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발자국 (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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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발자국 (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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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거, 흣, 갈아입을 거야.”
“그래. 나중에. 지금은 빨기 좋은 걸로 입었으니까.”
그의 머리가 통이 큰 크롭탑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려 하자 엉덩이를 뒤로 물렸다.
태윤이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엉덩이를 잡았다가 이내 씩 웃었다. 손가락 끝에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진짜 안 입었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입술로 가져가 슬쩍 빤다. 잘생긴 얼굴이 무방비하고 야하게 풀어진다. 이럴 때의 강태윤을 안다. 방금도 겪었는데 위험했다.
그런데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그대로 태윤의 품으로 끌려들어 갔다.
***
눈을 뜨자 태윤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잠결에 그의 입술이 잠든 제 얼굴에 몇 번이나 입을 맞췄던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가라고, 가라고, 등을 떠밀고야 태윤이 일어나 뭐라 말했는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불면도 없이 잠도 잘 잤다.
어제 갈아입었던 옷을 세다가 서우가 결국 그만뒀다. 여전히 그의 드레스룸엔 반쯤 찢어진 옷들이 나뒹굴고 있을 것 같아서다.
어제 분명히 태윤이 씻겨 주고 잤는데 몸 여기저기에 아직도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어 어깨를 살짝 떨었다.
가을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테이블 옆 메모를 발견했다.
식탁 위에 죽 있어
데워 먹어
점심은 따로 배달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