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846화 (846/850)

#846

멕시코 북서부 지역의 원주민들이 대대적으로 반란을 일으킨 이후, 누에바 에스파냐의 멜키오르 부왕은 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살피랴, 관리들과 회의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다 믿었던 중부 토벌군이 되려 반란군에 패배하고, 과나후아토의 반란군들이 남하하면서 멕시코시티에서 하루 거리에 있는 테포트소틀란에 접근하자, 멕시코시티 방어 준비로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다만, 식민지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반란군들은 테포트소틀란에서 진격을 멈추었기에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해서 멕시코시티에서는 많은 수의 정찰병들을 파견해 테포트소틀란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북쪽에서 또 다른 반란군들이 합류하자, 다시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에 합류한 반란군들은 모두 머스킷으로 무장했을뿐더러, 마차에는 대포로 보이는 물건이 실려 있었다고 하니 식민지 정부에서는 테포트소틀란에 눌러앉아 있던 반란군들이 곧 멕시코시티를 공격하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식민지 정부에서는 멕시코시티의 방어를 위해 테포트소틀란에 파견한 정찰병들을 복귀시키고, 민간인들에게도 무기를 쥐여주며 앞으로 있을 공성전을 대비했고 말이다.

헌데, 식민지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며칠이 지나도록 반란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이에 당황한 식민지 정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테포트소틀란에 정찰병을 대거 파병했고.

다시 며칠이 지난 후 정찰병들의 보고가 하나둘 멕시코시티에 전해지고, 정찰병들의 보고가 취합되어 멜키오르 부왕에게까지 전해지자, 멜키오르 부왕은 현재 상황이 도무지 이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반란군들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테포트소틀란에 주둔한 2만 5천여 명의 반란군들이 매일같이 소모하는 식량만 해도 어마어마할뿐더러,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것은 반란군들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에스파냐 본국에서 누에바 에스파냐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반란군이 모르리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러니 시간이 흐르면, 에스파냐 본국에서 보낸 지원군이 도착할 테고, 그럼 반란군들은 수적 우위에서도 밀리니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식민지 정부에서는 반란군들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멕시코시티로 몰려올 줄 알았는데, 반란군들이 이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니, 보좌관 역시 반란군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멜키오르 부왕에게 맞장구치자, 보고를 위해 집무실을 방문한 멕시코시티 방어 사령관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혹시 반란군들은 멕시코시티를 공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멕시코시티를 공격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멜키오르 부왕이 방어 사령관의 의견에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내며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눈짓하자, 방어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반란군들이 대포 50문을 확보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멕시코시티를 공략하긴 쉽지 않잖습니까.”

“흠. 그렇긴 하지. 성벽도 꽤나 두꺼울뿐더러, 성벽에 설치된 대포가 있으니, 포격전을 벌인다면 이쪽이 유리할 테니 말이네.”

멕시코시티를 둘러싼 성벽 위에는 당연히 방어를 위한 대포가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성벽 위에 설치된 대포는 고정식 대포인 만큼, 반란군들이 대포를 한곳에 집중하면, 수적으로는 조금 불리하겠지만, 성벽 위, 즉 고지대에 대포가 설치되어 있는 터라 사거리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즉, 반란군들이 멕시코시티의 성벽에 포격을 퍼붓기 위해 대포를 끌고 와 설치할 때까지,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본격적으로 포격전을 벌이더라도, 고지대에 자리해 있어 저지대에 자리한 반란군의 포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에스파냐군이 훨씬 유리한 것은 자명했고.

물론 반란군들이 단순히 쇠구슬이 아니라 작열탄을, 그것도 북미왕국에서 사용하는 작열탄을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지지만, 그동안 북미왕국은 일관적으로 누에바 에스파냐인들에게 군사적인 지원은 없을 거라고 에스파냐에 이야기했었고, 새한성에 주재하는 에스파냐 대사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북미왕국을 감시하고 있는 만큼, 반란군들이 북미왕국의 작열탄을 사용한다는 것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멜키오르 부왕이 방어 사령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방어 사령관이 바로 그거라는 얼굴로 말했다.

“맞습니다. 이쪽이 유리하지요. 그리고 그걸 반란군들도 모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반란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반란군의 지휘부 중에는 군사 지식이 있는 이가 있음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과나후아토에 있던 반란군들이 중부 토벌군을 섬멸했을 때부터, 식민지 정부는 반란군들의 지휘부에 제대로 된 군사 지식을 배운 이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고.

테포트소틀란에 자리한 반란군들이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반란군들의 지휘부 중에 군 경험이 있는 인물이 분명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멜키오르 부왕은 방어 사령관의 말에 수긍하며 중얼거렸다.

“흠. 확실히 그렇지. 허면 자네가 보기엔 반란군의 지휘부가 멕시코시티의 공략에 부담을 느끼고 미적거린다 이건가?”

“미적거린다기보다는 더 많은 반란군이 합류하기를 기다리는 거라고 봅니다. 어떻게 해서든 멕시코시티 공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으음...”

방어 사령관의 말에 멜키오르 부왕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을 때, 귓가에 방어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부왕 전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반란군이 정말 반란에 성공하려면,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됩니다. 승리하면 기세가 오르며 더 많은 이들이 반란군에 합류하지만, 한 번이라도 패배하는 순간 반란군은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야 그렇지.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반란군의 지휘부도 잘 알고 있을 테니, 멕시코시티의 공략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테고, 그 때문에 반란군은 더 많은 반란군이 테포트소틀란으로 합류하는 것을 기다린다...이 소리군?”

“그렇습니다.”

방어 사령관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멜키오르 부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보좌관이 슬쩍 끼어들었다.

“허나, 수적 우위를 앞세우고자 더 많은 반란군이 합류하기를 기다리다가 에스파냐 본국에서 보낸 지원군이 도착하는 순간 불리해지는 것은 반란군이잖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러니 그 전에 멕시코시티를 공격하지 않을까 싶고요. 아마 11월 말에서 12월 초쯤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방어 사령관의 대답에 보좌관이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소리는 반란군들이 본국의 지원군이 언제쯤 도착하리라는 것을 짐작한다는 뜻입니까?”

에스파냐 본국 정부는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처음 반란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올라왔을 때, 당황하면서도 상황을 낙관했었다.

일단 누에바 에스파냐의 부왕 자리를 수많은 전쟁터를 전전한 멜키오르에게 맡긴 것 자체가 혹여 반란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인사였기에, 에스파냐 본국 정부에서는 멜키오르 부왕이 누에바 에스파냐의 병력을 동원해 반란을 진압했을 거라 여긴 것이다.

해서 에스파냐 본국 정부는 멜키오르 부왕의 지원 요청에도 꽤나 느긋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반란을 진압한 이후의 이권을 노리고 지원군의 사령관을 누가 맡느냐를 가지고 다투기도 했다.

헌데 믿었던 멜키오르 부왕이 반란군을 진압하기는커녕 오히려 패배하고 멕시코시티에 틀어박혀 계속해서 지원군을 파병해달라고 요청하자, 에스파냐 본국 정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누에바 에스파냐에 파견할 병력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유럽의 정세가 평화롭다 보니, 누에바 에스파냐에 파견할 병력을 준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아, 곧바로 1만 명으로 구성된 1차 지원군을 편성했다.

헌데 문제는 이 지원군을 누에바 에스파냐까지 수송하는 것이었달까.

그나마 대량의 인원을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여객선이나 수송선을 보유한 북미왕국이 도와준다면 좋겠지만, 이번 누에바 에스파냐의 일로 북미왕국과 에스파냐의 관계는 꽤나 악화되어 있었을뿐더러, 혹시나 해서 에스파냐 본국 정부는 마드리드에 주재한 북미왕국 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북미왕국 대사는 최근 신성로마제국과 폴란드-리투아니아 왕국에서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수송하는 것만으로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해 버렸고.

그러다 보니 에스파냐는 자체적으로 병력을 직접 수송해야 했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보니, 에스파냐 본국 정부는 빨라야 올해 말쯤에 1차 지원군이 누에바 에스파냐에 도착할 거라고 했었다.

헌데 방어 사령관은 반란군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그 전인 11월 말에서 12월 초쯤에 공격할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했기에, 보좌관이 표정을 찌푸리며 질문하자, 방어 사령관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저들도 나름대로 정보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더불어 정보를 전해주는 이들도 많을 테고 말입니다.”

“으음...”

반란군들은 원주민들로 이루어진 세력이니만큼, 누에바 에스파냐 원주민들은 반란군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원주민들이 반란군에 알음알음 정보를 건네줄 가능성이 높았고.

거기에 저들은 멕시코인 연합회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새한성에 주재하는 에스파냐 대사의 말에 따르면, 멕시코인 연합회의 뒤에는 잉글랜드까지 있는 것으로 추정되니, 이들이 본국의 정보를 파악해 넘겨줄 수도 있었고 말이다.

이를 방어 사령관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자 보좌관이 신음을 흘렸고.

하지만, 방어 사령관은 그런 것은 크게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튼, 상황이 그러하니 우리는 딱 한 달만 버티면 될 겁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다음 달이면 쿠바 총독부의 병력이 전부 베라크루즈로 들어오잖습니까. 그러니 쿠바 총독부의 병력과 베라크루즈의 치안 유지 병력마저 모두 멕시코시티로 이동시킨다면, 12월 한 달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멜키오르 부왕은 누에바 에스파냐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에스파냐 본국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다만, 페루 부왕령의 경우는 애초에 병력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누에바 에스파냐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에 페루 부왕령의 원주민들 역시 동요하고 있는 터라, 당장은 병력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연락을 보내왔고.

그나마 누에바 에스파냐의 관할 하에 있는 쿠바 총독부에서 멜키오르 부왕의 지원 요청에 즉각 3천 명의 지원군을 편성, 베라크루즈로 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고, 멜키오르 부왕이나 보좌관은 이 3천 명의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헌데 방어 사령관은 이들뿐만 아니라 베라크루즈에 배치한 3천 명에 달하는 방어 및 치안 유지 병력마저 멕시코시티로 불러들이자고 하자, 멜키오르 부왕이 기겁했다.

“허. 지금 베라크루즈까지 비우자는 소린가?”

이에 방어 사령관은 진지한 표정으로 멜키오르 부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번 전쟁은 멕시코시티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서 승패가 갈릴 겁니다. 멕시코시티가 함락되면, 그동안 눈치를 보고 있던 누에바 에스파냐 남동부 지역의 주민들 역시 봉기하면서 누에바 에스파냐가 통제 밖에 벗어날 테고, 멕시코시티를 지키면 반란 세력이 장악한 누에바 에스파냐 북서부 지역의 주민들이 현실을 깨달을 테니까요. 그러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베라크루즈의 치안 유지 병력뿐만 아니라, 아카풀코에 배치한 치안 유지 병력마저 베라크루즈로 이동시키는 것이 낫다 싶습니다만.”

베라크루즈뿐만 아니라 아카풀코마저 비우자는 방어 사령관의 요청에 멜키오르 부왕은 표정을 찌푸렸다.

하지만, 반란군이 공격하지 전까지 얼마나 많은 원주민들이 테포트소틀란의 반란군에 합류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베라크루즈와 아카풀코에는 항구의 방어를 위해 해군이 일부 배치되어 있는 터라, 치안 유지 병력을 멕시코시티로 이동시키더라도 잠깐은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멜키오르 부왕은 결국 방어 사령관의 요청을 수락했다.

“후우. 알겠네. 그렇게 하게. 대신...알지?”

멜키오르 부왕이 강렬한 눈빛으로 방어 사령관을 바라보자, 방어 사령관이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본국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기필코 멕시코시티를 사수하겠습니다.”

“그래. 믿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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