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210화 (210/561)

#24. 인조여신(人造女神) (3)

어둠이 내린 시간, 드넓은 국유림에서 버섯숭배자들의 의식 현장을 찾기란 생각만큼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무장 가이드는 버섯숭배자들에게 적이 많다고 이야기했었다. 특종에 목을 매는 기자들과 개인방송인들, 호기심에 찬 관음증 환자들, 사탄숭배의 증거를 찾으려는 종교인들에 이르기까지. 「아밀라리아 교회」의 비밀을 염탐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과연 도보와 육안을 통한 탐색으로만 이루어질까?

그럴 리가.

지금은 개나 소나 드론을 날려대는 시대다. 열원 탐색 카메라를 탑재한 쿼드콥터의 가격이 겨우 2천 달러 안팎에 불과한데, 어지간히 돈이 없지 않은 이상에야 힘들고 궁색하게 발품을 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국유림의 광활함은 장벽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버섯숭배자들이 높은 곳으로부터의 엿보기를 막으려면 드론 방어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했다. 저출력 탐색 레이더, 지향성 방해전파 발생장치, 포획용 그물 발사기 등. 미국에선 이런 물건들이 민수용으로 풀린 지 오래이므로, 상용 통신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사유지에서라면 개인도 얼마든지 사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국유림 같은 공유지에서 그 짓을 하는 건 법규 위반이 맞다. 그러나 종교쟁이들이 그런 법을 엄격히 지키려 하겠는가?

‘이제껏 현장이 포착당하지 않은 것 자체가 방어체계를 돌린다는 증거지.’

야심한 시각, 의식을 치를 때만 한두 시간 가동하고 마는 방어체계라면 단속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다. 그것도 거주지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진 산간벽지에서 벌이는 짓임에야.

그러므로 내게 필요한 것은 레이더 전파를 잡아낼 탐지기뿐이었다. 개인이 구매 가능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반경 수백 미터 정도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전파가 도달하는 범위는 그보다 훨씬 더 넓다.

전파 탐지기는 경호팀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장비의 하나였다. 여기서는 미리 계획한 일정에 따라 현장지원팀이 적당한 장소에 보내둔 물건. 드론에 탐지기를 달아 날리면 수십 킬로미터 범위의 수색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찾았습니다.”

경태가 빙글거리며 지도에 슥슥 좌표를 표시한다.

“3번 팀이 신호를 잡았는데……. 의외로 가깝네요. 여기서 약 7.2km 떨어진 지점입니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드론은 삼각측량에 따른 좌표산출을 가능케 했다. 회전식 레이더 특유의 일정한 탐지 간격, 그리고 민수용으로 나오는 레이더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파대역 등을 볼 때, 내 부하들이 헛다리를 짚었을 확률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았다.

“7.2km면 늦지는 않겠구나.”

의식을 준비하는 데엔 시간이 걸리니까.

내 말에 경태가 묻는다.

“근접경호는 어떻게 꾸릴까요?”

“너를 포함해서 셋만.”

숫자가 많으면 은밀성만 떨어진다. 나머지 부하들은 거리를 두고 따르도록 하면 그만이었다.

준비는 일찌감치 끝내놓고 있었으므로, 나는 지체 없이 산장을 나섰다. 외부 CCTV를 피하여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으므로 로비에선 숙박객의 외출을 알 도리가 없었다.

각성체 침투 방지용 석축과 전기 펜스는 마력장을 억제한 상태에서 맨몸으로 넘을 높이가 아니었기에, 먼저 나간 부하들은 그냥 고전적인 방법으로 철사를 끊어 통로를 만들어 두었다. 기역자로 자른 철망을 벌려 틈을 만들고, 빠져나온 뒤 틈을 닫는다. 내일, 빛이 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시간에 마법의 불로 용접을 하고 염동력으로 갈아 연마를 해놓으면 흔적 지우기는 끝이다.

“…….”

이런 산장에 반드시 배치되는 각성능력자 무장경비는, 초소 의자에 앉아서는 총을 허벅지 위에 두고 맥주를 마시는 중이었다. 혈관에 도는 알콜의 기운과 무겁게 꿈벅이는 눈을 보건대 순찰은커녕 잠이나 안 들면 다행일 터.

이걸로 관광객의 수상한 외출은 없다.

가벼운 몸으로 7.2km를 달리는 건 금방이었다. 비록 거대 균사체가 투사하는 장악력으로 인해 마력장을 전개하는 데 한계가 있긴 했지만, 산악지형 치고 굴곡이 심하지 않았고 변변한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다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카메라들을 의식하여 때때로 숲의 그늘에 몸을 숨겼을 따름이다.

버섯숭배자들의 경계망을 쉬이 돌파한 나는 덤불로 가려진 작은 공터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투시력이 없는 한 의식을 엿보기도 불가능하여, 경계를 맡은 버섯교단의 각성능력자들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법한 장소였다.

‘저건…… 그때의 그 미친년이로군.’

희미하게 달빛이 쏟아지는 의식의 현장에서, 나는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얼굴을 발견했다. 내가 이 국유림을 처음 찾아왔을 때, 숙주가 죽고 남은 불사육 덩어리들을 줍고 다니던 맨발의 여사제. 어머니 아밀라리아 어쩌고 하는 포교를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나쁜 사람” 운운하며 돌아섰었지.

설마하니 이런 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그때처럼 하얀 옷을 입은 맨발의 여사제는 의식을 주관하는 자의 위치에 서있었다.

「이제부터 성찬의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순찰자들의 감각을 피하려면 마력장을 억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엿듣기는 부하들이 설치한 집음기의 도움을 받았다.

의식을 거행할 원 바깥엔 수프가 끓고 있는 솥이 있었다. 나는 여사제가 의식의 참가자들에게 떠서 나눠주는 수프로부터 짙은 향정신성 약물의 색채를 엿보았다. 그 정체는 실로사이빈(Psilocybin). 환각버섯의 추출물인 이 약물은, 비록 마약으로 분류되긴 하나 중독성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었다. 복용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영적인 경험’을 했노라 증언한다.

오래지 않아 수프를 나눠먹은 자들의 동공이 확장된다. 심박이 불규칙하게 변하는 그들의 사이에서 여사제가 불을 붙인 향로를 들었다.

「다음으로 정화의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의식은 대부분 정통파 마직의 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추방」, 「정화」, 「봉헌」, 「소환」. 의식의 장소에서 의식을 방해할 다른 힘들을 추방하고, 참가자와 의식의 장소를 정화하며, 신적인 존재에게 의식을 봉헌한 후, 필요하다면 신적인 존재를 의식의 중심으로 불러내는 식.

마법숭배교단의 의식 절차는 아홉 단계로 세분화되어 있긴 하나, 기본적인 틀은 동일했다.

난 원탁의 대마법사들을 떠올렸다.

‘무가치한 형식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선 제국주의자들도 딱히 다를 바가 없지.’

여사제의 정화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무가치한 주문을 외웠다. 이러한 서클 캐스팅(Circle casting)이 의식의 장소를 영적으로 변모시킨다는 게 마법숭배교단의 믿음이기 때문.

이후 원 안에 신들의 상징을 그리고 의식의 주관자가 다시 주문을 외우는 등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여사제는 내가 보고자 했던, 그러나 구체적인 행위를 보기는 싫었던 「위대한 의식」에 돌입했다.

「사락-」

고성능 집음기에 제한적인 청각 강화가 더해지니 옷 벗는 소리까지 귀에 들어온다. 제 몫의 이어폰을 끼고 있던 경태가 얼마 지나지 않아 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 형님. 이거 설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

“……와우.”

경태가 헛웃음을 흘리며 마른세수를 한다. 내가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미리 설명을 해두지 않은 탓이었다. 딱히 필요한 일도 아닌 것 같아서.

가짜 마법사 알레이스터 크로울리가 정립한 이론에 따르면, 섹스 마직의 힘은 오르가즘의 횟수와 격렬함에 비례하여 강력해진다. 그러므로 의식의 주관자와 그 파트너가 본격적인 교접에 앞서 서로를 애무하는 데 공을 들임은 당연한 일이었다.

「앗, 하앙, 하아아아앙!」

의식의 주관자의 허덕임이 가면 갈수록 음계가 높아진다. 이 의식에선 신음을 있는 그대로 내질러, 신성한 공간을 ‘마법의 힘’으로 채우는 게 정석이었다.

집음기의 조작자로서, 그리고 돌발사태 발생에 대비해야 하는 경호실장으로서 이어폰을 계속 끼고 있는 경태는 어색함과 난감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런 건 진짜 예상 못 했는데 말입니다.”

본디 이 「위대한 의식」은 일 년 중 정해진 날짜,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하여 시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예 신의 품속에서 의식을 거행하는 자들에겐 날짜와 다른 조건들 따위 아무래도 좋았을 터. 신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딴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나는 전희에 몰두하던 여사제의 파트너가 배변기관의 출구를 게걸스럽게 핥아대는 모습에 그만 고개를 돌리고 싶어졌다.

맙소사.

거머리 짝짓기하듯 뒤얽힌 채 신음과 비명을 흘리며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던 두 남녀는, 마침내 자세를 바꾸어 의식의 절정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본디 마법숭배교단의 양대 신격, 「어머니 여신」과 「뿔 달린 남성신」의 교접은 서로를 바라보며 포개어 결합한 대면좌위로 묘사된다. 그러나 항문성교를 하면서 그 자세를 취했다간 격한 행위의 와중에 음경이 부러지기 십상이므로, 필멸자들의 육신으로는 여자가 남자를 등지고 앉는 배면좌위를 취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어폰에선 이제 숨 가쁜 신음의 이중창에 더해 빠른 리듬으로 찔꺽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인체 소화계통의 종착지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거 참……. 되게…… 상황이…… 묘하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님이랑 같이…… 이런…… 그, 관음을…….”

“그만.”

“옙.”

이래서 미리 설명해두기가 꺼려졌던 것인데. 정통파 마직의 성마법은, 질적인 면에서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나일 강에 대고 공개 수음을 하던 시절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다.

희뿌연 달빛 아래 여사제의 몸이 여러 차례 튀어 올랐다. 머리를 뒤로 꺾은 채 침을 흘리며 황홀경에 젖어있던 사제가 완전히 도취된 음색으로 추종자들에게 이야기했다.

「모두 느껴지나요? 우리의 원이 신성한 에너지로 가득 찼습니다. 어머니 여신께서 우리를 굽어보고 계십니다. 우리가 바친 의식을 기뻐하고 계십니다! 자,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영혼의 문을 열고 어머니 여신을 우리의 내면으로 초대할 때가.」

「원 안에 가득한 에너지가 흩어지기 전에, 침착하게, 제가 가르쳐드린 대로 영혼의 에너지가 몸 안을 흐르도록 하세요. 여신께서는 자애로우십니다. 여신께서는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여신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위대한 자연과 만물의 어머니 아밀라리아께서 우리의 영혼으로 들어오십니다…….」

나는 사제의 영에 흐르는 마력의 패턴으로부터 특정한 「코드」의 작용을 발견했다. 자연각성 능력자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인위적인 현상.

‘……술식을 창안했어?’

술식을 만들어낸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전율하는 거인이나 균사의 왕국처럼 거대하고 오래된 것들에 비할 바는 못 되더라도, 회로를 가진 모든 것들은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자연각성능력자가 제 영혼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술식을 만들어낸 건, 술식의 수준과 쓸모를 떠나 놀라운 일이라 평하기에 충분했다. 각성자로서 여사제의 자질이 평균 이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종교적 열망이 낳은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술식의 효과는 본인의 마력장을 찌그러뜨리고 영적 회로의 장벽을 허무는 것. 자칫하면 회로 파열로 이어지기 십상인 위험천만한 짓거리이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마법의 영역에서도 통하는 것이었다.

「히익, 힉, 히이이익-!」

눈을 뒤집고 몸을 바들거리는 여사제는, 겉만 보면 쾌락의 절정을 느끼는 사람을 닮아있었다. 그러나 황금기의 눈으로 보는 여사제는 머리 부근의 마력장을 거두고 정수리를 통해 균사의 마법적 침식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본래대로라면 인피(人皮) 아래로 들어오는 일이 없어야 할 침식의 파동이, 파도치며 서서히 들어오는 밀물과 같이, 조금씩 조금씩 사제의 뇌를 파고든다.

마법사의 관점에선 다른 존재에게 자신의 영혼을 무방비로 내맡기는 꼴이었다.

‘끔찍하군.’

내가 저 짓을 한다고 생각해보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행위. 만들어도 어떻게 저런 마법을 만들어내서.

의식의 입회자들은 사제가 쓰는 술식을 누구 하나 제대로 흉내 내지 못했다. 그러나 사제의 뇌가 완전히 침식당하자, 대단히 갑작스럽게, 입회자들의 체내로 거대균사체가 지배하는 마력이 쏟아져 들어갔다.

마치 거대균사체의 의지가 사제의 기원(冀願)에 호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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