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사냥꾼들 (7)
살아서 구조된 더튼 경기병대의 사냥꾼은 둘이었다. 하나는 얼이 빠지고 똥오줌을 지렸을지언정 제 다리로 걸어서 따라왔을 정도의 경상자였고, 다른 하나는 부조종석에 있다가 전신골절을 당한 의식불명의 중상자였다. 나머지는 모두 죽었으며, 죽은 자리에 그대로 남겨졌다. 닐슨도 죽은 자들을 위해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하자고 주장하진 않았다.
나를 경계하는 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회를 노리면서도 끝끝내 다시 달려들지 못했다. 그러나 녀석은 나와 사냥꾼들의 냄새를 오늘의 원한과 한 묶음으로 기억할 것이었다. 돼지는 개보다도 영리한 동물이라고 하니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및 구조대의 헬기들은 서쪽의 리치필드가 아닌 동쪽의 샌드 렛지스(Sand Ledges)로부터 날아왔다. 이 샌드 렛지스는 본디 아무것도 없는 무인지경의 땅이었으나, 현재는 「전율하는 거인」의 ‘침략’에 맞서는 관계당국들의 최전선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 최전선 뒤로는 신비주의자와 자연보호론자 등을 포함한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의 캠프가 소도시를 연상케 하는 규모로 펼쳐져 있었으므로, 말썽에 대비하여 경찰력과 구조인력이 상주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주 고속도로 순찰대(Highway Patrol)에서 나왔다는 경위는 그다지 많은 진술을 요구하지 않았다. 추락사고의 전후 상황이 여러 대의 카메라에 녹화되어 있었기 때문. 하다못해 사고의 당사자들부터가 둘이나 살아있었으니, 굳이 상세한 진술을 받는다면 그 둘이 1순위요 닐슨과 동료들이 2순위이며 내 일행 및 깍쟁이 한 쌍은 3순위쯤이 될 터. 내가 참고인으로서 기재한 위장신분 및 연락처는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이었다.
여하간 경찰과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경찰자원봉사자(VPS)들의 지상 증원이 도착한 시점에서, 민병대가 할 일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괜찮습니까?”
내 물음에, 홀로 헬기에 기대어 캔을 기울이던 민병대장이 힘 빠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와서 안 괜찮을 건 또 뭐겠습니까? 조금 지쳤을 뿐이죠.”
닐슨이 홀짝이는 건 맥주가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였다. 돌아가는 비행이 남았으니 술을 마시지는 못하겠고, 어떻게 기운이라도 차려보겠다고 마시는 것 같았다. 고카페인 음료를 꿀꺽꿀꺽 넘긴 그가 손등으로 입술을 훔치며 말했다.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환불을 안 받겠다고 했던 것 말입니까?”
“이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닐슨. 그 웃음에 쓴맛이 묻어나는 건 조금 전까지 성난 깍쟁이들을 상대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들 한 쌍은 투어를 망쳤으니 요금 환불은 당연한 것이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까지 받아야겠노라 주장했다. 요지는 파이오니어 사냥꾼 여단이 무모한 구조 활동을 강행함으로써 고객의 위험을 등한시했다는 것. 그 요구를 거부한 닐슨은 오래지 않아 법정에서 그들과 재회하게 될 터였다. 미국은 소송의 나라가 아닌가.
잠시 말이 없던 닐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돼지를 처음 봤습니다. 원래는 겁이 많은 동물이거든요……. 수상한 냄새가 나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총성 한 번에 온 무리가 도망치며, 자기보다 크고 시끄러운 것에겐 덤빌 엄두조차 못 내는 놈들이었죠.”
이를테면 헬기 같은 것들. 나는 오류를 정정해주었다.
“원래부터 겁이 많은 동물이라는 건 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예?”
“타고난 본성과 후천적인 생존전략을 서로 구분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아는 동물들의 생태는 어디까지가 본성이고 어디까지가 생존전략인지 불분명한 경험적 지식이죠. 지난 세월 당신이 당연하다고 믿어온 사냥감들의 행동원리들은, 많은 부분이 약육강식의 법칙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었을 겁니다.”
“…….”
“군인이었다면 겪어봐서 알 텐데요. 힘이 사람을 얼마나 바꿔놓는지를. 이런 면에선 동물도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그놈 하나가 특이한 건 아니겠습니까?”
나는 냉소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세상은 과도기를 겪고 있을 뿐입니다. 새롭게 힘을 얻은 녀석들이 달라진 제 위치에 적응해 나갈수록, 세상은 익숙한 모습으로부터 멀어져만 갈 겁니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닐슨이 남은 드링크를 쭉 비우고는 와자작 캔을 우그러뜨렸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자신감이 없어지는군요.”
더욱, 이라는 단어는 무의식이 내놓은 실수였다.
“그쪽이 사냥감 좀 거칠어진다고 겁을 먹을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여단 내부에 잡음이 있는 모양이지요?”
“……티가 났습니까?”
“그럴 것 같았습니다. 직업적인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문 법이니까요.”
사냥꾼들 사이에 흐르는 불편한 공기는 모르는 척하기가 더 어려울 만큼 뻔한 것이었다. 민병대는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의 친목조직이고, 명목상 영리법인이 되었다고 해도 구성원들의 마음가짐까지 한꺼번에 달라질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런 친목 중심의 아노미적인 조직에서 리더가 구성원 하나를 쫓아내다시피 방출한 것은, 그 자체로 나머지 조직 전체를 우중충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조건이었다. 방출당한 대원은 친구이자 이웃인 다른 대원들에게 닐슨에 대한 불만과 험담들을 늘어놓을 터.
닐슨의 뜻에 따랐던 부류 중에서도 곱씹을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음 뒤숭숭해진 자들이 있을 게 뻔하다. 그때 닐슨이 결정권자로서 보여준 태도는 그들이 알고 지내던 닐슨의 면모가 아니었을 테니.
사실 닐슨이 좀 오지랖을 부린 건 사실이지만, 보다 거대한 조직의 수장인 내가 보기에 이들 사냥꾼 여단의 진짜 문제는 확실한 의사결정 체계와 위계질서가 결여되어있다는 점이다.
‘리더가 실수 한 번 할 때마다 해산 위기를 겪어야 하는 조직이면 큰물에서 노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사실 이는 거의 모든 조직들이 성장과정에서 겪는 최초의 진통이었다. 이 단계를 무사히 통과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장한계가 달라진다.
그리고 닐슨의 오지랖이 꼭 나쁜 결정이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몰상식하게 사냥을 방해한 경쟁자들을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구해준 고결한 민병대. 이 얼마나 좋은 화젯거리이자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재료란 말인가. 여기에 소송 건까지 함께 회자되기 시작하면 파이오니어 사냥꾼 여단의 지명도는 말도 못하게 높아질 것이었다.
따라서 이 저평가된 스타트업의 지분을 확보하자면, 눈앞의 애송이가 하찮은 인간관계들 때문에 리더로서의 자신감을 잃고서 제 고난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적기였다.
내 입장에선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투자 상품이 눈앞으로 굴러들어온 격. 이는 삶의 모든 순간에서 이익을 찾아야 하는 사업가로서의 감각이자, 사소한 전술적 이득이라도 한 번은 곱씹어봐야 정상인 전략가로서의 감각이다.
금전적 이익과 전술적 이득을 저울질하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충동구매를 하듯이 제안했다.
“혹시 투자를 받아볼 생각이 있습니까?”
“투자요? 당신한테서?”
“예.”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닐슨 앞에서 나는 평온한 말을 이어갔다.
“이번 일로 진통을 좀 겪기야 하겠지만, 나는 당신이 보다 크게 자라날 나무라고 봅니다. 양분이 충분하면서 수액을 빨아먹는 벌레들이 없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우선은 백만 달러부터 시작해봅시다.”
사양하려던 닐슨이 입을 꾹 다문다.
“그 돈이면 내가 얼마의 지분을 살 수 있겠습니까?”
사실 지분 자체에 대한 욕심은 없다.
내가 바라는 건 이 일대에서 고정적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정보를 물어다주고, 나와 내 애들의 동선을 노출시키지 않을 숙소와 예비 이동수단 따위를 제공해주며, 필요하다면 약간의 비공식적인 의뢰를 받아줄 수도 있는, 그러면서 자신들의 진정한 쓸모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하는 순진한 현지협력자들의 조직일 뿐.
심지어 그 현지협력자들은 형편이 좋으면 배당을 내어줄 것이고, 형편이 나쁘더라도 얼마간의 유지비는 스스로 충당할 게 아닌가.
‘그 값으로 백만 달러면 거저나 다름없지.’
경태는 이 부근에 조직의 인력을 상주시키자고 제안했었지만, 아무 기반도 없는 지역에다 무작정 인력을 낭비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고로 투자대상이 꼭 이 파이오니어 사냥꾼 여단이어야만 할 까닭은 없었다. 일단 그냥 가까이 있고, 내 눈으로 품질을 확인하기도 했으니 찔러보는 것이지. 다른 선택지를 찾는 데 들어갈 시간과 기회비용도 아낄 겸 해서.
쫓기는 사냥감으로서의 내가 두는 한 수는 언제나 두 수, 세 수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달라진 눈빛으로 고민하던 닐슨이 묻는다.
“진심으로 하는 제안이십니까?”
이게 다른 사람의 제안이었으면 시시한 농담 내지 사기를 치려는 수작질쯤으로 받아들이고 말았을 것이다. 하물며 그 사람과 오늘 처음 만난 사이임에야.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반응하는 쪽이 보통이겠지.
하지만 나는 오천 달러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함으로써 재력의 편린을 보여주었다. 그걸 다른 일행과의 상의도 없이 결정했으므로 내가 일행의 상급자임도 깨달았을 것이고. 그런 나로부터 돈 냄새를 맡지 못했다면 눈앞의 민병대장은 사업을 할 주제가 못되는 인간이었다. 사업상의 행운은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법이며, 고객이 투자자로 거듭난 사례는 놀라울 만큼 많았다.
겁도 없이 구조대에 합류하여 돼지를 쫓아낸 일 또한 강한 인상을 주었을 터. 적어도 내가 범상한 사람은 아니리라고.
“이게 장난처럼 보입니까?”
질문에 질문을 돌려주자, 의혹을 덜어내고서 다시 한 번 숙고한 닐슨이 딴에는 저도 사업가랍시고 간을 보려 들었다.
“백만 달러면 헬기 한 대 값에 못 미치는 금액이로군요. 우리 민병대가 보유한 차량, 헬기, 각종 무기와 장비들, 그리고 부동산 등의 가치를 합치면 현물자산만으로도 7백만 달러가 넘어갑니다. 여기에 인력의 가치는 그 이상이죠. 이를테면…….”
“인력의 가치?”
닐슨의 말을 자른 나는 길게 따지는 대신 눈과 고갯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닐슨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진다. 그곳에선 일련의 민병대원들이 이쪽을 힐끔거리며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고, 그 내용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만한 것이었으므로.
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턱짓으로 닐슨을 가리켰다.
“현물이나 인력의 가치가 아니라 당신의 가치라고 합시다.”
“저 하나를 보고 투자를 하시겠다는 겁니까?”
“들어봤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 회장은 마윈이라는 중국의 벤처사업가를 만나 단 6분 만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천만…….”
“예. 2천만. 심지어 처음에 제안한 금액은 3천만 달러였습니다. 마윈 쪽에서 거절했을 뿐. 뭐, 나는 손 마사요시가 아니고 당신은 마윈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6분보다는 더 길게 보고 있지요?”
“…….”
“현물자산이 7백만 달러라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쳐도, 부동산은 대출에 대한 담보로 잡혀있을 것이고, 헬기 두 대도 각각 국방부와 지역 유지로부터 조건부로 임대한 것이고, 남은 한 대는 아직 할부금이 남아 있다고 들었고-”
경태의 붙임성이 이럴 때도 도움이 되었다.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런 사연들을 자연스럽게 들을 기회 자체가 없었을 터이니. 자연스럽게 나온 만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확률이 높은 투자정보다.
“그런 상황에서 유지비와 인건비는 다달이 나가고 있을 테니, 쥐고 있는 현물이 얼마인가를 일일이 따져봐야 당신만 부끄러워질 뿐입니다. 까놓고 말해, 당신의 리더십이 위태위태한 이유가 반쯤은 민병대의 재정상황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말이 틀렸습니까?”
기본적으로 사장의 권위는 급여에서 나오는 것이다. 갓 사업을 시작한 벤처기업으로서, 파이오니어 사냥꾼 여단은 만족스러운 급여를 주기는커녕 지급이 밀리지만 않아도 다행인 조직일 터. 경험이 짧은 경영자들은 사업의 전망이 어떻고를 떠나 그러한 재정적 불안부터 해소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불안을 나 또한 경험해봐서 안다.
더군다나 이 전직군인은 처음부터 불필요하게 값비싼 장비들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는 미숙한 사업가들이 곧잘 저지르는 실수. 음식점을 시작하면서 “나는 무조건 최고의 재료들을 쓸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부류다.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도구적인 여유를 담아 건네는 말.
“나는 내가 직접 지켜본 당신에게 투자를 하는 겁니다. 말씀해보십시오. 백만 달러에 몇 퍼센트를 팔겠습니까?”
“……이런 건 지분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논의를 해봐야-”
“6분.”
나는 또 한 번의 무례함으로 닐슨의 말을 잘랐다.
“먼저 예를 들었던 두 사람은 투자를 하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6분 만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빠른 판단과 빠른 결정은 그들의 경솔함이 아니라 투자자와 사업가로서 지닌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동료들을 설득하는 것도 당신이 내게 보여줘야 할 역량이긴 마찬가집니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십시오. 아니라면 투자는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그럴듯한 구실을 갖다 붙이긴 했어도, 숙고할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것은 보통 사기꾼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었다. 애초에 사기꾼과 사업가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것이긴 하지만. 소위 사업가라는 자들이 계약서에 얼마나 장난들을 많이 쳐대던가. 그래놓고는 당하는 놈이 바보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하곤 하지.
번민하던 닐슨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15퍼센트. 그렇게 동료들을 설득해보겠습니다.”
말해놓고도 전전긍긍하는 민병대장. 너무 세게- 혹은 너무 약하게 부른 건 아닐까하는 속마음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난다. 그에게 나는 관대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3백만 달러에 25퍼센트로 합시다.”
민병대장이 숨을 집어삼킨다. 3백만 달러는 중고시장에서 기령(機齡) 5~10년 안팎의 상태 좋은 경량 헬기를 두 대는 더 구입 가능한 자금이다.
‘그래도 4분의 1은 들고 있어야지.’
지분에 따르는 금전적 이익엔 관심이 없으나, 민병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으로서의 지분은 필요했다. 3백만 달러라고 해봐야 내 사냥개들이 적당한 하우스 도박장 하나만 털어도 나오는 돈이고. 이것은 나와 내 부하들이 포식자로서 서식하는 밑바닥의 먹이사슬.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단서를 붙이자 닐슨의 눈에 경계심이 돌아온다. 그 경계심에 아랑곳없이, 나는 당연한 것을 요구했다.
“당신이 조직을 장악하십시오. 내보낼 사람은 가차 없이 내보내고, 당신을 인정하는 동료들로부터 이제까지보다 확실한 리더십을 약속받으라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어중간한 상태로는 결국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테니.”
“그건…….”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지분은 언제나 당신의 편에 서있을 겁니다.”
긴장했던 닐슨이 표정과 어깨에서 느리게 힘을 뺀다.
“쉬운 일은 아니로군요.”
그럴 테지. 애당초 눈앞의 민병대장은 경제적 곤경에 처한 친구와 동료들을 돕겠답시고 사업을 시작한 인물이며, 이는 파이오니어 사냥꾼 여단이라는 조직의 근본적인 정체성이기도 하다. 사실, 본래의 목적만을 고려한다면 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나는 지금 흔들리는 사람 하나를 가벼운 마음으로 타락시키는 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십시오. 당신을 거부하는 사람들까지 끌고 나가려다 모두가 함께 굶어죽는 수가 있습니다. 구할 수 있는 사람들부터 먼저 구하란 말입니다.”
여기까지 들은 닐슨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맞잡음으로써 내 이익과 더불어 한 인간의 후퇴를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