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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발자국 (31)화 (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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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흥분이 도사리는 그 눈에 무르자는 말이 목 끝까지 튀어나오려고 넘실거렸다.

“네가 지금까지 강은하를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날 생각해야지.”

서우의 망설임을 알아차린 듯 태윤이 낮게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깨가 흠칫 떨렸다. 자신의 말에 명백하게 동요하는 서우의 가느다란 다리를 태윤이 가볍게 쓸었다.

“단 한 번이라도 네게 내가 먼저였다면 그렇게 떠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내가 널 너무 믿었나 봐.”

“태윤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음험한 눈은 침잠하게 우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릎을 매만지고 이내 허벅지 위로 올라와 커다란 손이 그걸 꽉 쥔다.

서우가 뒤로 몸을 뺐다. 그만큼 태윤이 다가왔다.

바닥에 앉아 있던 그가 어느새 매트리스 끝에 무릎을 걸치고 있었다. 강태윤이 있는 것만으로 자신이 몸을 뉜 이 공간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강태윤이 너무 컸다.

너무 커서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 음영 진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흣.”

뜨겁고 건조한 손이 셔츠 아래를 파고들었다. 태윤의 입술이 서우의 얼굴에서 귓불, 그리고 목덜미를 가볍게 빨았다.

태어나서 처음 숨을 쉬는 사람처럼 서우가 헐떡였다. 그의 맨살을 있는 힘껏 잡았다.

손가락이 바르르 떨린다. 한 손은 그녀의 옷 안에, 한 손은 자신을 잡은 손을 잡고 머리 위로 가볍게 올린 태윤이 혀를 찼다.

“힘주지 마.”

오늘 내내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못한 서우를 알고 있어서다.

가슴 아래가 저릿했다. 그가 만지는 손길 어딘가에 불이 붙은 느낌이 들어 그녀가 몸을 뒤틀었다.

그러자 터질 듯이 팽창한 아랫부분이 배에 문질러졌다. 태윤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나직한 소리가 샜다.

한숨과 함께 그가 얼굴을 내려 서우의 목덜미에 묻었다.

허리 아래를 은근하게 문지르면서 욕망에 찌든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다 터지겠네.”

“흐으….”

“서우야, 터지겠다고. 네가 그렇게 문지르면.”

허리를 느리게 움직이면서 그가 속삭였다. 귓불을 통해 들어오는 그 젖은 말이 아랫배, 더 깊은 어딘가가 뜨거워져서 다리를 꼬았다.

즐거워 죽겠다는 듯 위험하게 웃는 강태윤이 가볍게 서우의 다리 사이에 제 허벅지를 넣어 벌린다.

무릎을 세워 갈라진 틈에 대고 뭉근하게 문질렀다.

“…윤아….”

태윤이 반쯤 올라간 셔츠를 완전히 올리자 희미한 빛 아래서도 뽀얀 윤서우의 마른 몸이 보였다.

봉긋한 가슴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목덜미를 지분거리던 입술이 곧 아래로 떨어졌다. 타액이 길게 서우의 몸에 번들거리는 흔적을 남긴다. 서우의 손이 바르작거린다.

입술을 오므려 빠는 질척대는 소리에 몸이 달아올라 끙끙대자 태윤의 혀가 느른하게 피부를 핥았다.

벗기는 대로 허리를 들자 속옷과 바지가 내려갔다. 어느새 자유로워진 손으로 서우가 태윤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이때가 아니면 만져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강태윤이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있을까.

“으읍, 아, 으….”

갈라진 틈으로 손가락 하나가 밀고 들어왔다. 좁은 곳을 부드럽게 여는데도 몸이 본능적으로 굳어서 꽉 다물렸다.

저 스스로 내는 소리가 이상해서 서우가 이를 꽉 깨물고 있자 입술을 벌리고 태윤의 손가락 하나가 들어왔다.

“물고 있어.”

“흡….”

“내 손가락 좋아하잖아. 입에 물고 있어, 서우야.”

목소리가 다정했다. 위험한 얼굴과 다르게 목소리는 꿀이라도 바른 것 같다.

서우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태윤의 손가락이 숨막히게 자극을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물고 있으라는 말과 다르게 제 입안 곳곳을 손가락 또한 혀를 내리누르고 볼 안쪽을 만져 보기도 하며 태윤의 손이 아래와 함께 서우의 입안까지 점령했다.

“예쁘게 잘 무네.”

항상 네가 핥아먹을 듯이 연주하는 제 손을 보고 있어서 언젠가 물려 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걸 물면 어떤 얼굴일지. 혹시 울지 않을까. 너무 좋아서 윤서우가 우는 꼴을 한 번쯤은 보겠노라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욕망을 피워 왔다.

“흐으… 흐….”

“너 꼭 우는 것 같아.”

눈동자에 물기가 선명해 그렇게 보였다. 이렇게 창밖에서 들어오는 낮은 빛이 전부일 땐 더 그렇게 느껴진다. 제 것을 물고 금방이라도 흐를 것처럼 눈이 울멍거린다.

혀를 깊숙하게 누르자 타액이 그녀의 입가로 떨어져 내렸다. 천천히 작은 입속에서 손을 빼내자 길고 진득한, 빨아먹고 싶을 정도로 다디단 실이 이어져 나왔다.

태윤이 여전히 한 손으론 좁은 다리 아래를, 다른 손으론 그 타액을 입안으로 가져가 혀로 길게 핥았다.

손가락 마디를 핥고 서우의 눈앞에서 가장 긴 중지 손가락을 여실하게 목 너머로 삼킨다.

야살스럽게 접힌 눈이 호선을 그리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자신의 입속에서 방금까지 있던 손가락이 태윤의 입안에 있었다. 입을 맞춘 것보다 더 음탕해 보여 꼭 저 입안에 든 게 제 것처럼 보였다.

“흡…. 그, 그러지 말고 차라리….”

입을 맞추는 게 나았다. 태윤의 모습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음탕한 걸 더해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한 것에 가까웠다.

서우의 애원에 태윤이 위험하게 눈을 빛냈다. 검은 밤, 사냥에 나선 굶주린 짐승을 만난다면 이렇게 오금이 저리는 느낌이리라.

“그럴까, 그럼.”

태윤이 자세를 낮춰 서우의 얼굴, 입술과 입술을 맞댄 채 그르렁거리듯 말했다. 얇은 피막이 서로 스친다. 그로 인해 부어오른 제 입술이 아렸다.

부어오른 입술을 슬슬 핥는다. 그러면서 난잡하게 들어오는 손가락은 내벽 깊숙한 곳까지 찌르자 서우의 허리가 퉁겼다.

저도 모르게 붙어 있는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짭짜름한 맛과 함께 터졌는지 피가 물씬 배어 나오는 것을 태윤이 좋다고 쓰읍, 빨아 먹는다.

“진짜, 강태윤, 흣….”

마지막에 아래서 손가락을 빼내며 드는 저릿한 느낌에 서우가 신음을 삼켰다.

젖은 손가락이 제 가슴에서 배꼽 위를 장난스럽게 가른다. 젖은 데에 달라붙는 공기가 선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싹했다.

태윤이 반쯤 걸려 있는 서우의 옷을 단번에 벗겨 바닥에 던져 버렸다.

슬슬 아래로 내려간 그가 가는 허벅지를 벌리고 그 아래 얼굴을 넣는다. 젖어 있는 부분에 호흡이 닿자마자 서우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아, 안 돼! 하아!”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애꿎은 시트를 꽉 쥐어서 팔이 아팠다. 질척하게 아래와 맞닿아 쯔읍, 쯔읍거리면서 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울렸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머릿속의 뇌가 녹아 버리기라도 한 듯 거의 서우가 울부짖었다.

한 손으로 제 입을 막다가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땐 흐느꼈다.

바르작거리며 허벅지에 힘을 줘 봤자 더욱 집요하게 붙어 오는 그의 입술 때문에 애꿎은 발가락만 곱아들었다. 잘게 흐느끼는 서우의 애원에도 태윤은 그녀를 몰아붙였다.

지익.

서우의 다리 사이에서 번들거리는 얼굴로 일어난 태윤이 제 바지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잔뜩 힘을 줬다. 상기된 얼굴로 슬금슬금 엉덩이를 뒤로 뺀 서우가 매트리스 벽 끝까지 몸을 가져갔을 때였다.

“너 지나간 자리마다 남았네.”

젖은 흔적이.

태윤이 손이 서우의 엉덩이가 지나간 자리를 가볍게 훑었다. 매트리스 위로 그가 빨아 먹은 애정의 자국이 길처럼 남아서다.

완전히 옷을 벗고 서우의 발목을 잡았다. 그대로 자신이 물러난 만큼 빠르게 태윤의 앞으로 죽 미끄러지듯 끌려갔다.

“아!”

희미하게 비친 그의 나신에 서우가 할 말을 잃었다.

어깨가 넓은 건 슈트 핏을 보고 알았다지만, 직각으로 떨어진 어깨와 그 아래 좁아 드는 광배근, 그리고 허리 아래의 복근은 짜인 것처럼 완벽했다. 그러다 장골 위로 흉흉하게 올라붙어 있는 걸 발견하곤 고개를 흔들었다.

“못, 못 해. 태윤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하지만 이미 서우의 다리를 활짝 벌려 그의 어깨에 올려 놓은 채 태윤이 자리를 잡았다.

그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난잡한 기세로 자신을 보는 태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뜨거웠다. 강태윤의 입술이 탁하게 열린다.

“서우야.”

참을 수 없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른다.

수정이 그를 여우라고 말했다. 휘어진 눈가에 열망이 보인다. 자신이 물어뜯어 놓은 입술을 그가 계속해서 혀로 핥으면서 시선은 다정하고 난폭하다. 거친 숨을 내쉬는 그에게 서우는 더 이상 못 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 태윤이 다디단 입술로 호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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