 덕을 봐서 고속승진을 거듭할 때, 그때 가오슈센이 어깃장을 놓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말하는 나중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기념일 이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날의 거사를 기점으로 3인의 경독은 오래지 않아 3인의 경감이 될 테니까. 3급에서 2급으로, 2급에서 1급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두에서 이끄는 세 사람의 인민영웅들.

가오슈센은 저의 부하였던 3인이 빠른 속도로 독립적인 입지를 구축해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터이나, 이쪽에서 슬쩍 붙잡아둔다면 공연히 재를 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3인의 청탁을 받아 가오슈센에게 성의를 전하는 역할을 연기해야겠지. 실제 업무수행은 미주의 몫이 되겠지만.

“그러고 나서는, 가오슈센을 잘라내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야.”

그 과정이 많이 번거롭기는 할 테지만, 거기까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광저우 지역에서 가오슈센의 역할을 계승할 인물을 만들어 놔라. 가오슈센만큼의 힘을 가지진 못하더라도 제 앞마당에서만큼은 방파제가 되어줄 법한 놈으로. 내가 기억하기론 그 손가락 잘린 새끼가 적당할 것 같은데,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

“후수광 국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한데, 직급이 국장인가?”

“형님께서 처음 보셨을 땐 부국장이었을 겁니다.”

“승진한 모양이군.”

“예.”

“네가 보기엔 어떠냐?”

“야심도 많고 욕심도 많은 인물입니다. 승산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찬탈을 시도하겠지요. 더 나은 인선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좋아.”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유령회사 명의로 임대한 스위스 국적의 프라이빗 제트기는 어느덧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춰야 할 지점까지 도달했다. 우한 텐허 국제공항에서부터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 이르는 비행의 끝. 소요된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제 좌석에서 세상모르게 곯아떨어져있던 마무르는, 착륙이 완료되고 나서야 비로소 눈을 비비며 부스스하게 일어났다. 마침 중앙 통로를 지나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마무르는 창문 밖의 풍경과 손목시계를 차례로 확인하고는 히죽 웃으며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싸장님 앗쌀람 말라이꿈!”

이 새끼가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것 같은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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