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승천의 계단 (8)
검은 양복을 입은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나와 내 애들의 소지물품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무기휴대를 용납해주는 것과 별개로, 숨겨진 녹음기나 초소형 카메라 따위의 물건은 걸러내는 게 맞으니까. 덤으로 이쪽이 감당해낸 비행중량도 확인하고.
피부 아래 미미한 불안과 긴장과 경계의 색채가 어른거리는 경호원들은, 겉으로는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이건?”
경태의 휴대물품을 점검하던 경호원이 조금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경호원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한 병의 칠레산 와인, 17년산 그라바스 카베르네 소비뇽. 불필요한 무게를 최대한 덜어내야 하는 매사냥꾼의 공수배낭에서 나오기엔 영 어색한 물건이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대통령은 매우 흥미로워하는 기색이었다. 경태는 그런 대통령을 바라보며 활기찬 영어로 소믈리에 흉내를 내었다.
“17년의 칠레엔 환상적인 여름이 찾아왔었죠. 그 해에 그 땅에서 만들어진 와인들, 특히 마이포, 라펠, 쿠리코산(産) 포도를 쓴 제품들은 전반적으로 풍미가 우수한 편입니다. 저희 회장님께서 대통령님께 드리는 인사 선물이니, 비록 약소한 것이지만 기쁘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허.”
대통령이 경호원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인다. 경호원으로부터 와인을 받아든 대통령은, 눈썹을 한 차례 꿈틀거렸다.
“……이건 정말로 놀랍군. 딱 마시기 좋은 온도야.”
그러고는 고개를 들며 묻는 말.
“분명 1만 5천 피트 고도를 날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보통의 와인은 영하 3도 어림으로 내려가면 얼어붙기 시작한다. 4시간이 넘는 비행에서 와인이 얼어붙지 않았다는 건, 어려운 비행의 와중에도 여력을 남긴 발화능력자가 온도유지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는 뜻.
그러므로 와인의 온도는 그것을 가져온 능력자의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였다. 내가 때때로 온도를 보아주지 않았다면 경태쯤 되는 능력자에게도 어려웠을 일이다.
나는 가볍게 고갯짓을 하며 대꾸했다.
“직접 확인해보시지요. 원하시는 대로 비행의 전 과정을 기록해왔으니.”
“그대가 그 극동회사의 총수인가?”
“바딕이라고 부르십시오.”
“만나서 반갑네, 바딕.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을 맡고 있는 사람일세. 총수가 직접 날아온다고 해서 반신반의했건만, 농담이 아니었군.”
제법 큰 키의 대통령은 내게로 다가와 우호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마른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누는 사이, 경호원들은 내 부하들로부터 스마트고글 및 고글과 연동된 액션 카메라의 메모리칩을 회수했다. 미리 합의한 바, 내 부하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별도의 자리에서 검증작업이 진행될 것이었다. 검증을 마치고 나면 칩은 즉시 물리적으로 파기해버릴 예정.
그동안 나는 대통령과 일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대통령이 손짓했다.
“일단 환복부터 하시게. 같이 한 잔 하지. 따뜻한 음식도 준비해 두었다네.”
환복은 비행 슈트를 정리하고 따로 담아놓았던 장비들을 착용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전투태세를 유지해야 하니까. 경호원들의 안내에 따라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착석하자, 곧바로 음식과 와인 잔들이 세팅되었다.
오목한 접시에 담긴 요리는 소고기와 감자, 땅콩, 야채 등이 풍성하게 들어간 주홍빛의 스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향기가 식욕을 자극했으나, 나는 내색치 않고 와인 잔부터 손에 쥐었다. 와인을 개봉한 대통령의 사용인이 세 개의 잔에 소량의 술을 나누어 담는다.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을 기념하며. 건배.”
나는 입술을 적시는 수준으로만 잔을 기울였고, 대통령은 눈을 감고 맛과 향을 음미했으며, 러시아인은 꿀꺽 하고 단숨에 잔을 비워버렸다. 2천 년대 초엽까지도 맥주가 술이 아니었던 나라의 마피아 간부에게, 와인은 그저 맛있는 포도 음료에 지나지 않는 눈치였다.
“나쁘지 않군.”
술을 삼킨 대통령이 가만히 끄덕이며 묻는다.
“일부러 칠레산 와인을 준비한 것인가? 내가 프랑스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서?”
“예.”
“배려가 마음에 들어. 와인 자체에는 죄가 없어도, 그것을 팔아 돈을 버는 자들에겐 죄가 있지.”
이렇게 이야기한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음식을 권유했다.
“어서 드셔보시게. 먼 길을 온 손님들을 위해 요리사가 몇 시간 전부터 정성껏 준비해놓은 요리라네. 쌓인 추위를 빠르게 녹여줄 거야.”
“그럼 사양하지 않고.”
음식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놔야 한다. 나는 부하들에게도 모두 접시가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서, 그리고 그 모든 접시들이 위생적으로나 성분상으로나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서 식사를 시작했다. 내가 먹는 것을 본 부하들도 뒤따라 식기를 손에 쥔다.
네댓 스푼쯤 먹었을까. 대통령이 슬쩍 시선을 기울인다.
“어떤가. 입맛에 좀 맞는가?”
“예. 이 나라의 전통 요리입니까?”
“전통……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일단 우리 르완다의 특색이 묻어나는 요리이기는 하지. 아는지 모르겠네만, 이 나라에서 전통이라고 부를 만큼 오래된 건 그리 흔하지가 못하거든. 그 음식도 내가 대통령직에 오르고 나서야 완성형이 나온 것이고.”
이렇게 말하는 대통령에게선 자신의 통치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내전과 학살로 초토화되었던 나라를 통합하여 고속성장의 가도에 올려놓은 독재자의 자부심이.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좋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아 마음에 드는군요.”
“그런가. 다들 잘 먹어주니 기쁘구만.”
이렇게 말하며 온화한 미소를 내비치는 대통령의 내면은 기복이 거의 없는 냉정의 색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식사와 함께 티 나지 않는 관찰을 이어갔다. 말과 표정, 감정정보의 색채, 사소한 손동작과 몸짓에 이르기까지.
‘딱히 혈통의 특별함을 의식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군.’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눈앞의 대통령은 고귀한 혈통을 계승하는 자였다. 아버지는 투치족의 왕족이었고, 어머니는 르완다 왕국의 마지막 왕후 로잘리에 기칸다의 가계에 속한 자였으므로.
그런 인물이 난민캠프에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그 반동으로 자신의 혈통적인 특별함에 대한 자각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대가 노예거래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고 들었네만, 이유를 알 수 있겠나?”
대통령의 질문에, 나는 씹던 것을 삼키고 나서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사업상의 기밀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바딕 회장. 그대는 내 협조를 받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내가 구축해놓은 정보망을 활용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렇다고 제가 각하께 무상의 호의를 바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대꾸하며, 나는 대통령과 시선을 맞추었다.
“각하의 협조는 제가 제공하기로 한 용역의 대가이고, 각하의 신용은 중개자인 이 친구가 보증하는 것이니, 각하께서 충분히 협조에 응하지 않으실 경우 저는 이 친구에게 중재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수밖에요.”
내 말을 들은 임마누일이 뿔난 애처럼 입술을 삐죽인다.
대통령은 깍지를 끼고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아쉬움을 선사할 수 있네. 형식적인 협조와 진심 어린 협조의 차이를 고려하라고 말해주고 싶군.”
“저는 그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째서?”
“일단 제가 제공하는 용역을 한 번 경험하시고 나면, 각하께선 분명 저희와의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싶어지실 테니 말입니다.”
“내가 서른 남짓한 각성능력자들에게 미련을 느껴 그대의 호의를 바라게 될 것이다?”
“오늘 데려온 인력은 제가 동원 가능한 최대전력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 부하들은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베테랑들이니, 전략적인 효용의 측면에선 여기 있는 녀석들만으로도 한 개 연대에 필적하리라 자신합니다.”
“자신감이 과하군. 설사 그대의 평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쳐도 고작 한 개 연대에 불과하지 않은가? 한 나라의 수반인 내가, 비상시엔 수십만의 대군을 동원할 수도 있는 국가 최고사령관이 겨우 연대 하나에 얽매일 사람으로 보이나?”
“그렇습니다. 왜냐면 각하께선 연대 하나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해보이신 분이시잖습니까.”
“하.”
“적에게 한 개 대대의 정예만 있어도 얼마나 ‘귀찮아’질 수 있는가를 직접 경험해본 분이시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하, 하하하!”
대통령이 웃음을 터트린다.
르완다 내전 당시, 눈앞의 대통령이 현 집권여당인 르완다 애국전선(RPF)의 지도자 자리를 계승했을 때, 당시엔 투치족 반군집단에 불과했던 RPF는 창설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전임 지도자는 정부군과 싸우다 전사했고, 연이은 패배로 전투부대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또한 기존에 점유하고 있던 지역들을 대거 상실하여 이웃국가인 우간다와의 접경지대까지 내몰렸으며, 지지기반인 투치족에 대한 보호가 불가능해지면서 물자와 식량을 보급할 경로마저 사라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편제를 유지하고 있는 전투부대는 2천 남짓한 패잔병들이 전부였다.
한 개 연대를 간신히 채울 패잔병들을 가지고, 기갑부대를 포함한 3만 이상의 정규군과 수십만에 달하는 후투족 민병대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프랑스의 최정예 공수부대를 상대로 맞서야 하는 가망 없는 싸움.
지금 내 앞에서 시원하게 웃고 있는 인물은, 그 불가능해 보였던 투쟁을 끝끝내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명장이었다.
임마누일도 재미있다는 듯이 뒤따라 웃었다.
“바딕 자네,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혀가 매끄럽게 돌아가는 사람이었군?”
“나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일세.”
내 담담한 대꾸에 대통령의 웃음소리가 잦아든다.
“그대의 말이 맞아. 그 버러지들은 정말로 ‘귀찮았지.’”
대통령이 말하는 버러지들은 당연히 프랑스가 파병한 공수부대를 뜻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결정적인 승리를 목전에 둔 순간마다 번번이, 번번이 내 앞을 가로막았던 더러운 쓰레기들. 그 위선자들만 아니었어도 옛 정부군 따윈 간단히 쓸어버릴 수 있었어. 내전은 훨씬 빠르게 끝났을 것이고, 내전에 뒤이은 학살과 학살에 뒤이은 새로운 내전도 존재하지 않았겠지. 나와 내 동지들이 이웃국가의 내전을 부추겼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필요도 없었을 테고.”
나는 대강 대통령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각하께서 저 같은 용병을 찾으실 이유도 없었겠지요.”
“…….”
프랑스가 르완다에 병력을 파병한 명분은 르완다에 거주하는 자기네 국민들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문자 그대로 명분에 불과했고, 프랑스의 최정예 공수부대원들은 도착과 동시에 RPF에 대한 전투행동에 돌입했다. 르완다를 프랑스의 지배력 아래에 남겨두려면 계속해서 후투족 정부가 르완다를 지배해주는 편이 이상적이었으니까.
그 후투족 정부가 착실하게 투치족 말살을 계획하는 걸 알면서도, 오직 국익만을 고려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
르완다 대학살의 주역들, 후투족 민병대를 무장시킨 총기와 날붙이들도 태반이 프랑스가 구매자금을 대어준 것들이었다. 심지어 프랑스는 죽여야 할 투치족 인사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데에도 관여했다.
그래놓고는, 정권이 교체되자 새로운 대통령에게 요구했지. 그동안 프랑스가 르완다에 빌려준 자금을 상환하라고. 우리가 너희를 죽이기 위해 투자해왔던 그 돈들을.
옛 식민지들로부터 ‘독립 배상금’을 받아냈던 나라다운 행동이라고 해야 할까.
형형한 시선을 던지던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지만, 계약조건 변경을 논의하고 싶군.”
임마누일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약간의 당혹감과 의문이 함께 떠오르는 얼굴.
나 역시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정말로 갑작스럽군요.”
“양해를 구하는 바일세. 예방전쟁과 내전도 전쟁은 전쟁이고, 전쟁이라는 게 언제나 계획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잖은가.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해야 옳겠지.”
“……일단 내용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타격목표 변경을 희망하네. 사실을 말하자면, 생각 자체는 그대가 임마누일을 통해 그 먼 거리를 날아오겠다는 말을 전했을 때부터 하고 있던 것이지. 아직까지 비서실의 연락이 없는 걸 보면 그대들이 제출한 증거영상엔 조작이 가해지지 않은 모양이니.”
“그래서, 구체적인 타격목표가 어딥니까?”
“콩고 국경 너머, 「르완다 해방 민주군(FDLR)」을 자칭하는 후투족 전범들의 영역일세. 놈들의 핵심적인 보급집적소들을 몇 개 파괴해주었으면 하네. 기회가 닿는다면 사진도 좀 찍어오고. 프랑스가 놈들에게 무기를 대고 있다는 심증이 있는데, 아직 물증을 확보하질 못한지라.”
“의뢰의 난이도 변동이 지나치지 않습니까?”
“왜, 자신이 없나?”
“자신의 문제가 아닙니다. 돌아올 대가는 그대로인데 임무의 어려움과 부담만 높아지니 문제지요.”
“나를 너무 뻔뻔한 사람으로 만드는군. 의뢰가 달라지면 당연히 대가도 달라져야지.”
대통령이 침착하게 이야기한다.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그대들의 용역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내가 자네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지리라고. 그 장기적인 관계는 추가적인 용역 의뢰와 대가 지급을 포함하는 것이지. 그게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게나. 그대와 그대의 부하들은 이미 내게 지닌바 실력들을 증명해보였어.”
첫인상을 너무 강하게 주는 바람에 귀찮음이 늘게 생겼군.
“……그럼 이번 일에 대한 추가적인 대가는 뭡니까?”
“돈, 그리고 내 호의.”
내가 가만히 응시하자, 대통령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돈은 한 오백만 달러쯤을 생각하고 있네. 일을 아주 잘 해낸다면 같은 금액의 농산물이나 콜탄, 주석에 대한 일회성 유통권한을 얹어줄 수도 있고. 사실 이런 물질적인 대가들보다는 내 호의가 더 값지다고 봐야 할 걸세.”
“예의 그 ‘진심어린 협조’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자신의 잔을 손수 다시 채운 대통령이, 와인을 한 모금 삼키고서 말을 이었다.
“그대가 그대 자신과 부하들의 가치를 확신하듯이, 나는 내가 구축해놓은 정보망의 가치를 확신하네. 내 협조의 가치가 그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브라츠키 크루그에게 천만 달러 상당의 현물을 담보로 맡겨두도록 하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협조를 파기하고 천만 달러를 현금화해도 좋다는 소리. 다만 그 이후에 다시 거래를 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나는 충분히 성의를 표시한 것 같네만.”
느리게 잔을 흔드는 르완다 대통령의 모습이 못내 아니꼽다. 이쪽이 절대로 거절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엿보여서.
그러나 나로선, 어지간히 어려운 임무가 아닌 이상 변경된 조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인물은 불세출의 명장이기 이전에 망명객 신분으로 우간다 군사정보국장을 역임했던 첩보계의 실력자이기도 하니까. 이런 인물이 정부수반 자리에 앉아있는 르완다의 국가정보망과 공작능력은 중부 아프리카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내전 종식 이래 아직까지도 프랑스와 척을 지고 있으며, 국외로 도주한 후투족 전범들과 그 혈족들을 잡아 죽이겠다고 이웃 국가의 내전을 조장하기도 한 이 나라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첩보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근래 들어서는 그렇게 생존에 필요한 선을 넘어, 반군과 군벌을 지속적으로 후원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지하자원을 수탈해오는 제국주의적 경지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어쨌든 이 또한 이 나라 정보기관의 공작역량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사람은 사람을 잡아먹는 동물이다.
“작전정보를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내 말에, 고독(蠱毒)의 완전체 격인 대통령은 조용히 하얀 이를 드러냈다.
“식사부터 마저 하시게. 음식이 다 식겠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식기를 그저 붙잡고만 있는 상태였다.
미지근해진 스튜를 보니 못내 아니꼬운 마음이 더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