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236화 (236/561)

#29. 식량반입명령 (4)

광저우의 바이윈 국제공항은 중국 대륙에서 25킬로미터 반경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공항들 가운데 하나였다. 비록 측면에 산간지대로부터 흘러내려오는 강줄기를 끼고 있긴 하지만, 광저우 일대의 흑해자당 세력은 지난 소요에서의 완패 이래 극도로 위축되어있는 상태였으니까. 적어도 광저우-포산-둥관 일대는 중국 군경과 친정부 엽사병단들의 확고한 세력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따라서 물길은 오히려 흑적 소탕의 주요 보급로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초기 엽사병단들의 궤멸을 방관함으로써 사업 환경을 개선해두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흑해자당은 광둥성 전역에서 완전히 축출당했을지도 모르는 일.

물론 개인 단위로 은밀하게 침투하는 각성능력자 테러리스트들은 여전히 완벽한 차단이 어려운 위협이어서, 공항 터미널은 많은 수의 군경의 경비 병력과 정부 의뢰를 수주한 민간 엽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동사장님.”

가오슈센의 지시로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자, 내가 거둔 세 경독들 가운데 하나, 1급 경독 장타이롱이 한국식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오시는 길은 편안하셨습니까?”

“그냥 나쁘지 않았소.”

스튜어디스 복을 입은 똥자루들이 유혹을 시도한 걸 제외하면 비행 자체는 쾌적했다. 장타이롱이 자연스럽게 아부를 시작한다.

“이번 장강 유역에서의 사냥에서도 어김없이 개가(凱歌)를 올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가시는 곳마다 승리를 몰고 다니시는 동사장님의 능력에 탄복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작은 근거지 하나를 털었을 뿐이오. 그나마도 내가 아니라 여기 박 사령과 석벽호표대의 부하들이 힘을 쓴 것이지.”

“공적을 아랫사람에게 양보하는 겸양도 여전하시군요. 게다가 그냥 작은 근거지 하나라뇨. 총연장이 7킬로미터나 되는 땅굴 진지를 어찌 작은 근거지라 하십니까? 이는 동사장님의 영략(英略)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을 위업입니다!”

이 흥분한 아첨꾼의 말대로, 나는 중당촌에서의 거래를 마치고 포양호를 빠져나오기 전 호수의 서쪽 기슭에 상륙하여 흑해자당의 또 다른 지하기지를 털어주었다. 베크룩스의 후퇴 및 재정비를 정당화하는 데 필요한 전과의 완성이었다.

”아, 그렇다고 박 사령의 노고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장타이롱이 내 옆을 바라보며 덧붙인다.

”여사께서 정련하신 엽사들이 없었다면, 아무리 훌륭한 지휘가 있었다 한들 거두어들이는 전과엔 한계가 있었겠지요. 다만, 박 사령의 출중함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기용한 용인술 또한 동사장님의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뒤쪽을 들은 미주가 담담한 까딱임으로 장타이롱의 아부에 동조해주었다. 나 없는 자리에서 미주 녀석이 잡아놓은 제 입지가 엿보이는 장면.

“자, 가시죠. 가오 서기님께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동안 가오슈센의 직함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경찰 계급이 아니라 시정(市政)에서의 서열이 올라간 것. 이제는 공안국에서나 시정부에서나 명실상부한 최고의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나는 후샨량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내가 지나가듯 던지는 말에, 장타이롱이 끄덕인다.

“그 친구도 자기가 동사장님을 모시고 싶어 하긴 했지요. 그 친구의 아들 문제를 해결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아직 해결하는 도중이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확실해지기 전에 뭐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군. 최악의 경우에도 추방형으로 끝날 수 있도록 힘쓰는 중이라고만 해두겠소.”

“잘 풀렸으면 좋겠군요. 나이차가 좀 나긴 하지만, 타향에 나간 제 자식이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들 중 하나인데 말입니다.”

“잘되도록 해봐야지. 노파심에 해두는 충고요만, 그대의 아들은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잘 일러두시오.”

“아, 물론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까지 큰 사고를 칠 녀석은 아닙니다만, 하오란(浩然) 그 아이처럼 친구를 잘못 사귀면 또 모르는 일이겠지요. 심성이 새하얀 사람일수록 오히려 먹에 물들기 쉬운 법이니 말입니다.”

하오란은 후샨량의 아들새끼 이름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저 자식은 착한 줄만 아는군.’

하여간 피붙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의 존재는 개인의 생존성을 저해하는 요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내가 이 머저리들의 고삐를 쥐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니, 내 입장에서 꼭 나쁜 것이라 하기도 어렵지만.

하오란의 건은 사실 벌써 해결을 봤다고 해도 무방했다. 고귀한 피를 이은 이마라티 브로커가 메리옘의 조언에 기반한 내 청탁을 즐겁게 받아들였던 까닭. 자기에게 뇌물을 바치는 이방인들 중에서 갸륵하게도 예언자의 언행을 예로 들어 청탁을 해온 건 내가 처음이었다나. 기분이 좋았는지 수수료를 많이 요구하지도 않았고, 나중에 한번 놀라오라는 말까지 들었다. 낙타 경주나 같이 관람하자면서.

그러므로 남은 건 오직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 후샨량의 아들은 추방도, 투옥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교육이나 좀 받고 말겠지.

허나 후샨량과 사고를 친 자식새끼 본인은 조금 더 마음을 졸이고 있어주어야 한다. 너무 쉽게 풀려나면 질병 같은 특권의식에 취해 또 다른 사고를 쳐댈 게 아닌가.

장타이롱이 화제를 전환한다.

“후샨량 그 친구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가족을 미리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공안국 분위기는 어떻소?”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비열한 흑적 놈들이 군경의 일가친척들을 수시로 납치해대고 있는 마당에, 외화 환전과 송금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 전엔 우리 과기통신처장이 호주로 2만 미원(미국 달러)을 보내려다 거절당하고 조사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건 좀 심했군.”

“심하지요. 정말로 심하지요. 중앙에서 현장 간부들을 배수진으로 내몰고 있는 겁니다. 다들 가족의 안위가 볼모로 잡혔으니 필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요.”

중국에서 개인은 명목상 연 5만 달러까지의 외환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돈을 해외로 보내는 건 별개의 일이며, 한 번에 큰 금액을 보낼 때는 무조건 상세 조사가 들어온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은행에서도 자국민의 해외송금 신청은 액수가 커질수록 어떻게든 거절할 구실을 찾으려 드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대륙의 모든 은행들은 각 은행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만큼의 외환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책임을 지기 때문. 심지어 베이징 소재의 은행들은 80위안이 나갈 때마다 100위안 상당의 외화를 들여오라는 지침을 따르고 있다.

그러니 표면적인 1인당 송금한도가 얼마인가를 떠나, 각 은행에선 개인이 요청하는 일정 액수 이상의 해외송금을 가급적 거절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거절실적’을 채우지 못한 은행원이 상사의 질책에 시달리다 자살을 한 사건도 있을 지경.

중국 공산당의 국부유출 방지전략이라는 게 이렇게나 병신 같은 것이었다.

형편이 이러하기에, 직급이 낮은 귀족 내지 그나마도 못되는 군경 간부들은 기러기아빠 노릇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전국적인 소요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서부터 가족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 자체는 가능해졌으되, 내보낸 가족들에게 전달 가능한 생활비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것.

터미널을 빠져나온 나는 방탄 리무진에 올라 북서쪽으로 빠지는 도로를 탔다. 가오슈센이 나를 기다리는 곳, 그와 내가 합작으로 설립한 농업회사의 본사가 광저우 북서쪽 베이장강(北江) 유역 칭위안(清远)에 위치하고 있었던 까닭.

이곳을 중심으로, 두 엽사병단의 비호를 받는 농업회사는 기나긴 강 주변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교통경찰의 협조 속에 막힘 없는 도로를 반시간쯤 달리니, 드디어 농업회사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양광백포농업고빈유한공사(两广白鹇农业股份有限公司)」

양광은 지역의 명칭이고, 백포는 길조(吉鳥)로 통하는 하얀 꿩을 뜻한다. 고빈(股份/주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나 아직 상장을 한 업체는 아니었다.

차에서 내리자, 임직원들을 병풍처럼 두른 채 몸소 로비까지 나와 있던 가오슈센이 두 팔 벌려 과장된 기쁨을 연출했다.

“오랜만이오, 나의 형제여!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형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래도 골통 안에 반가움이 없지는 않은 가오슈센은, 내 상박을 붙잡고 친근함을 표한 뒤에, 시선을 돌려 미주에게도 인사를 건네었다.

“박 여사 역시 고생이 많으셨소. 내 듣자니 가자마자 동사장을 도와 벼락처럼 흑적 패거리들을 짓부수셨다지. 역시 화성(花城/광둥) 제일의 여걸이라 하겠소. 그런데-”

말하다 말고 미주의 손과 허리춤을 살피더니 조금 서운한 표정을 짓는 공산귀족.

“내가 선물해드린 승마채찍은 가지고 다니지 않으시는 게요? 저 미국의 따오걸라스 마이커아서(道格拉斯 麦克阿瑟/더글라스 맥아더)가 그랬듯이, 채찍은 아랫사람들의 기율을 잡는 데 효과가 있는 장식품이라오. 지도자는 인상이 중요한 것이니 말이외다. 인상이.”

맥아더가 채찍을 가지고 다녔다고? 전장에서도 승마바지와 승마채찍, 승마장화를 고집했던 인간은 맥아더가 아니라 패튼이었을 텐데.

미주는 조금 떨떠름한 느낌으로 대꾸했다.

“실전성이 없는 물건이긴 하지만, 다음부터는 되도록이면 들고 다니겠습니다. 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그래주시겠소?”

“예.”

“잘 생각하셨소. 박 여사가 강한 여걸이기는 해도, 인상만으로는 그 강함을 보여주기가 어렵지.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이 못내 방해가 되는 경우라 하겠소. 채찍을 가지고 다니면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사시 포로를 심문하기에도 좋을 거요. 채찍으로 맨살을 후려치면 살이 얼마나 잘 찢어지는지 아시오? 피가 쫙쫙 튀어 오르면 여간한 강심장이라도 기가 죽기 마련이지!”

이렇게 수다를 떠는 가오슈센은 퉁퉁한 두 볼에 옅은 홍조를 띄우고 있었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씐 모양새였다. 사타구니에 은근히 혈류가 몰리는 모습도 보인다.

이 새끼가 지금 나를 세워놓고 연애사업을 하고 있군.

노골적이면서 괴상하기까지 한 사탕발림을 들어주기가 고역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신경 쓰였는지, 미주가 반사도 높은 선글라스 안쪽의 눈을 찌푸리며 정중히 손을 펼쳤다.

“두 분,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회사 인력들이 두 분께서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 그렇지. 그래야겠지. 자, 어서 들어가십시다.”

「양광백포」 본사가 차지한 건물은 규모가 제법 거창했다. 지금까지 집행한 자금만 17억 위안이 넘어가니 규모가 작으면 이상할 노릇. 로비 좌우로 세워놓은 직원들이 일제히 공수인사를 한다. 이번에도 공수는 중국식이 아닌 한국식이었다.

최상층의 회의실엔 브리핑이 준비되어 있었다. 회사 관계자들만이 아닌, 공산제국의 관료들과 실무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한 브리핑이.

‘뻔한 수작질을…….’

회사의 운영현황이야 보고서를 통해 파악하고 있는 바, 내가 원하는 건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것이었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특히 중국 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면으로만 현황을 파악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니까. 부하들의 눈을 믿는다 쳐도 가끔 한 번씩은 시력이 남다른 내가 직접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대규모 토양오염이 진행 중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게 중국이라는 나라니까.

그러나 공산귀족의 입장은 달랐다. 최종적으로 66억 위안을 인질로 잡을 예정이니, 그때까지는 최대한 내 눈을 흐리고 불안감을 불식시켜놔야 한다고 느끼고 있을 터.

관료들의 입김이 대거 들어간 브리핑은 밝고 희망찬 내용으로만 가득했다. 농지 확보의 핵심인 「토지유전(土地流转)」조차도 그냥 이만큼의 땅을 확보했다고만 언급할 따름.

토지유전이란 마을 공동으로 소유한 농지들의 이용권 거래를 말한다.

중국에서 토지는 매매나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대륙엔 오직 국가의 공유지와 농민들의 공유지만이 존재하니까. 고로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선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을 이용할 한시적인 권리만이 거래된다.

말로야 관습적으로 땅을 사니 파니 하지만, 그 모든 거래엔 토지사용권이라는 명목으로 유통기한이 따라붙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세워놓은 표면적인 이유는 공산주의의 핵심정신을 지키기 위함. 그러나 어느 얼간이가 그걸 가짜 빨갱이들의 진심이라고 믿는가?

중국 공산당의 진의는 당연히 식민지 경영이다.

‘농촌은 계속해서 착취의 대상으로 남아있어야 하니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농촌은 이용권조차 거래가 불가능한 땅이었다. 농촌을 산업화에 필요한 저임금 노동자들과 식량을 제공하는 가난한 땅으로 묶어두고자, 농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걸어놓았던 셈.

토지유전이 허가된 지금도 대부분의 이익은 국가와 관료들이 챙겨간다. 계약서상으론 토지의 소유주인 농민들에게 이익을 분배한다고 써놓아도, 실제 돈의 흐름은 대부분 국고와 귀족들의 금고로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이 광활한 땅덩이를 가지고도 식량을 수입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핵심적인 이유다. 농민들이 자본을 끌어들여야 황무지를 개간하든 농지구획을 정리하든 시설을 현대화하든 할 게 아닌가. 이 똥통 같은 식민제국의 농촌에선, 저가 자영농인 줄 아는 소작농들이 아직까지도 물소를 부려 쟁기나 끌고 있는 것이다.

양광백포 농업공사가 확보한 농지들은 예외 없이 10년짜리 유효기간이 붙어있었다. 회사 측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들 사이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짤막하게 들어가 있는 독소조항.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다음엔 어떻게 되는가?

공산당의 토지사용 조례는 이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토지사용권이 만료되면 토지사용권 및 기타 건축물, 기타 부착물 등의 소유권은 국가가 무상으로 취득한다.」 라고.

농민들의 공유지에 대해서도, 토지사용권만 마을의 집체소유로 돌아갈 뿐 나머지 자산은 전적으로 국가가 취득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내가 받아본 계약서엔 이런 내용이 없고, 다만 「토지사용권 기간이 만료되면 사용자는 계속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라고만 적혀있을 따름이었다.

신청은 할 수 있어도 허가를 받는 건 별개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차이나 드림이 한창이던 시기,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현지 법률에 대한 무지로, 혹은 간과 쓸개라도 빼줄 것처럼 구는 공산당 관료들의 달콤한 말들과 미인이 흘러넘치는 접대에 넘어가, 가벼운 마음으로 이러한 시한폭탄을 떠안은 바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60년짜리 시한신관이 달려있는 폭탄을.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숨겨진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공산당이 사용권 연장 신청을 거부해버리면 그대로 손실을 떠안아야 하니까. 개별 시설과 사업장 단위로 분할 적용이 가능한 효과적인 협박의 수단이다.

함부로 휘둘렀다간 대대적인 투자위축을 야기할 무기이긴 하나, 이런 무기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외국계 기업들은 미리미리 처신을 잘 해두려 애쓸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도 이걸 모르는 채로 투자를 하는 등신들이 있지.’

기본적인 준비조차도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멍청한 사업가와 자영업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이런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기에, 내가 이 회사에 투자하는 자금이 비로소 가오슈센을 안심시킬 인질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배금주의가 골수까지 스며있는 공산귀족이 생각하기로, 66억 위안이라는 거금에 얽매이지 않을 인간이란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는 환상 속의 동물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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