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망중한 (4)
“잘 생각하셨습니다.”
내 속내를 들은 경태가 반색하며 제안했다.
“그럼 아예 이번에 얻은 현금을 전부 다 재투자해버리시죠. 조건 없이 시크하게 던져주는 투자금만큼 인상적인 것도 드물지 않겠습니까? 제독이 혼자 급해가지고는 괜히 딴 우물을 파다가 다치는 일도 예방할 수 있을 겁니다. 형님의 위엄을 보여주는 건 덤이고요.”
마지막에 붙은 사족만 제하면, 경태의 통찰은 내 사고가 미처 닿지 않은 부분을 짚어주고 있었다. 마르띠네즈 제독이 그토록 염려하는 장병들은 이 순간에도 하나씩 하나씩 군복을 벗고 삶의 끝자락으로 내몰리는 중일 터. 그 가족들의 생계는 또 어떠한가. 제독은 언제든 침착함을 잃고 경솔한 행동으로 스스로를 망칠 수 있었다. 2천 2백만 페소와 3백 8십만 달러의 지폐는 그를 눌러두기에 충분할 누름돌이었다.
“저는 반대입니다.”
수연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큰돈을 쥔 사람은 변하기 쉽습니다. 설령 제독이 보기 드문 예외라 한들, 처음부터 아무런 노력도 없이 많은 돈을 맛보게 해주는 것은 차후의 수익에 대한 그의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 놓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지.
“그러나 제독이 한 번의 거래로 수백만 달러를 만지게 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여기에서 비롯될 불만족은 제독을 다시 조급하게, 또는 무기력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유치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추장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말하자면 마약중독자의 역치와도 같은 것. 돈의 중독성과 해악은, 비유적인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마약에 못지않다.
경태가 입맛을 다신다.
“음, 듣고 보니 누님 말씀이 맞네요. 그럼 투자금을 좀 줄여서 주죠? 한 10만 달러 정도로. 아니, 이건 액수가 너무 적은가.”
“꼭 투자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의견을 냈다.
“그저 꾸준히 일감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경솔한 행동을 막을 수 있을 거다. 물량을 대느라 바빠 다른 욕심을 부릴 짬이 나지 않을 테니. 이런 일이 처음이라면 한동안은 심력소모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어느 분야에서든, 신참자에겐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기 마련이었다. 매사가 완벽하게 흘러가더라도 제독에겐 일말의 불안이 있을 수밖에. 밀고와 감찰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모자란 확신. 내 주문을 소화하는 동시에 그와 같은 심리적 소모들을 겪으면서 다른 우물을 팔 여력이 남는다? 가능하다면 타고난 사업가라 해야 할 터.
“그에게 줘야 할 것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성취감이야. 급한 갈증은 일방적인 투자보단 매 거래의 선수금으로 해소해주는 편이 낫겠지.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가 꾸준히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해준다면, 훗날 그가 시장의 형편에 밝아졌을 때 자연스럽게 이쪽의 성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신뢰는 그렇게 얻어도 늦지 않아.”
좋은 조건을 고려하는 시점에서 나는 괜찮은 계획 하나를 떠올렸다.
지난 10월의 둘째 주 금요일, 하얀 추장은 내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부족이 이제야 역병의 고비를 넘겼노라고. 희생은 컸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약속이 이러했다.
「회장. 당신은 우리 사막의 사람들을 비롯한 다섯 부족의 진정한 친구요. 당신은 우리를 위해 보증을 서주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당신을 위해 보증을 서줄 것이오. 우리들은 그런 우정밖에는 모르오. 이는 카지노가 아니라 부족의 이름으로 전하는 감사이니, 다섯 부족의 땅에서 당신은 언제나 가장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을 거요.」
난 이 모호한 약속의 결과를 통화 이후의 첫 번째 자금세탁에서 곧바로 보고받을 수 있었다. 카지노가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는 것. 이는 내게 약간의 곤혹감을 선사했다. 이런 식으로 답례를 받는 건 결코 바라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이야 고마운 마음에 금전적 손해를 감수할 테지만, 이는 부족이 한창 경제적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의 희생이었다. 대가 없는 노동이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말 못하는 부담이 쌓여만 가고, 그러다보면 나에 대한 감사는 희석된 끝에 없어지고 마는 거지.
나는 보고를 받은 즉시 추장에게 연락하여 절반이라도 수수료를 받으라고 강권했다. 있는 그대로의 속내를 드러낼 순 없었기에, 꾸며낸 이유를 내세워서.
“당신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당신들의 용역을 무상으로 누리는 게 친구로서 잘 하는 짓은 아닌 것 같군요. 친구로서는 다 내고 싶고 장사꾼으로서는 면제를 받고 싶으니, 딱 절반을 지불하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배려로 포장된 조건을 받아들이며 몇 번째인지 모를 감사를 표하는 추장의 음성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낮게 잠겨있었다.
내가 구상한 계획은 이러한 배경 위에 성립하는 것이었다.
“투자는 사막의 사람들에게 하기로 하지.”
“예?”
당황하는 경태와 달리, 시선을 아래로 하여 눈을 깜박이던 수연은 몇 초 만에 눈길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경태가 더욱 당황했다. 여기서 왜 북미 원주민들이 언급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 어차피 계획을 설명하긴 해야 한다. 수연이라고 해서 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므로. 내 구상이 수연의 이해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고, 그 역이 성립할 수도 있다.
“알겠지만, 사막의 사람들의 보호구역은 미국과 멕시코 양국에 걸쳐있다. 즉 소수나마 멕시코 영토에 거주하는 부족민도 존재한단 말이야. 난 그들이 몇 개의 사업장을 차릴 수 있도록 창업자금을 지원하려고 한다. 표면적인 목적은 페소화를 세탁하고 전달할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지. 지금의 다이아몬드 카지노에서는 오직 달러화 세탁만 가능하니까.”
이렇게 만들어질 페소화 세탁경로는 미국 내 자치권을 보유한 원주민들의 법적 지위, 카지노 연합과의 연결망, 하얀 추장의 운영 노하우, 그리고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로써 나에게 우수한 경쟁력을 부여해줄 것이었다. 제독은 결코 나보다 나은 선택지를 찾지 못할 것이다.
경태가 묻는다.
“어, 그럼 또 다른 목적은 뭡니까?”
“내가 원주민들에게 왜 호의를 베풀어왔는가를 생각해봐라. 그들에게 조만간 힘든 시기가 오면, 범죄자로서 국외로 피신해야 할 사람이 많아지지 않겠나. 그럴 때 멕시코 땅에 자리를 잡은 동포들의 존재는 큰 힘이 되어줄 거다.”
“아아…….”
사막의 사람들이 중남미의 밀입국자들을 미국으로 들여보낼 수 있는 건 미국 영내에 얼마간의 기반이 잡혀있는 덕분이다. 그 흐름이 역으로도 성립하려면 멕시코 영내에 최소한의 인프라와 자본을 갖춰놔야만 했다.
“물론 탈주자들이 거기서 길게 머무를 순 없겠지. 멕시코는 미국의 앞마당이나 다름없으니. 그 다음 단계의 도피는……. 글쎄. 우리에게 특별히 불운이 따르지만 않는다면, 그때는 마르띠네즈 제독의 바닷길에 새로운 쓸모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구나.”
“그게 또 그렇게 연결될 수도 있겠네요.”
제독이 바라는 바는 오로지 돈이므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일을 거부할 이유는 없어보였다. 내가 성의로써 자신을 대해왔음을 깨달은 뒤라면 크게 바가지를 씌우지도 않을 것이고. 그럼 난 조금 더 안전하게 병력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거지.
감탄하는 경태를 두고, 나는 수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 이 계획에 부족한 구석이 있을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뭐냐?”
“현재로선 제독이 공급 가능한 품목과 물량이 한정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를 충분히 바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사실상 그가 내놓을 수 있는 상품 전부를 수매해야만 하는데, 아시다시피 물량이 가장 많은 품목은 5.56mm 나토 탄이 될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비축량이 많은 품목이니 장기적으로는 분명 악성재고가 되겠지요.”
음. 듣고 보면 마냥 사소하지만은 않은 지적이었다. 제독을 키우면 키울수록 감당할 양이 많아질 테니까.
수연이 말한 소구경 고속탄(5.56mm NATO)은 서방세계에서 가장 보편화된 규격의 군용 탄약으로서, 기존 시장에서의 수요가 가장 많았던 탄종이기도 하다.
그러나 난 이미 개인화기의 패러다임이 뒤바뀔 시대를 예견한 바 있다. 앞으로 더욱 강해질 여지가 남아있는 원시마법 각성자들을 상대하려면, 대인(對人) 화기의 기본 위력 자체가 적잖게 올라가야 할 것이라고.
세계도 이러한 사실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엘 마에스뜨레의 출현은 관계자들을 일깨우는 하나의 계시와도 같았다. 손을 놓고 있으면 훗날 큰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그러므로 기존 시장의 주류를 점했던 개인화기들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들이 그저 맨몸에 총만 들고 돌아다닌다면 또 모를까.’
단순히 질기고 튼튼해진 근골만으론 소총탄 사격을 받아내지 못한다. 어중간하게 강인한 몸이 되고 보면, 총탄이 인체를 관통할 수 없게 되면서 도리어 더 큰 피해를 입고 마는 것이다. 총탄이 보유한 운동에너지가 모조리 체내에 때려 박히는 꼴이니까. 탄자가 더 잘 깨지게 됨으로써 근육과 장기의 손상 또한 늘어날 것이다.
어쨌든, 수연의 말처럼 소구경탄의 재고는 지금도 과하도록 많았다. 상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와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수요 감소가 확정된 품목의 보유량을 마냥 늘리기도 곤란한 노릇. 업종의 특성상 보관능력을 확대하는 건 상당한 투자를 요구하는 일이다.
요컨대 못할 일까지는 아니어도 예상보다 큰 지출을 감당해야 할 거라는 뜻이었다.
경태가 어깨를 으쓱인다.
“창고를 확 늘려도 손해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에 얻은 드론만 팔아도 최소 천만 달러는 나올 텐데요. 형님의 계획대로 일이 풀린다면 그 정도 지출쯤이야 뭐.”
여기서의 드론은 영국군과의 교전으로 획득한 초소형 정찰드론(PD-100)들을 말한다. 영국군이 보유한 물량은 미군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적용되어 있을 게 뻔하기에, 중국이나 러시아에 넘긴다면 원가의 열 배를 받고도 남을 것이었다. 해킹을 통한 무력화, 전파간섭 연구, 역설계 등의 목적으로 충실하게들 써먹을 터.
그러므로 경태가 예상한 천만 달러는 정말 최소치로 잡은 이득이었다. 코카인을 제외하면 이번에 얻은 전리품들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이라 하겠다.
수연이 끄덕임으로 동의했다.
“나도 반대하는 건 아니야. 다만 우리 입장에선 보관 그 자체도 비용이자 리스크니까, 형님께서 거기까지 고려하시고 결정을 내리시도록 조언을 드렸을 뿐이지.”
많아지는 창고는 곧 길어지는 꼬리라는 말. 관리할 시설과 자회사가 많아지면 어디선가는 실수를 하게 되기 쉬웠다.
턱을 쓰다듬던 경태가 손가락을 딱 퉁기며 나를 보았다.
“어쩌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냐?”
“기존의 수요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거죠. 그 왜, 요즘 바다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애송이들이 엄청 많잖습니까. 해적들이요.”
“그것들에게 공급루트를 뚫어보자는 거냐?”
그 신참자들에겐 아직 이렇다 할 창구 하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위험을 대신 감수해줄 ‘소상공인들’이 자리를 잡기 전까진 상종할 생각 자체를 말아야 할 유형의 고객들이었다.
게다가 바다가 지금 이상으로 위험해지는 데 일조하는 것은 자칫 제 살 깎아먹는 일이 되기 쉬웠다. 해상밀수에 종사하는 부하들을 아무리 단련시켜놓아도 소수가 다수를 감당하는 데엔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강화된 검문검색이 일상화될 것도 우려되고.
내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반문하자 경태가 얼른 손사래를 친다.
“아아뇨. 그럴 리가요. 어디서 누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애들을 어떻게 상대하겠습니까. 각국 정보기관들의 어그로가 장난 아니게 끌릴 텐데요. 게다가 해상운송 환경이 악화되면 조직의 사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여러모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장사라는 거 저도 잘 압니다. 배꼽이 너무 커서 깔려 죽을 수도 있을 만큼 말이죠.”
“그럼? 해적을 상대해야 하는 쪽에 팔자고?”
“옙. 여차하면 물에 뛰어들어야 하는 해적들이 방탄복이나 철갑처럼 거창한 걸 껴입고 다닐 순 없으니까요. 걔들한테는 5.56mm가 아주 잘 박힐 겁니다. 해상보안이 주력인 군사기업(PMC)들이나 요즘 치안이랑 경제가 같이 박살난 섬나라들한테는 매력적인 상품일걸요?”
“하지만 그건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수요가 아니냐. 5.56은 정규시장에서도 가격이 급락할 것인데, PMC나 도서지역 국가들은 정규시장을 이용하면 그만이니.”
“어, 그러네요.”
“…….”
경태의 말처럼 요즘 해적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다. 범유행 전염병으로 촉발되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불황, 그리고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는 원시마법 각성자들의 조합은 전 지구적 해적 활동의 급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노를 저어 나아가는 쪽배로 20노트 안팎의 순항속도를 찍고, 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헤엄쳐서 주파하며, 별다른 도구 없이도 수십 분을 잠수할 수 있는 초인들의 해적질은 기존의 해양순찰력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이었다. 경비정과 마주치면 쪽배를 버리고 파도 아래로 흩어져 달아나버리는 해적들을 무슨 수로 잡거나 사살한단 말인가. 도리어 경비정이나 군함 등을 빼앗기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실제로 벌써 여러 차례 벌어진 일.
도쿄 올림픽의 초장을 장식했던 수영선수들의 도핑 논란은 이러한 사태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지금의 각성자들은 반년 전의 세계 챔피언들을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다시 반년이 흐르고 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테지.
따라서 사설군사기업들이 제공하는 해상보안 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경제적 빈사상태에 처한 섬나라들이 빈번한 습격과 약탈로 몸살을 앓게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미 지적한 바, 그렇게 발생하는 수요는 우리와 인연이 없다.
조만간 전 세계의 군대가 민간에 불하하기 시작할 막대한 양의 잉여 탄약(Surplus ammo)들은 정규 시장에서의 소구경 소총탄 가격을 바닥까지 떨어뜨릴 터이므로. 필시 그 낙폭은 원자재 가격조차 건지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다. 탄약의 폐기 비용이라는 게 있으니까.
‘재고가 지나치게 쌓이면 그냥 바다에 던져버리는 편이 낫겠지. 아니면 뇌물 대신 써먹거나.’
합법적인 거래자들에게 통상시장 가격 이하로라도 판매를 시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암시장에선 상품을 유통하는 행위 그 자체가 위험비용을 발생시키는 까닭. 장부상의 숫자에만 눈이 멀어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는 상인은 이 바닥에서 결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어차피 꼭 이익을 남기려고 벌이는 일도 아니고, 경태 말마따나 이번에 얻은 전리품만으로도 몇 년 치의 사업 예산이 나올 테고…….
드문드문 메모를 하며 곰곰이 궁리하던 수연이 고개를 들었다.
“굳이 찾아보자면 구매처가 없지는 않습니다. 파푸아 뉴기니의 부족군벌들에게 물량을 밀어주며 싸움을 붙여도 좋겠고, 이참에 아프리카 방면의 판로를 대폭 확대해볼 수도 있겠지요. 이미 창구가 존재하는 인도네시아의 토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현 시점에서 조직의 역량을 낭비하기엔 지나치게 지엽적인 과제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쉽게 동의했다. 사소한 데서 손해를 보기 싫다고 정작 해야 할 일을 뒷전으로 미뤄선 안 되는 법이지.
당장 전력을 다해야 하는 과제는 다름 아닌 잠수정 건조시설의 확보다. 지금은 입수한 설계도를 토대로 도식적인 생산라인 구축을 진행하는 중. 구축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시설을 올리기 적합한 부지와 설비 및 자재공급 루트부터 물색해야겠지.
그 전까지의 짧은 여백은, 완전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조금 헐거운 일정을 짜면서 재충전을 위한 시간으로 삼는 편이 좋을 듯하다. 먼 거리를 달리려는 사람에겐 호흡 조절이 중요하니.
하물며 달려 나갈 길이 장애물과 사나운 짐승들로 가득할 험로임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