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237화 (237/561)

#29. 식량반입명령 (5)

호화 사교클럽 핀윈줘(品雲座)의 연회에서 나를 농장경영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을 때, 가오슈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옆구리에는 여자를 끼고 손에는 술잔을 든 내가 중대한 오판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노라고. 아무리 끗발 날리는 무기상일지라도 중국의 땅에 심도 있게 투자한 경험만큼은 전무한 모양이라고.

본인이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도리어 쉬이 사기를 당하는 법.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는 일상적으로 발휘하는 전문성으로 말미암아 일반인과는 결이 다른 자존감을 구축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자존감은 본인이 전문적이지 못한 분야에서 자신의 취약성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독으로 작용한다.

그 같은 맥락에서, 자신감 넘치는 자들을 많이 속여 보았을 가오슈센에게, 내가 저지른 실수는 대단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었겠지.

나는 모든 지표가 낙관적인 사업현황 브리핑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공산귀족의 착각을 심화시켜주었다.

어쨌든, 지표 자체에는 거짓이 없었기도 하고.

“확보한 토지 면적이 3백 방공리(方公里/평방킬로미터)를 넘겼다, 라……. 개간과 구획정리가 불가피한 땅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단순히 땅 넓이만 놓고 보면 미국 내의 농장주들과 비교해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겠군요.”

내 말에 가오슈센이 눈썹 한쪽을 치켜세운다. 자존심이 조금 상한 눈치로.

“열 손가락? 겨우 그것밖에 안 되오? 무슨 국제적인 식품 기업들도 아니고, 고작 일개 농장주들이 비교 대상인데?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회사는 이 광대한 중화대륙의 수위를 다투는 농업공사란 말이오. 천외천인 신장생산건설병단을 제외하면 경쟁자가 거의 없지.”

3백 평방킬로미터면 조금 모자란 8만 에이커다. 설립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농업회사가 보유하기엔 터무니없이 넓은 토지. 이처럼 급속한 확장은 가오슈센의 영향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니, 가오슈센이 제 기여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물며 비교 대상이 중국의 대적(大敵)인 미국의 농장주들임에야. 대국을 자칭하는 나라의 귀족으로선 심기가 불편할 법도 하다.

나는 여상한 어조로 대꾸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서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4백 방공리의 농장이 있어야 하고, 첫손가락으로 꼽히려면 1천 방공리를 오직 농업용도로만 보유해야 한단 말입니다.”

1천 방공리, 24만 에이커의 농장을 경영하는 이가 빌 게이츠라는 사실은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 중요한 건 귀족의 자존심을 건드려 더 열심히 제 역할을 다하도록 만드는 것이니까.

“크흠.”

불편하게 헛기침을 한 가오슈센이 떫은 어조로 말한다.

“이거, 조국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사업 확대에 힘쓸 필요가 있겠구만.”

조국의 체면을 위하여 조국의 인민을 갈아 마시는 일에 힘쓰겠다는 가상한 다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귀족의 결의에 동조해주었다.

“대국의 농업은 이제 막 족쇄를 풀고 날아오르기 시작한 단계일 뿐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저 건방진 미국을 추월하는 것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이 가오슈센이 투철한 애국심으로 그리 만들 것이오. 그날이 오기까지 이 부족한 형제를 부디 많이 도와주시구려, 동사장.”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농업굴기의 성공을 위해 함께 힘써나가도록 하지요.”

“좋소, 아주 좋소!”

이렇게 브리핑을 다 들었으니, 다음 차례는 내가 기다리던 현장 시찰이었다. 회사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하기를 대략 칠팔 분쯤. 헬기는 페이라이(飞来) 댐 상류에서 대기 중이던 고속 쌍동선의 후방 갑판에 착륙했다. 흑해자당의 대공포 내지 대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여, 이 지점부터는 배를 타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쪽이 현명했기 때문이다.

폭이 넓은 강의 양쪽으로 산간을 파고드는 물굽이 안쪽엔 다수의 무장 선박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공산당으로부터 수로의 안전 확보를 위탁받은 다수의 사영 엽사병단들이 이곳에 강상전단(江上戰團)의 1차 거점을 두고 있는 까닭. 내 「석벽호표」와 가오슈센의 「화성맹룡대」처럼 자본이 충분한 소수의 병단들은 고속항해가 가능한 수중익선이나 쌍동선을 여럿 운용하고, 그렇지 못한 병단들은 본연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무장여객선과 소형 고속단정들로 전단의 주력을 꾸려놓았다.

헬기를 수용한 쌍동선은 이내 시속 50노트(92km/h)에 달하는 빠르기로 잔잔한 물살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전후로 호위를 맡은 수중익선들은 유사시 최대 60노트까지 가속이 가능한 고속 전투함들이었다.

“오늘은 어디까지 돌아보실 작정이시오?”

선실에서 독대한 가오슈센이 묻기에, 나는 벽에 걸린 지도를 보며 답했다.

“기왕 온 김에 중심주(中心洲) 사무소까지는 찍고 돌아가려고 합니다.”

중심주는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던 베이장강의 하중도(河中島)로, 지금은 양광백포 농업공사의 전진기지가 되어있었다. 한강에 있는 선유도의 일곱 배쯤 되는 면적에 농장과 부두, 엽사병단 주둔지 및 농업회사 척식(拓殖) 사무소를 설치해놓은 것.

섬을 중심으로 강 좌안의 황이갱(黄泥坑) 사업장과 강 우안의 장강패(长江坝) 사업장은 잠재력이 아주 큰 농지와 야지를 끼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양광백포 농업공사가 장악한 영역의 최북단에 해당하는 곳.

가오슈센이 턱을 쓰다듬으며 제안한다.

“그럼 복귀할 즈음이면 저녁도 먹을 겸 한 잔 걸치기 딱 좋을 시간이 되겠군. 어떻소? 전번처럼 핀윈줘에서 곱고 잘 빠진 아이들을 주무르면서 연회(飯局)나 즐겨보는 게? 지금 연락해두면 늦지 않게 준비가 끝날 게요. 아오커사나도 종종 그대의 소식을 묻는다 하더이다. 그날의 귀빈께선 다시 찾아주지 않으시는 것이냐며.”

“미안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저녁에는 린페이를 만나고 싶은지라.”

“린페이라면, 예전의 연회에서 마음에 든다고 했던 아이였던 것 같은데. 맞소?”

“예. 기억하시는군요.”

“하하. 기억하다마다. 그 아이를 결국 첩으로 들이신 모양이구려. 축하하오. 장부라면 응당 아름다운 여자를 거느리고 있어야지. 거느린 여자들의 미색이야말로 사내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니까.”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양 능청을 떠는 꼴이 우습다. 그러나 공산귀족은 이런 방식으로 벌써 여러 사업가들을 성공적으로 낚아 보았을 터.

공산귀족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린페이 그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요만,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슬슬 다른 여자를 들여놓으셔야 하지 않겠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매일 먹으면 물리는 법이외다. 여자도 마찬가지요. 그 아이에게 오랫동안 변치 않을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때때로 기분을 환기해줄 다른 여자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지! 그러니 동사장께서 첩을 적어도 서넛 정도는 더 두는 것이 진정으로 그 린페이라는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 하겠소.”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지만, 공산귀족의 생체신호는 막 늘어놓은 역설이 오롯한 진심임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첩이 없으면 병신 소리를 듣는 나라의 고위귀족답게 사고방식이 기본적인 레벨에서 어긋나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오.”

가오슈센은 상체를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중요한 것을 알려주겠다는 듯한 태도로.

“여자란 경쟁자가 있어야 초심이 유지되는 생물이라오. 동사장이 아끼는 지금의 린페이가 오래오래 아름답기를 바란다면 그녀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주어야 할 터요.”

“……그렇습니까?”

“아무렴, 그렇고말고. 역시 동사장은 여자 하나를 길게 사귄 적이 없는 모양이군. 했던 말이 진실이었어. 여자를 하루의 즐거움으로 끝내는 것도 나쁘진 않소이다만, 사내가 되어 이런 쪽으로 경험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오. 하하하!”

짝! 하고 손뼉을 부딪쳐 비비는 가오슈센.

“자, 이제 좀 마음이 동하시오? 간만에 내 사람들과 친목을 다질 겸, 같이 핀윈줘로 갑시다. 또 모르잖소. 그 린페이만큼이나 어여쁜 아이가 동사장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을는지.”

“린페이만큼 예뻐도 그 아이가 린페이는 아니겠지요.”

“어허…….”

공산귀족이 짐짓 탄식을 해 보인다. 내가 린페이에게 질릴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고, 전처럼 내 머리를 녹여 뭔가 또 제 이익을 챙기고 싶은 것이겠지.

그러나 뒤쪽이야 어쨌든, 린페이 하나도 귀찮은 마당에 새로운 똥자루를 떠안을 생각은 없었다. 내게 낚싯바늘을 꿰어두는 데에도 정도가 있지.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내키지를 않는군요. 난 오늘 밤엔 꼭 린페이를 보아야겠습니다. 그러니, 전처럼 사업상의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하십시오. 도착까지 시간이 좀 있잖습니까.”

내가 화제를 바꾸자, 입술을 구부린 채 나를 바라보던 공산귀족은 더 유혹해봐야 소용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대한 사업을 술과 여자도 없이 논하는 건 흥취가 없는 일인데.”

이렇게 아쉬워하면서도, 역시 다른 용건이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동사장. 미엔디엔(미얀마) 쪽 상황은 알고 계시리라 믿소.”

나는 미얀마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눈을 찌푸릴 뻔했다.

“알긴 합니다만, 거기에 내 회사가 낄 만한 사업이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미얀마에선 현재 군부에 의해 촉발된 내전이 한창이었다.

원인은 과거에 성취한 민주화의 불완전성.

긴 세월 사회주의 독재와 군부 독재에 짓눌려있던 미얀마는, 08년도부터 선거를 치르기 시작하여 형식적인 민주화를 쟁취했고, 15년도엔 민주화 운동의 수장인 아웅산 수치가 국가수반에 오름으로써 정권교체를 완료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선 군부의 기득권이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08년도의 민주화 개헌에서, 군부가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마지막까지 관철해냈기 때문.

하나. 군의 통수권은 대통령이 아닌 군 최고사령관에게 있다.

하나. 3인의 부통령 중 한 사람은 군부가 임명한다.

하나. 상하원 의석의 25% 또한 군부가 임명한 의원들에게 분배한다.

미얀마 헌법이 규정하는 개헌선이 재적의원의 75%이므로, 군부는 자신들이 가진 권력의 영속성을 헌법 조문으로 새겨놓은 셈이었다.

따라서 그간의 민주정부는 군부를 위한 욕받이 노릇밖에 할 수 없었다. 군부가 총부리에서 나오는 권력을 쥐고 있는데 정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리가 있나. 정부의 각부각처에 군부인사들이 침투해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마법이 돌아왔다.

자연각성자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더는 국가의 무력을 군부가 독점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 미얀마에도 매미들이 울어대는 마법의 여름이 도래한 것이다.

민주정부는 이번에야말로 못다 이룬 민주화를 완성할 준비에 들어갔고, 이대로 가면 권력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할 처지에 몰린 군부는 민주정부를 선제적으로 타격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다.

이것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시작된 내전의 발발경위였다.

“나는 무기를 파는 상인입니다.”

가오슈센이 내게 뭘 원하는지 알면서도, 나는 모르는 척 내 본업을 들어 의문을 표했다.

“작금의 미얀마에서 내가 취급하는 상품들을 필요로 하는 쪽은 군부가 아니라 인민방위군을 자칭하는 반란세력이겠지요. 설마하니 내가 그들과 거래를 하길 바라는 건 아닐 텐데요?”

“당연히 아니오!”

가오슈센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바라는 바는 무명회사가 보유한 신이한 전투능력이올시다. 전에 동사장도 그러지 않았소? 무기 상인이 꼭 무기만 파는 게 아니며, 아예 전투부대를 꾸려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노라고! 그 뭐랬더라, 시리아인지 어디인지에 무기상이 꾸린 사막의 뭐시기라는 부대가 있었다 하지 않았소?”

“사막의 매 여단.”

“아, 그거요! 사막의 매 여단! 그 부대가 시리아 정규군의 정예부대 취급이었다고 했잖소. 지난 광저우 때 동사장과 무명회사의 정예들이 수행한 역할이 딱 그와 같았고 말이오.”

“그래서, 이번에도 미얀마군에 속한 특종부대(특수부대)로 활동해 달라 이겁니까?”

“특종부대는 맞지만, 미얀마군이 아니라 우리 중국의 「서묘포파」 제1군 소속으로 활동해주셨으면 하오. 그러면 의용군 사령부와 미얀마 군부로부터 2중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게요. 단순히 돈만 보더라도 일개 엽사병단의 고용비라곤 믿을 수 없을 지경일 테고, 미얀마에서의 다양한 사업권들은 덤으로 딸려오겠지.”

일찍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내전에 개입하며 그러했듯, 중국은 작금의 미얀마에 전투부대를 파견하면서 “휴가를 나간 병사들이 의용병으로 참전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변명을 하는 중이었다.

그 의용군 부대의 명칭이 바로 서묘포파(瑞苗胞波)다. 이는 미얀마 건국신화에서 용왕의 딸이 태양신의 아들과 관계하여 낳은 세 개의 알, 세 사람의 남매들 가운데 하나를 뜻하는 것. 이 중 하나가 파도를 타고 중국으로 가서 황제의 아내가 되었노라 전하기에, 중국은 이걸 가지고 미얀마와 자기네가 형제와 다름없는 관계라고 주장하곤 했다.

“서묘포파 관계자 중에 돈으로 군공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봅니다?”

내 짐작을 가오슈센이 긍정한다.

“바로 그렇소! 이 가오슈센에게는 사촌이 되는 사람이니 신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부디 간악한 미제와 서구세계의 음모를 분쇄하는 데 손을 보태주길 바라오.”

미제와 서구세계의 음모라. 나는 가오슈센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공산귀족이 내 시선을 불편해할 즈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대가가 구체적으로 얼마입니까?”

“그야 동사장께서 얼마의 공적을 올려주시는가에 따라 달라질 게 아니겠소? 그래도 결코 섭섭한 액수는 아닐 거요. 내 이름을 걸고 보증해드릴 수도 있소.”

“광저우에서의 흑적 사냥은 직접 현장에서 뛸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당시에 얼마를 거두었는지는, 수익을 반반으로 나누어가진 서기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요. 이번에도 내게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면 미얀마로 가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그게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광저우에서의 사냥으로 내가 거둔 수익은, 지금까지 세탁과 해외반출에 성공한 것만 쳐도 17조 원이 넘어가며,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을 터였다.

헌데 일개 정예부대를 꾸리는 데 그렇게나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인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이지.

가오슈센이 침음성을 흘린다.

“광저우 토벌전은 대단히 특별한 상황이었잖소. 굳이 비교를 하시겠다면야 그때보다는 수익성이 많이 낮을 수밖에 없겠소이다마는, 그래도 객관적으로는 결코 나쁜 사업이 아닐 것이외다. 아무렴 그 녀석이 착수금으로 지불하겠다는 돈만 2억 위안인데…….”

“2억 위안이라.”

“착수금이 2억이오, 착수금이. 이 정도면 잠시 출장을 나가볼 법도 하지 않소? 무명회사의 역량이면 성과를 거두기까지 보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을.”

2억 위안이면 한화로 대강 삼백 몇십 억쯤 되는 금액. 분명 착수금 치고는 많은 편이지만, 그걸 위안화로 지불한다면 썩 대단한 이익이라 보기도 어렵다. 이익이 얼마인가를 떠나 처음부터 받아들일 마음이 전무했던 나는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이것까지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군요. 시리아 정부가 사막의 매 여단을 고용하는 대가로 무엇을 지불했었는지 아십니까?”

“무엇을 지불하였소?”

“유전이었습니다.”

“……응?”

“유전 말입니다, 유전. 검은 황금이 샘솟는 사막의 우물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그 우물들의 비공식적인 지분에 더해 적성지역에 대한 현지징발권까지 나누어주는 대가로 사막의 매 여단을 끌어들였던 겁니다. 나는 나와 내 애들의 실력이 사막의 매 여단을 능가한다고 보는데, 서기가 생각하기엔 어떤 것 같습니까?”

예전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던 내용. 대가가 부족하다는 노골적인 암시에, 가오슈센은 퉁퉁한 주둥이를 꾹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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