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미리 겁을 먹으면 꼭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할 것 같잖아.”
강태윤은 서우의 첫사랑이었다.
서우의 하프 선생님이자 최고의 하피스트, 그리고 태윤의 다정한 어머니였던 주하영이 서우를 데리러 오던 길 사고를 당해 죽기 전까지는.
하피스트를 꿈꾸게 했던 선생님을 잃고, 그에게는 어머니를 잃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서우는 다시는 하프를 켜지 못할 정도로 다친 손을 스스로 원죄로 생각하고 도망쳐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찾아왔다.
“말했잖아. 결혼 전제로 만나 보자고.”
그러려면 서로의 욕망과 원하는 것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그가 다정한 낯으로 말했다.
뒤늦게야 서우는 이상하고 어딘가 미친 강태윤의 결혼 전제를 운운했던 그 말이 자신을 놀리려는 게 아니라 진심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너... 미쳤구나.”
사는 세상이 다르고 서로가 딛고 있는 발판이 다르다.
그의 말은 서우의 세상이 아닌, 강태윤의 세상이 뒤집힐 말이었다.
“이제 알았다니 유감이네.”
태윤의 눈가가 나붓하게 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