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엘 마에스뜨레 (10)
나는 주인을 잃은 장검을 주워들었다. 쓰던 인간이 짐승이라, 사람보다는 짐승을 토막 치는 데 더 어울리는 크기와 생김새였다. 축이 미세하게 틀어지긴 했어도 전체적인 내구성엔 큰 문제가 없었다. 과연 티타늄 합금이라고 해야 할까.
한편 죽은 기사단장의 모습은, 껍데기만 놓고 보면 성화(聖畫) 속의 기사를 닮았다. 악마나 사악한 용 따위와 혈투를 벌이고 난 그리스도의 기사를. 그러나 숨을 거둔 알맹이는 예수가 재림할 경우 가장 먼저 채찍으로 후려쳤을 뱀과 독사의 새끼였다. 성전기사를 참칭한 마약팔이가 부패한 제사장들 따위보다 못할 건 또 뭐란 말인가?
보다보니 기분이 조금 더러워진다. 기사단장에겐 스승새끼를 연상케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스승새끼와 원탁의 패거리들 역시 자기네가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으니까. 후자는 현재진행형으로 그러할 터이고.
나는 기사단장을 마법으로 밀어 넘어뜨린 뒤 갑옷과 장구류를 모조리 벗겨냈다. 죽은 부하들의 무구도 마찬가지로 회수한다. 무기, 방패, 갑주와 체스트 리그 등. 이번 사냥의 대미를 장식하는 데 필요한 연극 소품들이었다.
다음으로는 폐허가 다 된 성전에 뜨거운 불씨를 퍼트렸다. 떨어진 예수상에 가장 먼저 불이 붙고, 이어 성모상과 천사상, 부서지거나 멀쩡한 장의자들, 목판을 짜맞춘 전면의 벽, 제대(祭臺)와 독서대 따위가 동시다발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열이 차서 붕괴하는 성당은 기사들의 시체를 짓뭉갤 아주 좋은 돌무덤이 되어주겠지.
기왕 하는 김에 나는 조금 더 확실하게 손을 써두기로 했다.
콰앙, 쾅! 쿠궁!
포탄 떨어지는 듯한 굉음이 울린다. 투명하게 작렬하는 내 염동력은 초라하게 벗겨진 시체들을 프레스처럼 쾅쾅 찍어 눌렀다. 완전히 으스러지고 흩어져버린 시체들이 고열에 타버리기까지 하면 원래의 모습을 추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었다.
밝게 타오르는 성전(聖殿)을 등지고 걸어 나오는 나는, 회랑에 흔들리는 어두운 내 그림자가 춤을 추는 악마의 실루엣 같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감흥이 깊었던 싸움의 여운이겠지.
정문을 나서자 경태가 까딱 고개를 숙인다.
“고생하셨습니다, 형님.”
“고생은 무슨. 재밌고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우르릉. 등 뒤에서 성당의 일각이 무너지는 진동은 먼 산등성이에 꽂히는 천둥을 닮아있었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 배후의 높은 곳으로부터 펑 하며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슬쩍 돌아보면 종탑 사이에 박힌 시계가 내부의 열압(熱壓)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었다. 나는 원판의 절반이 사라진 시계의 틈으로 뜨거운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다채로운 열의 색채를.
“상황은? 뭔가 바뀐 게 있나?”
“예. 수연 누님 쪽 애들 절반이 삐띠알 강변공원을 따라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딱 세 블록만 내려가면 하늘의 눈을 피하면서 도시 서쪽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죠. 계속 사냥을 하시든 철수를 하시든 이 선을 중심 기동축선으로 이용하시면 좋겠다는 전언입니다. 또 남은 예비대로는 시경과 방위군의 지휘 결절을 습격해서 각각 무전기를 확보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데, 오가는 교신들을 토대로 추정한 영국군의 예상 위치는…….”
삐띠알 강은 우리가 앞서 신세를 졌던 아메카 강과는 별개로 시가지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줄기로서, 최대 폭 100미터 가량의 울창한 사각지대를 제공하는 장소였다. 호텔에서 대기할 때 논의한 계획 중의 하나였기에 경태가 전하는 말들을 흡수하기는 쉬운 일이었다.
나는 벗겨온 갑옷과 투구를 세척하며 이어지는 보고들을 들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 돌을 깎아 만든 커다란 성수반(聖水盤)이 있었으므로, 거기 채워져 있던 물을 끌어다 내부를 한 차례 씻어내는 것이다. 물을 진동케 하자 온갖 더러움이 그럭저럭 잘 빠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진동은 물의 수소폭명기화에 이어 공을 들이는 또 다른 확장적 기교였다.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현장 지휘소로부터의 전파사항은 이상입니다. 지시사항이 있으십니까?”
경태의 전달은 빠르고 간결했다. 전투상황에서의 기억력은 수연만큼이나 걸출한 녀석이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확인했고, 그대로 따르겠다고 전해라.”
“옙.”
대답한 경태가 지휘소로 보내는 무전엔 내가 무사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나는 경태 이하로 셋을 뽑아 연극용 소품들을 나누어주었다. 남는 하나는 내 몫이었고, 기사단장의 전신갑주는 경태의 몫으로 돌아갔다. 경호실 전체를 통틀어 경태의 덩치가 가장 컸기 때문이었지만, 그럼에도 죽은 기사단장과는 신장차가 거의 10센티에 달했고 골격도 꽤 달랐으므로 완전한 위장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어둠에 기대는 역할분담과 무대연출로 극복하면 그만이었다.
마침 괜찮은 수단이 눈에 띈다.
‘……마구간?’
우리가 점유한 광장으로부터 남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웬 마구간이 하나 있었다. 주민들이 총성을 피해 도망치고 시가지 곳곳에서 화마가 번지는 가운데, 담장에 갇힌 말들은 도시가 타는 내음과 청각적 혼돈 속에 겁에 질려 날뛰는 중이다.
기승(騎乘) 전투는 오히려 각성자의 기동성과 전투력을 깎아먹는 멍청한 짓이지만, 지금 필요한 건 경태 한 사람분의 전투력보다는 기사단장의 존재감이었다.
“이쪽으로.”
길을 정한 내가 앞장섰다. 장애물을 무시하는 시야가 있으니 시가전이랍시고 몸을 사리며 움직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이렇다 할 방해 없이 마구간에 도달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여러 사업체들이 합동으로 말을 관리하는 장소처럼 보였는데, 최근의 불경기가 원인인지 비어있는 칸이 과반수였다. 남아있는 말들도 대개는 관리상태가 좋질 않았다.
경태가 조금 당황하며 묻는다.
“오우, 혹시 이 녀석들을 타고 싸우는 겁니까?”
“너 혼자만 타는 거다.”
“……아하. 이해했습니다.”
이렇게 답하는 경태는 미묘하게 풀이 죽었는데, 칼자루를 만지작거리는 품새가 참으로 읽기 쉬운 속이었다. 기왕 잡은 칼을 쓸 기회가 적으리라는 사실에 실망한 것일 테지. 저가 이제까지 겪어본 적 없는 양상의 실전이니까.
“저놈이 좋겠구나.”
나는 경태에게 직접 말 한 마리를 짚어주었다. 보유한 업체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곳인지, 아니면 업체가 아닌 개인 소유의 말인지는 몰라도 영양상태가 그나마 좋은 중량마다. 속도는 느려도 체력은 좋을 놈이었다.
경태는 소란을 피우던 말을 어렵잖게 진정시키고는 마구와 군장을 얹어 훌쩍 올라탔다.
“워, 워.”
노새, 나귀, 짐말 따위를 타거나 부리는 것은 중국과 동남아 내륙 등지에서 밀수 및 인간사냥을 하는 애들에게 쓸모가 많은 기술이다.
경태가 심화 커리큘럼을 수료한 미국의 사설 훈련소에도 생존기술로서 이런 방면의 기량을 중시하는 교관이 한 사람 있었던 것으로 안다. 듣기로는 중동을 경험하고 돌아온 특수부대원이라 했던가. 현지에서 별다른 지원도 없이 장기간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유형의 특수부대였을 것이다.
그런 사람조차도 돈을 받고 자기 기술과 경험을 파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축복받은 자유시장인지.
“괜찮으냐?”
“예?”
“말은 오랜만일 텐데.”
“에이, 형님두. 저를 뭘로 보시고.”
경태는 말고삐를 능숙하게 다루며 투구 안에서 웃어보였다.
“잠시 그대로 있어라.”
나는 몇 분쯤 시간을 들여 경태가 탑승한 말의 영에 회로를 뚫어주었다. 주된 목적은 신체강화. 공을 들인 작업이 아닌 데다, 내가 말을 각성시키기도 처음인지라 대상의 수명을 극단적으로 줄여놓을 회로가 완성되었으나-
‘어차피 일출까지만 멀쩡하면 그만인 녀석이니까.’
말이 짧은 투레질을 했다. 갑작스럽게 치솟는 힘에 놀란 듯한 느낌. 경태는 이번에도 탈것을 쉬이 진정시켰다. 전투에 대비해 말의 청각을 마법적으로 손상시킨 나는, 티타늄 갑주로 대체된 4인분의 방탄복들을 이리 자르고 저리 잘라서 구속용 끈으로 엮어 엉성한 마갑(馬甲)을 만들었다.
사냥 계획은 간단했다. 나를 비롯해 기사 분장을 한 4인이 적의 이목을 집중시키면, 나머지 애들은 바깥 방향에서부터 포위하여 적의 배면(背面)을 유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페인어를 모르는 기사들의 미덕은 과묵함이었다. 이쪽에서 영어로 떠듣는 걸 들으면 얼마나 이상하겠는가? 21세기는 지휘관이 병사의 시야를 공유하는 시대였으며, 근접전을 벌일 때는 염동차장으로 소리를 막기도 곤란하다. 대화와 교신은 적과 거리를 두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래도 주어진 역할들이 단순하니 어렵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갑옷 입은 부하들에게 딱 네 마디의 스페인어를 기억하도록 했다.
엄폐, 집결, 철수, 공격. 근접전 상황에 쓸 말은 이 네 마디면 충분하다. 부족한 부분들은 나 개인의 역량으로 메꿔버리면 그만.
그리고 사냥이 재개되었다.
“HVT(고가치 표적) 확인! 적 총원 넷! 교전하겠다!”
우리를 발견한- 실제로는 이쪽에서 먼저 찾아낸 영국군 1개 팀이 상급부대에 무전을 날리며 번쩍이는 총구화염으로 우리를 환대한다. 터터터텅! 티타늄 방패의 둔중한 울림. 검과 방패를 든 나는 초단위로 쏟아지는 철갑탄 조준사격 세례를 비스듬히 흘려내며 돌진했다. 불필요한 회피기동을 섞어 한 블록의 간격을 삭제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초 남짓에 불과했다. 기사단의 실력과는 한참의 간극을 둔 쾌속.
“무슨……!”
땀으로 찌든 체취가 코앞이다. 나는 경악한 영국군 상등병의 목을 수평으로 그어버렸다. 마력으로 강화된 뼈와 살이 깔끔하게도 갈라진다. 잘린 머리가 룰렛처럼 회전하며 피를 뿌렸다.
“브린!”
죽은 전우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눈이 확 돌아간 하사가 총구를 들이댔다. 콰앙! 지근거리에서 이루어진 발포. 투구를 때린 탄은 떠엉 하는 울림을 남기고 튕겨나갔다. 기사단장이 머리를 박는 것만 못한 충격이다. 즉각적으로 나간 내 반격은 상대가 막기 쉬운 각도를 막을 수 있는 힘으로 베었다.
카각! 카가각!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나가는 칼질을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하사. 덕분에 총은 장전손잡이가 부러지고 탄창이 사악 잘려나갔다. 그럼에도 약실엔 한 발이 남아, 하사는 총을 창처럼 쥐고 동물적인 판단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쾅! 난 이 대구경 지근거리 사격에 몸을 틀어 대응했다. 티잉- 갑옷에 경사를 주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튕겨지는 철갑탄. 아무리 위력이 강한들 입사각(入射角)이 개판이면 별 수 있나.
맞은편의 벽이 무너졌다. 방패로 느끼는 반동은 곧 내가 행사한 폭력이다. 벽에 처박힌 하사는 콘크리트 잔해에 몸 절반이 파묻혔다. 배후에서 들려오는 고함과 절규는 내 부하들이 빚어내는 또 다른 파괴와 죽음들이었다. 지금 나를 따르는 녀석들은 원탁의 최정예급 전력이다.
“끅…….”
단 일격에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하사가 불신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힘없이 상체를 버둥거린다. 입에서 흐르는 피는 내장이 상했다는 증거였고, 구토감을 억누르는 취객 같은 표정은 엄청난 고통을 인내하는 자의 얼굴이었다. 당연한 결과다. 기사단장을 상대할 때와 다르게 손대중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 앞으로 다가간 나는 수류탄을 붙잡는 손부터 잘근잘근 짓밟아 으스러뜨렸다. 동반자살마저 저지당한 하사가 헐떡이며 나를 노려본다. 방탄헬멧 옆엔 카메라가 붙어있었다. 이 광경을 영국군 지휘부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리라는 의미였다.
난 돌리고 있던 육체강화 술식에 변화를 주었다. 마법사가 마법적인 육체강화에 통달했다는 것은, 필요하다면 불수의근(不隨意筋)을, 의지로는 통제할 수 없는 근육들을 의지의 지배하에 둘 수도 있음을 뜻한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성대는 그러한 불수의근의 하나다. 후앙을 연기할 때와 같이, 나는 내 것이 아닌 목소리로 기도를 읊어 광신도의 배역을 소화했다. 외우는 기도는 기사단장과의 대결에서 획득한 영감(靈感)이다.
“Jehová, Dios de las venganzas, Dios de las venganzas, muéstrate. Engrandécete, oh Juez de la tierra. Da el pago a los soberbios.(여호와시여, 복수하시는 하느님이시여, 복수하시는 하느님이시여, 이곳에 임하여 주소서. 아, 이 땅을 심판하시는 주여. 떨쳐 일어나사 교만한 자들에게 마땅한 벌을 내리소서.)”
“뭐……라는…… 거야…….”
머릿속 스승새끼의 유해는 귀족의 교양을 담고 있었고, 그 교양엔 성경에 대한 비뚤어진 집착과 3개 국어의 지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로부터 적당한 구절을 우려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부적으로는 조금 틀릴 수도 있겠지만, 기사단장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광신은 교리를 왜곡시키기 마련이었다.
꾸득! 방탄복을 뚫고 들어가는 찌르기. 하사가 눈을 부릅뜬다. 나는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찔러대며 건조한 암송으로 광인의 흉내를 내었다. 꾸득, 꾸득, 꾸득. 꽂고 뽑을 때마다 새로운 피가 묻어나오는 칼날. 하사의 입가로 흐르는 피도 늘어난다.
“아, 여호와여. 악인들이 언제까지, 언제까지 기쁨을 노래하리이까. 저들이 언제까지 험한 말들을 뽐내며 언제까지 부당한 짓들을 과시하리이까?”
“그만. 그, 만.”
“아, 여호와여. 그들이 당신의 백성들을 부수나이다. 그들이 당신의 유산을 비탄에 젖게 하나이다.”
“…….”
사격, 사격! 외치는 소리들과 함께 새로운 총탄들이 날아들었다. 이쪽이 넷뿐인 줄로만 아는 적들의 과감한 공세. 동료를 잃은 분노가 그들을 채찍질한다. 나는 처음 세 발만을 굴절결계로 비껴내고서 재빨리 방패를 틀어 경사를 주었다. 굴절결계를 계속 쓰면 정밀하게 제어되는 술식의 존재가 노출되고 마니까. 이런 정교함은 제아무리 천재라도 현 시점의 원시마법으로 도달 가능할 경지가 아니다. 아무렴, 그 기사단장조차 육체강화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지면과 45도의 예각을 형성한 방패는 쏟아지는 반자동 사격들을 어렵잖게 도탄시켰다. 투웅 퉁 하는 울림이 손아귀와 전완근을 타고 전해질 때마다 방패에 작게 우그러지는 부분들이 생겨났다. 어지간히 위력이 강한 총기들이다.
“¡Reúnanse!(집결!)”
장애물을 등지는 세 개의 방패가 경태를 중심으로 150도 가량을 커버했다. 청각이 매우 둔감해진 말은 전투의 소음에 놀라지 않았다. 경태는 안장 위 높은 자리에서 수렵용 라이플을 반자동 속사로 갈겨댔다. 쾅, 쾅, 쾅! 치명적으로 정확한 한 발 한 발이 적의 화력을 급격히 위축시킨다.
그럼에도 이쪽은 수세였다. 확실하게 보여주는 수세에 적의 밀집도가 증가한다. 그 너머, 차와 건물이 타는 열기와 그 열기가 밀어 올리는 연기 저편에선 장애물을 뛰어넘고 지붕과 지붕을 달리는 내 부하들의 모습이 보였다.
포위망이 완성되는 순간, 나는 숨이 끊어진 하사의 시체를 방패에 걸쳐 놓고 적을 향해 돌격했다. 여지없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간격. 적들은 생사가 불확실한 동료에게 쉽게 총질을 해대지 못했다. 칼에 먹일 피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