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276화 (276/561)

#32. 뱀 (2)

“확실히 섬뜩한 시나리오이긴 합니다만, 그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기는 합니까?”

내 우려를 들은 경태는 아리송한 낯으로 의문을 표했다.

“그 왜 전에 형님께서도 그러셨잖습니까. 이건 대마법사 중에선 오직 마녀만이 할 수 있는 짓거리라고.”

전율하는 거인의 뱃속에서 그레이스-596이 마법적 자살을 시도할 당시, 나는 황금기의 눈을 차단하는 수녀복을 찢어버리고 잠시나마 그 너머의 회로를 눈에 담은 바 있다. 폭주를 일으키며 붕괴하는 와중이긴 했으나, 어쨌든 아직 가동되고는 있었던 영혼의 회로를.

그 회로의 밀도와 정교함은 내가 내 부하들의 영혼에 새겨준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특별히 더 공을 들인 최측근들, 수연과 경태의 수준마저도. 일단 원시마법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술식을 구사하는 시점에서 이미 격이 다른 것이다.

나는 고민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황금기의 눈으로 직접 보면서 회로를 새기는 나조차 한계가 뚜렷한 마당에.

고민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레이스에겐 다른 대마법사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자산이 하나 있음을 깨달았으니까.

그 자산이란, 바로 그녀 자신의 자궁.

온 세상에 흐르는 마소와 마력의 영향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다른 영혼의 회로를 자유자재로 성형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

회로가 열리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태아의 마력장 또한 마녀에겐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안에 흐르는 마소와 마력을 제어하여, 태아의 회로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하면 그만이었을 테니.

‘아니면 그냥 압도적인 장악력으로 찍어 누르거나.’

태아의 마력장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나. 생체질량부터가 하찮은 것을.

전원이 남성으로만 채워진 원탁의 대마법사들은 이 같은 마녀 고유의 자기복제와 회로성형을 재현해낼 재간이 없다. 「생명」에 관한 연구에 깊이 천착하여 스스로의 육체를 변형시킨다면 또 모르겠으나, 원탁의 마스터들이 자신의 ‘순수성’을 훼손하려 들 확률은 대단히 희박하리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영혼을 갈아 마력을 뽑아낼 적에도 제 영혼의 순수성에 집착했던 교조주의자들이, 그것도 딱히 아쉬울 게 없는 강자의 입장에 서있는 자들이, 설마하니 제 성별을 갈아가면서까지 마녀의 기술을 얻으려 할까?

그럴 리가.

그러나-

“완벽한 재현은 불가능하더라도, 응용기술의 개발에 매달릴 수는 있겠지.”

공장 밖 먼 거리를 눈으로 훑으며 하는 내 말에, 경태는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기술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모방인 셈인데, 양적으로야 어쨌든 질적인 면에선 전투원으로서의 효용이 대단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굳이 대마법사들 본인의 복제일 필요가 있을까요?”

“흠.”

“원조인 마녀 아줌마가 그러는 것처럼 위장 대역으로서의 쓸모야 있겠지만, 자기네의 특별함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귀족 꼰대들이 자기들의 생체적 짝퉁을 과연 좋게 생각할지가 의문입니다. 형님께서 가르쳐주신 그 양반들 성격이면 제 손으로 박살내고도 남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놈들이 어디선가 스승새끼의 초기 연구 자료를 발견해서, 본인들이 갈아탈 젊은 육체를 배양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단순히 각성능력자 대량생산 공정을 구축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원탁의 대마법사들이 직접 아이를 잉태할 능력은 없을지언정, 그럴 능력을 가진 여자들에게 회로를 새겨줄 수는 있다. 오직 하나의 기능만을 품고 있는 회로. 태아의 영혼에 간접적으로 「세례」를 내려주는 장치로서만 작동할 회로를.

임신시키기만 하면 무조건 각성능력자를 낳는 여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태가 끄덕인다.

“제가 보기엔 역시 뒤쪽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형님. 놈들이 영국정부 몰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걸 봐도 그렇고요.”

영국정부와의 관계가 마냥 좋지는 못한 원탁의 마스터들이,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군사력의 확보를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

이렇게 만들어지는 각성자들이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진다곤 해도, 일반적인 자연각성능력자들보다 못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 불사암 걸려 뒈지거나 능력 불균형으로 병신이 되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양에는 양만의 질이라는 게 있는 법.

그레이스가 창안한 기술의 현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응용방식이라 하겠다.

‘은밀하게 군사력을 육성하기에 아프리카만큼 좋은 환경도 없지.’

이 대륙의 혼돈은 절대로 일이십 년 안에 가라앉을 만한 게 아니다. 영국정부의 감시를 벗어난 영역에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원탁의 사병군단은, 정부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정도를 넘어, 보다 거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꽃놀이패로 기능할 수 있었다.

“어떻게, 여기서 좀 기다려보시겠습니까?”

이 공장에서 더 얻을 게 없겠구나 싶어질 즈음, 경태가 던져온 물음.

“글쎄…….”

로더필드 경, 혹은 그를 흉내 낸 다른 원탁의 마스터가 331의 시체에 죄목을 새겨 매달아놓은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칠각기사단의 후속부대-또는 조사대-에게 보임으로써 그들의 배후조종자인 마녀에게 경고를 전하기 위함일 터. 계속해서 우리를 적대하면 너 또한 이렇게 죽으리라는 메시지를.

그러나 더 깊게 생각해보면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 331의 공개전시가 겨냥한 진정한 목표는 영국 비밀정보부 요원들일 가능성.

이 경우, 331의 살해자가 로더필드가 아니라면, 그가 애써 로더필드의 악취미를 모사한 것은 그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는 기만책일 것이었다. 정보부의 시선을 다른 마스터에게 돌려놓고, 자신은 그사이에 흔적을 지우든 뭘 하든 해서 이익을 취하는 수작질.

이는 로더필드와 합의한 사항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합심하여 정부를 기만할 계획을 짠 것인가, 아니면 원탁내각 내부에서 계파가 갈려 이권다툼을 벌이고 있는가의 차이.

온갖 가능성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기회비용을 저울질한 나는 여기서 조금 더 시간을 써보기로 했다. 운이 따라준다면 여기서 말이 통하는 악마숭배자들과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악마숭배자들인지 영국정부에 충성하는 애국자들인지는 신중하게 가늠해야 하겠지만.

“손님이 온다면 해가 뜨기 전에 올 공산이 크겠지. 해가 뜰 때까지만 기다려보도록 하자.”

“그 뒤로 몇 명쯤 메신저로 남겨볼 마음은 없으시고요?”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옙.”

내가 떠난 뒤에 손님이 올 경우를 대비하여 소수의 파수병들을 남겨놓는 건, 다분히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이었다. 상대가 적대적으로 반응하여 귀중한 인적자원들을 상실할 위험. 또 미처 자살하지 못하고 사로잡힌 부하들이 나와 조직에 대한 기밀을 누설할 위험.

물론 그 위험에 비례하는 잠재적 이익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고민이 되는 것이고.

다시 공장 밖으로 나온 나는, 바닥에 눕혀놓은 그레이스-331의 시체를 보며 무의미한 아쉬움을 느꼈다.

만약 시체의 뇌가 신선한 상태였더라면 「소생」을 사용하여 대화를 시도해보았을 텐데. 물론 정상적인 대화가 성립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단서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태는 331의 시체를 활용할 또 다른 방안을 건의했다.

“형님. 혹시 이 아가씨를 마법으로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겠습니까?”

“복원?”

“예. 가급적 생전의 상태에 가깝게 말이죠. 「생명」이랑 「소생」을 잘 써보면 되지 않을까요?”

나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못해.”

“아예 안 됩니까?”

“다른 장기들이야 어떻게든 살아있는 흉내를 내보도록 한다고 쳐도, 뇌는 명백히 내 능력 밖이다. 그건 웨스트버튼이 살아 돌아와도 엄두를 못 낼 일이야.”

내가 쳐 죽인 소생술식의 대가, 마스터 웨스트버튼조차 눈앞의 331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생체인형으로 만들 능력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공을 들인다 한들 시체로 하여금 식물인간 흉내를 내게 만드는 게 고작이었을 터. 그것만 해도 엄청난 마법적 위업이다.

하물며 시체 다루는 실력이 인형술사에 미치지 못하는 나로서는, 뇌의 연수(延髓)를 주물러 심폐기능 하나만이라도 복원해내면 다행일 것이다.

보나마나 그 이후로도 유지보수에 다대한 수고가 들어가겠지. 심박 이상, 체온 이상,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인한 전해질 불균형 등 얼마나 많은 고장과 오작동들이 터져 나올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런데 경태는 내 답을 듣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죠.”

“충분하다고?”

“네. 스스로 움직일 능력 따윈 없어도 무방합니다. 형님께서 전력을 투사할 때의 존재감을 마녀 아줌마에게 뒤집어씌울 디코이가 생긴다는 게 핵심이니까요.”

“…….”

“움직이는 거야 마리오네트처럼 염동력으로 조종해도 상관없으니, 필요할 적에 요 331 아가씨를 노출시켜놓고 아낌없이 최대 화력을 퍼부으시는 겁니다. 원탁의 졸개들이 상대라면 안 속고 배기겠습니까? 칠각기사단의 공세라고 착각할 게 뻔합니다.”

“쓸 기회가 언제 생길 줄 알고 항상 시체를 가지고 다닌단 말이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사전에 잘 계획된 공격작전이고, 또 우리가 우세를 점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한 번은 제대로 써먹을 수 있겠지요.”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한마디 덧붙인다.

“어찌 되었든 간에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 패가 아니겠습니까? 하다못해 교보재로 쓰기도 좋고요. 수고를 들여 가져갈 가치가 있습니다.”

“유지보수에 품이 많이 들 텐데.”

“음, 유지보수, 유지보수…….”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경태가 아, 하며 손바닥을 내리친다.

“그 문제는 복원을 마친 시점에서 급속냉동으로 얼려놓으면 해결됩니다. 평소엔 냉동보관을 해놨다가 필요할 때 해동해서 써먹는 거죠. 형님의 그 뭐냐, 물에 대한 지배력을 활용하면 내장까지 균일하게 얼리는 게 가능할 겁니다.”

인간을 급속냉동으로 얼릴 때 장애가 되는 건 두 가지.

하나는 아무리 빠르게 냉각시켜도 몸속 깊은 곳까지 동시에 얼릴 방법이 없어 장기에 손상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이 얼 때 발생하는 결정화, 그리고 그 결정화로 인한 부피증가로 인해 세포손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태의 말처럼, 물에 대한 지배력은 그런 장애들을 극복하게 해줄 수 있었다. 냉동장치 속 시체의 혈류를 원격으로 돌려 열 교환 효율을 높이고, 시체 내부의 모든 수분이 과냉각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결정화를 막으면 끝이니까. 충분히 과냉각된 물은, 마법적 구속이 사라지는 순간 순식간에 결정이 존재하지 않는 얼음으로 변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손상이 발생할 경우 「생명」을 써서 실시간으로 수리해버리면 된다.

“물론 녹일 때마다 다시 좀 손을 보셔야 할 테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까다로운 일은 아닐 거라고 예상해봅니다.”

“…….”

나는 잠시 경태의 발상을 곱씹어보았다.

우선, 그런 짓거리를 벌였다가 칠각기사단을 자극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이 경우 그레이스는 자신을 사칭하는 또 다른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겠지. 만약 그녀가 내 스승새끼와 원탁의 결별을 알고 있다면, 자연히 그 세력의 중심인물이 마스터 크로우허스트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러나 이 우려가 현실화될 확률은 희박하다.

‘제국주의자들과 악마숭배자들이 무슨 정보교류 협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고.’

내가 331의 시체로 장난을 친다 한들, 그레이스가 그 소식을 접할 방법은 원탁의 하수인을 족치는 과정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듣고도 원탁의 머저리들이 무슨 착각을 했나 생각할 수도 있고.

다음으로, 시체를 써먹을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리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경태 말마따나, 가지고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나을 패다.

어차피 해가 뜰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보기로 했겠다, 「생명」과 「소생」의 연습으로 기다리는 시간을 채워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한번 해보마. 운송계획을 짜보도록.”

“옙.”

경태는 곧바로 위성전화를 꺼내어 신호를 잡기 시작했다. 내게 처음 진언을 했을 때부터 줄곧 머리를 굴리고 있었던 모양.

여기서 스텔라 포르투나까지는 직선거리로도 약 6천 킬로미터에 달하지만, 가져갈 자신이 없었으면 애초에 말 자체를 꺼내지 않았을 녀석이 경태였다.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뒷받침할 이동 및 보급체계 전반이 다 이 녀석의 주관하에 만들어졌으니, 그저 머릿속의 조각들을 짜 맞추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복과 감제(瞰制)에 적합한 지점으로 이동한 나는, 331의 입을 벌리고 그 안으로 물과 양분을 밀어 넣었다. 시체에 거짓된 생명이 깃드는 즉시 양분의 흡수가 개시될 수 있게끔.

양분을 조달하기 위해 전투식량을 뜯을 필요는 없었다. 사방에 널려있는 악마숭배자들의 살점을 먹이는 걸로 충분했으니까. 마력을 태우는 불로 굽고 염동력으로 분해하여 위장까지 밀어 넣는다.

다음으로는 회로에 「생명」을 올린다. 「소생」을 사용하기 전, 손상된 신경과 세포들을 재생하여 최대한 생전에 가까운 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이 어려운 작업을 하며, 주변을 살피던 나는 통화를 마치고 온 경태에게 한 가지 추가적인 지시를 내렸다.

“경태야.”

“예.”

“1시 방향으로 약 6백 미터 지점에 침팬지 잡는 밀렵꾼들의 거점이 있다. 숫자는 다섯. 전원이 각성능력자들이지만 무장은 그물과 날붙이가 전부로군. 애들을 보내든 네가 직접 가든 한 놈만 산 채로 잡아와라. 나머지는 다 죽여 버리고.”

“영혼 뽑아내시게요?”

“그래.”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동이 되기는 하는지 시험을 해봐야 할 게 아닌가. 쁘리즈라크 때처럼 엉터리로 할 게 아니라면 인형에 접붙일 인간의 영혼이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후딱 다녀오죠.”

총기도 없는 밀렵꾼들을 사냥하는 건, 그들 모두가 각성능력자라 한들 경태 이하의 경호팀에겐 애들 손목을 비트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었다. 경태는 분노한 침팬지 각성체가 미쳐 날뛴 듯한 현장을 연출해놓고 돌아왔다.

남는 손에 제례검을 뽑아들고 기다리던 나는, 싱싱한 산제물이 도착하자마자 배를 찔러 영혼 적출을 개시했다.

“그륽…… 그르르륽…….”

산 채로 영혼이 분리되는 고통에 눈을 뒤집고 거품을 무는 제물. 이 운수 나쁜 밀렵꾼은 얼마 못 가 숨이 끊어졌고, 적출해낸 영혼은 제례검의 내부에 임시로 저장되었다.

남은 일은 331의 육체복원을 최대한 높은 완성도로 끝내는 것뿐.

마법의 정교한 행사가 이어질수록 331은 생전의 온도를 되찾아갔다. 시반이 지워지고, 산성화되었던 혈액이 미약한 염기성을 회복하고, 세포벽이 무너진 세포들 또한 다시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등.

각막, 골수, 심장판막 같은 것들은 혈류가 멎고 산소 공급이 중지된 후에도 평균적으로 열두 시간 이상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부분들은 거의 손을 댈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뻣뻣하던 관절들이 부드럽게 풀리자, 331의 외관은 한층 더 편안하게 잠든 사람에 가까워졌다. 부하들은 331이 있는 방향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으려 애쓰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하기야 대마법사를 홀려 죽인 경국지색의 복제체이니, 정상적인 눈을 가지고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나는 손수건을 꺼내어 그레이스-331의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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