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사냥꾼-50화 (50/561)

#10. 엘 마에스뜨레 (5)

이 싸움에서 내겐 두 가지 심각한 페널티가 있다. 하나는 대마법사로서의 내 존재를 철저히 감춰야만 한다는 것. 또 하나는 부하들 중 누구 하나라도 사로잡히거나 신분이 노출되어선 안 된다는 것. 내 부하들이 시체로라도 영국군 손에 들어가면 조직의 본사를 찾을 단서가 될 수 있었다. 호적이 말소되어 위장신분만 있는 애들조차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전장의 내 부하들은 투입에 앞서 전원 자폭용 폭탄을 하나씩 지급받았다. 단순히 죽는 것을 넘어서서 시체를 충분히 손상시킬 위력을 품은. 허나 필요한 순간 그 폭탄들이 지체 없이 격발되리라곤 믿기 어려웠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망설이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죽은 동료의 시체를 망설임 없이 파괴할 자는 얼마나 되겠고.

나는 내 부하들을 믿으며, 그들을 관리해온 내 노력 또한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의 신뢰라는 건 용납하지 못할 정신적 나태였다.

자연히 내 지휘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미 화망으로 들어온 적이 더욱 치명적인 선까지 넘어오길 바랐다.

거기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너라.

나로선 자신이 있었다. 내가 울린 총성은 트랩의 폭발에 묻혀버렸고, 기사단을 가두는 포위망에 문제가 생긴 이상 적에겐 갈수록 불안이 더해질 터. 하물며 이 어둠이 깊은 숲 어딘가에 정체와 규모가 불분명한 적성 무장 세력- 즉 나의 군대가 도사리고 있음에야.

게다가 트랩이 터진 직후 공격을 개시하지 않음으로써, 적은 우리 쪽의 규모를 오판할 근거가 생겼다. 규모가 충분하다면 트랩의 폭발과 동시에 공격하는 게 정석이니까. 이 상황은 차라리 소수의 전문화된 게릴라가 다수를 상대로 거는 유격전과 유사하다. 실제론 지금 다가오는 놈들보단 우리가 근소하게나마 더 많다는 점이 함정이었다.

위이이잉-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듣지 못할 영역의 자그마한 프로펠러 추진음. 접근하는 영국군이 앞서 날려 보낸 잠자리 크기의 정찰 드론들이었다. 내가 앞서의 습격에서 얻었던 전리품과 동일한 물건. 개당 조달가가 20만 달러에 달하는 사치스러운 정찰 자산이다.

그 비싼 것들이 내 특정 술식의 사거리에 진입하는 순간 죽은 잠자리처럼 툭툭 떨어진다. 난 전원이 끊어진 그것들을 염동력으로 회수하여 아까와 마찬가지로 짐 속에 쑤셔 박았다. 연구분석용 샘플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하다못해 중국 놈들에게 보여주면 아주 환장을 할 것이다. 인도가 보유한 다운그레이드 판과는 급이 다른 물건이므로.

일시에 120만 달러를 상실한 영국 놈들이 나머지 드론들을 회수하고는 한층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몇몇의 목울대가 꿀렁이는 게 보인다. 두렵기도 하겠지. 드론들이 한꺼번에 떨어진 이유가 짐작조차 가지 않을 테니. 그것도 온갖 전파방해에 저항력을 갖춘 최첨단 드론들이. 이는 저들이 겪어본 바 없을 미지(未知)이며, 미지는 곧 인간의 모든 공포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놈들을 관측하던 나는 한 번 더 적을 기만하기로 결심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기습은 정말 순식간에 끝나버릴 것이다.

“한 발 더 쏘겠다. 반응하지 마라.”

내 말에 다시금 짤막한 답신들이 돌아왔다.

사각(射角) 확보가 필요하다. 나는 조용히 도약하여 8미터 높이의 나뭇가지를 밟고 웅크렸다. 이에 따라 머리 위를 가리는 수관의 두께가 얇아졌으므로, 다른 가지들을 천천히 마력으로 끌어당겨 체열이 위로 새지 않게끔 조치했다.

다음은 소음차단을 위한 염동차장이었다. 다만 이번엔 전방위적인 차단을 노리는 게 아니다. 총성을 줄일 비가시(非可視) 영역의 흡음결계(吸音結界)는 한쪽이 뚫린 깊은 항아리형으로 만들어졌다. 토막 난 총성이 전방 대각선으로만 새어나가도록.

이러한 준비 끝에 노리는 표적은 소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놈이다. 특수부대의 중대급 지휘관. 고가치 표적 저격을 막고자 어두운 색조로 작게 달아놓은 계급장은, 내 시력으로는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표식이었다.

조준은 통상시야를 가리는 많은 수풀과 나뭇잎들 너머로 이루어진다. 부하들에 비해 조금은 미진한 사격실력에도 불구하고 내 저격수로서의 역량이 정상을 다툴 수 있는 이유다. 발각당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저격수의 가장 큰 미덕이니까.

나는 주변의 어떤 영국군도 자기네 중대장을 보지 않는 순간을 기다렸다.

쾅!

폭음이 귀청을 때리고 반 뼘짜리 탄피가 튄다. 내 강화된 육체는 권투 선수가 끊어 치는 수준의 반동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리하여 미동조차 하지 않은 총구는 그만큼의 명중률 향상을 의미했으며, 0.4초를 날아간 탄자가 영국군 중대장의 머리통을 박살내주었다.

“저격수!”

접근하던 영국군 전체가 무너져 내리듯 엎드린다.

역시 대구경 중량탄이 좋다. 염동 차장을 거치며 잃어버리는 에너지가 전체 운동에너지의 1푼이나 될까? 이제 나는 하늘을 겨냥해 한 발을 더 쏘았다. 콰앙! 총구의 소염기가 분출하는 발사화염은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관측 불가능한 사각지대에서 번쩍였다.

소리를 들은 영국군은 완전히 엉뚱한 방향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편향 확산된 총성으로 인해 저격이 이루어진 방향과 거리를 오판해버린 것이다. 시원하게 터져나가며 확 돌아버린 소령의 머리통은 방위를 짐작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지금 저들이 내 진짜 위치를 짐작할 유일한 단서는 바로 혈흔. 무거운 총탄이 2만 줄(J)에 달하는 힘으로 흩뿌려놓은 핏빛의 증거. 그러나 두 차례나 울린 총성에 확신을 얻은 놈들은 어둠 속에 뿌려진 피를 살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직 위생병만이 급하게 기어와서는 상관의 즉사를 확인하고 고개를 흔들었을 뿐.

“준비해라.”

염동차장을 거둔 내 무전에 경태 이하 전원이 검지로 방아쇠를 죈다. 틱, 틱, 틱. 격발 직전의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당겨놓는 것. 나는 나무 위에서 저격을 계속하기로 했다. 적을 확실하게 전멸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마법을 이용한 직접타격은 금물. 그건 원탁에게 꼬리를 밟히는 우행이다.

엎어진 적들이 무전을 열심히 주고받는가 싶더니, 상급부대에서 띄웠음직한 드론 두 대가 그들이 판단한 저격수의 예상위치로 날아간다. 그러나 뭔가 발견될 턱이 없지. 그대로 5분쯤 지나자 예순셋으로 줄어든 영국군이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다. 불편하게 낮춘 자세로, 두툼한 방탄 방패(바디벙커)를 앞세워서. 나무늘보와 자웅을 겨룰 속도는 더욱 무거워진 두려움을 웅변한다.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커지기만 하는 어둠. 저들은 지금 어둑시니와 싸우고 있다.

후…….

나는 느린 호흡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려 애썼다. 머릿속에서 약동하는 맥박이 청각으로도 느껴질 만큼의 긴장감. 이는 가벼운 통증에 가까울 욱신거림이었다. 내가 이 상황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좋은 기회가 고르던 호흡을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그렇다. 적 대다수는 이제 완전하게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사방을 고르게 경계하던 처음과 달리 한쪽으로 편중된 저들의 방패와 엄폐는, 이제 우리의 사선 앞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방탄복 또한 측면으로는 방탄판이 들어가지 않았으며, 비탈진 사면을 내려가는 적은 고도 상으로도 우리보다 낮아졌다. 나는 사냥꾼으로서의 인내에 마침표를 찍었다.

“쏴!”

적 대열의 일각이 단숨에 쓸려나간다. 초탄에 죽거나 무력화된 적만 스물이 넘었다. 정확한 전과를 헤아릴 틈도 없이 마구 당겨대는 방아쇠. 반자동 라이플의 최대 발사속도로 갈겨대는 대구경 저격탄은 세 개의 탄창으로 두 명의 대위를 죽이고 한 중사의 팔을 끊었으며 한 상등병의 무릎을 갈아버렸다. 대위 하나는 내 부하의 교차사격까지 맞아 몸뚱이가 세 군데나 터져나갔다.

퍼억!

무릎 갈린 놈을 부축하려던 하사는 내 부하의 사격, 대형 포유류를 잡는 탄에 복부를 얻어맞고 넘어졌다. 푹 들어간 방탄판이 하사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공황에 빠진 그는 구역질을 하며 부하를 두고 뒤로 기었다. 쾅! 탄창을 교체한 내 사격이 놈의 꼬리뼈를 뚫고 들어간다. 놈이 고통에 겨워 바닥을 구른다. 입사각이 비스듬한 탄자는 내장의 끝자락을 헤집어놓았다. 나는 굳이 목숨을 끊지 않았다. 살려두어야 적의 주의와 전력이 낭비될 터이므로.

우리의 매복지가 퍽퍽 부서져나갔다. 한 발 한 발이 묵직한 반격탄은 가지를 꺾고 돌을 바스러뜨리며 흙더미가 터지도록 만들었다. 반사적인 대응사격인데도 처음부터 근탄(近彈)을 내다니. 대등한 조건에서 사격으로만 붙었으면 동수로는 승부를 장담하지 못했을 적이다.

그러나 이쪽은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했고, 내 부하들은 사각(死角)의 그늘을 오가며 최대의 화력을 쏟아 부었다. 전장에서 전력의 차이는 제곱수로 발휘된다. 어지간한 상대였으면 감히 반격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부상자에 발이 묶여 계속해서 수가 줄어가는 와중에, 이를 악문 적의 저항은 초 단위로 더욱 정확해졌다. 날아드는 탄들을 일방으로만 작용하는 염동력으로 방어할 수는 있겠다. 허나 그만큼의 힘을 쓰면 이쪽에서 날리는 탄도 궤도가 굴절되어 곤란해진다. 서로 소리만 요란한 탄약낭비를 하게 되는 셈. 시간끌기가 아니고선 의미가 없다.

좌측 전열의 부하가 다급하게 경고했다.

「2시 방향, LAW!」

“무시해!”

휴대형 로켓의 큼지막한 발사섬광. 그것을 늦지 않게 포착한 나는 초인의 반사 신경으로 염동력을 투사했다.

그리고 폭발. 보이지 않는 힘의 저항이 로켓 탄두를 이르게 터트리고, 같은 힘에 휘말린 몇 발의 총탄이 허공에서 둔각에 가까운 곡선을 그리며 꺾여나간다.

난 무전으로 부하들을 질타했다.

“교육받은 내용을 기억해라! 내가 여기에 있다!”

폭발성 화기를 저지하는 수단은 두 가지. 발화억제, 그리고 국지적으로 작용하는 밀도 높은 염동차장. 지금 사용한 후자는 소리를 죽이는 흡음 댐퍼와 구분하여 「굴절결계」라 부를 만하다.

앞서 곱씹었던 대로 후자는 일반적인 사격도 무력화할 수 있으나, 여기서의 염동력은 수류탄, 유탄, 로켓 따위를 쳐내는 용도면 족하다. 부하들도 이런 내용을 익히 교육받았으되-

‘실전은 실전이지.’

내 마법적 지원은 상식을 벗어난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경험으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알아도 아는 게 아닐 수밖에.

영국 놈들이 던지거나 쏘는 폭발성 화력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휘말려 치명적인 선 바깥에서 작렬했다. 쿠궁! 콰콰쾅! 비껴내는 그 모든 폭발이, 그 모든 굵은 땅울림들이 매번 시야를 진감케 한다.

나는 총질에 대한 욕심을 거두고 방어에만 집중했다. 단 한 발의 유탄과 단 한 발의 수류탄과 단 한 발의 로켓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하여. 특정 정보를 색채로써 강조하는 시야를 활용해도 절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여기는 전장이고, 감각적으로 압도당하기 쉬운 환경이니까. 때때로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화력을 교환하길 약 50초. 생존한 적들은 전열을 완전히 가다듬었으며, 이대로는 우리 쪽에서 사상자가 나오게 생겼다. 쯧. 난 혀를 차고서 전술적 철퇴를 결정했다.

“후방으로 빠져서 우회한다! 물러나!”

채 1분도 안 되는 강습(强襲)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더 몰아붙이면 끝장을 볼 수도 있겠으나, 그건 당장의 전투에 매몰되어 사지로 들어가는 선택지다. 이쯤에서 물러나 새로운 경로를 찾는 편이 합리적이었다.

경태 이하가 제압사격을 가하며 정해진 순서로 철퇴하는 가운데, 나는 대물저격총의 잔탄 네 발을 하늘에 대고 퍼부었다.

쾅, 쾅, 쾅, 쾅!

그러나 높은 곳에서 접근하는 통통한 무인기엔 단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전투흥분으로 호흡이 거칠어진 탓이었다. 탄창을 교체한 난 이번에도 마력장이 사라진 영국군 시체들로부터 수통과 군장을 거두어, 앞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수소폭명기 공중폭발을 투사했다.

후욱- 쿠르르르-! 하얗고 둥근 충격파가 산중의 밤하늘을 휩쓴다. 새까만 숲이 바람결을 따라 시끄러운 군무를 추고 떨어진 잎사귀의 소나기가 세차게 몰아치는 가운데, 폭풍에 휩쓸린 무인기는 본래 머물던 고도로부터 수천 피트나 위로 퉁겨져 올라갔다.

어디 한번 다시 내려와 봐.

부하들을 이끌고 물러나며 하는 생각. 그러나 비탈을 내달리며 때때로 돌아보는 하늘에서, 파괴를 겨우 면한 무인기는 감히 고도를 낮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는 숨이 가빠지는 와중에도 피가 끓어오르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 지금까지 내가 씹어 먹은 네놈들의 눈이 몇 개인데. 여기서 더 잃었다간 추적감시능력이 바닥을 치게 되겠지. 그것은 동시에 지휘통제능력의 격렬한 감소를 의미한다.

게다가 이 사냥터에서 페널티는 나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기껏 궁지에 몰아넣었던 기사단장이 포위망의 균열을 파고드는 상황이므로, 저놈들은 나를 전력으로 쫓을 수가 없다. 내가 있는 이상 기존의 사냥감에게 전념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저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둘. 이대로 주도권을 내어준 채 수렁에 빠져드는가, 아니면 비밀스러운 임무를 포기하고 기사단장부터 잡아 죽이는가.

그러나 나는 후자가 불가능하리라 예견한다. 이제껏 지켜본바 저 마법에 무지하고 ‘무성의하게 만들어진’ 능력자들은 결코 원탁의 정예일 수가 없다. 국가에 충성하며 새로운 힘을 받아들인 군인들이겠지.

헌데, 「원탁내각」의 늙은 괴물들이 한낱 군인 나부랭이들의 소모를 안타까워한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소가 고갈된 시절의 세계에서, 원탁의 마스터들은 왕실과 영국정부의 애물단지였다. 쥐고 있자니 지출이 큰데, 버리기는 또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들. 그렇잖아도 시시하던 능력이 갈수록 더 하찮아지는 와중에, 오로지 자존심만 옛날 그대로인 골칫덩이들. 스승새끼가 배신을 하기 전에도 그 모양이었으니, 가장 귀중한 유물을 도둑맞은 이후 그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을 진 안 봐도 뻔한 노릇이었다.

그렇게 모멸의 장부를 기록해왔을 원탁이 정부에 이해와 관용을 베풀 리가 없다. 원탁과 정부의 관계는 철저하게 타산적일 것이며, 따라서 늙은 괴물들의 요구엔 타협도 철회도 없을 터였다.

아니, 아주 큰 빚을 지는 셈 치면 타협이 가능할지도 모르지. 보상으로서 달리 더 큰 대가를 지불한다든가. 그러나 영국 정부가 과연 그런 선택을 하려고 할까?

애국자들의 목숨은 정치가들이 선호하는 염가상품이다. 만능의 소모품으로서 비용 대비 효율이 끝내주는 것이다.

정찰능력이 감소한 영국군이 굼뜨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부하들을 이끌고 전장을 크게 우회하여 재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다시 가시거리에 들어온 사냥터의 상황은 앞서의 내 예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었다. 어느 쪽으로도 확실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영국군과, 그 혼미함을 틈타 성난 멧돼지 같은 돌진으로 포위망을 탈출하기 직전인 짐승들. 저 반대편의 도로로부터 이제야 급하게 올라오는 증원군. 현장과 정치의 충돌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적의 지휘.

아, 이토록 유쾌할 수가 있나.

이제 갑옷 입은 등신들에게 길을 열어줄 차례다. 나는 차선의 사냥터를 최선의 사냥터로 바꿔칠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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